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0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06화
우리 표정을 살핀 주열음 이사가 말했다.
“대표님이 실력도 되는데 무조건 라이브 시키라 하셔서. 어쨌든 서바이벌 출신도 넷이니까 가능만 하다면 라이브를 하는 게 좋지. 아니, 하는 게 무조건 이득이야.”
“네. 해보겠습니다.”
강지우가 가장 먼저 답했다.
과연 회사와 멤버가 인정한 리더감이었다.
“그래. 연습 열심히 하고.”
애초에 다른 대답을 염두에 두지 않았던 주열음 이사는 그대로 연습실을 나갔다.
사실 데뷔 무대에서 완전히 라이브를 하는 건 어느 정도 각오가 되어 있던 일이다.
요즈음 주열음 이사만큼이나 야위어 보이는 반가을 대표는 우리를 볼 때마다 “가수면 라이브를 해야지?” 같은 말로 인사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반요한이 말하길 ‘이상한 부분에서 옛날 사람 같다’는 반가을 대표는 라이브에 진심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숨 고를 틈조차 주지 않는 춤을 추면서 라이브를 소화하는 게 노래 실력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춤이랑 라이브를 동시에 못 하는 곡이라는 것도 분명하게 존재하고.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뛰면서 부르는 노래랑 가만히 서서 부르는 노래를 비교해 봤을 때 후자가 더 듣기 좋은 게 당연하다.
그러니까 노래 실력이랑 라이브 실력은 별개로 치는 게 맞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힘든 안무를 소화하면서도 라이브를 안정적으로 해내는 이들이 분명 있기에, 아이돌의 라이브 실력에 대한 말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아이돌은 그냥 가수도 아니고 일종의 댄스 가수니까 가만히 서서 부르는 노래 말고도 춤추면서 부르는 노래도 실력에 대해 논할 때 고려돼야 하는 게 타당했다.
“알지만 하기 싫다….”
“하기 싫지만 해야 하니까 하자….”
정새봄이 소속한 댄스 크루가 만든 데뷔곡 해방의 안무가 며칠 전에 나와 연습에 들어갔기 때문에 다들 엄살이 평소보다 심했다.
안무가 빈말로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연습을 시작하고 나서까지 불평하거나 못 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하면 된다아악!”
“안 되면 되게 하자!!”
힘들든 뭐든, 립싱크를 하는 가수보다 라이브를 제대로 소화하는 가수 쪽이 훨씬 멋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데뷔 무대에서 라이브를 한다? 그것도 잘?
그냥 끝나는 거지.
* * *
[(공식)보이 그룹 오르카, 11월 데뷔 확정…데뷔 리얼리티도 촬영 중] [‘온라온 그룹’ 오르카, 11월 데뷔 확정…그룹명 뜻은?] [ORCA(오르카), 데뷔 쇼케이스 개최 예고…티켓 예매는 언제?] [픽하트3 데뷔 그룹 브레이커 조작 논란 ‘데뷔 불투명’ vs 탈락 연습생 온라온·반요한·서문결 오르카 11월 데뷔 ‘극과극’]– 헐 대박 우리애들 리얼리티한다!!!!!!!
– 뭐야 소속사 왜 일 잘해 당황스럽게;;
– 리얼리티? 안봐도 벌써 재밌음 ((얼굴이))
– 이제 분량 걱정 없이 우리 애들 얼굴 볼수 있나요?? 결이 말하는 목소리 들을 수 있나요?????
– 통편 안녕해 안녕~~!
– 11월 데뷔면 딱 수능 땐데 제발 수험생 배려해서 수능 끝난 다음에 데뷔해주세요 돈 모아둘테니까 제발..제발…
– 와 얘네가 올해 나오는구나
– 브렠은 올해 안에 데뷔 ㄱㄴ..?
┗ 난 무조건 3분기 안에 한다 쪽이었는데 요즘 분위기보면 모를..
┗ 주작멤 거를 때까지는 데뷔든 뭐든 하면 안 되지
– 몇몇 기획사는 픽3 데뷔연생 포함한 신인 플랜 새로 짜고 있다던데?
