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0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04화
얼마 뒤, 오르카의 공식 SNS 계정과 시드 공식 홈페이지에 오르카의 프로필 사진이 보란 듯이 업로드되었다.
이제 포털 사이트에 오르카나 오르카 멤버들의 이름을 검색하면 인물 정보가 나왔다.
브레이커와 더불어 최근 가장 주목받는 신인 남자 아이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오르카에 대한 반응은 데뷔도 안 한 신인치고 상당히 뜨거웠다.
[방금 나온 시드 신인 남돌 오르카(ORCA) 멤버 프로필 사진]– 와 기깔나게 뽑았네
– 빳빳한 셔츠에 조끼 같은 거 안 입히고 깔끔하게 넥타이만 한거 개!조!아! 울 애들 사진이랑 영상에서 막 비누향 난다구ㅜㅜ
– 진짜 딱 애들 생긴거만 집중해서 보라고 만든 프로필 같다
┗ 2222 정면승부하는 느낌ㅋㅋㅋ
┗ 333 근데 얘네는 과한것도 보고싶어
– 전체적으로 주열음 감성이기는 한데 씨와이 있을 때처럼 컨셉러 느낌은 생각보다 안 난다
┗ ㅁㅈ 애들이나 그룹색에 최대한 맞춘 것 같아 예전 스타일 집착 안해서 오히려 좋고 앞으로 기대됨
┗ 솔직히 그때그감성 노림수 쫌 부담스러웠어
– 와 시드는 씨앗이 아니라 보석을 모았나 비주얼이 대형에서 작정하고 모아도 이렇게는 못 모을 것 같음;
– 픽핱 출신 몇 있기는 해도 신인인데 비주얼은 벌써 카메라 마사지 몇 년 받은 느낌이다 잘생겼어
– 근데 얘네가 신인이야?
┗ 데뷔한적도 없는데 당연히 신인이지
– 비주얼은 AJ 신인보다 여기가 훨 괜찮네 곡 잘나오고 전체적으로 본업만 어느정도 되면 뜰듯 얼른 데뷔했으면 좋겠다
– 프로필 촬영 비하인드 위튭에 올라옴!
┗ 성하 카메라를 제대로 못 봐ㅋㅋㅋㅋㅋ이런 데서 신인티 나는거랑 성격도 순둥한 것 같아서 귀엽
– (포털 사이트 프로필 캡처 사진) 아니 서문결은 어떻게 생일도 2월 29일???
┗ 이름도 그렇고 왜이렇게 조합이 서럽냐..
– 97 97 98 99 00이니까 평균나이 19.8세 딱 적당 올해 성인 기준으로 형라인 9798 동생라인 9900 일케 나누면 될듯
– 악 온라온 막내ㅠㅠㅠㅠ
– 라온이는 결이랑 같이 고등학교 졸업했고 성하는 아직이라는데 몰라 족보 꼬이니까 온랑 무조건 막내시켜벌여~~
– 포지션은 아직 안뜬거지? 리더 누군지도?? 데뷔일정도???
┗ ㅇㅇ 그냥 그룹 이름 정도만 알려주고 얼굴만 봐라! -> 이상태
– 급하게 하려다가 기획 망해서 그룹 말아먹는것보단 나음
┗ ㅁㅈㅁㅈ 픽핱 파생그룹 허겁지겁 내보내다가 망하는거 한두번 보는 것도 아니고,, 차근차근 준비 잘해서 나와줬으면
* * *
8월 중순.
우리는 드디어 리얼리티 촬영을 시작했다.
프로필 사진 촬영 때 VJ가 한 명 오기는 했지만, 그때는 그냥 촬영하는 모습 자체만 따기 위해 왔을 뿐이고 본격적으로 우리가 뭔가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첫 리얼리티 촬영을 시작하며 우리는 제작진에게 인사부터 했다.
선창은 강지우가 했다.
회사에서 정한 것도, 우리끼리 정한 것도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편안하면서도 통일감 있는 차림을 한 멤버들은 스태프의 안내를 받아 ‘ㄷ’자 모양 책상 앞에 앉았다.
내 옆에는 반요한이, 맞은편에는 강지우, 서문결, 견성하가 앉았고 상석이라고 할 수 있는 가운데 자리는 비어 있었다.
“저희가 저번에 멤버들끼리 하고 싶은 거 없냐고 미리 물어봤었잖아요.”
