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3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35화
농부, 따까리, 간부, 어부…….
오르카 팬들의 전적은 화려했다.
자조적인 개그감이라면 또 모르겠으나, 미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이름들에 팬들의 원성은 극에 달해 있었다.
– 우리 팬덤명 언제 나와??
– 시드야 그거 하나 정해주는 게 그렇게 어렵니???
– 팬덤명 죠스크라켄씨펄 이딴 거로 할거면 공모받아 제발…
그 독보적인 이름들을 가져다 붙인 게 다른 사람이 아니라 팬들 본인이라는 것은 일단 그렇다 치고.
오르카 멤버들도 팬들이 팬덤 이름을 바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반가을 대표부터 시작해 자기 회사 직원들이 작명에 그다지 소질이 없다는 사실 또한, 짜릿한 경험을 통해 무서울 만큼 잘 알았다.
이런 부분에서는 그나마 믿을 만한 주열음 이사가 회사에 존재하기는 했으나,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그녀의 성향으로 보았을 때 손 놓고 기다리면 팬덤 이름이 나오기까지 몇 달은 더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높았다.
몇 달 전 그룹 인사법을 만드는 것에 이어, 팬들을 근사한 팬덤 이름으로 불러 보는 게 로망이었다는 강지우는 손가락만 빨고 있지 않았다.
“우리가 먼저 좋은 거 생각해서 선빵, 말씀드리자! 팬분들이 얼마나 기다리시겠어!”
“이 형 지금 선빵 치자고 하려 했던 것 같은데.”
“팬분들을 위한 게 아니라 본인 욕망을 위한 것 같은데.”
어쨌거나 어느샌가 자기 주도적인 아이디어 창출에 익숙해진 그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도 자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팬덤 이름에 대해 논의하게 된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말해봅시다. 누구부터 할래?”
“나, 나, 나.”
“네. 지우 형, 말해보세요.”
“팀 이름이 범고래니까 바다 어때?”
“아, 그거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발음도 어렵지 않아서 외국인도 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고, 의미도 괜찮게 만들 수 있을 것 같고. 아니면 아예 오션 같은 걸로 번역한다든가.”
아무래도 반가을 대표가 그룹 이름을 지을 때부터 강조했던 게 바다이니만큼 다들 한 번씩은 생각해 본 이름인지 멤버들의 반응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다.
“나쁘지는 않은데, 우리 그룹 이름 뜻이 그거였잖아. 연예계라는 험난한 바다에서 범고래처럼 강한 팀이 되겠다.”
“그렇지.”
“이러면 바다라는 말의 의미가 겹치게 되지 않나?”
“그렇네. 바다가 이미 다른 뜻이 있었네.”
이럴 때는 반요한의 하나하나 따지고 드는 성격이 도움이 된다고, 온라온이 생각했다.
“다른 걸 더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도 바다 관련된 게 무난하다고 생각은 했는데, 더 좋은 게 나올지도 모르니까 일단 보류해 두고 결이 말대로 더 생각해 보자.”
가장 무난했던 바다라는 선택지가 지나가고 온갖 이름들이 마구잡이로 범람했다.
다들 크라켄, 지오스, 씨펄이라는 놀라운 비교 대상들에 큰 용기를 얻은 게 틀림없었다.
“머메이드! 상상해 봐. 범고래랑 인어들이 바다에서 함께 헤엄치는 모습들! 너무 예쁘다!”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은 날카로운 인어의 추억을 떠올린 온라온이 혼자 움찔하는데, 반요한이 다시 딴죽을 걸었다.
“머메이드는 여자 인어만 말하는 거잖아. 넌 지금 남자 팬은 팬도 아니라고 말한 거야.”
“!”
“지우 형 나빴네요…….”
“아니, 나느은……!”
“결이 형은 아름다움에도 성별이 없댔는데 이 형은 팬이 될 수 있는 자격에 성별이 있다고 하네.”
“이런 사람이 우리 리더라니. 말세다 말세.”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강지우가 유일하게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라며 제 편을 들어준 서문결을 끌어안고 쟤네 너무하지 않냐고 찡찡거렸다.
