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0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03화
비록 그 모든 내막을 알지는 못했지만.
당장 견성하가 느끼는 불안정한 감정만큼은 충분히 이해한 온라온은, 가장 먼저 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결이 형은 뭐냐, 그러면?”
고개를 든 견성하가 눈을 깜빡이다가 더듬더듬 말했다.
“결이 형은… 결이 형이잖아.”
서문결이 견성하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형이라는 것과 가까이에서 지켜보다 보면 도무지 질투할 마음이 들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
그 함의를 알아챈 온라온이 어처구니없어했다.
“야, 그럼 나는?”
“너는… 너지.”
그 말을 하는 견성하 자신조차 의미 없는 동어반복이 우스웠는지 해묵은 괴로움으로 일그러졌던 표정이 헛웃음과 함께 조금 풀어졌다.
당연히 온라온은 온라온이다.
견성하는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무거운 짐을 훌훌 벗어 던지듯 털어놓게 한 온라온이라는 사람에 대해 새삼스레 생각해 보았다.
온라온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비현실적으로 잘생겼다. 이건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보다 나이가 한 살 적고, 한때 춤을 기막히게 잘 추었으나 지금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처럼 조금 미숙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선택받은 사람 특유의 특별한 느낌이 폴폴 나는 연습생이 온라온이었다.
견성하는 그 자질을 알 수 있었다.
다만 그것만은 아니다.
온라온은 유난히 힘들었던 나날을 홀로 버텨왔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자신과는 달리 감정에 솔직하고.
가끔은 오히려 나이 많은 사람처럼 어른스러워 보일 때도 있었다.
“그래도 너는 대단한 거야.”
바로 지금처럼.
“이렇게 다 말하는 것도 대단한 거고, 5시에 일어나서 레슨 받다가 학교 가는 것도 대단한 거고, 더 잘하고 싶어서 잠 3시간씩 자면서 열심히 사는 것도 대단한 거고.”
“…….”
“그냥 뭔가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나는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 나중에 보면 힘들 때 했던 일들이 뭐라도 돼서 남아 있거든.”
그간 느껴온 불안과 초조가 한순간에 눈 녹듯 사라지는 일은 불가능했지만.
이제 견성하는 자신이 참을 수 없이 한심해졌다.
“……해.”
“뭐?”
“미안해. 신경 쓰게 할 생각 없었는데에에….”
다시 견성하의 눈물샘이 폭발했다.
마음이 참 여린 친구구만.
모아 세운 무릎에 턱을 괸 온라온은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나자 도리어 태평해졌다.
멤버 중에서도 특히 어리게 느껴지는 동생의 어리숙하고 악의 없는 언행에 상처받기에는 지난 삶이 제법 파란만장했다.
“질투…라고 하니까 되게 심각해 보이기는 한데, 하면 좀 어때. 대상이 내 옛날 모습이라는 게 좀 이상하기는 해도. 질투를 아예 안 하고 사는 사람이 어디 있냐?”
그 말에 견성하가 헐떡거리는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 래도 결이 형은 그런 거 안 해.”
이 자식 정말 한결같다.
서문결이 따돌림당할 때 강지우처럼 나서지 못했던 일 때문에 그런가.
견성하는 서문결을 감싸고 따르는 데 이상할 정도로 맹목적이었다.
아무튼 서문결이 질투 따위 안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었으므로 온라온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나한테 뭐 심각한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오히려 요사이에는 전보다 잘해주지 않았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거기는 하지만. 괜찮아. 질투든 시기든 하고 싶으면 해.”
“…무슨 소리야?”
난생처음 들어보는 이상한 소리에 견성하는 서럽게 울던 것도 멈추고 온라온을 바라봤다.
가벼운 어투였지만 딱히 농담 같지는 않아서 더 이상했다.
“마음 편하게 하라고 판도 깔아줬는데 뭐가 문제지?”
친화력은 몰라도 상황에 적합하게 말하는 대인 관계 능력은 다소 부족한 온라온이 고개를 기울이며 말했다.
“그리고 나도 네가 연습하는 걸 처음 봤을 때 널 천재라고 생각했어.”
“아까부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렇게 당당하게……!”
견성하는 울어서 다 갈라지는 목소리로 자기 할 말은 다 했다.
“아니, 진짜로.”
온라온은 견성하의 춤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것을 설명했다.
만약 그게 재능보다도 노력에 가까운 것으로 만들어 낸 춤이라면 그 또한 대단한 것 아니겠냐고.