제작진의 말에 우리는 열심히 그렇다고 리액션을 했다.
내 경우에는 픽하트 때보다는 자연스럽게 리액션이 나왔다.
“아무래도 저희끼리 회의를 해봤는데, 여러분이 하고 싶은 건….”
“하고 싶은 건…?”
괜히 뜸을 들이던 제작진이 이내 위풍당당하게 발표했다.
“다 시켜주기로 했습니다. 여러분 하고 싶었던 거 다 하세요!”
“우와!”
“진짜요?!”
“해외여행 가고 싶다고 할걸….”
모두가 행복한 와중에 견성하가 진심을 담아 중얼거렸다.
“그러면 너만 하고 싶은 걸 못 하는 사람이 됐겠지….”
제작비의 한계를 잊지 않은 반요한의 냉정한 말에 다 같이 맞는 말이라며 웃었다.
“그 대신!”
어쩐지 순순히 좋은 일을 시켜준다 했더니, 역시나 조건이 붙었다.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을 하되, 제작진이 내는 미션을 수행해야 합니다. 만약 미션 실패 시 무시무시한 벌칙이 있으니 긴장해 주세요!”
물론 여기서 정말로 긴장하는 사람은 견성하뿐이었다.
“네!”
잠시 후 제작진이 앞에 있던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
“지우 형이다.”
“지우네.”
강지우의 정면 모습이 썸네일로 나온 동영상이 재생됐다.
[……저는 저희 멤버들이랑 그룹의 미래에 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아, 지우 형 첫날부터 뭐야.”
“벌써 재미없다.”
“그룹의 미래래. 현재에 충실하지는 못할망정 지금….”
“왜! 좋잖아!”
서문결을 제외한 멤버들의 차가운 반응은 강지우가 제작진에게 돌돌 만 종이 다섯 개가 담긴 원통 하나를 받아 오면서 잠시 사그라들었다.
“이게 뭐죠?”
“이게 뭔가요?”
“여기에 오늘의 미션이 담겨 있는데요, 거부권은 없고요. 다들 하나씩 뽑아주세요.”
아까 촬영 시작하기 전에 제작진에게 불려가 뭔가 설명을 듣던 강지우가 진행을 맡았다.
내가 뽑은 종이에는 ‘첫 번째 미션: 그룹 리더 정하기’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리더라는 포지션은 우리 마음대로 정해도 되는 게 아니니만큼, 이 콘텐츠는 회사와 제작진 사이에 미리 얘기가 된 사항일 것이다.
“다섯 가지 미션이 준비되어 있고, 첫 번째 미션부터 차례로 진행할 건데요.”
“첫 번째 미션 뽑은 사람?”
“접니다.”
내 미션지를 정면을 향해 펼쳐 보여주자 다들 “오….” 하면서 수긍했다.
“조장을 정할 때가 되기는 했죠.”
“요한 씨, 조장이 아니라 리더입니다. 조장이라고 하니까 갑자기 되게 힘들어 보이네요.”
무려 7년짜리 조별 과제였다.
그런데….
“왜 갑자기 다들 존댓말을 쓰시죠?”
“네가 먼저 시작했잖아요.”
“그렇구나.”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에 다들 “그렇구나아.” 하면서 깐죽댔다.
나는 한쪽에 비치된 뿅망치로 바로 옆에 있던 반요한은 물론이고, 멀리 앉아 있는 세 명까지 차례로 응징했다.
그런 이후 우리는 다시 원래 주제로 돌아왔다.
“아무튼, 저희가 아직 리더가 없거든요.”
회사에서 딱히 정해주지도 않았고, 정하라는 말도 없어서.
“그런데 리더는 없어도 리더가 하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은 있어요.”
시선이 한 사람에게 모였다.
“지우 씨, 리더 하실래요?”
“안 하겠다고 하면 안 시키실 겁니까?”
“아뇨. 회사에 건의해서라도 지우 형 시킬 건데요.”
“그럼 뭐… 해야죠…….”
서문결이 제작진에게 리더 이름표를 받아와 강지우의 가슴에 달아줬다.
우리는 리더라는 중요한 포지션을 이렇게 막 정해도 되는지 잠시 고민했지만, 고민해 봤자 달리 리더감이 없었다.
