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4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40화
“반요한아. 나는 네가 술 마시면 개망나니가 되는 줄은 미처 몰랐다.”
“죄송합니다.”
“사람 머리에 마실 걸 붓는 게 대체 어느 나라 법이라니.”
“제가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너 평소에도 이러고 다녔냐. 우리 나중에 인성 논란 터질 거 미리 각오해야 해?”
“맹세코 처음이지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음료수로 끈적끈적해진 얼굴을 씻고 머리까지 간단히 감고 나왔더니 저 상황이다.
되는대로 벌여놓았던 음식들은 생수 정도만 남겨두고 그사이 어디론가 치웠는지 보이지 않았다.
거실에 아직 남아 있는 음식 냄새 정도로만 여기서 뭘 먹었구나, 하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었다.
환기를 위해서인지 훤히 열어놓은 창문 때문에 싸늘한 겨울 공기가 흘러들어와 남은 냄새도 곧 빠질 듯하다.
공기가 싸늘한 것은 문을 열어두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살벌하네…….’
소파에 견성하와 강지우와 서문결이 나란히 앉아 있었고, 그 앞 바닥에는 지은 죄가 있는 반요한이 처량하게 꿇어앉아 있었다.
강지우와 반요한 모두 완전히 술이 깬 얼굴이었다. 안타깝게도 강지우가 유난히 예민하게 반응하는 통에 흥도 함께 깨져버렸다.
욕실 문 앞에 멀뚱히 서 있는 나를 발견한 강지우가 반요한에게 싸늘히 분부했다.
“뭐 하냐, 안 빌고.”
“죄송합니다. 술 먹고 사람한테 행패를 부리다니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그냥 미안하다 하고 마는 식의 사과는 아닌 듯했다.
한편으로는 단순한 장난에 뭐 이렇게 과민반응하냐며 불평하는 것도 예상했는데, 웬일로 고분고분하다.
“아니. 짜증은 났지만 괜찮아.”
나는 여전히 혓바닥에 걸려 있는 저주 같은 필터링 때문에라도 곱게 대꾸해 주었다.
그리고 이 사태를 겪어도 괜찮다는 말은 일부 사실이었다.
왜냐하면 나도 상황을 파악하자마자 곧바로 페트병째로 사이다를 녀석에게 부어버렸기 때문이다. 철철!
몇 번이나 말했지만, 나는 물벼락, 아니, 술사이다벼락을 맞고도 참는 호구가 아니라 이거다.
썩은 호박은 몰라도 사이다 정도는 내리게 할 수 있다고.
덕분에 지금 대로한 강지우에게 붙잡히는 바람에 씻지도 못한 반요한의 꼴은 나보다 더 엉망이었다.
“왜 그랬어?”
“마셔보고 싶어 하는 것 같길래.”
이거 지금 내가 술을 마시고 싶어 하는 눈치로 보였는데, 차마 강지우나 다른 멤버들 앞에서 마시라고 잔째로 줄 수는 없으니 차선책으로 머리에 부어버렸다는 그 말이지?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취하면 그냥 머저리 또라이가 되는구나…….’
말 그대로 취객이나 할 발상으로 인한 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남아 있던 일말의 싸움 의지마저 상실했다.
나는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한 채로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앉아 있는 반요한을 얼마간 내려다보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씻고 오지?”
* * *
반요한이 씻고 오는 사이 다른 멤버들은 나에게 괜찮은지, 기분은 상하지 않았는지를 거듭해서 물어봤다.
“정말 괜찮아?”
“괜찮다니까. 사이다는 처음 맞아봐서 신선했어.”
다른 것도 맞아봤다는 뜻으로 들리는 말이다.
‘……라고 생각하는 얼굴이군.’
찰나에 지나간 강지우의 표정을 살핀 나는 한숨을 참으며 성질 못 이겨서 괜한 말 하지 말 걸 그랬다고 조금 후회했다.
그리고 성질을 못 이긴 건…….
반요한에게 대응한 방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그래도, 취해서 사리 분별 못 하는 애한테 페트병째로 들이붓는 건 약간 과했지. 그 새끼는 취했다 쳐도 나는 맨정신이었는데.’
옛날에 시시껄렁한 헛소리를 지껄이며 물병에 들어 있던 물을 앉아 있던 내 머리 위에 부어버린 새끼가 생각나서 그만…….
