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4화
결론부터 말하자면 개스템은 나한테 똥을 줬다.
[노래: Hello, world – 숙지 시도!] [노래 숙지 실패!] [Tip! 숙지 성공률은 곡의 난이도와 지능 수치의 영향을 받으며 만일 곡의 난이도에 비해 지능ㆍ지혜가 심각하게 낮을 경우 시도 자체가 불가능합니다.]지능이랑 지혜가 이렇게 쓰이는 줄 알았으면 체힘민 몰빵 안 했지.
분명 어딘가에 쓰임이 있을 테니 만들어 뒀을 텐데, 생각 안 하고 스탯 찍은 내가 멍청한 게 맞겠지만.
캐릭터 정보 창을 띄워 체힘민에 몰빵한 스탯을 잠시 아련하게 바라봤다.
다행히 망겜도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 숙지 시도 자체는 한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을 때마다 가능했다.
그러나 확률이 얼마나 낮은지 어둑한 하늘에 아침 해가 창백한 빛을 드리울 때가 되어서야 성공이 떴다.
[노래 숙지 성공!]“미친미친, 드디어!”
그리고 다시 3시간 동안 필터링이 걸렸다.
젠장. 지능 지혜 10은 이래서 안 돼. 이건 내가 멍청한 게 아니라 캐릭터가 멍청한 거다. 아무렴 그렇고말고.
과연 방금 들었던 노래의 전체적인 멜로디와 가사를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었다.
이런 빙의자 버프 아주 좋다.
사실 이만큼이나 반복해서 들어놓고 못 외우는 것도 이상하기는 한데… 넘어가자.
[[Hello, world!> – 첫 노래 등록 업적 달성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더 노력하세요!]업적 시스템도 있구나.
보상으로 약간의 경험치와 돈이 들어와 내 레벨은 3이 되었다.
스탯 배분은 좀 신중해져야 할 것 같아서 나중으로 미뤄두고 노래 목록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노래 목록]– Hello, world!: 23.17%
고작 있는 게 저거 하나라니 초라하기 짝이 없군.
그러나 더 초라한 건 따로 있었다.
[당신은 연약한 몸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피로도 +10 현재 피로도 70] [피로도가 상한선에 근접했습니다. 피로도가 100이 될 시 HP가 대신 감소합니다.]바로 내 HP다.
피로도가 금방 100까지 찰 게 분명한 상황인 데다가 이미 HP가 반 가까이 떨어져 있는 걸 확인한 나는 기겁해서 체력에 스탯을 모두 투자했다.
힐러로 레이드 뛸 때는 딸피 된 우리 딜러가 덜덜 떨면서 살려달라고 빌어도 안 죽는다고 쿨하게 방치했는데 내 일이 되니 반피도 불안하다.
뒤이어 또 다른 알림이 떴다.
[당신은 다른 세계로 들어온 첫날 밤을 씩씩하게 보냈습니다. 의지 +1] [Tip!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추가 스탯이 생성될 수 있습니다. 본 게임은 자유로운 플레이를 지향합니다.]의지? 의지 좋지.
‘내가 꼭 나가서 사장님 멱살 잡는다.’
캘린더 앱에 표시된 일정 설명을 보면 슬슬 첫 녹화 장소로 가야 할 텐데, 내 꼴이 좀 많이 초췌하다.
이런 몰골로 대체로 꽃 같을 연습생들 사이에 있으면 한 포기의 잡초처럼 보이지 않을까?
여러 의미로 눈에 확 띄기는 하겠다.
무인 카페 밖으로 나온 나는 오면서 봐뒀던 공중화장실로 들어가 짜릿짜릿할 만큼 차가운 물로 박박 얼굴을 닦았다.
핸드폰 카메라가 아닌 거울로 내 얼굴을 처음으로 제대로 확인하는데 마음이 참 착잡했다.
아까처럼 내 얼굴이 못생겨졌다는 충격에서 오는 착잡함은 아니었다.
아무리 진짜 같다고 한들 이건 게임이고 이건 내 ‘캐릭터’의 얼굴이니까.
많은 유저가 그렇듯 나 역시 뭐니 뭐니 해도 내 캐릭터가 잘생기고 예쁜 게 제일 중요하다. 내 캐가 여캐든 남캐든 예쁘지 않으면 할 맛이 나질 않는다.
