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1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11화
작년 일이라길래 원래 시드에서 연습하던 서문결과 견성하에게 한 말인 줄 알았는데, 반응한 것은 오히려 설렁설렁 문제를 풀던 반요한이었다.
“아, 그거. 재밌었는데. 또 할래?”
“하긴 뭘 또 해.”
강지우가 드물게 차갑게 대꾸했다.
생각해 보니 강지우가 반요한에게 차가워지는 건 그렇게 드물지 않은 것도 같았다.
“그게 뭔데?”
아예 책을 치워버린 내가 물었다.
공부는 텄다.
“작년에 서로 생일에, 쓸데없는 선물 주기를 했거든?”
“쓸데없는 선물?”
“어. 진짜 말 그대로 쓸데없는 선물. 작년 달력이나, 3번 보면 죽는 사진 넣어놓은 액자 같은 거 말이야.”
“진짜 쓸데없네요.”
견성하도 책을 탁 덮고 끼어들었다.
아직도 공부에 집중하고 있는 건 서문결밖에 없었다.
“내 생일이 빨라서 반요한이 선빵… 선물을 먼저 주기로 했다? 근데 쟤가 뭘 줬는지 알아?”
급하게 말을 바꾸기는 했지만, 선빵이라니.
단어 선택부터 심상치 않았다.
폭풍전야처럼 거실이 고요해진 와중에 반요한은 난처해 보이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윽고 강지우가 분통을 터뜨렸다.
“저놈은 아이돌이 연애하면 생기는 일에 대한 리포트를 써왔어! 그것도 20쪽짜리! 그대로 교수님께 제출하면 과제 점수 만점은 물론이고 따로 불려가서 칭찬까지 들을 만큼 정성 가득한!”
“누가 연애하고 싶대?!”라며 씩씩거리던 강지우는 잠시 뒤 빠르게 진정하더니 타이르듯 말했다.
“하…. 근데 얘들아, 적어도 서른 살까지는 연애 같은 거 절대 하지 말자. 내가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이게 다 너희 걱정돼서 하는 말이야.”
“걱정돼서 한다는 말 치고 제대로 된 말 없다던데.”
“내 말이….”
“그래서 지금 연애를 하겠다고?”
강지우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와 견성하가 고개를 휙휙 젓자 잘 생각했다는 것처럼 도로 인자한 미소를 지어 보인 강지우는 이내 반요한을 째려봤다.
“그리고 반요한 너는 양심이 있으면 은퇴할 때까지 하지 마라. 아니, 그냥 평생 혼자 살다 외롭게 죽어버려!”
그래도 일단은 불과 몇 시간 전에 따뜻한 말과 함께 포옹도 했던 친구인데, 스산하고 잔혹한 저주였다.
이쯤 되니까 저 여우 새끼가 대체 무슨 기가 막힌 내용으로 20페이지씩이나 채웠을지 궁금하다.
“네 선물에 정성이 과하게 들어간 부분은 인정할게.”
눈썹 끝을 축 늘어뜨리며 미안해하는 척을 한 반요한이 말했다.
“그때 과제 하기가 너무 싫어서 도피성으로 네 걸 준비하다 보니 그렇게 되더라.”
반요한의 뻔뻔스러운 변명을 가차 없이 무시한 강지우가 내 쪽을 바라보며 하던 말을 이었다.
“그런데 진짜 선물은 그게 아니었다?”
“그게 아니었다고?”
“어.”
거친 손놀림으로 핸드폰 갤러리를 뒤진 강지우가 사진 하나를 보여줬다.
“와…….”
강지우가 보여준 것은 디자인과 포장을 보아 커플링임이 분명한 한 쌍의 반지를 찍은 사진이었다.
“…….”
“이 인간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개새끼다.
반요한을 향한 냉담한 여론 속에서 강지우가 울분에 차서 한 단어 한 단어 끊어 층간 소음이 우려되는 성량으로 외쳤다.
“그 집요한 리포트를 보여주고 난 뒤에! 반지 두 개를! 선물로 주는 저게! 사람이냐!”
이제 서문결마저 반요한을 미적지근한 눈길로 보았다.
“그럼 내가 사람이지 뭐야.”
……이건 솔직히 강지우가 저 새끼를 한 대 쳐도 무죄 아닌가.
“그래서 그 반지들은 어떻게 됐어요?”
견성하의 물음에 강지우가 “그거?” 하고 되묻더니 간단히 답했다.
“팔았지.”
조금 전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편안해진 표정을 보니 꽤 비싸게 팔았나 보다.
“팔았어?”
몰랐던 일인지 반요한이 깜짝 놀랐다.
“그럼 내가 그걸 갖고 있어서 뭐 해?”
강지우가 질색했다.
