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3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34화
사인만 100번 했더니 어깨가 다 아프다.
아무래도 사인할 때 팔에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았다.
어쨌든 조금 과하다 싶을 만큼 열심히 준비한 게 아깝지 않게 팬 사인회를 잘 마친 우리는 해방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음악 방송 1위 후보에도 몇 번 들었지만, 대중성이 압도적인 여자 솔로 가수에게 밀려 번번이 2위에 그쳤다.
사실 시기만 잘 맞았다면 1위도 가능한 성적이었다며 직원들이 더 아쉬워했다.
벌써 12월 중순으로 접어들어 올해도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방송사들의 연말 특집 가요 프로그램이나 각종 시상식 등으로 인해 연말은 아이돌들에게 가장 바쁜 시기이다.
그러나 우리는 데뷔 일이 거의 12월이라고 봐도 좋을 만큼 늦은 탓에 그 분주함에서 한 발 벗어나 있었다.
모처럼인데 음악 방송보다 큰 무대에 서지 못하는 것이 아쉽기도 했지만, 연말 무대를 따로 준비할 체력과 시간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거기는 내년에 가면 되지.’
갈 자신쯤이야 있었다.
가서 무엇을 이루느냐가 문제지.
어쨌든 올해 연말 무대가 없다고 해서 우리가 빈둥거리는 것은 아니었다.
해방 음악 방송 활동은 다음 주까지였고, 팬 사인회도 아직 2번, 아니 어제 한 번 더 추가 일정이 잡혔으니까 3번 더 남아 있었다.
어느 쪽이든 체력 소모가 작지는 않았다.
게다가 신곡 준비까지 하고 있었다.
물론 벌써 다음 앨범을 준비하는 건 아니고.
앞서 말한 신곡은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이해 발매하려는 캐럴이다. 얼마 전에 녹음을 마쳤다.
해방 활동 중간에 갑자기 웬 캐럴이냐고 한다면 대답해 드리는 게 인지상정.
시드는 2010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시즌에 캐럴을 디지털 싱글로 내 왔다.
그것도 소속 가수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곡으로 말이다.
나야 여기서 맞는 크리스마스는 올해가 처음이라 잘은 몰라도, 토박이인 강지우의 말에 따르면-
요즘 소속 아티스트들을 모아 캐럴을 내는 기획사는 한둘이 아니지만, 그중에서 시드는 꾸준한 곡 퀄리티와 권겨울이나 배세일 등의 실력파 가수를 내세운 막강한 라인업으로 캐럴 명가라는 영예로운 칭호를 당당히 따냈다.
올해로 8년째인 이 캐럴 시리즈는 이제 대중들도 “여기 캐럴 맛집이네.” 하면서 찾아 들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특히 권겨울이 처음으로 참여한 ‘크리스마스의 고백’은 그야말로 대박이 나 발매하고 4년이 지난 지금도 차트 상위권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높으면 50위권, 낮으면 90위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용케 빡빡한 차트에서 버티는 해방보다 순위가 한참 높았다.
이 정도면 거의 뭐, 크리스마스 연금이다.
보니까 반가을 단독 작곡·작사던데 저작권료로 얼마나 벌었을지 궁금했다.
아무튼 올해는 우리도 시드 소속 가수로서 당당히 캐럴에 참여한다는 거지.
메가 히트송 ‘크리스마스의 고백’뿐만 아니라 재작년에 발표했던 ‘12’ 역시 월간 스트리밍 차트 20위권에 드는 등 성적이 상당히 괜찮았던 편이라 부담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
아이돌은 노래를 못한다는 선입견 때문에라도 그동안 시드표 캐럴을 만족하며 들어왔던 대중은 낯선 우리를 그리 반기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실력에 대한 말들만큼은 전적으로 우리가 이겨내야 한다.
그 사실을 잘 알아서 나나 다른 멤버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연습에 매진했다.
어제는 일상적인 분위기의 뮤직비디오도 찍었다.
