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화
전역 후, 나는 방구석에서 관리비와 식비 등을 축내는 백수로서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고자 게임 관련 영상을 업로드하는 유×브를 시작했다.
장르를 가리지 않는 게임 리뷰나 공략 위주의 채널이 생각보다 잘 된 덕에 종종 업체로부터 일거리도 받고는 했다.
이번에도 평소 알고 지내던 업체에서 아이돌 게임 리뷰를 부탁했다.
[Pick your HEART!>솔직히 이런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은 내 취향이 아니었지만, 이제까지 사장님한테 그냥 받은 게 워낙 많아서 까짓거 오케이 했다.
별 기대감 없이 게임을 실행시키자 오프닝 영상이 재생됐다.
일러스트를 비롯한 영상 퀄리티는 나쁘지 않다.
곧 영상이 끝나 스타트 화면이 떠올랐고 마우스 클릭질 몇 번에 화면이 휙휙 넘어갔다.
[[제1장 총칙>제1조(목적)
이 약관은 (주)라온하제(이하 “회사”라고 함)가 제공하는 게임 및 제반 서비스의 이용과 관련하여 회원과 회사 간의 조건 및 절차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합니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이용약관이었다.
나는 물 흐르듯이 동의에 체크했다.
[정말 이용약관에 동의하십니까?] [Y/N] [Y]보통 이용약관을 팝업창까지 띄워가며 굳이 한 번 더 물어보나?
그런 생각을 하며 애매하게 달짝지근한 강냉이를 한 움큼씩 집어먹으며 엔터를 연타했다.
어쨌든 그때는 다음에 벌어질 일을 전혀 몰랐기에 태평히 다음 단계로 넘어가 닉네임이나 정했다.
[닉네임을 입력해 주세요.] [ㄹ…] [라…] [라온]초등학생 때부터 써온 닉네임을 역시 빛보다 빠르게 입력했다.
[로딩 중….] [온라온 님 환영합니다.]온라온? 이상하다. 내가 입력한 건 라온인데.
하지만 라온이든 온라온이든. 별로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누가 이미 라온을 선점해서 중복된 닉네임이라고 뜰 때 성까지 붙여서 온라온이라고 한 적도 많았으니까.
“흐어어억.”
새로 업데이트된 초월급 레이드 퍼클1) 스트리밍한다고 닷새 동안 너무 달렸나.
갑자기 졸음이 쏟아진다.
뽑아내서 바득바득 닦아 다시 넣고 싶을 만큼 뻑뻑한 눈이 절로 감겼다.
자자. 어차피 오늘까지 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툭. 무릎에 올려놨던 강냉이 봉지가 떨어지는 소리를 끝으로 나는 책상에 머리를 박았다.
쿵!
“악!”
그리고 잠이 확 깼다.
머리 박는 소리가 어지간히 컸는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힐끔 쳐다봤다.
사람들.
잠시 사고가 정지했다.
‘사람? 나를 봤다고?’
그렇게 한순간에 내 방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하자 소름이 등골을 싸늘하게 타고 올라오며 남아 있던 약간의 잠까지 싹 몰아냈다.
벌떡 일어선 나는 재빨리 주위를 둘러봤다.
쭉 늘어선 이백 대가 넘는 컴퓨터. 기계식 청축 키보드를 두드리는 요란한 소리. 텁텁한 공기에서 진하게 나는 담배 냄새.
‘PC방.’
거기까지는 일단 알아냈지만, 내가 왜 여기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대체 누가? 왜? 어떻게?
갑자기 거울을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내 핸드폰은 키보드 옆에 잘 있었다.
몇 년 전에 쓰던 구형 모델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나는 잠금 화면에서 카메라 앱으로 곧장 들어가 셀카 모드로 내 얼굴을 확인했다.
“와, 와…… 와아아…….”
충격적이다.
“내가 언제 이렇게 못생겨졌지?”
누가 들으면 무슨 헛소린가 싶을 수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는 대단히 진지했다.
누구나 인정할 만큼 잘생긴 연예인들 사이에 껴서 사진을 찍어도 절대 굴욕으로 남지 않을 미남은 어디 가고 이런 흔남이?
골격이나 눈코입 생겨 먹은 게 틀림없이 내가 맞기는 한데.
그동안 전자파 마사지 진하게 받으면서 좀 찌들었다고는 해도, 이건 좀 심하잖아.
왜 갑자기 거울을 보고 싶어졌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도 나에게, 정확히는 내 외모에 관심을 두지 않아서 무의식적으로 이상함을 느낀 거다.
