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0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09화
늘 끼고 다니기 위해 어떤 의상에도 무난하게 어울리도록 반지의 소재와 세부 디자인을 세심하게 고른 우리는, 본격적인 세공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영어로 이니셜이나 날짜를 반지에 새길 수 있거든요. 혹시 생각해 두신 거 있으세요?”
“새길 만한 건… 오르카 아니면 데뷔 일?”
“데뷔 일은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지금 새기기에는 약간 좀 애매하지 않아요?”
견성하의 말처럼 데뷔 날짜가 얼마 전에 확정되기는 했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날을 반지에 새기는 건 뭔가 기념하는 느낌이 덜 살았기에, 우리는 그룹 이름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반지 주인을 수월하게 구분하기 위해 각자 이름이나 이니셜도 함께 새기기로 했다.
강지우는 ‘JU’, 반요한은 ‘YH’, 서문결은 ‘GYEOL’, 나는 ‘ON’.
그리고 견성하는….
“성하는 영어로 하면 좀 길지 않아? 댕하자 댕.”
새삼스럽지만 왜 댕이냐면.
(개)견 → 멍 → 댕
……이기 때문이다.
“둘이 한 글자밖에 차이 안 나잖아.”
그렇게 말하길래 안 하려는 줄 알았는데.
반지 원판에 직접 이니셜을 각인하기 전 얇은 금속판에 몇 번 미리 연습해 볼 때, 견성하는 ‘SUNGHA’가 아니라 ‘DAENG’이라는 글자를 연습하고 있었다.
나한테 들키면 그냥 한번 해본 거라는 변명과 함께 ‘댕’을 없던 일로 할 게 분명해서, 모른 척해줬다.
그리고 우리 중에 가장 솜씨가 좋은 것은 단연 서문결이었다.
우리를 도와주던 디자이너가 서문결이 연습 삼아 각인한 걸 보고 호들갑을 떨며 칭찬할 정도였다.
“와, 간격 딱딱 맞는 게 예술이네요. 혹시 어디서 이런 거 해보신 적 있으세요?”
“아뇨. 처음이에요.”
“결이가 손재주가 진짜 좋아.”
그렇게 말하는 강지우는 의외로 이런 섬세한 일에 서툴렀다.
‘뭐, 밥만 잘하면 됐지.’
견성하도 잘 안 되는 듯 미간을 찡그리고 있었고, 반요한은 뭐… 몇 번 해보더니 감을 잡은 듯 적당히 보기 좋을 만큼 해내고 있었다.
“이제 직접 각인해 볼게요. 연습했던 대로만 하시면 돼요.”
강지우나 견성하는 디자이너의 도움을 받아 못나지 않게 새기는 데 성공했다.
“라온이도 깔끔하게 잘했다.”
“감사합니다.”
그 뒤로는 환기를 위해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공방에서 가늘고 길쭉한 은판을 반지 모양으로 용접하고, 망치로 모양을 잡고, 연마기로 반지를 갈아가며 다듬는 작업을 했다.
중간에 꼬임이 한 번 들어가 있고, 안쪽에 ‘ORCA’와 각자 이니셜이 새겨진 은반지는 투박했던 은판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반짝반짝 광이 났다.
마지막으로 디자이너가 마무리 작업만 하면 반지가 완성됐다.
디자이너가 반지 다섯 개를 모두 다듬어주기를 기다리는 동안, 잠시 휴식 시간을 선언한 제작진은 우리를 공방에 있는 별실로 한 명씩 불렀다.
그리고 이런 질문을 했다.
“라온 씨는 성하 씨에게 마음을 줄 생각이 있으신가요?”
나는 오늘 하루 동안 견성하가 나에게 했던 행동들을 떠올려 보았다.
“저는…….”
* * *
강지우를 마지막으로 멤버들이 모두 제작진에게 한 번씩 불려갔다가 돌아온 뒤, 촬영이 재개됐다.
참고로 작업을 모두 마친 디자이너는 조금 전 저녁으로 샌드위치를 먹던 우리와 인사를 나누고 먼저 퇴근했다. 부럽다.
“저희가 조금 전에 한 분씩 불러서 마음을 다 확인해 봤는데요. 결과 바로 공개하겠습니다.”
“형, 나 형 믿어도 되지.”
