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3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36화
‘Present’ 뮤직비디오에 달린 댓글을 쭉 보는데 온통 기분 좋은 말뿐이다.
– 솔직히 시드가 규모는 별로 안 커도 음악적으로 정말 뛰어난 소속사가 아닌가 싶다
– 소속 가수가 그냥 다 옹기종기 행복해 보여서 내 마음까지 따수워진다… 반가을님 많이 버세요
– 오르카는 처음 들어보는데 아이돌인가요? 최근 본 연예인중에 제일 잘생겼는데 노래까지 잘해서 깜짝 놀랐어요ㅎㅎ 작년보다 소리가 더 풍성해진 것 같아요
– 3:11 조용해지면서 오르카가 아카펠라 하는 거에서 소름돋고 투모로우까지 들어가면서 울컥하고 권겨울배세일 지르면서 기립박수쳤음
– 리와인드 때부터 보스 목소리합 쩐다고 생각했는데 지우성하까지 들어가니까 그냥 극락임
– 서문결은 랩만 잘하는 게 아니라 노래도 잘하네 진짜 사기캐ㅠㅠㅠ
– 아카펠라 부분에서 칫 칫.. 이거랑 약간 북 울리는 소리 같은 거 누구임ㅠㅠㅠㅠㅠ
┗ 확실한 건 아닌데 칫칫하는 건 요한이고 북소리는 성하 같아요!
그리고 음원 차트 순위도.
[9. Present – 홍서람, 배세일, 장고, 투모로우, 권겨울, 유시원, ORCA(오르카)]무려 한 자리대 진입이다.
물론 이건 시드와 시드 소속 가수들이 그간 좋은 음악 활동을 하면서 대중들에게 믿고 듣는다는 이미지를 착실하게 쌓아온 덕분이겠지만.
저 안에 나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괜스레 어깨가 들썩였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순위는 떨어지는 게 아니라 더 올라서 지금은 2위에 틀어박혀 있었다.
우리 노래도 저렇게 높은 곳에서 안 움직였으면 좋겠다.
10명이 넘는 이들이 다 같이 부르는 곡이라 어느 파트를 누가 불렀는지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가사로 이루어진 뮤직비디오인 리릭비디오(Lyric Video)도 다음 날 같은 채널에 올라왔다.
– 파트분배 진짜 기가 막히네요
– 음색이 다 좋아서 뭐가 어느분 목소리인지 너무 궁금했는데 시드 일 짜란다자란다!!
– 온라온씨 음색이 아주 그냥 갓 뜯은 페퍼민트이파리 살포시 올린 레몬에이드 그런데 이제 hot/ice에 탄산 유무 조절까지 가능한
– 근데 온라온 음색은 진짜 개사기임.. 들으면 사람 벅차게 하는 그런 느낌이 있어
┗ 이거진짜요ㅠㅠㅠㅠ 투디덕인데 라온이가 나중에 네코야샤 오프닝 같은 거 커버해줬으면 좋겠어요ㅠㅠㅠㅠㅠㅠㅠ
초시계로 잰 것처럼 공정한 파트 분배가 호평을 받았다.
연차가 몇 년이든 상관없이 한 사람당 정해진 시간만큼의 파트를 정확히 받았다.
멤버가 다섯 명인 우리는 어쩐지 이득을 본 기분이었다.
오르카에는 리더를 제외하고 정해진 포지션이 없지만, ‘해방’에서 랩 파트를 맡아 대외적으로는 랩 포지션으로 알려진 서문결과 견성하가 보컬로 참여한 것 역시 좋은 평을 들었다.
이런 분위기의 곡에 들어가는 랩은 대체로 호불호가 갈리게 마련이라, 잘못하면 ‘이거 랩 부분만 뺀 버전 있었으면 좋겠다.’ 따위의 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물론 랩을 해도 잘했을 두 사람은 보컬도 잘해냈으니 아무 문제 없었다.
“그래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건 널 위한…….”
곡이 워낙 좋아서인지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된다.
문득 입꼬리가 느슨하게 올라갔다.
