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0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02화
대체 내가 뭘 했다고?
나는 얼떨떨하게 견성하를 바라봤다.
그 잠깐 사이에 그득하게 고인 눈물이 녀석의 뺨을 타고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번에 김준우도 그렇고. 혹시 나 누구 울리는 데 재능 있나?’
시답잖은 생각이었다.
내가 봤을 때 견성하는 자기도 어떻게 통제하지 못하는 짧은 사이 울컥해서 저런 상태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침착하게 생각해 보자.
쟤 지금 키 크다는 말 때문에 저러는 건가.
이제까지 본 적 없는 경우이기는 하지만, 키 크다는 말이 누군가에게는 나쁜 말일 수도 있기는 했다.
그래. 안 크고 싶을 수 있지. 있는데…….
“키 큰 게 싫어?”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할 만큼 키 크다는 말을 싫어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단 나는 오늘 처음 봤다.
당황이 역력히 묻어나는 내 물음에 손으로 거칠게 눈물을 털어낸 견성하가 낮은 목소리로 내뱉었다.
“어. 싫으니까 나가. 당장.”
적어도 키가 크다는 게 견성하에게 안 좋은 말이라는 사실 하나는 확실히 알겠다.
퀘스트가 도착했다는 알림음이 내 귀에 들린 것은 그때였다.
[돌발 퀘스트 발생! [견성하의 눈물>] [▶ 퀘스트 설명: 이번 일로 당신은 누군가에게는 키가 크다는 말이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런데 이 인간은 갑자기 왜 이러는 걸까요?어쨌든 앞으로의 그룹 생활을 위해 있을지도 모르는 오해와 없을지도 모르는 문제를 이참에 해결해 봅시다. 제한 시간 내에 견성하의 호감도를 0 이상으로 올리세요! (제한 시간: 1시간)
▶ 성공 시: 견성하의 멘탈 보전, ???
▶ 실패 또는 거절 시: 견성하와의 냉전 상태 지속, 견성하의 멘탈 상태 악화, 그룹 내 불화설 발생 가능성 상승] [퀘스트를 수락하시겠습니까?] [Y/N]
이게 무슨.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당황스러웠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제한 시간이 1시간이라는 건, 1시간 안에 충분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다는 힌트 같기도 했다.
아무렴 설마 불가능한 일을 시키겠어?
어차피 견성하가 나를 이상하게 대하는 이상 언젠가 한 번은 짚고 갈 문제였는데.
차라리 잘됐다 싶어서 퀘스트를 수락한 나는 누가 오기 전에 보컬 연습실 문을 닫고 견성하를 정면으로 마주 봤다.
문에 난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 덕분에 눈물로 엉망이 된 견성하의 얼굴이 희미하게 보였다.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는지 눈을 크게 뜬 견성하가 으르렁거렸다.
“뭐 해. 가. 빨리 사라지라고.”
같이 게임 할 때도 느꼈는데, 견성하는 불친절하고 날이 선 주제에 말씨가 은근히 샌님 같았다.
저번에 톡으로 ‘♡♡’ 따위의 메시지를 보내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욕을 한 적도 없고.
나처럼 혓바닥에 필터링이 걸려 있는 게 아닌가 싶을 만큼 바른 언어 습관을 가졌다는 뜻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타격감이 없는 ‘가’나 ‘사라져’보다는 ‘꺼져’가 더 직관적이고 속 시원하지 않나?
일단 나라면 꺼지라고 말했을 것이다.
“…뭘 봐.”
닦아도 닦아도 리필되는 탓에 줄곧 눈물을 뚝뚝 흘리며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견성하는 누가 봐도 멀쩡한 상태가 아니었다.
‘키가 크다’는 내 말이 마지막 타격이 되어 녀석의 예민하고 연약한 멘탈이 잠깐 사이 쩍쩍 갈라지다 못해 바스러진 것이 분명해 보여서.
왜 이러나 황당할 뿐 딱히 화는 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저 얼굴과 신체 조건을 가지고 자기 나름대로 위협하는데 저렇게 하찮아 보일 수 있는지 신기했다.
하긴.