그러므로 커스텀이 세세하게 되는 게임은 종일 커스텀에 매달리고, 한정 아바타가 있는 게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반짝반짝해지도록 현질을 하다가 통장이 이하생략.
언젠간 이 캐릭터도 잘생겨지는 날이 오겠지?
꼭 다시 잘생겨지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버스를 타고 녹화장 근처까지 이동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도 주머니에 들어 있던 낡은 이어폰으로 노래를 계속 들었다.
이게 숙지를 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숙지’는 가사랑 음과 같은 객관적인 정보만 파악하는 것뿐이라 퍼센트로 표시되는 이해도가 낮은 상태에서 노래를 부르면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었다.
이 망겜이 그럼 그렇지.
그래도 다행히 노래를 들으면서 이해도가 조금씩 오르고 있었다.
듣기만 하는 것보다는 직접 흥얼거릴 때 더 빨리 오르는 것 같았다.
[Hello, world!: 55.27%]버스에서 내린 나는 스튜디오까지 별수 없이 걸어서 갔다.
아침 일찍부터 시꺼먼 중형차들이 유난히 많이 몰려 있는 곳으로 갔더니 정답이었다.
나는 카메라가 먼저 온 연습생들을 찍고 있는 곳까지 터덜터덜 걸어갔다.
다들 여행이라도 온 것처럼 큼지막한 짐을 하나씩 들고 있는데 나만 빈손이었다.
그리고 게임답게 캐릭터들 머리 위에는 누군지 알 수 있도록 이름이 떠 있다.
[징샤오] [옥도윤]왼쪽 애는 외국인인가 보다. 중화권 쪽. 아이돌 게임답게 3D 패치를 먹어도 둘 다 잘생겼다.
저것보다 훨씬 잘생긴 내 원래 얼굴을 떠올리면서 씁쓸해하고 있을 때 나를 발견한 스태프가 여기서 기다리라는 듯 손짓했다.
헬로 월드를 내 귀에만 겨우 들릴 정도로 아주 작게 흥얼대며 잠시 기다리자 앞에 있던 연습생들이 안쪽으로 사라지고 스태프가 나를 불렀다.
그리로 걸어갔더니 카메라가 나를 찍기 시작했다.
아이돌 하면 인사성이지. 나는 재깍 폴더 인사를 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세요. 목소리는 씩씩한데 지금 엄청 피곤해 보여요. 어제 잠은 잘 잤어요?”
누나 스윗하시네요. 설렐 뻔.
하지만 사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3D 같은 2D이므로 내 가슴은 뛰지 않았다.
이거 다 모니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잖아.
사람이든 풍경이든 0 또는 1로 이뤄진 데이터인 걸 싹 잊고 게임에 과몰입할 생각 없다.
“네. 저 앞에서부터 걸어와서 쪼오금 피곤해 보이는 거예요.”
스태프가 넘어가 준다는 듯 피식 웃었다.
이런 덜생긴 남자애가 부리는 되지도 않는 애교에 웃어주다니… 이게 바로 플레이어 보정.
“짐은 왜 없어요?”
그 말에 퀘스트 보상 목록에 캐리어가 있던 게 떠올랐다.
“오다가 문제가 좀 생겨서 아는 분이 촬영 끝나기 전까지 가져다주시기로 했어요.”
시스템이 그 정도는 알아서 해주겠지? 그렇겠지?
급조한 이야기에 스태프는 아아, 알겠다는 얼굴을 했다.
“지금 기분이 어때요?”
“엄청 떨립니다.”
망겜에 대한 분노로.
내가 길게 말하지 않는 것을 정말 떨려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는지 스태프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으로 한마디하고 들어가실게요.”
“제가 지금 혼자 왔는데 좀 외롭네요…. 다른 친구들이랑 잘 지내고 싶어요.”
플레이어 캐한테 NPC가 잘해주는 건 진리죠. 가끔 반발하는 애도 있던데 보통은 플레이어한테 죽거나 퇴치당하거나 감화되거나 하는 루트를 탄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까르르 웃은 스태프가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추운데 얼른 들어가요. 지금 짐이 없으니까 저쪽으로 바로 가면 돼요.”
“감사합니다!”
“왜 그렇게 좋아해요?”