그 가감 없는 설명을 듣는 견성하의 낯이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화끈하게 찌그러지고 있었다.
“그리고 키 큰 걸 싫어하는 이유는 알겠는데, 똑같이 잘 추면 피지컬 좋은 사람이 더 멋있어 보이는 것도 알지?”
“!”
* * *
남은 시간 동안 견성하를 일종의 칭찬 감옥에 가둔 결과, 녀석의 호감도는 20까지 올랐다.
기존 호감도가 –30쯤 되었으니까 총 50이 오른 셈이다.
그렇다.
견성하는 칭찬에 한없이 약한 타입이었다.
당연히 퀘스트는 성공했고, 견성하의 멘탈은 일단 무사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괜찮아진 건 아니지만, 당장 문제가 생길 것 같지는 않았다.
“아이고 성하야. 눈이 팅팅 부었다. 또 울었어?”
“죄송합니다….”
“목도 다 잠겼네.”
가볍게 핀잔을 준 직원이 대수롭지 않아 하며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수건을 꺼내다 주는 걸 보면, 견성하가 연습생 생활을 하며 한두 번 운 것도 아닌 모양이다.
“이제 조금 있으면 데뷔도 할 건데 앞으로는 그렇게 울면 안 돼.”
“네….”
“라온이 없을 때야 네가 제일 막내였지만, 이제는 형이잖아. 듬직해져야지.”
나 말고는 아무도 모를 내 정신 연령은 둘째 치더라도 고등학교 졸업도 이쪽이 먼저 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저 말을 꺼낸 직원의 의도를 고려해 참았다.
연장자가 지녀야 할 책임감을 강조해서 견성하의 멘탈을 단련시키고 싶었겠지.
대신 견성하에게는 들리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직원에게 물었다.
“그런데 쟤 운 건 어떻게 아셨어요?”
기다렸다는 듯 냉장고에서 수건을 꺼내다 주는 모습이, 마치 견성하가 운 것을 미리 알고 준비해 두었던 것처럼 보였다.
직원이 소곤거리며 답했다.
“사실은, 아까 지우가 말해줬어. 성하 우는데 네가 옆에서 달래주고 있다고. 수고했어.”
어쩐지 연습실에 들어간 지 시간이 꽤 흘렀는데도 우리를 찾으러 오는 사람이 없더라니.
다 알고 있는 거였다.
‘강지우 이 자식은 견성하가 울고 있는 걸 알면서도 안 도와줬단 말이야?’
내가 배신감에 내적으로 몸부림칠 때.
사무실에 강지우를 비롯한 연습생들이 곽상현과 함께 우르르 들어섰다. 양반은 못 되나 보다.
“아, 잘 해결됐나 보네.”
우리를 발견한 강지우가 산뜻한 어조로 말했다.
“형은 너희를 믿었어.”
이 인간이 곤란에 처한 동생들을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둘 사이에 사소한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했지만, 너희라면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아니….”
“그리고 앞으로 더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서 마음이 놓인다. 성하는 원래 우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서야 낯가림이 완전히 사라지거든.”
할 말 많은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견성하를 무시하며 강지우가 뻔뻔한 말들을 늘어놓았다.
‘끼리끼리라더니….’
왜 강지우와 반요한이 십 년 넘게 친구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지 알 것 같았다.
“아무튼 얘들아, 전달 사항 있으니까 잠깐 집중…. 어휴, 왜 아직도 적응이 안 된다니.”
우리의 시선을 집중시킨 직원이 나와 눈이 마주치더니 멋쩍게 웃었다.
“저희만 있을 때는 저 정도까지 좋아하지 않으셨으면서.”
강지우가 밉지 않게 투덜거리자 직원이 픽 웃었다.
“너희가 우리 회사에서 키우는 똥강아지 1, 2, 3, 4 된 게 언젠데.”
“왜 저는 아니에요?”
“…아이고, 진짜 적응 안 되네.”
혼자만 빠지는 느낌이라 괜히 서운해질 때 곽상현이 끼어들었다.
“지윤 씨가 얘네랑 일주일만 다녀 보면 금세 적응되실 거예요.”
그러자 직원이 너스레를 떨었다.
“어떡해요. 상현 씨가 앞으로도 애들 챙겨서 다녀야 할 텐데.”
직원의 말에 견성하가 물었다.
“그럼 앞으로 상현이 형이 저희 매니저 맡아주시는 거예요?”
