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0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05화
어쨌든 맛있는 걸 안 해준다는 말에 다들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다른 후보를 찾기 시작했다.
“형 완전 과즙상 아니에요? 여기 사과, 체리, 딸기, 복숭아, 오렌지. 많네요.”
견성하가 과연 진심이 얼마나 섞였을까 궁금해지는 말을 서둘러 꺼냈다.
“지우 형 이미지는 약간… 초식동물이지. 토끼나 다람쥐처럼. 근데 문제는 초식동물처럼 생겨서 육식도 한다는 거야.”
“라온아, 우리는 보통 그걸 잡식 동물이라고 한단다.”
“그렇네.”
“저번에 어떤 팬분이 지우 형 보고 레서 판다 닮았다고 한 거 봤어.”
서문결의 말을 들은 우리는 내친김에 위튜브에서 ‘치명적 레서 판다의 어머어마한 흉포함’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찾아봤다.
“와… 너무 흉포하다.”
“그러니까. 어떻게 이렇게 앙증맞은 두 손을 들고 위협할 수 있지?”
“치명적이야….”
이 세계에서도 레서 판다는 귀여웠다.
“이 귀여운 생명체에 쟤… 지우를?”
영상을 다 본 반요한이 떨떠름히 물었다.
징글징글한 친구의 귀여움을 좀처럼 인정하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솔직히 난 닮았다고 보는데, 문제는 여기 이모티콘에 레서 판다가 없어.”
“그럼 대신 비슷한 너구리로….”
너구리를 찾은 서문결이 도중에 말을 멈췄다.
대신 내가 말을 받았다.
“어우, 여기 너구리가 되게, 너굴너굴하게 생겼다.”
구리게 생겼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 이거 하나만 정해야 해요? 딱 하나만?”
제작진이 “여러 개 하셔도 돼요”라고 관대히 허락했다.
정말 우리가 하고 싶어 하는 건 되도록 하게 해주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른 것은 다음과 같았다.
[mark01mark02mark03mark04mark05]순서대로 너구리, 체리, 밥, 나무, 다람쥐.
“이 중에서 대표 이모티콘은 너구리입니다! 사실은 레서 판단데, 없으니까 꿩 대신 닭 같은 느낌으로 했습니다.”
강지우는 너구리도 무척이나 귀엽고 밥도 사실은 싫어하지 않았다며 좋아했다.
다음 차례는 반요한이었다.
“여우!”
나는 반요한이 아까 강지우가 있던 자리에 가서 앉자마자 외쳤다.
이제 반요한이 픽하트 촬영 시절 내 탈락을 염원한 이유를 어느 정도 알게 되기는 하였으나.
그렇다고 해서 저 자식이 여우 같다는 사실이 달라진 건 아니다.
“요한이가 여우상은 아니지 않아?”
“요한이 형은 사슴 아니야?”
서문결의 말이 맞다.
여우상이라고 하면 보통 눈매가 가느스름하거나 인상이 날렵한 사람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눈이 보기 좋을 만큼 크면서 부드럽고 상냥한 인상의 반요한은 일찍부터 아기 사슴 밤비상이라고 팬들 사이에서 말이 나왔다. 으….
그건 그렇다 치고.
“사람이 외면이 다가 아니잖아. 이런 걸 정할 때는 내면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고.”
눈치 빠르지, 자기 손해 볼 일 절대 안 하지, 그러면서도 사회생활은 두루두루 사교적으로 잘하지.
알고 지낸 지 반년도 안 된 나도 눈치챌 정도인데, 강지우라고 모를까.
강지우가 큰 깨달음을 얻은 표정을 지었다.
과연 십년지기라 누구보다 빨리 내 말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물론 반요한의 인성에 대한 논란이 나는 것을 진지하게 바라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적당히 말을 덧붙였다.
“여우 같다는 게 어떤 거냐면. 저 형이 막 저한테 원하는 거 있으면 와서 은근하게 잘해주다가 그거 해주면 홀랑 가버리고, 그러거든요.”
“내가 뭘? 나는 항상 잘해줬거든?”
반요한이 티 나게 억울해했다.
“여우 같네….”
저 행동 하나로 견성하가 넘어왔다.
그동안 서문결은 핸드폰으로 어떤 동영상을 보고 있었다.
“형, 뭐 봐?”
“요한이 형 닮은 것 같아서.”
서문결이 보고 있는 것은 여우 새끼…가 아니라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막여우’라는 제목의 동영상이었다.
뒤이어 ‘세젤귀 애교쟁이 여우’라는 제목의 동영상도 자동재생됐다.