다음으로 범고래는 바다에서 제일 센 동물이니 팬들은 땅에서 제일 센 동물로 하자는 견성하의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팬들을 아프리카코끼리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
그새 핸드폰으로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동물’을 검색해 본 온라온이 ‘1위. 아프리카코끼리’라고 나와 있는 화면을 멤버들에게 보여줬다.
“사자가 아니라고?”
동물의 왕은 사자 아니냐며 견성하가 충격받은 얼굴을 했다.
“너 안 그런 척하더니 사자 좋아하는구나.”
“……아니거든?!”
어쨌거나 확실히 강해 보이기는 하지만, 팬들이 아프리카코끼리라고 불리는 것을 그리 원할 것 같진 않다는 온라온의 말에 모두가 동의했다.
“아쿠아나 마린 어때? 예쁘지 않아?”
“그것도 넓게 보면 결국 바다잖아.”
“헐. 아쿠아랑 마린 합쳐서 아쿠아마린……!”
“지우야, 꼴사나우니까 대단한 의견이라도 낸 것처럼 스스로 감탄하지 말아주겠니?”
“……너 지금 아까 내가 연습 더 시켰다고 삐져서 이러지.”
“흥.”
“저걸 진짜…….”
기운이 남아도는지 요즘 틈만 나면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온라온과 견성하가 수군거렸다.
“그래도 쉬는 시간에 보컬 연습실로 끌고 간 건 지우 형이 심했어.”
“맞아. 진짜 너무했어.”
이후로도 그들은 한참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에어는 어때? 바다에서도 산소는 필요할 거 아냐. 팬분들이 있어서 우리가 숨 쉴 수 있다! ……같은 느낌으로.”
“이제까지 나온 것 중에는 제일 괜찮은데 약간 심심하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냥 에어라고만 하면 찾아볼 때 힘들 것 같아.”
검색이 힘들다.
대단히 중요한 지적이었다.
“뭔가…… 포인트가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그때, 서기 역할을 맡아 잠잠히 팬덤 이름 후보들을 받아쓰던 서문결이 입을 열었다.
“!”
그리고 서문결의 말을 들은 멤버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 * *
12월 15일.
‘Present’ 뮤직비디오가 시드 공식 위튜브 채널에 공개되었다.
[홍서람, 배세일, 장고, 투모로우, 권겨울, 유시원, ORCA(오르카) 2017 시드 크리스마스 캐럴 ‘Present’ MV]뮤직비디오는 사복 차림의 시드 아티스트들이 와글와글 모여, 회사 앞에 도착한 커다란 선물 상자의 리본을 조심스럽게 푸는 장면으로 시작되었다.
까슬까슬한 리본이 풀어지며 자기들끼리 서걱서걱 마찰하는 소리가 이어폰을 낀 채 뮤직비디오를 시청하던 사람들의 귓가를 자릿하게 긁었다.
사람도 여러 명 들어갈 만큼 거대한 선물 상자가 점차 연극적으로 열리며 아련하게 흘러나오던 외국의 유명 캐럴, 징글벨이 변주된 전주가 서서히 커진다.
Jingle bells, jingle bells
Jingle all the way……
상자 안에 들어 있던 것은 크리스마스를 보내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이었다.
가운데에 우뚝 솟아 있는 크리스마스트리와 그를 꾸밀 다채로운 장식들, 맛있는 케이크와 쿠키를 굽기 위해 필요한 재료와 베이킹 도구들, 크리스마스와 어울리는 꽃과 나무, 장식품들, 하얗고 빨간 핸드벨…….
눈을 뜨자마자
눈이 왔는지 창밖을 내다봤지만
기다렸다고는 말하지 않을래
맑은 음색이 돋보이는 싱어송라이터 유시원의 목소리로 곡은 첫 소절을 시작한다.
오르카 멤버들이 낑낑거리며 놀라운 크기의 트리를 힘 모아 들고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는 모습.
그 뒤를 따라 가벼운 포인세티아 화분을 각자 품에 안고 종종걸음으로 걸어가는 권겨울과 홍서람과 장고의 모습.
배세일과 유시원이 신나서 불이 들어오지 않은 크리스마스트리 전구의 전선을 제 몸에 휘휘 걸쳐 보는 모습 등이 스톱모션 기법으로 발랄하게 촬영됐다.