“좋아서요!”
아, 드디어 히터 바람 나오는 실내로 들어갈 수 있다!
희희낙락하며 커다란 스튜디오 안으로 한 발짝을 내디딘 순간 시스템창이 떴다.
나는 주머니 안에 갑자기 생긴 학생증을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출입을 확인하는 스태프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개인 연습생 온라온입니다.”
“신분증이나 학생증 보여주시고…. 네, 맞네요. 사진이랑 인상이 좀 다른 것 같은데?”
제가 매력 수치가 10으로 초기화돼서요.
“에이, 증명사진이랑 똑같이 생긴 사람이 세상에 어딨어요!”
“보통 증명사진은 실물보다 좀 못 나오지 않아요? 이건 사진이 훨씬 괜찮아 보이는데?”
팩트가 아프다. 저 덜생긴 거 저도 압니다.
사이버 세계 속 있는 영혼 없는 영혼 끌어모아 하하 웃자 스태프도 농담이었다며 따라 웃었다.
그래봤자 당신을 향한 내 호감도는 이미 마이너스야. 이름도 기억해 뒀다. 최은종 당신.
“온라온… 여기 있네. 확인됐고 핸드폰 주세요. 촬영 끝날 때 돌려드립니다.”
지시대로 핸드폰 전원을 꺼 제출하고 그것도 모자라 금속 탐지기로 몸수색을 받았다.
벌써부터 앞날이 얼마나 빡빡할지 짐작이 갔다.
“이 안쪽 대기실에서 대기하다가 스태프 지시 따라주시면 돼요. 아, 들어가기 전에 외투는 저기 보이는 옷걸이에 걸어두고 가세요. 음, 앞에 시즌 보셨으면 뭐 어떻게 하는지는 대충 아실 테고…. 뭐 궁금한 거 있어요?”
“네. 있습니다.”
내가 진지하게 긍정하자 어딘지 건성이던 스태프의 눈길이 의외라는 듯 나를 향했다.
“중간에 밥 주시나요?”
내 간절한 물음에 그가 푸핫 웃었다.
웃겨? 당신은 내 진심이 웃겨?
게임에 빙의하자마자 얼어 죽을 뻔한 내가, 새벽에 초코라떼 하나 먹고 뱃가죽이 들러붙기 직전인 내가, 그런데도 아침 일찍부터 기약 없이 촬영해야 하는 내가 웃겨?
좀처럼 조절되지 않던 분노를 잠재운 것은 스태프의 따뜻한 말 한마디였다.
“밥은 없고 대신 간식은 중간중간 나갑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제 생명의 은인이에요. 진심. 사실 원흉인 것 같기도 한데 사나이답게 따지지 않기로 했다.
“뭘 이런 거로 그렇게 좋아해?”
“한창 잘 먹을 나이잖아요.”
“어이구.”
아들 생각난다며 잘하라는 스태프의 배웅을 뒤로하고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학생증은 잃어버릴까 봐 외투 주머니에 다시 넣어뒀고.
대기실에는 사오십 명쯤 되는 연습생들이 먼저 와 있었다.
들어간 폴리곤에 차등이 있는 건지 조금 전 앞에서 봤던 애들처럼 잘생긴 녀석들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다.
왜 아이돌 프로그램에 나왔나 싶을 만큼 일반인 비주얼인 연습생들도 많다.
전 소속사에 있던 연습생들을 떠올려 보면 그리 놀랍지는 않은 일이다.
물배라도 채우자 싶어서 정수기에서 종이컵에 온수와 정수를 1:1의 비율로 섞어 한 다섯 번쯤 꿀꺽꿀꺽 마시고 나니 배가 부르다.
“캬아.”
달다. 꿀맛이 따로 없다.
이러니까 술 생각이 절로 나는데 아까 학생증을 대충 본 결과, 여기서 나는 18살이라 적어도 2년은 금주였다.
2년 안에는 여기서 나갈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물로 찬 배를 문지르며 적당히 빈 곳에 가서 앉았다. 히터 바람이 아주 따뜻해서 잠이 솔솔 온다.
피로도가 먼지만 하게 하락했다는 알림을 받으며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스태프가 와서 차례대로 마이크를 달아주기 시작했다.
“10분 뒤부터 입장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