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5화
나는 새삼스러운 눈길로 옷에 달린 마이크를 바라봤다. 이제부터는 입도 조심해야겠다.
다행히 필터링이 풀리기까지는 2시간 정도 남아 있었다.
…이게 다행인가?
이 빙의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10분 뒤 스태프가 연습생들의 이름을 적게는 한두 명씩, 많게는 다섯 명씩 부르기 시작했다.
이름을 불린 연습생들이 긴장 가득한 얼굴로 대기실을 빠져나갔다.
내 순서는 생각보다 많이 뒤쪽이었다.
돈 없고 빽 없는 개인 연습생한테 더 많은 연습생들에게 주목받을 가능성이 큰 뒤 순서를 아무 이유 없이 줄 것 같지 않아서 아주 찜찜하다.
그래도 조금이지만 자니까 좀 상태가 나아졌다.
잠도 어느 정도 보충했겠다, 나는 새로운 고민에 빠져 있었다.
노래는 일단 해결을 본 것 같은데 춤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춤도 노래랑 비슷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안무 영상 같은 걸 보면 숙지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당장 참고할 만한 영상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인 핸드폰을 뺏겨서 문제지.
‘그렇다고 나가서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
그런 자리에서는 뭐라도 하고 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안 하고 들어가는 게 더 쪽팔릴 테니까.
사실 바로 출 수 있을 만큼 기억하고 있는 춤이 그렇게 많지도 않아서 결정은 빨랐다.
그 이후 한 이삼십 분쯤 더 기다렸나, 나를 제외하고는 몇 명밖에 남아 있지 않을 때 마침내 내 순서가 왔다.
“온라온 연습생. 준비하실게요.”
드문드문 앉아 있던 연습생들의 눈길이 자리에서 일어난 내게로 쏠렸다. 약간 웃는 얼굴을 해 보이고 대기실을 나섰다.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이동한 나는 ‘개인 연습생 온라온’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힌 스티커 이름표를 받아 옷에 붙였다.
그러고 바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앞서 들어간 연습생이 자리 선정을 마칠 때까지 한쪽 벽면에 거울이 통으로 붙어 있는 통로에서 또 대기해야 했다.
거울도 달려 있겠다, 막간을 이용해 춤 연습이라도 해 볼까.
위쪽에 달린 카메라를 슬쩍 본 나는 대기실에 앉아 있는 동안 머릿속으로 줄곧 떠올렸던 춤을 춰봤다.
“푸흡!”
카메라 밖에 있던 스태프가 내 춤을 보더니 숨죽여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굴하지 않았다.
춤을 춘다는 것 자체가 너무 오랜만이라 처음에는 좀 엉성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팔꿈치 각이 제대로 살아나기 시작했다.
[안무: 춤추는 까탈레나 – 안무 목록에 등록되었습니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춤을 춘다> – 첫 안무 등록 업적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안무 목록]– 춤추는 까탈레나: 87.95%
이건 이해도가 처음부터 왜 이렇게 높은지 모르겠다. 직접 몸을 움직이면서 연습해 본 건 방금이 처음인데.
[Tip! 이해도는 플레이어의 경험, 적성, 그리고 지혜의 영향을 받습니다.]웬일로 소름 돋게 친절하다.
이참에 정리해 보면, 지능은 숙지 확률을 높여 주는 스탯이고, 지혜는 한 번 숙지한 춤이나 노래의 이해도를 빠르게 올려주는 스탯이다.
물론 각 스탯에 아직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부가 기능이 붙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지능ㆍ지혜가 너무 낮으면 숙지 자체가 불가능하다, 이거지?
[간단한 분석을 했습니다. 지능 +1, 지혜 +1]진짜 소름 돋지만 감사합니다.
근데 매력은 안 올려주시나요.
[옛다. 매력 +1]충성충성.
조금 뒤, 내가 춤을 열심히 연습하는 동안 웃겨 죽으려던 스태프가 들어가라는 신호를 보냈다.
열렬한 반응을 보여준 관객에게 고개를 한 번 숙여 인사하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정도면 안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게 분명하다.
‘예를 들어, 1등 자리 쟁탈전이라든가.’
강렬하고 화려한 붉은색 조명이 넘실거리는 세트장 안으로 들어가니 예상대로 미묘하게 긴장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무대 위로 걸어 올라가자 90명이 넘는 연습생들이 기다렸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산발적으로 “안녕하세요!”하고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나 역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다시 자리에 앉은 연습생들이 나를 보며 자기들끼리 소곤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세트는 피라미드처럼 위로 올라갈수록 높은 등수의 의자가 놓여 있는 구조였다.