널 위해 준비하고 있어
내 크리스마스는 전부 네 거인걸
어딘가의 주방에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만들다가 생크림을 서로의 얼굴에 묻히며 장난치는 투모로우 멤버들.
그 뒤에서 앞치마를 착용한 강지우가 귀신처럼 스르륵 나타나 웃는 얼굴로 과히 발랄한 선배들의 어깨에 턱 손을 올렸다.
이후 허리에 두 손을 짚은 강지우가 엉망이 된 얼굴을 한 투모로우 멤버들에게 음식으로 장난치면 안 된다는 듯 따따따 설교하는 장면이 유쾌하게 연출되었다.
Oh 설레는 내 마음 보여도
모른 척해줘
깜짝 선물이니까
권겨울과 장고, 홍서람이 책상 하나에 모여 앉아 크리스마스카드를 썼다.
한편으로는 오르카 멤버들이 온갖 요란을 떨며 가위바위보를 하더니 웬일로 혼자 주먹을 내서 패배한 반요한을 막무가내로 엎드리게 했다.
잠시 뒤 온라온이 그를 밟고 올라가 어느 정도 장식이 마무리된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에 납작한 금색 별을 장식했다.
멤버들이 기뻐하며 어떠한 의식이라도 하듯 크리스마스트리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 뒤로도 보는 이를 저도 모르게 미소 짓게 하는 장면들이 이어진다.
다양한 패턴으로 소란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전구처럼 통통 튀는 음악과 함께.
내 마음에 촛불 하나가 있어
포근한 네 숨만 있다면
절대 꺼지지 않을
날개뼈 아래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머리카락을 하나로 느슨하게 내려 묶은 R&B 가수 홍서람이 크리스마스 케이크 위의 초에 불을 붙였다.
그에게서 넘겨받은 케이크를 조심스럽게 든 배세일이 복도를 걸어가는 동안 시드 식구들이 옆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온다.
그럴 때마다 가수들이 몇몇 직원들과 함께 실제로 열심히 꾸민 사옥 내부 모습이 잠깐씩 비쳤다.
배세일의 뒤에 따라붙은 사람들의 꼬리가 눈에 띄게 길어졌다.
마침내 배세일은 하나의 문 앞에 섰다.
안쪽에서 문이 느리게 열리기 시작하며 갈수록 흥겹게 고조되던 음악이 사그라진다.
도리어 들뜰 만큼 조용한 공간에, 가장 먼저 오르카 멤버 다섯 명의 아카펠라가 하얀 눈처럼 소록소록 내려앉는다.
그런 다음 투모로우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3단 케이크 꼭대기에 체리를 얹듯 세심하게 더했고.
최종적으로 반주가 돌아오며 마개를 딴 샴페인처럼 시원하게 솟구치는 하이라이트는 배세일과 권겨울이 맡았다.
그래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건 널 위한 Present
풍성한 합창 덕분에 전보다 더 흥겨워진 분위기 속에서 문이 완전히 열렸다.
그동안 시드 식구들이 멋진 크리스마스를 위해 열심히 준비했던 모든 것이 모인 널따란 파티룸이 보였다.
물론 시드 사옥 내부에 실제로 있는 공간은 아니고, 시드에 있는 문과 다른 곳에 있는 파티룸이 연결된 것처럼 편집했을 뿐이다.
장식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아름답게 빛나는 크리스마스트리 옆에서 사람들은 알코올 없는 샴페인을 예쁜 잔에 따라 마시고, 케이크를 잘라 접시에 담고, 편지를 읽고, 핸드벨을 짤랑짤랑 흔들고, 노래하고, 춤추며 마치 선물 받은 아이처럼 걱정 없이 웃었다.
빨갛고 노랗고 하얗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조명 빛이 아롱아롱 맺힌 온라온의 투명한 눈이 점차 가까워질 때는 뮤직비디오를 보던 모두가 잠시 넋을 놓았다.
Oh 널 향한 내 마음이 보인다면
이제는 알아줘
다 내 선물이니까
마지막에는 한목소리로 미리 정한 것처럼 “메리 크리스마스!”라고 외치며 뮤직비디오가 끝났다.
바야흐로 새로운 크리스마스 연금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