깽깽거리는 여우가 귀여워서 아무도 영상을 끊을 생각을 안 했다.
“저는 여우가 되게 야비하게 생긴 줄 알았는데 너무 귀엽네요….”
“여우 눈 완전 똘망똘망한데?”
“요한이 형이랑 닮았지.”
이렇게 귀여운 걸 보고 반요한을 떠올린다고?
“뭐. 왜. 뭐.”
……어쨌든 동영상을 본 서문결까지 영상 속 여우가 반요한과 닮았다며 찬성했기 때문에 반요한의 대표 이모티콘은 여우가 되었다.
7년 동안 반요한의 여우 같은 본색은 서서히 밝혀질 것이고, 그러면 다들 내 안목에 감탄하겠지?
우리는 여우 이모티콘 말고도 강지우처럼 총 5개를 골라줬다.
안 그러면 왜 자기는 강지우보다 덜 골라주냐고 삐질 게 분명하니까.
[mark06mark07mark08mark09mark10]순서대로 여우, 초콜릿, 사슴, 백 점, 아이스크림이었는데 본인은 만족하는 눈치였다.
“이제 결이 차례.”
서문결이 기다렸다는 듯 한쪽으로 빠졌다.
“곰.”
“나무늘보.”
“평화의 상징 비둘기 아니면 유니콘.”
강지우, 반요한, 그리고 내가 둔하고 평화로운 동물들을 주르륵 나열한 가운데 견성하가 발끈했다.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결이 형은 당연히 멋있는 늑대죠.”
“아니, 아까 막내가 했던 내면을 고려하자는 말이 너무 인상적으로 남아서….”
얌전히 우리가 정해주길 기다리는 서문결을 흘긋 본 견성하가 할 말을 잃었다가, 그래도 늑대가 제일 어울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납지 않고 매너 있는 늑대라고 해요.”
약간의 이미지 타협을 보기는 했지만.
결국 서문결의 대표 이모티콘은 늑대가 되었다.
나머지는 서문결의 특성에 따라 꽉꽉 채워졌다.
늑대, 모아이 석상, 북극곰, 팔레트, 평화의 상징 비둘기.
“형, 마음에 들어?”
“응. 너네랑 형들이 해준 건 다 좋아.”
서문결이 아무 생각 없이 던진 게 분명한 말에 나를 포함한 멤버들이 다 가슴께를 붙잡고 쓰러졌다.
제작진 몇 명도 순간 움찔한 거 다 봤다.
“너… 어디 가서 그런 말 함부로 하고 다니지 마라.”
“맞아. 할 거면 팬분들한테만 해.”
내 말에 서문결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견성하 차례였다.
“이상한 것만 하지 마요.”
견성하는 영 불안한 눈치였다.
“나만 믿어.”
“네가 제일 불안하다고….”
이 불신 뭐지?
“우리 성하는 대형견 이미지? 안 웃을 땐 허스키, 웃을 땐 말라뮤트 같은…. 일단 성부터 견 씨잖아.”
강지우의 이야기를 듣던 견성하가 자기 성씨는 개 견 자가 아니라며 투덜거렸다.
“근데 성격은 또 고양이 쪽 아닌가?”
“성하 운동도 진짜 잘해.”
“울보니까 이거 물방울 넣자.”
“야, 온라온!”
“농담이야, 농담. 사자 어때요?”
멋있어 보이는 동물이 등장하자 견성하가 약간 잠잠해졌다.
“오즈의 마법사에 나오는….”
설마 여기 오즈의 마법사 세대가 없나, 하는 생각에 말을 순간적으로 멈췄다.
뒤늦게 떠오른 가정에 내가 굳어 있는 사이, 강지우가 말했다.
“아, 거기 나오는 겁쟁이 사자 말하는 거지?”
“어울린다, 어울린다.”
“…온라온! 너 진짜!”
있구나. 다행이다.
남몰래 안도하며 한숨 돌린 나는 일부러 얄밉게 지껄였다.
“왜 화내? 내가 너한테 용기를 줄게!”
열 받은 견성하가 내 쪽으로 오려고 했으나, 다행히 이모티콘을 다 정할 때까지는 간섭할 수 없다면서 제작진이 녀석을 제지했다.
“온라온…… 다음 차례가 너라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견성하가 음산한 목소리로 경고했다.
녀석에게는 안타깝게도 하나도 무섭지 않았다.
“결이 형, 믿을게.”
내게는 견성하에게만큼은 백전백승인 서문결이 있었기 때문이다.
“치사하게…!”