“맞아. 당분간 상현 씨가 너희 전담할 거야. 나중에 인력 충원될 가능성도 있으니까 참고하고.”
곽상현이 우리 매니저가 될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던 일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익숙해진 사람이 아예 맡아준다니 반가웠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잘해보자, 얘들아.”
“그리고 리얼리티는 SBM에서 방송하는 걸로 확정됐어.”
SBM은 뮤직박스처럼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주로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이었다.
규모는 뮤직박스에 다소 밀렸지만, ‘뮤직 라운드’라는 이름의 음악 방송도 하나 방영하고 있기에 아이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채널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어쨌든 시드 같은 작은 기획사에서 신인 아이돌의 리얼리티 편성을 따내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
우리를 밀어주기 위해 있는 힘 없는 힘 다 짜내고 있구나, 하는 게 느껴졌다.
“공식 계정도 내일 아침 오픈할 거고, 리얼리티 제작진이랑 미팅 있고, 조만간 프로필 사진도 찍어야 하고. 성하는 이제 진짜 그만 울고!”
“이제 안 울어요…!”
만두처럼 불어 터진 얼굴로 그런 말을 해봤자 아무 설득력도 없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
* * *
다음 날 오전 11시 반.
오르카의 공식 계정이 공개됐다.
– 님들 오르카 공계 생김!!!!!
– 로고 예쁘게 잘 뽑았네
– 헉헠헉 울애들 공계공카비앱위튭ㅠㅠㅠ 셀카 앞으로도 많이 올려줘ㅠㅠㅠㅠㅠㅠ ㅎㅏ 빨리 데뷔해라ㅠㅠ
공지가 올라가는 계정과 멤버들이 셀카나 사담을 올리는 계정은 분리되었다.
물론 후자 쪽 계정도 회사 관리를 받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너희 여기 뭐 올릴 때 무조건 나한테 확인받아야 한다. 뭐 하나 잘못 올렸다가 큰일 나는 거 알지?”
곽상현은 SNS 때문에 일어난 불미스러운 사건 여러 개를 예시로 들어주기까지 하며 우리에게 단단히 주의를 주었다.
오후에는 리얼리티 제작진과의 첫 미팅을 다녀왔다.
그동안 얻어탔던 소형차 대신 9인승 카니발로 이동했는데, 이렇게 다섯 명이 함께 나가는 건 처음이라 그런지 다들 많이 설레했다.
“와. 차 크다!”
“앞자리 제가 앉아도 되죠?”
“나도 앞자리 앉고 싶은데. 가위바위보 하자.”
“싫어요. 요한이 형이랑 가위바위보 해서 이겨본 적이 없어.”
“바보들. 그냥 먼저 앉으면 되는 걸 가지고….”
견성하와 반요한이 앞자리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나는 유유히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가 앉았다.
“온라온 넌 뭐야?”
“…앉고 싶으면 앉든가.”
“견성하 넌 또 뭐야?”
“그러게. 기분 이상하게.”
“넌 챙겨줘도!”
“얘들아… 벌써 힘 빼지 말고 진정하자. 차분해지자. 셋 세면 다 같이 박수 두 번 치고 조용히 하는 거다?”
운전석에 앉은 곽상현이 그룹 이름을 피스나 스테이로 지었어야 한다고 후회했다.
그래도 첫 미팅은 큰 실수 없이 잘 마쳤다.
리얼리티 이름은 ‘친해져요, 오르카’로 총 5부작이었다.
좋은 분위기에서 미팅이 끝나기는 했지만, 일단은 ‘리얼리티’답게 자세한 촬영 내용은 우리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에 개별적으로 진행된 사전 미팅 때 제작진이 멤버들과 하고 싶은 일을 물어본 걸로 봐서.
멤버들끼리 뭔가를 하면서 그룹 친목을 다진다든가, 하는 내용이 주가 되지 않을까 추측해 보았다.
그리고 오늘은 교복 컨셉의 프로필 사진 촬영을 했다.
멤버 다섯 명 중 네 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다행히 교복은 아직 다들 잘 어울렸다.
딱 맞는 흰색 셔츠, 검푸른색 바지, 넥타이가 세트인 교복의 색 조합은 한눈에 봤을 때 범고래를 연상시켰다.
조끼나 재킷 같은 부수적인 아이템을 더하기보다는 기본 의상의 기장이나 넥타이 모양 등을 세심하게 변형해 멤버마다 차별점을 둔 것이 특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