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0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07화
* * *
아직 9월 초인데도 라테월드는 벌써 할로윈 시즌에 돌입해 있었다.
호박 머리띠나 할로윈 분장을 한 라테월드 마스코트들을 보기 좋게 진열해 둔 가판대가 보였다.
각자 손목에 제작진이 지급한 작은 핸드캠을 장착하는 사이.
이따 저녁 시간이 되면 더 재미있는 분위기가 될 거라며 작년 할로윈 시즌에 동기들과 여기를 와봤다는 반요한이 설명했다.
“그런데 원래 놀이공원 오면 롤러코스터부터 타는 거야?”
처음에는 조금 얌전한 놀이기구를 타며 예열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원래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롤러코스터로 달려가나?
이런 것을 궁금해하는 이유는, 제작진이 지정해 준 첫 번째 놀이기구가 야외에 있는 ‘타키온’이라는 이름의 롤러코스터였기 때문이다.
타키온은 라테월드에 있는 놀이기구 중 가장 스케일이 큰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무리 평일이라지만 보통 이것보다는 사람이 많다는데, 날을 잘 잡은 것 같았다.
줄이 짧아지며 안으로 들어설수록 롤러코스터가 덜컹거리는 소리가 가깝게 들렸다.
– 꺄아아아아아악!
먼저 롤러코스터에 탄 사람들이 날아가듯 지르는 비명이 일정 간격을 두고 들려올 때마다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무서운 거 못 타는 사람?”
수십 미터 위에서의 수직 낙하를 앞두고도 태연해 보이는 강지우의 물음에 대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짜 잘 타서 그러는 사람도 있을 거고, 무서운데 자존심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놀이기구에 타는 자리는 나름 공평하게 강지우부터 나이순으로 돌아가며 정해주기로 했다.
“이번에는 성하랑 나, 결이랑 라온이. 이렇게 같이 타자.”
강지우 이 자식, 방해꾼이라는 역할에 충실하게 초장부터 짝을 다 찢어놨다.
“나는?”
“너는 혼자 타세요.”
“두고 봐. 내가 너 이따가 관람차 혼자 타게 만들어 준다.”
반요한이 강지우에게 경고를 남겼다.
우리는 제작진의 지시대로 강지우가 지어준 짝끼리 손을 잡고 순서를 기다렸다.
바로 다음이 우리 차례였다.
“떨려?”
서문결이 물었다.
“조금? 처음 타보는 거라 그런가.”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놀이공원 자체도 처음이었다.
살면서 처음으로 온 놀이공원에서 처음으로 타는 놀이기구가 롤러코스터라니…….
“괜찮아. 생각보다 안 무서워.”
서문결이 뭐라고 말한 것 같은데 잘 못 들었다.
잠시 뒤, 우리가 탈 롤러코스터가 도착했다.
영혼이 가출한 게 분명한 표정으로 안전벨트를 풀고 롤러코스터에서 비틀비틀 내리던 여자 탑승객 한 명이 건너편에 있는 우리를 보고 갑자기 정신 차린 얼굴을 했다.
“와… 온라온!”
“안녕하세요.”
“팬이에요!”
“감사합니다.”
내 답을 들은 여자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잠깐 사이에 웃음을 한껏 참는 얼굴이 되어 재밌게 타라고 말했다.
롤러코스터에는 다른 이용객과 라테월드 측에 양해를 구하고 우리 다섯 명과 카메라 감독님만 탔다.
“되도록 얼굴 잘 나오게 핸드캠 각도 잘 조절해 주세요!”
롤러코스터에 타지 않고 탑승장에 남은 제작진이 당부했다.
자기 일 아니라고 잘도 말한다.
“지금이라도 내리고 싶으신 분은 말씀해 주시면 바로 도와드리겠습니다! ……네. 아무도 안 계신 것 같네요. 그러면 빛의 속도로, 타키온 출-발!”
긴장감과 함께 천천히 출발한 롤러코스터는 덜컥거리며 위쪽을 향해 움직였다.
몸의 균형이 뒤로 쏠리는 느낌이 확 들었다.
바람 때문에 머리카락이 살살 흔들리고, 높은 곳이라 그런지 약간 추웠다.