멀대처럼 꼿꼿이 서서 타격감도 없는 말만 울면서 간간이 내뱉는 유리멘탈 고등학생이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나는 정신적 나이가 녀석보다 4살이나 더 많은 형 된 도리로 침착히 물었다.
“키 큰 게 왜 싫은데?”
“네가 알아서 뭐 하게.”
그렇게 묻는다면 또 할 말은 없지만, 할 말이 없을 때는 할 말을 만들어내면 된다.
유구유언이라 이 말이다.
“아니, 나는 그냥 키 크다고 한 건데 네가 우니까, 무슨 일 있나 걱정돼서 그러지.”
[……. 견성하 호감도 +? 현재 호감도 ?]견성하가 흘리는 눈물의 유속이 빨라졌다.
미치겠다. 내가 뭘 했다고.
“…….”
강지우가 무척이나 보고 싶어졌다.
반요한은 그닥 신뢰가 안 가고, 눈치가 없는 서문결도 이런 일에는 마땅히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
물론 정상적인 사회생활 경험이 먹은 나이에 비해 몹시 부족한 나 역시 이 상황에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나름 사이가 괜찮은 줄 알았는데 사실은 나를 불편해하던 사람한테 너 키 컸다고 한마디 했더니 울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따위의 글을 지식인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만 간절히 할 때.
입술을 꽉 깨문 채 숨 가쁘게 흐느끼던 견성하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춤출 때, 이상하게 보이니까.”
이후 견성하가 그만 울기 위해 애쓰느라 드문드문 끊어지는 목소리로 횡설수설한 말을 정리해 보면.
연습생 생활을 막 시작했을 때부터 180㎝에 달해 있던 키 때문에 처음 춤을 배울 때 몸을 가누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따랐고, 그 일 때문에 자신의 큰 키가 일종의 콤플렉스로 남은 듯하다.
키가 크면 신체를 섬세하게 제어하기 어렵기도 하니, 멘탈이 약한 견성하가 당시 얼마나 고생했을지는 짐작이 갔다.
“그래. 내가 잘못했네….”
[……. 견성하 호감도 +? 현재 호감도 ?]그랬더니 견성하가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이상한 말 하지 마.”
뭐 어쩌라는 거지?
“그게 왜 네가 잘못한 건데. 내가, 내가 이상한 거지….”
이상한 말 하지 말라며 날 선 투로 시작된 말은 끝으로 갈수록 서럽게 뭉그러졌다.
이 유리멘탈 청소년을 대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
역시 강지우가 간절히 보고 싶었다.
“야, 일단 앉아봐. 앉아서 얘기하자. 서 있으니까 다리 아프다.”
나는 일단 견성하를 바닥에 앉혔다.
“불 켤까?”
“…켜지 마.”
그래도 이제 대책 없이 흘리던 눈물은 어느 정도 그친 것 같았다.
별개로, 나중에 이 일을 못 견디게 창피해할 견성하의 모습이 뻔히 보였다.
“…….”
“…….”
이 일이 시작되고 벌써 20분이 지났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견성하가 키 크다는 말을 살면서 한두 번 들어본 것도 아닐 텐데, 정말 그 말 하나로 일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질 리 없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더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기로 했다.
“그럼 나는 왜 불편해하는데.”
그 말을 한 게 나라는 지점이 특히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안 불편해.”
“안 불편하기는. 네가 나 싫어하는 거 다 아니까 너야말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얘기해.”
“안 싫어해. 알기는 뭘….”
“내 잘못이야?”
“……아니야. 내 잘못이야.”
그렇게 고해하듯 말하는 견성하의 목소리가 다시 울 것처럼 눅눅해졌다.
또 대화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울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용케 참아냈다.
저번에 본의 아니게 알게 된 사실인데, 우는 건 생각보다 기력 소모가 큰 일이었다.
평소라면 쉽게 안 했을 말을 술술 풀어놓는 견성하는 지금 머리가 어지럽고 흐릿하고 약간은 졸리기까지 한 상태일 것으로 추측된다.