레드 벨벳으로 만들어진 왕좌 같은 1등 의자가 가장 높은 곳에 놓여 있었고, 가장 아래층에는 90등부터 100등까지의 의자들이 있었다.
다른 건 다 제쳐둬도, 의자들의 등받이가 죄다 하트 모양이라 다소 부담스러웠다. 특히 1등 의자.
그때, 내가 개인 연습생임을 알리던 전광판이 바뀌었다.
새로 나타난 것은 내 프로필 사진과 이름, 그리고….
[온라온 – 예상 등수: 100등]자기가 예상하는 등수를 나타내는 것 같은데.
지금 저거 100명 중에 100등이라는 말 맞냐? 10 아니고 100?
이건 겸손을 넘어 참여 의지가 의심되는 수준의 답변이다.
같은 생각을 한 건지 다들 이건 뭐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봐도 내가 한 게 아니라 해줄 말이 없다.’
나는 마치 저걸 못 봤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피라미드 세트장을 가로질렀다.
1등부터 91등 자리는 모조리 차 있었기 때문에 나는 92등 의자에 앉기로 했다. 굳이 눈에 띄려고 1등 자리 안 앉아도….
[퀘스트 아이템: 92등 의자▶ 92등 의자다. 불편해 보인다. 1시간마다 피로도 +9]
“…….”
장난하냐. 촬영하는 데 못해도 한나절은 걸릴 텐데, 여기 앉으면 촬영 끝날 때 실려 나가는 거 아니냐고.
혹시 몰라서 다른 의자도 살펴봤는데 90위권 의자들은 다 똑같았다. 슬쩍 본 80위권 의자는 피로도가 8씩 쌓이더라.
이건 뭐, 1등 먹으라고 시스템이 에둘러 권하는 거나 다름없다.
시스템의 협박에 쉽사리 굴한 나는 91등 자리에 앉아 있던 연습생을 뒤로하고 다시 계단 쪽으로 갔다.
중앙 계단에 접어든 내가 멈추지 않고 끝까지 쭉 올라가자 연습생들이 “오오.” 술렁였다.
몇몇은 화면에 아직도 떠 있는 예상 등수 100등을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간다.”
“대박. 1등 간다.”
몇몇 연습생은 제대로 구경할 작정인지 아예 자리에서 일어나 나와 조금 거리를 두고 서 있기도 했다.
1등 자리에 앉아 있던 트루 엔터테인먼트의 오현진이 내가 그쪽으로 가는 게 확실해지자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일어났다.
1등 자리에 앉는다고 1등 하는 게 아닌 건 아는데 이 자식 폴리곤도 예사롭지는 않다. 미끈하게 잘생겼다는 뜻이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설치된 전광판 양쪽에 오현진과 내 얼굴이 커다랗게 클로즈업되어 나왔다.
다른 자리는 무조건 먼저 온 사람이 임자지만 1등 자리는 예외적으로 자리 변동이 가능하다고 아까 하염없이 대기하는 동안 스태프가 설명해 주었다.
서로 의논하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그 방식은 자유.
여기서 잠깐, 모든 스탯이 20을 넘지 못하는 내가 이길 수 있는 게 있기는 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을 것 같은데.
아니야. 그래도 하나는 있겠지. 일해라 허접한 지능.
“남자답게 팔씨름 한판 어떠세요.”
그러나 내가 이길 만한 종목을 떠올려내기 전에 오현진이 선수를 쳤다.
미미한 웃음을 띤 오현진이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내 얼굴 앞으로 훅 뻗은 것이다.
예? 예? 예에에?
1초 뒤, 우리를 구경하던 연습생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뭐야. 왜 저렇게 상처받은 얼굴이야.”
“거의 세상에 버림받은 표정인데.”
“이거 BGM 엄청 슬픈 거 깔리겠다.”
“따라라라아… 따라… 따라…….”
화면을 흘긋 보니 개인적인 생명의 위기 앞에 선 나는 대단히 비극적인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특성 《천생가련天生可憐》을 획득했습니다.] [특성 《천생가련天生可憐》 – 당신은 지나가던 개도 동정할 만큼 불쌍해 보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을 딱하고 안쓰럽고 무해하게 여길 것입니다.] [Tip! 특성은 다양한 상황에서 플레이어의 행동에 따라 생성되며 랜덤하게 효과가 발동합니다.]첫 특성이 이딴 거라니. 이게 뭐라고 한자 병기까지 해 놔?