안무가 따로 없어 부담은 그리 크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막 찍어도 되는 건 아니었다.
한 번 어색하고 이상하게 나오면 평생 인터넷에 흑역사로 떠돌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 촬영 때 처음으로 소속사 선배 가수들을 제대로 마주할 수 있었다.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보니 사람이 꽤 많았다.
소속사 대표 발라드 가수인 권겨울과 배세일, R&B 가수 장고와 홍서람, 싱어송라이터 유시원, 2인조 남성 밴드 투모로우, 그리고 우리까지. 모두 12명이었다.
그중에 우리가 거의 반을 차지했다는 사실은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쇼케이스 때 만났던 배세일을 제외하면, 그동안 오며 가며 잠깐씩 마주치는 것 말고는 회사 선배들과 따로 접점이 없어서 조금 긴장했는데, 회사 막내라고 다들 예쁘게 봐주는 분위기였다.
아직 아무 공지도 없건만 벌써 음원 발매를 기대하고 있는 우리 팬들도 많았다.
앞서 말했듯 캐럴 발매는 시드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매년 해왔던 일이라 다들 올해도 할 거라 거의 확신한 채 기대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팬 사인회에서 직접 물어본 팬도 있었고, SNS에서 캐럴이 언제쯤 나올까 추측하는 사람도 많았다.
참, 나도 최근에 강지우를 따라 SNS 서치를 시작했다.
물론 당사자가 보기에는 불유쾌한 내용을 포함한 탓에 일부러 이름 철자를 변형시켜 써서 검색을 방지한 글까지 굳이 찾아 들어가 보는 건 아니고.
어디까지나 기분 좋게 잠깐 보고 나올 수 있는 수준에서만.
가끔은 대놓고 내 이름 석 자를 써놓고 보기에 떨떠름한 말을 하는 글도 보였지만, 그 정도야 뭐.
– (동영상) CD 씹어먹은 온라온 모음
– (동영상) 와 온라온 이해시윈은 전설이애요
라이브 도중에 순간적으로 넥타이 흔들어서 헐겁게 하는 간지를 만들어내는 천재성 어떡하니 천재적인 얼굴은 덤
– (사진) 온라온 팬 일동은 항상 성하 님의 모든 행동을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견성하와 함께 찍은 셀카가 포함된 마지막은 나 셀카 못 찍는다고 뭐라 하는 말 같기는 해도.
아무튼.
‘칭찬 좋아. 짜릿해. 최고야!’
듣기 좋은 말은 몇 번을 봐도 좋더라.
전에 신곡 녹음을 할 때도 반가을 대표에게 칭찬을 들었는데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라온아, 네 음색은 진짜 보물이야.”
“감사합니다.”
솔직히 보물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까지는 아니고 조금은 과장되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인 이상 기껍게 들을 수밖에 없었다.
넌 듣기 거슬리는 목소리니까 데뷔한 다음에도 파트는 바라지도 말라는 말이나 듣고 살던 지난날에 비하면 놀랍기까지 한 발전이었다.
그때는 내 목소리가 정말 듣기 안 좋구나, 하고 말았다. 그래도 이제는 들을 가치 없는 말이었다는 걸 안다.
내 목소리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 이렇게나 감상이 다르다는 게 조금 웃겼다.
* * *
오르카 팬들은 거의 12월 초부터 캐럴 발매를 기다렸다.
– 시드 캐럴 언제 뜰까ㅠㅠㅠ 이번주 안에는 뜨려나ㅠㅡㅠ
– 오르카 이번에 캐럴라인업에 포함될 것 같아? 해방 활동기간인데?
┗ 시드가 바보가 아니라면 무조건 넣음 글구 캐럴은 따로 음방활동 안돌잖아
– 와 크리스마스고백이 시드캐럴이었어? 이노래 겨울만 되면 맨날 들었는데 시드에서 낸건진 첨알았당
┗ 15년에 나온 12나 별로 안알려지기는 했어도 작년에 나온 겨울꽃도 좋아!!