언제부터인가 나도 모르게 감고 있던 눈을 겨우 뜨고 주위를 둘러봤는데, 순간 아찔해질 만큼 높은 곳이라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러자 내가 이걸 왜 탔나 하는 후회와 허약한 내 몸이나 장난감 기차 같은 기계가 이 고난을 버틸 수 있는지에 대한 공포가 밀려왔다.
하다 하다 못해, 만약 이 롤러코스터에 목숨을 위협할 만큼 불미스러운 점이 있었다면 세믈리에 특성이 잡아냈을 거라는 생각까지 하고 나서야 나는 간신히 진정하고 앞을 볼 수 있었다.
“형, 나 손, 손잡아줘.”
“응.”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니라…. 뭔지 알지?”
“알았어.”
드디어 최고점이다.
발이 허공에서 달랑거리고 가슴이 쿵쿵 뛰었다.
“얘들아! 이런 건 만세 하면서 타는 거야!”
우리 뒷자리에 정말로 혼자 앉은 반요한은 저딴 소리나 한가롭게 지껄이고 있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녀석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사실도 잊고, 미친 소리 하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목소리가 좀처럼 안 나왔다.
“간다, 간다.”
“성하야, 이거 손잡이 꽉 안 잡으면 날아간다!”
“아, 지우 형, 그런 말 하지 마요!”
롤러코스터가 무서운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
“아아악! 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악!!”
…….
정신없이 한 바퀴 주행을 마친 롤러코스터가 다시 탑승장으로 천천히 들어설 때, 나는 손잡이 대신 잡고 있던 서문결의 손을 놓았다.
“아, 그래도 그렇게 무섭지는 않다.”
서문결이 물끄러미 나를 보다가 은은하게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 * *
[오르카(보스애들그룹) 라테월드에서 봄!!!!!(사진)
누가봐도 연예인인 다섯 명이서 같이 똑같은 교복 입고 있었구 놀이기구 줄 다 기다리면서 타던데 근처에서 줄 서던 사람들은 대기시간 하나도 안 지루했을것같음ㅋㅋㅋㅋㅋ근처 사람들 다 멍때리고 보더라 애들끼리 사이 진짜 좋아보였어ㅋㅋㅋㅋㅋㅋㅋㅋ (후략)]
– 와 인간 아니다.. 사람 아니다..
– 성하 피지컬 무슨일ㅠㅠㅠㅠㅠㅠㅠ
– 라온이 몸만한 책가방 헐렁하게 매고 있는것도 귀엽구 머리띠도 귀엽구 손에 구슬아이스크림 들고 있는 것도 귀엽다ㅠㅠㅠㅠ
– 이거 사생발 아니고 찐목격담 맞아?
┗ 홈마들 촬영하고 있다는거 보자마자 달려가기는 했다는데 장소 자체는 라테월드니까 쓰니는 우연히 본 거 맞을 듯? 지금 여러군데에서 다 뜨고 있어
* * *
롤러코스터 중간에 설치된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확인한 우리는 다음으로 ‘빙글빙글 커피잔’이라는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이리저리 기울어지는 판 위에 설치된 커다란 커피잔에 들어가 중간에 있는 운전대를 돌리면 커피잔이 빙글빙글 돌아갔다.
반요한이 말하길 운전대를 빠르게 돌리면 돌릴수록 커피잔도 빠르게 돌아간다는데….
밖에서 커피잔들이 돌아가는 걸 보기만 해도 반고리관인지 달팽이관인지 뭔지가 몹시 괴로워지는 것 같았다.
“이번에는 둘 셋으로 나눠서 탈게요.”
조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도중에 찍힌 사진이 가장 잘 나온 견성하가 나누었다.
“저희 셋이 탈 테니까 형들 재밌게 타세요.”
견성하가 택한 것은 나와 서문결이었다.
녀석의 목표인 나와 녀석이 함께하고 싶은 서문결을 알차게 챙겼다고 할 수 있겠다.
남은 반요한과 강지우는 자연스럽게 한 조로 묶였다.
“왜 하필 얘랑 단둘이?”
“반요한아, 우리 좀 팬분들께 사이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자….”