자의식과잉이 아니라, 원래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은 게 내 얼굴이다.
내 삶, 인간관계, 실력 등 모든 것을 틈만 나면 깎아내리던 쓰레기 같은 전 회사조차 내 외모만은 감히 후려치지 못했다면 더 이상의 말은 필요치 않을 것이다.
부모님이 온 힘을 다해 빚은 얼굴을 이렇게 전자파로 말아먹다니.
‘게임 진짜 줄여야겠다.’
거울 한 번 봤다고 정신머리 고쳐먹었다는 사실을 나랑 비슷하게 폐인인 게임 지인들이 알면 어처구니없어서 캐삭빵을 걸지도 모르겠다.
솔직히 그래도 싸다. 내가 이기겠지만.
“…….”
잠시 뒤 약간의 침착함을 되찾고 내 것인지 아닌지 모를 얼굴을 다시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 얼굴이 일반적인 기준에서까지 못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평가를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원래 명품도 한 끗 차이 아닌가.
이 얼굴은 내 원래 얼굴과 비교해 열 끗은 부족했다.
나이가 들며 노화해서 이 꼴이 되었다고 하기에는, 지금 내 얼굴은 군대를 다녀온 이후 최고로 어려 보였다.
스무 살이 채 안 된 것처럼 옆자리에서 게임 하는 교복 입은 학생이랑 액면가가 비슷하게 느껴질 정도면….
사실 얼굴이 문제가 아니라 시력 자체가 떨어진 게 아닐까?
희망 사항에 불과할 뿐이나 그랬으면 좋겠다.
‘눈은 또 왜 이래?’
한때 흑요석처럼 깊고 맑고 선명했던 흑색 눈은 어디 가고, 사슴의 눈망울처럼 밝고 투명한 갈색 눈동자가 액정 안에서 불안한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전자파가 멜라닌 색소도 분해한다는 말은 못 들어봤는데.’
그래도 이 눈만큼은 덜생긴 얼굴에서 그나마 전처럼 봐줄 만했다.
눈이 낯선 갈색인 게 혹시나 렌즈 때문인가 싶어서 아무 생각 없이 눈알을 손톱 끝으로 쿡 찔러봤다가 눈물 쏙 빠지는 고통만 얻었다.
“악! 시×!”
그러자마자 이상한 게 찌르지 않은 눈을 통해 보였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게임에서나 볼 법한 팝업창 같은 것이.
[부적절한 언어 사용으로 비속어 필터링 페널티가 부여됩니다. (남은 시간 00:59:59)] [부적절한 언어 사용이 반복되면 페널티가 강화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00:59:57)]“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한쪽 눈을 감싸 쥐고 있자니 옆자리 고딩이 자기 의자를 슬쩍 밀어 나랑 멀어졌다.
그러든 말든, 나는 혼자만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진짜 게임 너무 했나? 그래서 이런 근본 없는 꿈을 꾸나?
그런데 아직도 내가 찌른 눈이 아픈 걸 보면 꿈이 아닐 수도 있다는 불길한 예감이 든다.
“믿음….”
네?
“소망! 사랑!”
홍길동인가?
시×을 시×이라 하지 못하고 나는 왜 믿음소망사랑 따위를 외치고 있는가.
설마 해서 다른 욕을 지껄여봤더니 이번에는 미친놈처럼 욕설 대신 과일 이름을 마구 외게 되었다.
도무지 말을 안 듣는 혓바닥을 잡고 쭉 늘릴 때쯤 옆자리 고딩이 나직이 중얼거리며 아예 자리를 옮겼다.
“아 씨×, 피방 혼자 쓰나.”
“?”
못 알아들었다. 어느 나라 말이야?
한국인처럼 생겼는데 외국에서 살다 온 귀국 자년가? 표정이랑 뉘앙스를 봤을 때 나한테 욕한 것 같기는 했다.
이해한다. 멀쩡하게 생긴 놈이 이러고 있으면 나라도 욕했다.
오랜 심호흡 끝에 완전히 진정한 나는 단축번호 1번을 꾹 눌렀다.
나 같은 미남의 영광스러운 단축번호 1번을 차지한 사람은 우리 집에서 15년째 일하시는 가정부 아줌마였다.
너무 오래 봐서 그런지 어디 가서 절대 볼 수 없는 미모의 20대 남성을 가끔 길바닥 개똥만도 못하게 취급하시기는 하지만.