– 크리스마스고백 말고는 다 별로 못 흥하지 않았나? 이제 대중도 질려서 화제성 떨어지는 것 같던데..
┗ ?권겨울배세일 때문에라도 절대 안망할듯 장고도 있고 그리고 여긴 꾸준히 노래가 좋아서
– (사진) 시드캐럴 티저사진 떴다!! 오르카도 이씀!!!!!
오르카의 캐럴 티저 사진이 시드 공식 SNS에 올라왔다.
포근한 스웨터나 폴라티 등의 겨울옷을 입은 오르카 멤버들은 크고 작은 선물 상자들을 들거나 안은 채 편안히 웃고 있었다.
사진 위쪽에는 곡 제목으로 보이는 ‘Present’라는 단어가 보였다.
권겨울이나 배세일과 같은 선배 가수들의 티저 사진도 연달아 업로드되었다.
관련 기사도 여럿 찾아볼 수 있었다.
– 끝나지 않는 역주행 ‘크리스마스의 고백’…캐럴 장인 시드 올해는 어떤 캐럴?
– 캐럴 명가 시드 15일 선물 같은 크리스마스 캐럴 ‘Present’ 발표…올해 라인업은?
– 시드, 15일 권겨울·배세일·장고 등 소속 아티스트 총출동한 크리스마스 캐럴 발표…실력파 신인 오르카도 가세
음원 발매 이틀 전에 의례적인 기사만 하나 내고 말았던 작년까지와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곡 공개를 하루 앞둔 14일에는 ‘Present’ 뮤직비디오 티저 영상이 떴다.
이유 없이 가슴을 설레게 하는 따스하고 영롱한 멜로디와 사옥을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근사하게 꾸미려는 가수들의 모습이 포함된 티저 영상은 팬들에게 기대감을 한껏 불러일으켰다.
– 트리 꼭대기에 별 우당탕탕 달고 뿌듯해하는거 귀엽
– 얘네 왜 옆에 멀쩡한 의자 냅두고 자기들끼리 밟고 올라가는데ㅋㅋㅋㅋㅋ
– 마지막에 화음 우리애들 같은데 맞나ㅠㅠ 아닌가..ㅜㅠㅠ??
– 애덜 즐거워보여서 따숩고 조타 ㅠㅠㅠ
위튜브에 올라온 티저 영상의 댓글란에는 오르카 팬들뿐만 아니라 평소 시드 소속 가수들의 음악을 즐겨 듣던 시드 팬들도 제법 보였다.
시드는 규모는 크지 않아도 속이 꽉 차 있어 회사 자체의 마니아층이 조용히 형성된 편이었다.
– 세일이형 ×나 잘생겼어 결혼해줘
– 겨울언니 진짜 너무 예뻐.. 나 울것같아.. 사랑해.. 사랑한다구ㅜㅜ..
– 캐롤명가 시드 올해도 기대 많이하겠습니다!! 시드 파이팅!!!
– 시드는 가수를 얼굴로 뽑나요?
┗ 이거 작년까지는 그냥 드립이었는데 올해는 새로 온 분들 때문에 평균치가 훅 올라가서 찐같다
– 아 00:15 이분이 온라온이에요? 아이돌에 관심 없어서 잘 몰랐는데 진짜 잘생기셨네요ㄷㄷㄷ
– 우리 이제.. 빈말로도 장고한테 잘생겼다고 하면 안 될 것 같다…
┗ 왜구래.. 우리 장고도 나름 개성있게 잘생겼다구…
그리고 가수들은 ‘선물’이라는 곡 제목답게 각자 팬들을 위한 소소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예를 들어 권겨울은 곧 있을 콘서트에서 응원봉 대신 사용할 수 있게 빛나는 팔찌를, 배세일은 배즙을, 투모로우는 게릴라 버스킹을, 그리고 오르카는 팬들이 가장 바라는 팬덤 이름과 같은 것들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정성껏 준비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