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화
‘캐릭터 정보.’
정보창이 홀로그램처럼 떠올랐다.
|개인 연습생|온라온
레벨: 1 경험치: 00.00%
HP: 50/50 피로도: 20
체력: 10 힘: 10 민첩: 10
지능: 10 지혜: 10 매력: 10
행운: 10 명성: 0
잔여 스탯 포인트: 0
“오, 구린데….”
총체적인 감상평을 무심코 내뱉은 뒤 조금 더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이런 게임에 피로도는 그렇다 쳐도 HP는 왜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고.
하나부터 열까지 눈 뜨고 보기 힘든 수치를 보고 있으니 절로 막막해진다.
무엇보다도 매력이 10이라니.
덜생긴 이유가 있었다.
그 뒤로 시스템은 RPG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다 뻔하게 알고 있을 만한 정보들을 간단히 알려줬다.
캐릭터 정보, 스킬, 퀘스트 등의 키워드를 생각하거나 소리 내어 말하면 눈앞에 창이 생긴단다.
혹시 몰라서 미니맵, 인벤토리, 캐시샵 등 유저 입장에서는 있으면 편할 만한 기능도 확인해 봤지만 아무리 용어를 바꿔가면서 말해봤자 한 번도 반응하지 않아서 맥이 탁 풀렸다.
따라서 첫 번째 퀘스트는 여기가 정말 게임 속이라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과정에 불과했다.
그것도 똥망겜에.
“로그아웃! 제발!”
[로그아웃이 거부되었습니다.]“이 망겜. 대체 로그아웃이 왜 거부되는데. 왜 내가 이런 게임에 빙의한 건지나 좀 말해봐!”
딱히 반응을 기대하지 않고 미친 척 지껄인 말이었지만 답이 돌아왔다.
[다음 약관에 동의한 것이 확인되었습니다.]“약관?”
[제 11 조 (■■ 서비스)1. 본 게임 이용자는 ■■ 서비스 이용에 동의하는 것으로 간주됩니다.
2. ■■에서 동일한 파장의 ■■이 ■■이라도 본 약관에 동의한 것이 확인될 경우 서비스가 시작됩니다.
3.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이익은 회사의 책임이 아닙니다…….]
아래로 잡다한 설명이 쭉 이어졌다.
뭐 이런 쓰레기 같은 조항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와서 뭘 어쩌겠어.
애꿎은 머리카락을 쥐어뜯으며 과오를 후회하다 보니 튜토리얼이 끝났다는 메시지가 떴다.
[튜토리얼이 종료되었습니다.] [퀘스트 완료!]“뭘 했다고 벌써 끄….”
[벌써 끝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인생은 튜토리얼 따위 없는 실전입니다. 앞으로는 직접 구르면서 알아보세요. 파이팅(^^)]이 새끼가 왜 시비지…?
아무래도 이 시스템이랑은 앞으로 영 친해지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보상 정산이 시작됐다.
[퀘스트 보상으로 소정의 경험치, 현금이 지급됩니다.] [레벨 업!] [분배 가능한 스탯 포인트가 있습니다.]스탯 포인트를 내 정체성 그 자체인 매력에 모조리 투자할 틈도 주지 않고 여러 개의 창이 연달아 눈앞에 떠올랐다.
튜토리얼이 끝날 때까지 꺼져 있던 알림이 밀려서 주르륵 오는 것 같았다.
[데이터 전송….] [데이터 충돌 경….] [유저 인식 실….] [유저 인식 재시….]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 ERROR!]가슴을 섬뜩하게 만드는 에러창이 무수히 나타나며 시야를 붉게 점령했다가 일순 사라졌다.
그사이에 멀쩡한 것도 몇 개 보이기는 했는데 차마 읽을 틈은 나지 않았다. 어휴, 깜짝 놀랐네.
도로 깨끗해진 눈앞에 멀쩡한 팝업창이 떴다.
[동기화 완료] [불완전한 동기화로 일부 능력치가 초기화되었습니다.]취소. 멀쩡하지 않다.
초기화라니.
그래서 스탯이 그렇게 낮은 거였나?