그런데 단축번호에 지정된 연락처가 없었다.
이게 뭔 개소린가 싶었지만 어쨌든 번호는 외우고 있어서 전화를 거는 데는 성공했다.
“여보세요? 아줌마, 저.”
–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뚜- 뚜- 뚜- 뚜-
나는 순식간에 전화가 끊어진 핸드폰을 들고 망연해졌다.
왜 아줌마가 안 받고 무뚝뚝한 외국인 아저씨가 받지?
돌연 내가 있는 곳이 단순히 PC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는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하하, 이거 진짜 뭐지.
내가 어머니 아버지 번호는 까먹어도 아줌마 번호는 안 까먹는데.
멍청해 보일 게 분명한 얼굴로 번호가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나는 다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
– 전화 잘못 거셨다고요.
역시 알아듣지 못할 말과 함께 1초 만에 끊겼다.
두 번씩이나 거절당하면 얌전히 꺼져주는 게 도리기는 하지만.
도무지 믿기지 않아서 세 번째로 전화를 걸었는데, 바로 끊기는 걸 보니 아무래도 차단당한 것 같았다.
다른 사람한테라도 연락하려고 들어간 주소록은 텅 비어 있었다.
아니, 사실. 전혀 예상 못 한 건 아니다.
이럴지도 모른다는 걸 조금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는 이 핸드폰이 내가 연습생이던 시절에 쓰던, 나온 지 5년도 더 된 기종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나는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핸드폰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깨끗했다. 말끔했다.
앨범은 텅 비어 있었고 폰에 열댓 개쯤 설치돼 있던 게임은 하나도 없었다. 카톡에 등록된 친구는 0이다. 이상하게도 핸드폰에 뭐라고 적혀 있는 건지도 하나도 읽을 수가 없었다.
유일하게 읽을 수 있는 글자는.
[온라온]착잡하다. 내가 다수의 게임에 인생을 걸었기는 해도 메신저 프로필까지 닉네임으로 해두는 뭣 같은 새끼는 아니거든….
이쯤에서 남 일이면 존잼이지만 내 일이면 거지 같은 클리셰 하나가 머릿속을 사나운 벌처럼 왕왕 왱왱 맴돌았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튜토리얼 퀘스트 도착!]“앗시 깜짝아.”
[▶ 퀘스트 설명: 당신은 이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예상한 대로 이곳은 게임 속입니다. 단언컨대 당신은 미치지 않았고 이곳은 당신에게 틀림없는 현실이 되어줄 것입니다. 무지한 당신을 위해 친절하게 준비한 퀘스트를 진행해 봅시다.▶ 완료 조건: 튜토리얼을 진행하며 기본적인 게임 시스템 이해
▶ 확정 보상: 소정의 경험치와 돈] [퀘스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Y/N]
아, 이건 제대로 읽을 수 있다. 핸드폰 언어 설정을 이상하게 해놨나 보다, 생각하며 N을 터치했다.
미쳤냐. 거절한다. 노!
[거부할 수 없는 퀘스트입니다.] [자동 진행됩니다.]망할!
여러모로 착잡하지만 일단 게임이 시키는 대로 튜토리얼을 진행하기 위해 10시가 다 되어 미성년자를 쫓아내기 시작한 PC방을 나왔다. 당연하게도 신분증이 없었다.
“으, 추워.”
두툼한 겨울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빙의한 몸은 지방이랄 것이 거의 없을 만큼 말라서 그런지 원래 몸보다 추위를 잘 타는 것 같았다.
핸드폰으로 날짜를 확인해 보니 2017년 2월 말이었다. 내 현실보다 5년쯤 느리다.
나는 덜덜 떨면서 인적 드문 곳을 찾아 헤맸다.
튜토리얼을 어떻게 진행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사람들이 보는 곳에서 할 만한 짓은 아닐 것 같았다.
그런데 기이하게도 걷는 길에 본 간판이나 표지판에 큼직하게 적힌 글자들을 하나도 읽을 수 없었다.
거리 풍경은 틀림없이 내가 아는 한국이며 저것도 한글이 분명한데. 외국인, 아니, 그보다는….
외계인이 된 기분이다.
처음 보는 거리를 한참 헤매다 마침내 사람 없는 공원에 다다랐을 때 기다렸다는 듯 시스템창이 떠올랐다.
[튜토리얼을 시작합니다.]1) 퍼클: 퍼스트 클리어(first clear), 보통 한 컨텐츠의 서버 최초 클리어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