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1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12화
픽하트3 데뷔 그룹 브레이커의 해체가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아직 수사 결과가 구체적으로 나오지도 않았다는 걸 고려해 보면 이례적으로 빠른 의사 결정이었다.
그동안 해체해야 한다는 여론이 우세하기는 했으나, 알트라는 막강한 대기업이 뒤에 버티고 있었기에 막상 현실로 다가온 브레이커의 해체는 팬들을 충격에 빠뜨리기 충분했다.
– 와 결국
– 멤버들 고생많았다 어디서든 잘되길
– 해체가 맞긴 한데 무고한 멤들 그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시간 날린건 어떻게 보상할거야??
– 브레이커 보고 싶다 대체 왜 피해는 애들이 다 봐야 하는 건데
– 다른 범죄자 연옌들은 다 멀쩡히 해먹는데 왜 죄없는 브레이커가 해체해야하냐고 #ALT_제대로_보상해
– 계속 찝찝하게 안고가느니 해체 잘했고 떳떳한 애들끼리 새그룹으로 나와줘
일부 브레이커 팬들은 해체 자체를 결사반대했고, 또 다른 팬들은 연습생들이 브레이커가 아닌 새로운 그룹으로 모여 활동을 시작하길 바란다는 의사를 밝혔다.
알트는 끝끝내 그 어떤 목소리에도 응답하지 않았다.
해체가 발표된 건 낮이었지만, 오르카는 밤늦은 시간까지 쉴 틈 없이 진행된 연습을 모두 마치고 나서야 직원에게 그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렇게 됐대.”
소식을 전해준 직원은 아이들을, 특히 픽하트에 출연했던 세 명의 안색을 살폈다.
세 사람 다 겉으로 보기에는 별반 동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하긴. 남 신경 쓸 만큼 여유로운 때도 아니고. 내 코부터가 석 자지.’
직원은 먼저 들어가겠다며 꾸벅 인사를 하고 숙소로 향하는 오르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데뷔가 2달도 채 안 남은 지금, 시드에 속한 이들 중 정신없이 바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기실 그들이 해당 사안을 비즈니스적인 문제 이상으로 신경 써야 할 필요는 없었다.
엄밀히 따지자면 남을 걱정하기보다는 걱정받아야 하는 위치가 아닌가.
숙소로 돌아가 샤워를 마치고 나온 온라온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 나는 차라리 마음이 편하다.
늦은 시간 전화를 걸어온 것은 김준우였다.
“왜?”
김준우가 탁 내뱉은 말에 온라온이 침착하게 반문했다.
– 그냥….
조금 전 꺼림칙한 것을 훌훌 털어버리듯 시원스럽던 기세와는 달리 말끝을 흐리며 머뭇거리던 김준우가 고백했다.
– 마지막 생방 날에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혼자 엄청 많이 했거든.
“…….”
– 명수도 떨어지고 너도 떨어지고 요한이도 떨어지고 결이도 떨어지고…. 너네가 다 없는데, 내가 붙은 게 그냥 이상했어.
알콜 냄새가 스피커 너머에서 솔솔 풍겨오는 것 같았다.
‘이 인간 술 마셨구만….’
베란다로 나간 온라온은 밖에서 안쪽이 보이지 않도록 불투명한 덧창을 단단히 닫았다.
어딘가에서 성능 좋은 렌즈로 이쪽을 찍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생 때문이었다.
“그게 이상하긴 뭐가 이상해. 형네 회사는 문제없다며. 그럼 형은 형 실력으로 당당하게 들어간 거 아니야?”
닫힌 베란다 문에 기대앉아 핸드폰을 고쳐 든 온라온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때 말했잖아.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형은 잘될 거라고. 사람 일 모르는 거야. 언제 어떻게 세상이 뒤집힐지도 모르는 거라고.”
이렇게 말하면 되나?
– 어어…. 그랬지. 너도 잘될 거고… 맞아… 그래…….
누군가를 위로하는 것도 나름 두 번째라고, 저번보다는 훨씬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고 온라온이 자평했다.