[오류 수정 프로세스 작동] [본체와 동기화시킬 능력 하나를 선택해 주세요.] [추천 능력: 한국어, 매력]잠시만. 한국어 같은 것도 초기화된 능력에 포함된다고?
아까 고등학생이나 전화 받은 사람 말을 알아듣지 못한 것도, 글자를 읽지 못한 것도 한국어를 못 하기 때문이었나.
읽고 듣지 못한다면 당연히 말도 제대로 못 했을 거고. 어쩐지 내가 말하면서도 발음이 좀 이상하더라.
난이도 진짜 미친 거 아닌가. 한국에서 사는데 한국어가 안 되면 어쩌라는 거냐고.
차마 이 나이에 국어를 가나다부터 다시 배울 자신이 없던 난 눈물을 머금고 한국어를 선택했다.
매력 안녕. 잘생김 안녕.
[한국어를 선택하셨습니다!] [고급 한국어가 동기화됩니다.]그러자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 분수대 앞에 있는 경고문이 술술 읽혔다.
그래. 나는 한국인이다!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시스템의 만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메인 퀘스트 도착! [방구석 게임 폐인이던 내가 이세계에선 아이돌?!>]퀘스트 이름 누가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담당자 빨리 바꿔라.
[▶ 퀘스트 설명: 튜토리얼을 완수한 당신은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픽 유어 하트 3’의 첫 촬영을 앞두고 있습니다.픽 유어 하트는 100명의 연습생을 모아놓고 대중의 투표로 7명, 투표와 전문가 평가를 종합해 3명, 총 10명의 연습생을 데뷔시키는 잔혹하고 냉정하고 자극적인 서바이벌 프로그램입니다.
당신은 개인 연습생 신분으로 참여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첫 촬영은 내일 아침입니다. 첫 평가에서 당신의 존재감을 드러내세요. 비록 당신은 레벨2에 올스탯 10의 뉴비지만요.
▶ 확정 보상: 연습생들과 멘토들의 관심, 소정의 경험치, 금전, 나흘 동안 머물 숙소, 약간의 옷과 생필품이 든 캐리어
▶ 실패 시 페널티: 추운 겨울날 갈 곳 없는 불쌍한 당신은 동사라는 비극적인 엔딩을 맞습니다. (실패와 거부는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Y/N]
“?”
눈을 비비고 다시 봤다.
[▶ 실패 시 페널티: 추운 겨울날 갈 곳 없는 불쌍한 당신은 동사라는 비극적인 엔딩을 맞습니다. (실패와 거부는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저는 그만 이성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무슨 아이돌 육성 게임이 이렇게 극단적이야?
깊은 곳에서 끌어올린 한숨을 내쉬자 입김이 드라이아이스 연기처럼 뿜어져 나왔다.
주머니에 찔러넣은 손이 땡땡하고 귀가 똑 떨어져 나갈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가는 게임 빙의 1일 차에 동사한 최초의 머저리로 기록될 것 같아서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수락 버튼을 눌렀다.
화나서 떠는 거 아니고 추워서.
진짜 추워서. 망할.
* * *
겨우 현실을 받아들인 나는 24시간 무인 카페를 찾아 들어가 밤을 보내기로 했다.
튜토리얼 퀘스트 보상으로 받은 돈으로 자판기 같은 커피 머신에서 뜨뜻한 초코라떼를 뽑았다.
초코라떼 하나 손에 들고 불편한 의자에 앉아 있는 내 신세가 참으로 처량하다.
‘게임 운영자든 신이든 뭐든, 집에 보내주세요. 연약한 게임 폐인은 바깥 공기 오래 쐬면 죽어요.’
그런데 이게 엄살이 아닌 게, 처음에 머리를 너무 세게 박은 탓인지, 추운 곳에 너무 오래 있던 탓인지 HP가 20이 순식간에 깎여 30이 되어 있었다.
무슨 이런 미친 밸런스가 다 있어.
설마 이 게임 HP가 0이 되면 죽는 건가? 아이돌 육성 게임에서 그런 처참한 죽음을 플레이어한테 주나?