“나한테 그렇게 말한다는 건 일단 넌 네 마음을 성하한테 안 줬다는 거네.”
“조용히 해….”
“…….”
이내 잡소리조차 사그라들고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안타깝지만! 아무도 상대방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이럴 줄 알았다.’
“따라서 방해에 성공한 지우 씨가 단독으로 승리해 멤버에게 사용할 수 있는 소원권을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와아아!”
웃음을 터뜨린 강지우가 두 팔을 번쩍 들며 빙글빙글 도는 세레머니와 함께 승리감을 만끽했다.
남은 네 사람은 서로에게 실망했다는 우중충한 표정과 씁쓸한 시선만 주고받았다.
“아, 요한이 형. 내가 그렇게 한 번만 봐달라고 했는데. 한 번만 넘어가 달라고 했는데.”
“나도 귀신의 집 같은 거 별로 안 좋아한단 말이야.”
그렇다.
제작진이 따로 말해준 것은 아니지만, 벌칙은 귀신의 집에 들어가는 게 거의 확실했다.
할로윈 시즌이라 특히 공들여 만들어 놓았을 귀신의 집에 우리를 여태껏 안 보냈다는 건….
지금 벌칙으로 보내 버리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인 거지.
귀신의 집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대놓고 말한 반요한도 그렇고, 견성하도 그렇게 따르는 서문결한테 넘어가지 않은 걸 보면, 다들 어느 정도 벌칙의 정체를 예상했던 것 같았다.
다들 자기를 희생하면서까지 상대방을 위해 헌신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기에 이런 파멸적인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사람들이 이런 일에서까지 호구 같지 않다는 걸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근데 결이가 요한이한테 안 넘어간 건 의외다.”
“그러니까. 나는 당연히 넘어올 줄 알았는데.”
“애들이 넘어가지 말래서….”
“우리가 잘못…했나? 이걸 우리 잘못이라 할 수 있나?”
아무튼 반요한에게 넘어가지 않은 이유마저 서문결스러웠다.
분위기가 다소 정돈되자 제작진이 말을 이었다.
“다른 네 분은 예상하신 것처럼 벌칙으로 귀신의 집에 들어가서 방금 만든 반지를 찾아오셔야 하는데요.”
“저희 반지요?”
“네. 저희가 귀신의 집 곳곳에 여러분의 반지를 하나씩 케이스에 담아 숨겨놓았거든요. 귀신의 집에 들어가서 바로 그 반지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대체 왜 그런 짓을 하세요…!”
“아직 손에 한 번 껴보지도 못한 새 반진데…….”
우리의 극렬한 거부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작진의 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승자인 지우 씨가 귀신의 집 참여 의사를 아까 적극적으로 밝히셔서, 반지 찾기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사서 고생하는 강지우를 미친놈 보듯 돌아보자 녀석이 씩 웃었다.
“이왕 왔는데 혼자만 안 하고 가는 것도 아쉬울 것 같아서.”
실속 있게 담대한 놈.
얼마 뒤 우리는 착잡한 마음으로 귀신의 집 입구에 서 있었다.
우리가 편의상 귀신의 집이라고 말하기는 했지만, 이 공포 어트랙션은 폐교가 배경이었고 내부도 그에 맞춰 꾸며 놓았다는 안내문이 보였다.
아마 출연하는 귀신들도 학생이나 선생님 귀신이 아닐까.
“팀은 가위바위보로 나누겠습니다. 똑같은 거 내신 분들끼리 함께 들어가시면 되는 거예요.”
자칫하다가는 네 명이 같이 가고 나머지 한 명은 혼자 들어가게 되는 거다.
“안 내면 혼자 들어간다, 가위바위보!”
반요한과 서문결이 주먹, 강지우와 견성하가 가위, 그리고 내가 보자기를 냈다.
“…….”
믿을 수 없는 현실에 당당히 펼친 손을 말없이 들여다보고 있자니 반요한이 낄낄거리며 어깨를 두드렸다.
원래 세계로 돌아오면 한동안 행운이 따른다고 누가 그랬냐?
[……. 행운 +1]너냐?
“어떡하냐. 너 혼자 갈 수 있겠어?”
“바꿔주게?”
“아니?”
이 새끼가.
“대신 들어가는 순서는 라온 씨가 정하는 걸로 할게요.”