“나도 네가 아직 그걸 갖고 있었으면 기분 나빴을 것 같기는 하지만, 말도 안 하고 팔아? 서운하다, 야.”
“너어는 진짜, 조용히 해라. 내 정신적 피해 보상하려면 한참 모자라니까.”
“그래서 요한이 형 생일에는 뭐 줬어? 받았으니까 돌려줬을 거 아니야.”
내 말에 이번에는 반요한이 할 말 많은 표정으로 나섰다.
반요한은 자기 핸드폰으로 사진 하나를 보여주었다.
뭔가 해서 봤더니 이메일 작성 화면을 캡처한 사진이었다.
“…울대학교 경영학부 반요한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대학원 진학에 관심이 생겨 실례를 무릅쓰고 교수님께 연락드립니다. 아직 학부 1학년생이지만 성공적인 대학원 진학을 위해 지금부터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
다소 과장된 메일 본문을 소리 내어 읽던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거 진짜 보냈어?”
“결과적으로는 안 보냈지.”
한결 여유를 되찾은 강지우가 능청스레 손을 내저었다.
“결과적으로?”
“그래. 안 보냈지.”
반요한이 빈정거리는 듯한 어조로 덧붙였다.
“선물이랍시고 무슨 대학원 지원서를 정신 사납게 팔락거리면서 전송할까 말까 내 앞에서 꼴불견처럼 깐죽거리다가, 실수로 전송 버튼 누르고 자기가 더 놀라서 급하게 전송 취소하던 걸 영상으로 찍어뒀어야 했는데.”
강지우가 어떻게 인성질… 약을 올렸을지 너무나도 잘 상상됐다.
연애하지 말라고 저주하는 거나 마찬가지인 20쪽짜리 리포트와 쓰지도 못할 커플링이라는 엿을 먹고 나서, 반요한의 생일이 오기만을 얼마나 간절히 기다려왔을까.
“그래도 저는 요한이 형이 한 짓에 비하면 약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실제로 전송한 것도 아니고.”
말을 꺼낸 견성하에게로 반요한의 고개가 휙 돌아갔다.
“그런데 여기서, 저 메일을 받는 사람이 실제로 내 진로에 간섭할 수 있는 우리 아빠라고 한다면?”
“!”
“그리고 만약 메일 전송을 취소하지 못했다면?”
“그건….”
“거기에 우리 작은누나가 재작년까지 대학원생이었다는 사실까지 추가된다면?”
“세상에.”
“작은누나가 대학원 다닐 때 진짜 고생이란 고생은 다 했어. 그거 보면서 나는 절대 대학원생 같은 건 안 해야지 했거든. 그리고 강지우도 그거 다 알고. 작은누나가 얘 예뻐해서 볼 때마다 잘 챙겨줬단 말이야.”
“와….”
이제 결론이 났다.
나는 말 없이 견성하, 서문결과 시선을 주고받은 뒤, 대표로 말했다.
“오늘도 두 사람이 왜 절친한 친구인지 알려줘서 고마워.”
너구리 굴에서 여우 잡는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강지우나 반요한이나, 아주 끼리끼리 똑같은 놈들이었다.
“그래도 얘보다는 내가 더 낫지 않냐?”
“넌 아직도 그러고 싶니?”
강지우와 반요한이 옥신각신거리는 와중에 다른 녀석들은 저마다 의견을 냈다.
“전 요한이 형이 더 심했다고 생각해요.”
“나도.”
“나는… 지우 형.”
내 답이 예상외였던지 다들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심지어 반요한도 의외라는 듯한 표정이었다.
“막내 네가 어떻게…!”
“어? 나?”
“내가 봤을 때는 둘 다 똑같은 사람인데, 요한이 형이 준 반지는 팔아서 돈이라도 됐잖아.”
“그렇네.”
“맞네….”
견성하도 듣고 보니 그렇다며 반요한이 더 낫다고 말을 바꿨다.
“거봐. 내가 낫다니까.”
“형이 아니라 돈이 낫다는 뜻이거든?”
“……결이 너밖에 없다.”
“지우 형도 다를 것 없어.”
“결이 너마저…!”
서문결의 무덤덤한 말은 늘 보기보다 큰 파괴력을 행사했다.
“그런데 그거 우리끼리도 나중에 하면 재밌겠다.”
“뭐? 쓸데없는 선물 주기?”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강지우가 침착히 말했다.
“하는 건 좋은데, 선물 공개하는 날 그룹 불화설 나는 거 아닌지 무섭다, 나는.”
“제가 봤을 때는 형들만 잘하면 될 것 같거든요.”
“맞아. 얌전히 선물만 쓸데없는 걸로 주면 될 걸 무슨 딜까지 같이 넣고 있어.”