“지우야, 정말 사이좋아 보이고 싶다면 성부터 떼고 불러주겠니?”
반요한이 한껏 상냥하게 꾸며낸 목소리로 말하자 강지우가 과장되게 질색하며 카메라가 설치된 커피잔 안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저렇게까지 질색할 일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커피잔 안에 들어가 앉았다.
“이거 그냥 돌리면 되나?”
내 물음에 견성하가 답했다.
“막내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도 괜찮아. 오늘은 내가 너 고생 안 시킬게.”
견성하가 녀석과 알고 지낸 지 수십 일 만에 처음으로, 서문결이 아닌 다른 사람에게 (과할 정도로) 유순하게 말하는 소리를 듣자마자 조금 전 강지우의 심정을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마음이 표정에 드러났는지.
“너는 잘해줘도…!”
“너?”
“우리 귀엽고오, 사랑스러운… 막느애.”
노력이 가상해서 봐줬다.
속마음이야 어찌 됐든 오늘만큼은 나를 고생시키지 않겠다는 견성하의 포부는….
녀석과 서문결이 합심해서 운전대를 미친 듯이 돌림과 동시에 무너졌다.
견성하가 들이는 노력은 나의 고생과 비례했다.
이왕 온 거 최고 속도를 보여주겠다며 운전대를 잡고 돌리던 견성하와 서문결의 의욕이 과했던 탓에, 우리가 탄 커피잔은 과장 좀 보태서 다른 커피잔보다 2배는 빠른 속도로 돌아갔던 것이다.
그 결과 커피잔에서 내릴 때쯤에는 어지러워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할 정도였다.
나는 누가 잡아주지 못하면 똑바로 걷지도 못하는데, 두 사람은 상당히 멀쩡해 보였다는 게 더 어이가 없었다.
“으… 토할 것 같아…….”
우리 쪽만큼은 아니지만, 다른 커피잔에서 반요한을 날려버리려는 것처럼 운전대를 지치지도 않고 돌려대던 강지우가 내 말을 듣더니 기겁했다.
“안 돼! 아이돌은 토나 침이나 콧물이나 방….”
“그만 말해 강지우!”
“아무튼 더러운 건 절대 안 돼!”
“형이 더 더러워요!”
* * *
[친구 라테월드에서 알바하는데 애들 단체로 와서 혈액팩 음료수랑 아이스크림이랑 버터옥수수 사갔대 받자마자 서로 호들갑떨면서 먹여주고 양보하고 난리도 아니었다는데 왜 나는 못 가냐 ㅠㅠㅠㅠㅠㅠ 덕계못 ㅋㅋ ㅋㅋㅋㅋㅋ]* * *
배가 고파진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제작진을 따라 라테월드 내부에 있는 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때쯤에는 카메라를 든 홈마나 우리를 구경하는 일반 이용객이 주위에 상당히 많이 몰려든 상태였다.
‘평일 낮인데, 다들 직장이나 학교는 안 가나?’
구경꾼들이 우리와는 일정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새까만 렌즈나 다수의 눈길이 약간 신경 쓰이기는 해도, 일에 집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쨌든 할로윈 시즌답게 메뉴도 할로윈 컨셉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다.
“우와….”
“성하야, 너 이런 거 먹을 수 있겠어?”
반요한이 웃으며 가리킨 것은 계란과 올리브로 눈알이 묘사된 토마토 파스타였다.
메뉴판에 실린 사진이 보정 때문인가 상당히 괴기해 보였다.
견성하는 물론이고 끔찍하게 생긴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강지우는 보기만 해도 비위가 상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을 피했다.
“절대 시키지 마요.”
결국 우리가 시킨 음식은 무난한 호박 수프와 미라 빵, 갈비뼈 폭립, 눈알 새우 피자, 그리고 유령 컵에 담긴 밀크 셰이크였다.
음식 맛은 뭐 그럭저럭 괜찮은 수준이었지만, 우리끼리 서로 점수를 따거나 그것을 방해하기 위해 음식을 덜어주고, 갈빗살을 발라주고, 먹여주는 등의 생난리를 피우느라 실제 맛보다 훨씬 만족스러운 점심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