“어떡해. 나 눈물 나.”
진심인가?
“웃긴데 슬퍼.”
“완전. 먹먹한데 웃겨.”
여러분은 제 슬픔이 즐거우신가요.
그럼 저는 됐습니다.
근본 없는 특성이야 아무래도 좋다.
1등 의자의 정보를 확인한 나는 눈이 제대로 돌아간 상태였다.
[퀘스트 아이템: 1등 의자▶ 1등 의자다. 부담스러움과 편안함은 비례한다. 1시간마다 피로도 –10]
피로도가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 밤새 누적된 피로도를 회복시켜 줄 오늘의 잇템. 저건 내 거다!
눈을 한 번 깜빡여 탐욕이 가득한 눈빛을 맑게 가다듬은 나는 침착하게 소매를 걷어 올려 힘 12에 힘입어 물렁물렁함 그 자체인 팔을 오현진에게 보여줬다.
“뭐 하는 거야?”
“알통 자랑 같은 거 아니야?”
“없는데? 알통의 이응도 없는데?”
그렇다. 체력·힘·민첩 수치가 왜 10이었는지 증명하듯 앙상한 팔에 조금 붙어 있는 살조차 말랑말랑 물렁물렁 흐물흐물 그 자체다.
단단한 근육이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게 마치 갓 뽑은 가래떡 같다.
“하시죠, 팔씨름.”
화면에 보이는 내 표정이 더더욱 불행해졌다.
불쌍해 보이지 않으려고 해도 돈도 없고 집도 없고 체력도 없는 내 처지만 떠올리면 안구가 저절로 촉촉해졌다.
우리를 지켜보던 연습생들이 폭소했다. 이곳에서 진지한 건 오직 나뿐이었다. 젠장.
“아… 어떡해….”
“저분 보고 있으면 왜 이렇게 마음이 아프냐….”
“짠해. 그냥 짠해.”
굳이 가르자면 내 편이 된 분위기 속에서 오현진의 표정이 한순간 떫어졌다.
이런 볼품없는 팔을 보고도 팔씨름을 밀어붙여서 이겼을 때, 과연 저녀석은 당당하게 이 자리에 앉을 수 있을까?
여기서 팔씨름을 강행한다면 인정사정도 없는 매정한 놈으로 예쁘게 편집될 가능성이 농후할 것이다.
나야 기꺼이 시작하기도 전부터 누구나 예견할 수 있는 명예로운 죽음을 받아들이겠지만, 우리 오현진 연습생은 괜찮을까?
왜 내 죽음은 명예롭고 쟤 승리는 안 괜찮냐고? 모른다. 내뱉으면 다 말이지. 내뱉었으니까 말이지.
사실 안 내뱉고 생각으로만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말이다.
“저는 준비됐습니다.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죠.”
더더욱 은은해진 눈으로 손을 내밀었는데 오현진이 못 볼 걸 본 사람처럼 흠칫 뒤로 물러났다.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진짜 생존물 찍고 있는 내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하고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울고 웃는 연습생이 속출하는 가운데.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오현진이 전의를 상실했습니다. 승부를 포기합니다.]“앉으세요.”
“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예의상 놀란 척 어색하게 웃으면서 한 번 사양해 줬다.
“아니에요. 앉으세요.”
[호감도 및 인식 시스템 개방! (개방 조건: 한 번에 5 이상의 호감도 변화)] [오현진이 당신과 상종하기 싫어합니다. 호감도 -5 현재 호감도 –36]죄다 공략하고 다니는 미연시도 아니고 호감도 같은 걸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겠다만, 나름 ‘호감’도인데 쟤는 왜 저 모양이냐.
5 깎았으면 -36이 아니라 -5여야 하는 거 아니야? 하여간 망겜은 이래서 안 된다.
“그럼, 감사히 앉겠습니다.”
그런 속내를 감추고 연습생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으며 1등 의자에 앉았다.
디롱디롱하며 불특정다수의 호감도가 오르고 내린다는 알림이 왔다.
끝날 기미가 안 보여서 시끄럽다는 생각을 하자마자 알림은 싹 사라졌다. 편하구만.
[[이렇게 수치스러운 1등 또 없습니다> – 업적 달성! 명성 +5]왜 네가 수치스러워하는데.
참 내 어이가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