이런 캐럴도 나쁘지 않다.
* * *
올해 할 일 중 남은 것은 다음 주가 마지막인 해방 음악 방송 활동이랑 공식 팬클럽명 발표와 관련된 것뿐이었다.
연말에는 이틀이기는 해도, 무려 휴가까지 있을 예정이다.
분명 그럴 줄 알았는데.
“……네?”
“너네, SBC 가요제전 나간다고.”
SBC 가요제전은 매년 12월 25일에 방송하는 연말 특집 가요 프로그램 중 하나이다.
“갑자기요?”
뜻밖의 말이었던지라 나와 비슷하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얼른 표정 관리를 한 강지우가 물었다.
곽상현의 설명을 들어보니, 정확히는 지금 한창 잘나가는 프레젠트를 불러달라며 우리뿐만 아니라 참여한 가수 모두에게 단체로 섭외가 들어온 모양이었다. 마침 가요제전이 크리스마스에 하는 방송이기도 하고.
방송 당일까지 열흘도 안 남은 시점에 대뜸 나오라고 말했다는 점에서 은은한 갑질의 냄새가 난다.
준비 기간이 짧다는 것만 제외하면 나쁜 일은 아니었기에 회사는 수락한 듯했다.
사실 무대 준비 기간이 짧은 거지 곡의 연습 기간 자체는 절대 짧지 않았다.
복잡한 무대 장치나 대단한 편곡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 준비에 큰 무리는 없었다.
단지 예기치 않게 추가된 일 때문에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더더욱 지칠 뿐.
그래도 제대로 성의껏 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서 좀처럼 떠나지 않는 걸 보니 강지우한테 이상한 열혈 기질이 옮았나 보다.
이런 거 말고 녀석의 체력이나 좀 뺏어오고 싶다.
“힘 좀 빼.”
“형은 힘 좀 넣어.”
물을 꿀꺽꿀꺽 마신 반요한이 그럴 생각 없다는 것처럼 느슨하게 웃어 보였다.
우리 팀에서 가장 태평한 녀석이다.
저런 놈이 자기를 창고에 가두기까지 하며 치열하게 뭔가를 했다는 게 잘 상상이 안 간다.
반면에 강지우는 매사 당연하다는 듯 최선을 다하고, 서문결은 무대에 한해서만큼은 무서울 만큼 스스로에게 엄격히 집중하고, 견성하는 무언가에 쫓기는 사람처럼 자기 자신을 끝없이 몰아붙였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다 저렇게 열심히 산다면 나라의 앞날이 밝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우리 그룹의 앞날이라도 밝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하긴. 걔들이 특이한 타입이고, 반요한이 평범한 거기는 하지. ……저걸 평범하다고 하자니 좀 인지 부조화가 오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나는 어느 쪽인가.
사실은 요령이라도 좀 피우며 적당히 끝내고 싶은데, 세 사람이 만들어내는 분위기에 휩쓸려 어쩌다 보니 열심히 하게 된 쪽?
‘에이. 그건 아니지.’
적당히 하겠다는 생각은 이 일을 시작한 이후로, 그러니까 처음 픽하트를 촬영할 때부터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춤과 노래를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던 올해 초에는 연습하는 것까지도 마냥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사람이 간사해서, 이제는 연습실에 갇혀서 제대로 해낼 때까지 똑같은 걸 무한 반복하는 것조차 즐겁다고 여기지는 못하지만.
그 과정 끝에 무대에 서는 것은 여전히 그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고 행복한 자극이었다.
언젠가 무대에 서는 것조차 그저 행해야 하는 일의 일부처럼 여겨지는 날이 올까?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 * *
12월 21일.
총 3주에 걸친 해방 음악 방송 활동이 모두 끝났다.
아쉽게도 1위를 하지는 못했지만, 1위 후보에는 여러 번 들었다.
음원은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질수록 더 인기를 끄는 ‘Present’의 낙수 효과를 받았는지 이제는 60위 언저리에서 수월하게 버티고 있었다.