┗ 뇌피셜작작해
픽하트3에 대한 수사가 활발하게 진행되는 와중에 데뷔 그룹 브레이커는 9월이 다 되도록 소속사 간 협의가 진행 중이라는 것 말고는 소식이 없었다.
* * *
여름이 벌써 다 갔다.
9월이 오는 동시에 여름 방학도 끝나 2학기가 시작되었지만, 대학생 세 명은 일찍이 휴학을 신청해 두었고, 견성하도 학교에 갔다가 곧장 회사로 돌아와 연습에 매진하고 있었다.
하루가 어떻게 돌아가고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오늘처럼 간혹 회사 밖으로 나와 리얼리티를 촬영할 때가 그나마 숨을 돌릴 수 있는 타이밍이었다.
“촬영 시작하겠습니다!”
우리는 같은 반 학생들끼리 놀이공원에 왔다는 오늘의 촬영 컨셉에 맞추어 똑같은 교복을 맞춰 입고 있었다.
“여러분, 저희 리얼리티 이름이 뭐죠?”
사전 미팅 때 놀이공원에 가고 싶다고 얘기했던 게 나였기에 오늘 하루 대략적인 진행을 맡은 것도 나였다.
“친해져요, 오르카요!”
“맞습니다. 오늘은 저희 멤버들끼리 더 친해지기 위해 제가 색다른 게임을 준비해 봤는데요.”
“와, 뭔가요?”
“바로… 단짝 게임입니다.”
“단짝 게임이요?”
다들 처음 들어보는 게임이라는 눈치였다.
나 역시 제작진에게 설명을 들을 때 처음 들어봤다.
“단짝으로 지정된 멤버를 오늘 하루 동안 특히 잘 챙겨주는 게임입니다.”
막상 설명을 들어보니 별거 아니었지.
게임을 도입한 데 거창한 이유가 있기보다는, 그냥 멤버 사이의 케미를 살려보자는 의도 같았다.
제작진이 단짝을 정하는 방법으로 고른 것은 사다리 타기였다.
“사다리를 타서 단짝을 정하는데 그 결과에 따라 서로서로 단짝이 될 수도 있고, 저만 일방적으로 친구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제가 저의 단짝이 될 수도 있다… 이건가요?”
“네. 잘 이해하셨어요! 단짝이 정해져도 그냥 적당히 평소보다 조금 더 챙겨주는 느낌으로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단짝은 사다리로 정했는데 내 생각에는 여기서부터 확실히 이상해지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성하야, 여기 선 하나만 더 긋자. 나 느낌이 안 좋다.”
“이제 그만! 내려가다가 길 잃어버리겠어요!”
“이거 딱 하나만 더.”
첫 번째로 그린 사다리를 타봤더니 두 명씩이나 자기 자신과 친구를 하는 슬픈 결과가 나왔다.
방송상으로도 그림이 재미없을 것 같았기에 제작진의 동의를 얻어 두 번째 사다리를 새로 그린 결과.
강지우 → 강지우
반요한 → 서문결
서문결 → 견성하
견성하 → 온라온
온라온 → 반요한
나는 결과를 종이에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해 보았다.
서문결 → 견성하 → 온라온 → 반요한 → 서문결
강지우 → 강지우 (나는 나와 친구 한다)
“이게 중간에 안 끊기고 이어지네요. 신기하다.”
“강지우 나는 나와 친해진대 흐하하하학!”
“나도 너희 챙겨줄 줄 아는데! 왜 나만 두 번씩이나!”
“스스로를 사랑하는 건 좋은 일이야.”
“결아, 나도 그걸 알긴 아는데…. 아는데! 피디님, 이거 한 번만 다시 그리면 안 됩니까?!”
“두 번은 안 됩니다.”
“진짜 왜 나만!”
“쟤는 예전부터 운이 참 없었어.”
강지우의 비극에 자지러질 듯 웃다가 겨우 진정한 반요한이 고개를 살래살래 저었다.
“그런데 이런 관계가 정말로 친목 도모에 도움이 될까요?”
“무슨 말이야?”
“손뼉도 맞대야 소리가 난다는데 지금 다 엇갈렸잖아요. 서로 단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잖아요. 이거 너무 위험하고 가슴 아픈 관계 아니에요?”
내 말에 견성하가 펄쩍 뛰었다.