“그럼 저부터 갈래요.”
“진짜?!”
견성하가 깜짝 놀랐다.
“당연하지.”
그래야 찾을 수 있는 반지가 많이 남아 있을 테니까.
“안에서 반지 하나 꼭 찾아서 나오셔야 해요. 출구까지 가도 반지가 없으면 내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잠시 뒤 나는 라테월드 직원에게 손전등 하나를 받아, 불안하고 초조해 보이는 카메라 감독님 한 분과 함께 귀신의 집 안으로 들어갔다.
“…….”
어둡다.
“어흐어…. 라온아, 손전등 왜 안 켜?”
그리고 감독님이 나보다 더 무서워하고 있었다.
“버튼을 누르기는 했는데, 안 켜져요. 고장 났나? 다시 돌아가서 새로 받아올까요?”
그러나 벽에 붙어 있는 금속 손잡이를 잡고 안으로 안으로 계속 들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갑자기 들고 있던 손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심지어 불빛이 붉었다.
어디선가 철제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감독님이 움찔하는 게 느껴졌다.
“와….”
서늘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안쪽에서 비릿하고 불쾌한 피 냄새가 훅 끼쳐 왔다.
이런 냄새까지 구현해 놓는구나.
빛이 그렇게 밝지는 않았지만, 지금 우리가 복도 같은 공간에 서 있다는 사실쯤은 파악할 수 있었다.
팔을 양옆으로 쭉 펼치지 못할 만큼 가로 폭이 상당히 좁았고….
손전등을 위로 올려 비추자 바로 앞에 있는 벽에 학생이 죽은 것처럼 고개를 툭 떨군 채 걸려 있는 게 보였다.
“와, 깜짝이야.”
“으악! 억!”
귀신을 발견하고 한순간 나보다 더 크게 놀란 카메라 감독님이 뒤늦게 의아한 듯 물었다.
“……라온아, 다 놀란 거야?”
“진짜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가? 생각보다 괜찮네요.”
진짜 사람이 걸려 있었다면 놀랐겠지만, 상식적으로 저게 진짜 사람일 리는 없으니까 인형이겠지?
차라리 아까 롤러코스터처럼 물리적인 공포를 주는 거면 몰라도, 이런 건 막상 겪어보니 생각보다 안 무서웠다.
“별것도 아닌데 괜히 무서워했… 악!”
“흐아아아악! 어우, 어후!”
코너를 도는 순간 머리를 풀어헤친 여학생 귀신이 소리를 지르며 멀리서부터 우리에게 돌진했다.
반사적으로 뒷걸음질 치자 아까까지만 해도 없던 꺼림칙한 촉감의 장식물이 천장에서 스르륵 흘러내려 내 뒤통수에 닿았다. 발목에는 스산한 바람이 스쳤다.
여학생 귀신은 우리에게 끝까지 달려드는 대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벽에 나 있는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근처에서 작은 것들이 갉작대는 소리가 들린다….
“아, 흐아… 허억….”
“괜찮으세요?”
옆에 나보다 훨씬 더 많이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런가, 갑자기 튀어나온 귀신 때문에 한순간 깜짝 놀라기는 했지만, 한번 상대를 인식하고 나자 그렇게 무섭지는 않았다.
반지든 뭐든 빨리 찾고 나가자고 카메라 감독님이 우는소리를 했다.
당연히 나도 빨리 찾고 싶었다.
“감독님 저만 믿으세요. 저 잘 따라오시고요.”
일단 조금 전에 여학생 귀신이 들어간 교실 문을 열었다.
“들어가려고?”
“들어가야죠.”
무서우시면 들어오지 말고 문 쪽에서 찍어달라고 말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
밀폐된 공간이라 그런가 역한 냄새가 유독 심했다.
아까 그 여학생 귀신은 엉망으로 어질러진 교실에서 유일하게 멀쩡한 책상 앞에 앉아 낡은 소설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통상의 것보다 눈에 띄게 좁은 교실 정중앙에 태연히 앉아 있는 여학생 귀신의 눈치를 계속 살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안녕하세요, 제가 반지만 얼른 찾고…….”
그때였다.
[특성 《세믈리에Semmelier》가 캐비닛에서 불순한 의도를 감지했습니다.]……캐비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