22일에는 ‘해방’ 안무 연습 영상이 공개됐다.
[ORCA 오르카 ‘해방(Winter)’ Natural ver. 안무영상(Dance Practice)]네추럴 버전이 뭔가 했는데, 안무 영상 속 멤버들의 머리 색이 퍽 얌전한 것이 보였다.
그러니까, 멤버들의 머리가 뮤직비디오 촬영을 앞두고 염색을 하기 전과 같은 상태였다는 말이다.
아무래도 백발과 흑발은 차이가 대단히 크기 때문에, 온라온의 흑발을 염원했던 팬들은 해당 안무 영상에 특히 만족했다.
– 이때 영상으로 남길 생각한 직원분 연말 보너스 많이 받으세요
– 솔직히 시드 돌알못일 줄 알았는데 일 너무 잘하구요ㅋㅋㅋㅋ
사실 이는 엄밀히 말해 ‘멤버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고 싶어 할 팬들이 있을 테니 안무 영상으로라도 보여주자!’와 같은 세심하고 대견한 발상으로부터 출발한 기획은 아니었다.
이 영상을 올리게 된 계기를 굳이 꼽자면 주열음 이사였다.
데뷔 전 오르카가 연습하는 걸 본 주열음 이사가 모니터링을 위해 촬영하던 영상을 확인하더니.
“이거 안무 영상으로 올려도 되겠는데?”
……하고 실제 연습하던 영상을 올린 것이다.
그것도 MR만 틀어놓고 라이브를 연습하던 영상을.
따로 라이브라는 말이 없어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보던 팬들은 연습복 차림의 서문결이 생으로 도입부를 시작하자 깜짝 놀랐다.
이후 평소 연습하던 장면을 그대로 찍어 올린 거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더더욱 놀랐다.
– 립싱크 아니었잖아ㅋㅋㅋㅋㅋㅋ 아득바득 라이브ar이라고 우기던 까들 어딨냐
– 얘들아 제발 밥 잘 챙겨 먹고 씨디는 그만 먹어 탈난다
– 이게 평소 연습하는 영상이라고요? 화음 넣을거 다 넣어가면서 빡시게 라이브 하는 거 보고 충격먹음
– 프레젠트 듣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라이브 진짜 잘하네요 이러면 mr 제거 영상 같은 걸 애초에 볼 필요가 없죠ㅋㅋㅋㅋ 이분들 더더 흥했으면 합니다
– 이거 보고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결심함..
– 라온이 이 악물고 라이브하다가 노래 끝나자마자 철푸닥 드러눕는 것까지 완벽하게 귀여웠다
┗ 연출이 아니라 진짜 힘들어서 드러누운 것 같아서 웃김ㅋㅋㅋㅋㅋㅋ
– 실력 뽕찬다 신인이 이렇게 라이브하는거 대놓고 올려준 건 처음 아니냐?
– 원래부터 실력 좋은 돌 좋아해서 호감이었거든 이거까지 보고 그냥 입덕함 패기 쩔어
위튜브 댓글창에는 외국인이 전과 비교해 상당히 늘어났다.
‘해방’이 다 찢고, 부수고, 박살 내는 종류의 센 컨셉은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벼린 무기를 들고 첫 전투에 나서는 전사처럼 서늘한 패기를 품은 무대는 해외 팬을 유입시키기에 충분히 효과적이었다.
– 그들은 진짜로 노래하는 거야??? 내 인생보다 안정되게 들리는 거 뭐야???????
– 여기에 얼마나 많은 국제 팬들이 있나요?
– 이봐 헤이터들 아직도 립싱크라고 해보시지
– ORCA: 춤추면서 노래할 수 있음
나: 걸으면서 말도 못 해
그리고 마침내 가요제전을 하루 앞둔 크리스마스이브, 오르카 공식 SNS에 공지 하나가 올라왔다.
[ORCA OFFICIAL]12월 25일 밤 10시 ‘이건 널 위한 PRESENT’가 B LIVE ORCA 채널을 통해 생중계됩니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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