아무리 뻔뻔해도 차마 이번에는 반박할 수 없었는지,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 * *
날이 제법 쌀쌀해진 10월 초.
이제 남은 것은 정말 데뷔 앨범 준비뿐이었다.
“목소리에 기교 조금만 더 빼고 다시 한번 갈게요.”
“네!”
데뷔 앨범에 들어갈 타이틀곡 ‘해방’과 서문결이 작곡한 수록곡 ‘환상 정원’의 녹음 작업도 어느덧 막바지 작업에 들어가 있었다.
디렉팅은 정하늘이 맡았다.
이번이 벌써 정하늘과 하는 3번째 작업이었는데, 단번에 통과됐던 저번 녹음들과는 달리 이번에는 괜찮다고 하면서도 몇 번이나 더 녹음을 반복해야 했다.
“여기서 톤 더 낮게 안 해도 되나요?”
“네. 지금 딱 좋아요. 그래도 진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가 볼게요.”
어떻게 해서든 곡의 완성도를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겠다는 의지가 느껴지는 레코딩이 끝난 것은 그로부터 다시 20여 분이 지난 뒤였다.
“이제 진짜 끝났고, 오늘도 너무 잘했어요. 데뷔 준비 잘하고 나중에 또 봐요.”
“감사합니다!”
나는 쏟아 부어지는 칭찬과는 별개로 유난히 빡빡했던 디렉팅 때문에 바짝 긴장시켰던 몸에서 힘을 빼며 밖으로 나갔다.
먼저 녹음을 마치고 나와 각자 핸드폰을 보며 표정 연습을 하던 멤버들이 나를 발견하고 자리에서 꾸물꾸물 일어났다.
아이돌스러운 표정을 띄우던 면면들이 썩 피곤해 보였다.
“먼저 가서 조금이라도 쉬지. 피곤할 텐데.”
“왜 전부터 자꾸 먼저 가래?”
가볍게 타박한 반요한이 내 어깨를 툭 쳤다.
“빨리 가자. 늦었다가는 새봄 형한테 빠졌다고 잔소리 엄청 들어.”
* * *
오르카가 한창 연습에 몰두하고 있을 10월의 어느 오후.
드디어 팬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리얼리티 티저가 올라왔다.
[오르카 리얼리티 ‘친해져요, 오르카’ Teaser]오르카의 개별 공식 계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시드 공식 계정에 꾸준하게 올라오던 셀카도 바쁜 일정 때문인지 뚝 끊긴 요즘.
리얼리티라는 대형 떡밥은 비록 티저에 불과할지라도 팬들을 불타오르게 만들기 충분했다.
손글씨 느낌이 나는 ‘친해져요, 오르카’ 오프닝 로고가 먼저 나온 다음, 멤버들을 한 명씩 소개하는 파트가 짧게 짧게 나왔다.
멤버마다 첫 촬영 때 정했던 상징 이모티콘들이 콜라주 형식으로 앙증맞게 편집되어 있었다.
– 허어억
– 온라온 뿅망치 뿅뿅뿅뿅 때릴 때 애들 아래를 쏙쏙 내려가는거 미쳤냐고 졸귀탱ㅠㅠㅠ
– 강쥬 두 손 위로 번쩍 드는거 개귀엽다ㅋㅋㅋㅋ
– 근ㄷㅔ 누가 온라온 캐해 고양이로 함????? 안귀엽다는건 아니지만
┗ ㄹㅇ개망한 캐해 아님??? 우리애 완전 사람조아갱얼인데요ㅠ 안예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동안 촬영한 분량을 교차 편집한 컷들이 감질날 만큼 빠르게 지나간 이후.
멤버들이 왠지 멀리 들려오는 것처럼 아련하면서도 떠들썩한 목소리로 ‘친해져요, 오르카!’라고 외치는 것과 동시에 티저가 끝났다.
– 데뷔도 안한 애들의 몇초짜리 티저가 너무 좋아서 죽음ㅇ[-[
– 아 근데 애들 생각보다 시끄러움ㅋㅋㅋㅋㅋㅋ 말하는 부분은 몇 초 안나왔는데돜ㅋㅋㅋ
┗ ㄹㅇ얘네 이렇게 우와으왕왕하는 애들인거 처음 알았다고 지갈새 지옥 갈땐 가더라도 하드는 털고가
– 쩐다 지금 계속 돌려보고 있는데 광대 내려올 생각을 안하고 이걸 먼저보다니 부러워서 죽겠어요 편집팀
– 그래서 애들 인사법 뭔데ㅠㅠㅠ우리도 좀 알려주라
– 첫방 담주래요 어떻게 기다려ㅠㅠㅠㅠㅠ
그리고 다음 날.
다소 충격적인 소식이 보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