격렬한 연습으로 인해 피로도가 진작 한계에 다다랐던 온라온은 통화 도중에 바보처럼 잠들지 않기 위해 팔뚝을 꼬집거나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며 졸음기를 쫓아냈다.
그렇게 이야기를 들어준 덕분에 두서없이 넋두리하던 김준우는 어느 순간 조금 정신을 차렸다.
– 미안… 너도 지금 힘들 텐데 나잇값 못 하는 인간 받아주겠다고 이게 뭔 고생이냐.
“나야 뭐. 이제 좀 괜찮아졌어?”
그런 것 같다고 답한 김준우는 처음에 비해 확연히 진정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 이제 와서 이런 말 하는 것도 좀 그렇기는 한데, 우리 일 너무 신경 쓰지는 마. 아직 확실한 건 아니지만….
“아니지만 뭐?”
– 아니… 아니다. 확실해지면 다음에 말해줄게.
당장 말해줄 생각은 없는 것 같아 온라온은 그에 대해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오현진 형은 어때? 괜찮아 보여?”
브레이커는 최근까지 숙소 생활을 했다.
서로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정도는 대충이라도 알고 있을 법했다.
물론 정말로 오현진이 걱정되어 한 말은 아니었다.
적의 동태 파악 정도?
온라온은 필히 오현진을, 가능하다면 킬각을 잘 재어 원흉인 트루까지 조져버리겠다는 중대한 목표를 잊지 않고 있었다.
김준우는 ‘두 사람이 친했던가?’ 하며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순순히 답했다.
– 글쎄다……. 애들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현진이가 특히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이는 것 같기는 해.
그건 좋은 소식이다.
– 아, 이것도 확실한 건 아닌데….
“응.”
– 얼마 전에 현진이가 트루 신인 보이그룹 데뷔조에 바로 합류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어.
오현진이 대형 기획사 데뷔조 프리패스권을 끊었다는 말에 반사적으로 인상을 찡그렸던 온라온은,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잘된 거지.
오현진이 망해도 피해는 트루가 보는 거니까.
* * *
나중에 밥 한번 같이 먹자는 인사와 함께 김준우와의 통화가 끝났다.
나는 참았던 하품을 연거푸 늘어지게 하며 베란다에서 나왔다.
쌀쌀한 바깥에 있다가 상대적으로 따뜻한 안으로 들어오자 몸이 노곤하게 풀렸다.
어느덧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
그렇다는 건 오늘이 반요한의 생일이라는 뜻이군.
마침 반요한은 거실에 나와 회사에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쓰라고 시킨 일지를 심드렁한 표정으로 붙잡고 있었다.
“형, 생일 축하해.”
“고마워. 선물은?”
“없어. 마음만 받아.”
그건 선물을 받는 쪽이 해야 하는 말 아니냐며 다 쓴 일지를 정리한 반요한이 투덜거렸다.
“다른 형들은?”
“자.”
“형은 왜 안 자고.”
“준우 형이랑 통화한 거 아니야? 뭐래?”
눈치만 빨라서.
애매하게 웃은 나는 잠시 말을 골랐다.
“힘들어하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아예 막막한 상황은 아닌가 봐.”
나는 김준우가 하려다가 중간에 멈춘 말을 떠올렸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저쪽에서도 뭔가 일이 진행되고 있기는 한 것 같았다.
브레이커 멤버들의 소속사가 해체를 논의했던 게 하루 이틀 된 일은 아닐 테니.
생각 있는 회사라면 이런 상황에서 쓸 만한 플랜B 정도는 세워두고 있을 것이다.
“그럼 자자.”
반요한은 이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나도 녀석을 본받기로 했다.
저쪽에 마음을 쓰는 건 쓰는 거고, 우리 일에 집중하는 건 집중하는 거니까.
그리고 내가 둘 중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여겨야 하는지를 골라야 한다면, 물론 후자였다.
몇 시간 자고 일어나 보니 김준우에게 문자가 와 있었다.