“아니, 그렇게까지 진지해지지 마세요!”
하지만 우리에게는 즐길 거리는 골수까지 빼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반요한이라는 인간이 있었다.
녀석은 평일인 것치고도 한산한 놀이공원에 와 모처럼 신나게 놀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 설정을 제대로 치밀하게 짜보는 게 어때요?”
이 흥에 살고 흥에 죽는 흥생흥사 같은 놈….
아예 현장에 있던 작가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완성된 최종 설정은 다음과 같았다.
* * *
모 고등학교 학생인 멤버들은 어느 날 서울에 위치한 실내 놀이공원 라테월드(LATTEWORLD)에 다 같이 오게 되었다.
그런데 사실 이들은 묘한 관계였다.
먼저 서문결은 운동 잘하기로 유명한 견성하가 신는 운동화 브랜드를, 견성하는 피부 미남으로 유명한 온라온이 사용하는 스킨 케어 화장품을, 온라온은 공부 잘하기로 유명한 반요한이 다니는 학원을, 수능을 앞둔 반요한은 만사를 초월한 것 같은 서문결의 멘탈 관리 방법을 알아내고 싶어 했던 것이다.
그들은 상대의 비밀을 너무너무 알고 싶었던 나머지, 상대에게 잘해줌으로써 마음을 얻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쟁취하겠다는 기가 막힌 생각을 해냈다.
네 사람의 라테월드행은 그런 비밀스러운 목적을 기저에 두고 성사되었다.
그렇게 네 명은 라테월드를 돌아다니며 목표물의 호감을 사서, 상대가 원래 목표를 포기하고 자신에게 협조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거기에 최근 좋아하던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차여서 남들도 그냥 다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된 강지우가 새까만 속내를 감추고 일행에 합류했다.
강지우는 다른 네 명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도록 방해할 생각이 가득했다.
촬영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한다면, 강지우 혼자 승리해서 멤버에게 사용할 수 있는 소원권을 획득하고 나머지는 벌칙을 수행한다.
만약 강지우를 제외한 멤버 중 한 명이라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한다면, 마음을 얻은 사람들만 소원권을 획득하고 준 사람과 강지우는 벌칙을 수행한다.
또한 마음을 주는 것과 받는 것을 동시에 할 수는 없다.
만약 A가 B에게 마음을 주었다면, A는 C의 마음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마음을 얻었는지, 못 얻었는지를 가르는 방법은 제작진이 따로 준비해 두었고 촬영 막바지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 * *
설정이 꽤 바뀌었는데도 작가를 비롯한 제작진들은 원래 생각했던 것보다 재미있겠다며 좋아했다.
“내 사랑이 안 이뤄진다면 차라리 다 망하게 해버리겠어….”
그런 와중에 이분은 이미 해괴한 설정에 과몰입을 한 사발 하셨다.
강지우는 사다리에 두 번씩이나 물을 먹은 원한이 깊었던지, 모두 망하게 하겠다는 목표에 다소 진심처럼 보였다.
“이거 리얼리티 이름 ‘친해져요, 오르카’ 아니에요? 저기 대놓고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사람이 한 명 끼어 있는데?”
견성하가 떨떠름히 물었다.
이미 친목 도모와도 한참 멀어졌고, 데뷔 전 멤버들 사이의 간질간질한 친밀함을 유도했을 단짝이라는 컨셉과도 멀어졌고, 남은 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의 하트… 아니, 마음을 탈취한다는 목적뿐이었다.
‘슈×슈×룬이냐?’
“결이 형, 이거 개인전이니까 요한이 형이 꼬셔도 바로 넘어가면 안 돼요.”
견성하가 평소 달라는 대로 다 주던 서문결이 걱정됐는지 단단히 당부했다.
“너야말로 결이 형이 잘해준다고 바로 넘어가지 말고 나한테나 잘해라.”
“…….”
이 자식… 자신 없나 본데.
아니. 나한테 잘하지 않으면 벌칙을 받는 건 저 녀석인데, 왜 벌써 내 쪽에서 관심을 요구하고 있지?
“라온아, 걱정 마. 나는 쉽게 안 넘어갈 거야.”
반요한이 생글거렸다.
“형 말고요.”
힘겨운 하루가 될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