쫄아버린 나는 레벨 업으로 주어진 스탯 포인트를 체력과 힘과 민첩에 2, 2, 1씩 배분했다.
그 결과 HP가 새끼손톱만큼 늘었다.
여전히 어디 머리라도 박는 순간 그대로 0으로 떨어져서 게임 오버될 것처럼 하찮은 수치였다.
지능, 지혜, 그리고 매력은 불가피하게 당장은 그냥 두기로 했다.
언젠간 예전처럼 잘생겨질 수 있겠지. 그렇겠지.
갑자기 눈물 나게 서러워졌다.
서러움을 빠르게 떨쳐내고 일단 내가 하려고 했던 게임 타이틀과 이름이 같은 프로그램을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았다.
픽 유어 하트. 줄여서 픽하트.
픽하트는 현실에서는 이미 단물이 빠질 대로 빠진 흔한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었다.
시청자 투표로 인기 순위를 매겨 낮은 등수의 연습생은 떨어뜨리고, 끝까지 남은 연습생들을 한 그룹으로 데뷔시키는 잔인한 프로그램.
여기서도 벌써 3번째 시즌이니 슬슬 시청자들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질릴 타이밍인 것은 분명했다.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는 다른 프로그램과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인지, 픽하트3는 자체 프로듀싱 아이돌이라는 목표를 내세워 ‘전문가 평가’라는 것을 도입한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자세한 사항은 나와 있지 않았고 투표를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라지만.
‘적당히 조작하기 딱 좋은 제도네.’
조금 더 검색을 해 보니 픽하트 시즌1과 2의 결과에 의문을 표하며 투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게임 주제에 이런 부분까지 쓸데없이 현실감이 있다.
‘이러면 빼박이지.’
투표 조작만 아니었다면 데뷔했을지도 모르는 내 최애가 떠올라 속이 쓰리다.
어쨌든 2017년인 게임 속 한국에서는 아직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은 듯했다.
남자편인 시즌1은 어폰(UPon)이라는 그룹으로 데뷔해 1년 반 동안 활동하다 해체했고, 여자편인 시즌2는 유어스(yoUs)라는 그룹으로 데뷔해 올해 말 해체를 앞두고 있었다. 둘 다 잘되기는 엄청 잘됐다.
모르긴 몰라도 참가한 연습생들을 열심히 갈아서 만들어낸 성과일 것이다.
그리고 난 거기 흙수저 개인 연습생으로 들어가지.
너무 뜨거워서 뽑아놓고 마시지는 않고 있던 초코라떼를 한 번 쪽 빨았다. 당이라도 들어가면 머리도 좀 돌아가겠지.
[초코는 옳다. 피로도 –5]고작 5? 쩨쩨하다.
[생각해 보니 뱉고 싶을 만큼 달아서 당신은 지금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피로도 +5]“미, 미친. 죄송함다.”
곧바로 빌었지만 시스템은 내 피로도를 돌려주지 않았다. 겨우겨우 풀린 욕설 필터링까지 다시 걸었다.
개자식. 앞으로 너는 개스템이다.
아무튼 달달한 게 들어오니 머리가 좀 돌아가기 시작했다.
가서 즉석으로 ‘아무 노래나 틀어 주세요!’ 하는 것도 아닐 거고 뭔가 하기로 예정된 곡이 있을 텐데.
유일한 소지품인 핸드폰이라도 다시 확인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 파일로 들어가 보니 ‘픽하트평가곡’이라는 이름의 MP3 파일 하나가 있었다.
이거다, 라는 생각에 바로 재생시켰다.
“…….”
처음 들어보는 노래다.
멜로디를 들어보니 댄스보다는 보컬 위주의 곡 같았다. 청량한 여자 가수의 목소리가 좋아서 끝까지 들었는데 시스템창이 팟 떠올랐다.
“헐.”
이게 바로 빙의자 버프? 나도 이제 슈퍼스타 꽃길 걷나? 24시간 무인 카페에서 처량 맞게 쭈그리고 있는 게 아니라?
내가 예상하는 게 맞다면 개스템을 다시 시스템이라 불러줄 용의도 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Y를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