준우형 [어제 진짜 미안ㅠㅠㅠㅠ]
준우형 [괜히 신경쓰게 한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하다.. 나 진짜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준우형 [데뷔 준비 다치지 말고 잘하고 다음에 진짜 한번 보자]
나는 괜찮다고 답장을 보내뒀다.
* * *
옆 동네에서 난리가 났지만, 오르카 팬들은 최근 들어 가장 설레는 하루를 보냈다.
자정에는 공식 계정에 생일을 맞은 반요한의 셀카가 업로드되었고, 오후에는 ‘친해져요, 오르카’ 첫 방송 기념 SNS 이벤트가 올라왔다.
그리고 밤 9시 반.
마침내 ‘친해져요, 오르카’ 첫 방송이 시작됐다.
반요한, 온라온, 서문결의 트리플 홈 ‘Yes my BOS’, 줄여서 예마보를 공동으로 운영하는 온프 출신 홈마1과 농부 출신 홈마2는 경건한 마음으로 각자 집에서 TV를 보고 있었다.
티저에도 들어갔던 짤막한 오프닝 영상이 이제 막 끝난 참이었다.
홈마 1, 2 모두 멤버별로 어떤 순서로 어떤 포즈를 취했고, 어떤 상징이 어디에 어떻게 들어가 있는지를 줄줄 외울 수 있을 만큼 여러 번 본 티저지만, 보고 또 봐도 여전히 좋았다.
[친해져요 오르카 1회] [본 프로그램은 가상 및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의례적인 안내문이 지나간 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며 스튜디오로 몰려 들어가는 오르카의 모습이 나왔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제작진을 앞에 두고 일렬로 서 서로 눈치를 보다가 강지우의 선창에 후다닥 허리를 굽히는 모습들에 팬들은 함박웃음을 지었다.
– 아이고 풋풋하다
– 신인티 팍팍 난다ㅠㅠㅠ
– 드디어 내 새끼가 평범하게 말하는 소리를!!! 원없이!!!!!
인사를 마친 오르카가 자리에 앉고, 자기들끼리 활발하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다가 여러분 하고 싶은 거 다 하시라는 제작진의 시원스러운 말과 함께 전체적인 포맷이 설명됐다.
뒤이어 견성하가 아쉬워하는 컷이 나왔다.
– 맞말ㅋㅋㅋㅋㅋㅋㅋㅋ
– 둘다 솔직하넼ㅋㅋㅋㅋㅋ
– 댕성 제일 덩치 크면서 형한테 한마디 들었다고 힝구되는거 ㄱㅇㅇ
– 좋은 말 할때 애들 해외여행 보내줘! 돈은 농사지을 땅을 팔아서라도 마련할테니까..!
어쨌든 표정들을 보니 분위기는 딱 좋은 것 같아, 예마보는 일단 포맷 자체에는 별점 10점을 주었다.
실시간 반응도 대부분 비슷한 분위기였다.
– 리얼하게 한답시고 애들 괜한 고생 안 시키는 거 몹시 바람직
– 얘들아 하고 싶은 거 다 해
– 계속 누워만 있어도 좋을듯ㅎㅎ 물론 카메라는 정면 클로즈업 빡세게 잡아주시고요
뒤이어 그룹의 미래에 관해 얘기하고 싶다는 강지우의 영상이 나오고, 서문결을 제외한 다른 멤버들이 그를 가볍게 타박하는 모습들이 과하지 않은 선에서 재밌게 편집되어 방송됐다.
– 지우야 너 왤케 하찮앜ㅋㅋㅋㅋㅋㅋ
– 온라온 반요한 저런 캐릭터였냐곸ㅋㅋㅋㅋㅋㅋ
– 강쥬 앞으로 쟤네한테 십년은 더 몰이당할 것 같은데 맏형의 (같잖은) 권위 이런 거 없고 그냥 화기애애해서 조음ㅎㅎ
공식적으로 기록된 첫 번째 맏형 몰이가 끝나고 난 뒤에는 멤버들이 미션지를 뽑는 장면이 방송됐다.
[첫 번째 미션: 그룹 리더 정하기] [부제: 7년짜리 조별과제 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