나는 그 부분을 놓치지 않고 저번에 묵혜성이 잠에서 막 깨어났을 때 일을 해치운 것과 같은 전략을 쓰기로 했다.
“같은 멤버고 그룹인데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잖아. 계약 기간이 7년이라고.”
7년이라는 말을 할 때 견성하가 작게 움찔거렸다.
그렇지. 너도 이 상태로 7년은 부담스럽지.
[……. 견성하 호감도 +? 현재 호감도 ?]아까부터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 점 여섯 개와 물음표에서 이번 일에는 되도록 간섭하지 않겠다는 래리 놈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때, 견성하가 억누르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방송에서, 네가 옛날에 췄던 춤을 봤어.”
그때 자료 화면으로 나간 ‘온라온’이 트루에 있을 적 찍었던 연습 영상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게 왜?”
나와 눈이 마주친 견성하는 눈을 질끈 감더니 말했다.
“…너무 잘해서.”
너무 잘해서 뭐….
“설마 너무 잘해서… 질…투나 뭐 그 비슷한 거라도?”
나는 얼떨떨하게 물었다.
견성하가 이보다 창피할 수 없다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무서워서 그랬어. 내가 필요 없을까 봐 무서워서……. 어떻게 그걸, 네가 힘들었던 걸, 보고도…. 난, 나는… 쓰레기야…….”
그렇게 자학한 견성하가 다시 눈물을 왈칵 쏟으며 무릎에 쭈글쭈글해진 얼굴을 파묻었다.
* * *
예체능은 어린 나이부터 재능에 좌지우지되는 정도가 특히 큰 분야였다.
견성하는 위로 형, 아래로 여동생이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예체능에 종사하는 두 사람 다 어린 나이부터 각자의 분야에서 비범한 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자란 견성하의 기준점이 일찍부터 높아진 것, 가까이에 있는 천재와 그에 못 미치는 자신을 어렸을 때부터 끊임없이 비교한 것, 누구보다 가까운 형제를 제 나름대로 따라잡기 위해 피나도록 노력한 것.
그러는 사이 자존감이 비참하게 깎여나간 것, 도달할 수 없는 재능의 영역을 지나치게 이른 시절부터 원망한 것, 결국에는 누구보다도 열렬히 동경하게 된 것.
모두 그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갈고닦은 재능이 오롯이 발휘되는 순간만큼은 자신에게 순수하게 빠져들게 만드는 천재를 볼 때면 양가감정이 들었다.
좋은데 싫고, 싫은데 좋고.
제 마음에 도무지 솔직해질 수가 없었다.
그것은 견성하의 성격 형성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동생과 함께하던 키즈 모델 일과 형을 따라 하던 운동 모두를 일찍이 그만뒀다.
둘 다 객관적으로는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었는데도, 그들 틈에 있으면 싫어도 느껴지는 자신의 어중간함과 남들이 들이미는 잣대들을 버틸 수가 없었다.
시드에 들어와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면서도 견성하는 늘 불안해했다.
그러다 원래부터 유약했던 심성에 늦은 사춘기, 데뷔를 앞두고 불안하기 짝이 없는 감정 상태, 당장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신 멤버들과 훌쩍 벌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격차,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빼놓고 보아도 하나같이 잘난 멤버들이라는 상황들이 겹겹이 더해지며.
안 그래도 연약하던 견성하의 멘탈 강도는 최근 최저점을 갱신하고 있었다.
같은 학교, 같은 과, 그러나 한 학년 위의 온라온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학년이 달랐고, 온라온이 나서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대단하다는, 아니, 대단했다는 춤을 처음 본 것은 그 영상을 통한 것이 처음이었다.
‘어떻게 그러지?’
꽃잎과 눈송이를 태운 실바람처럼 움직이다가도 단번에 내리꽂히는 벼락으로 변모하던, 어린 나이라는 한계를 간단히 무시할 만큼 자유로운 몸놀림.
그것이 머릿속에 잔상처럼 남아서…….
‘내가 팀에 기여할 수 있는 건 춤밖에 없는데.’
기실 질투나 열등감보다는 막연한 위기감에 가까운 감정이 견성하의 의식을 짓누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