허허실실 웃는 강지우도 ‘너네한테 맡길 바에는 내가 한다.’ 따위의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회사도 이렇게 될 걸 다 예상했으니까 우리한테 맡겼겠지.
두 번째 미션을 뽑은 사람은 가운데 자리로 옮겨 앉은 강지우였다.
“그룹 인사법 정하기?”
“일단은 우리가 지금 아무것도 정해진 게 없잖아요. 아… 없는 건 아닌데! 당연히 결정해서 준비하고 있는 건 있는데!”
말이 꼬이는 걸 보니 강지우도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긴장했나 보다.
“아무튼, 저희가 지금 진짜 신인이고…. 아까도 그냥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하고 말았단 말이죠.”
“아, 인사법 정하자고요?”
“네! 저 그거 데뷔하면 꼭 하고 싶었어요. 선배님들 단체 인사 하실 때마다 너무 멋있어 보여서.”
강지우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아까 했던 것처럼 ‘안녕하세요. ○○입니다.’ 같은 식으로 간단하게 인사하는 그룹도 물론 있지만, 개성과 특색을 살린 인사법을 보유한 그룹도 많다.
“그래요. 그럼 어디 한번 정해봅시다.”
한 번 정하면 중간에 바꾸지도 못하고, 앞으로 어디 갈 때마다 꼬박꼬박해야 하는 인사법이니만큼 우리는 절로 진지해졌다.
재미없는 그림이 나오지는 않을까 봐 조금 걱정되기는 해도.
어차피 이런 데뷔 리얼리티는 지상파 예능처럼 웃기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대체로 우리에게 호의적일 팬들 보라고 하는 거니 마음 편히 먹으라는 곽상현의 말 덕분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얼굴만 봐도 재미는 있을 테니까…….’
아무튼 열띤 상의 끝에 인사법이 정해졌다.
“저희가 열심히 정한 멋있고 뜻깊은 인사법은….”
“방송에서 확인해 주세요!”
이 부분은 예고편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다.
이어진 세 번째 미션은 멤버별로 상징하는 이모티콘 정하기였다.
이때, 당사자는 결정권이 없고, 나머지 멤버 네 명이 어울리는 걸 정해주는 식이었다.
제작진이 이모티콘들이 한가득 인쇄된 판을 여러 개 가져다줬다.
“지우 형부터!”
“얘들아, 잘 부탁한다. 믿는다. 귀여운 걸로 정해줘.”
강지우가 옆에 따로 마련된 자리로 빠지며 아련히 부탁했다.
딱히 귀담아듣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보통 이런 건 닮거나 연상되는 걸로 정하잖아.”
강지우 하면… 밥이지.
나만 그런 생각을 한 건 아닌 모양이었다.
“요리사 이모티콘 어때요?”
“강지우는 언제나 밥을 해줬어.”
“좋은 형이었지….”
어느새 존댓말을 그만둔 우리는 약속한 것처럼 위를 올려다봤다.
서문결도 한 박자 늦게 우리를 따라 했다.
파란 하늘에 강지우의 얼굴이 흐릿하게 오버랩되기 딱 좋은 구도였다.
“얘들아, 나 여기 있다.”
아무도 그를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은 아이돌이라는 본업이 따로 있는데. 요리사는 너무 전업한 것 같지 않아?”
“귀여운 거 해 달라고. 귀여운 거!”
“그럼 상징이니까 사람 이모티콘은 일단 다 빼고… 밥 어때, 밥?”
“아, 요한이 형. 그거 완전 별로.”
“밥 귀여운데….”
서문결이 조용히 중얼거린 말에 견성하가 태세를 전환했다.
“잘 생각해 보니까 밥알이랑 그릇이 무척 귀여운 것 같아요. 그냥 밥으로 할까요?”
“성하야, 잠깐 따라 나올래?”
견성하와 반요한이 아옹다옹하는 와중에 강지우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얘들아, 너네 계속 그러면 다음에 맛있는 거 막내만 해준다.”
다들 멈칫했다.
“나는 해줄 거야?”
“우리 팀에 와줘서 고마운 막내는 당연히 해줘야지.”
“지우 형….”
“막내야…!”
나는 멀리 있는 강지우와 거리 두기 포옹을 하며 굳게 다짐했다.
이 몸 안에 든 게 사실은 23살 군필 성인 남성의 영혼이라는 사실만큼은 영원히 숨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