어쨌든 견성하의 이모티콘은 다음과 같이 정해졌다.
[mark16mark17mark18mark19mark20]개, 축구공, 사자, 게임기, 그리고 고양이.
그리고 견 씨라는 점을 살려 개가 대표 이모티콘이 되었다.
나는 사자를 밀었는데, 한편을 먹은 강지우와 반요한의 말발을 이기지 못했다.
개와 고양이가 함께 있다는 점에서 뭔가 잘못된 것 같기도 했지만, 제작진이 말리지 않았으니 괜찮을 것이다.
“마지막은 우리 막내.”
“결이 형, 난 형만 믿고 간다.”
“서운하다. 왜 결이만 믿냐?”
“아, 지우 형도 믿지.”
물론 나머지 둘은 안 믿었다.
쟤들은 강지우처럼 자기는 왜 안 믿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우리 막내는 강아지상 아니냐?”
“토끼 같기도 해.”
강지우와 서문결이 정상적인 동물들로 포문을 열었다.
그러나 SNS에 적용되는 강아지와 토끼 이모티콘을 본 녀석들은 태세를 빠르게 전환했다.
“이모티콘이 좀… 바보같이 생겼네.”
“안 된다. 우리 간판 비주얼한테 이런 못생긴 이모티콘을 갖다 댈 수는 없다.”
“다시 정하자.”
“결이 형 말대로 다시 정해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나는 조금 어이가 없어졌다.
“아니…. 내가 진짜 저 개나 토끼처럼 생겼다는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그냥 상징인데. 이런 거 정할 때 대체 누가 그런 걸 신경 쓰냐?”
“응. 우리는 그래도 되는데 너는 안 돼.”
단호하게 반박한 반요한이 이모티콘 목록을 꼼꼼히 들여다봤다.
“이거 어때?”
“아니야…. 고작 그런 것에 빗댈 잘생김이 아니야…….”
계속 보다 보니 다들 웃기려고 저러는 게 아니라 진심처럼 보여서 더 웃겼다.
최종적으로 정해진 걸 보고 이유까지 들으니 정말이지 웃음밖에 안 나왔다.
“푸하하하하!”
“웃지 마. 우리는 진지했어.”
“맞아. 진지했어.”
“아는데. 흐하… 너무 웃겨. 이거 나중에 보는 팬분들도 엄청 웃으실걸.”
“팬분들도 네 명예에 흠집을 내지 않기 위한 우리의 가상한 노력을 인정해 주시겠지.”
그렇게 멤버별 이모티콘 정하기가 마무리되고.
이미지 게임까지 한 다음 마지막으로 각자 프로필을 적으며 우리는 첫 리얼리티 촬영을 마쳤다.
오늘 촬영한 게 1회 분량이라는데, 과연 강지우의 말대로 그룹의 미래에 관한 걸 이야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리얼리티를 통해 우리가 어떤 그룹이고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나 싶다.
* * *
이후로도 틈틈이 리얼리티 촬영을 하고 데뷔 준비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얼마 전은 견성하의 생일이었는데, 자정이 되자마자 멤버들이 숙소에서 간단히 생일 파티를 해줬더니 견성하가 또 울었다.
그 모습은 리얼리티 제작진이 주고 간 셀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그건 그렇고.
견성하가 이렇게 자주 우는 줄 알았다면 저번에 보컬 연습실에서 울 때 너무 걱정하지 말 걸 그랬다.
그때 나는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는데, 얘는 우는 게 그냥 일상이잖아?
또 한 달 전부터 반가을에게 일곱 번은 까였을 서문결의 자작곡도 드디어 통과되어 데뷔 앨범에 수록곡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됐다.
9월 초.
“너희 데뷔 쇼케이스 한다.”
주열음 이사가 초췌한 낯으로 전했다.
이 작은 회사에서 리얼리티에 쇼케이스라니.
현실감 없는 소리에 설렘보다는 걱정이 먼저 찾아왔다.
‘이러다 회사 거덜 나는 거 아니야?’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게 아닌지 다들 표정이 비슷비슷했다.
그걸 본 주열음 이사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될 것 같으니까 추진한 거고, 만약에 잘 안 되더라도 너희가 걱정할 일은 아니야. 물론 걱정되겠지만.”
들고 있던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주열음 이사는 자기가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데 절대 망하게는 안 둔다면서 우리는 안중에도 없는 사람처럼 음산하게 중얼거렸다.
조금 무서웠다.
“그 대신이랄 건 아닌데.”
제정신을 찾은 주열음 이사가 물었다.
“데뷔 무대 라이브로 할 수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