‘아, 생각하지 말자.’
미간을 꾹꾹 누르는 그때, 반요한이 욕실에서 나왔다.
내가 거듭해서 괜찮다고 말해서 그런지, 아까보다는 조금 풀어진 낯을 한 강지우가 오랜만에 리더의 위엄을 발휘해 말했다.
“너 여기 와서 앉아.”
물기 있는 머리에 수건을 두른 반요한이 내 왼쪽에 앉은 견성하의 왼쪽에 순순히 앉았다.
“차라리 잘됐다. 아, 라온이가 저거한테 물 맞은 걸 잘됐다고 하는 게 아니라.”
강지우가 저렇게 냉랭한 것 이상으로, 평소라면 “사람한테 저거라니!” 하면서 발끈했을 반요한이 조용한 것이 묘하다.
데뷔 준비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받은 휴가를 앞두고 즐겁게 파티하다 말고, 갑자기 찬 바람 쌩쌩 부는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아까부터 어쩔 줄 몰라 하던 견성하도, 내 안색을 내내 살피는 서문결도 강지우가 화를 내고 반요한이 수그러든 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다.
웃어넘길 수도 있는 그 일 하나로 이렇게 될 건 아무도 예상 못 했겠지.
‘음, 역시 아까 과민반응해서 분위기 깨지 말고 적당히 대처했어야 했나…….’
아니야. 그래도 참지 않은 건 잘한 거다.
‘안 참았으면 두고두고 생각났을걸? 매일 밤 저 자식 옆에서 잘 때마다 베개로 후려치거나 다리로 걷어차고 싶어졌을 거라고.’
어쨌든 아까 상황을 되짚어보면.
반요한이 뭐라고 헛소리를 지껄이고, 그러면서 음료를 내 머리에 붓고, 나도 손에 잡히는 사이다를 녀석의 얼굴에 대고 쏟아버리고, 그러다 지금 뭐 하는 거냐고 강지우의 불호령이 떨어지고…….
‘애초에 강지우는 왜 저렇게 화가 난 거지?’
음식으로 장난치다가 바닥을 엉망으로 만들어서 저런다기에는.
‘나한테는 딱히 화 안 내잖아?’
쏟은 음료수의 양만 따지자면 내가 몇 배나 더 많은데 말이다.
이렇게 진지하게 화를 내는 일에서까지 예의 그 막내 편애가 적용될 것 같지도 않고.
‘이해가 안 된다.’
나는 모르는 두 사람 사이의 문제가 있는 건지.
혹은 그런 게 아니라…….
“아까도 말했던 거지만.”
강지우의 단단한 목소리가 사고의 흐름을 뚝 끊으며 들어왔다.
“우리가 이번 활동을 기대 이상으로 잘 마쳤잖아. 그렇지?”
“그렇지.”
“나는 그게 우리 다섯 명이 팀으로서 충분히 힘을 발휘해서 그런 게 아니라, 솔직히 말하자면 90% 이상이 픽하트 나갔던 애들 덕분이라고 생각하거든.”
현실적으로 봤을 때 일단 맞는 말이지만, 옆에 있는 달걀 껍데기 멘탈 학생을 조금만 더 배려해서 말해 줄 수도 있잖…….
“네. 그래서요?”
‘……멀쩡하네?’
견성하는 의외로 아주 차분한 얼굴을 했다.
나는 깨달았다.
녀석이 이 문제를 혼자서 생각해 보지 않았을 리가 없다…….
“물론 거기 나가서 고생한 너희의 노력이나 결과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야.”
“무슨 말인지 알아. 언제까지고 그 덕을 볼 생각은 말아라, 이거지?”
반요한이 나서서 정리했다.
“맞아. 어찌 됐든 정말 지금 중요한 건 이제부터고, 헬렐레 풀어질 대로 풀어져서 휴가까지 앞둔 지금이 나는 가장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데, 너희는 어때?”
아까 라이브 방송에서 자기 권위 없다고 팬들한테 하소연하던 거 누구냐.
당신 누가 봐도 리더의 상인데요. 그것도 대단히 빡빡한.
부드러운 강함이라는 표현을 사람으로 만들어 놓으면 딱 강지우일 것 같았다.
“원래는 휴가 보내고 와서 얘기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된 이상 지금 하자!”
상큼하게 웃으며 말해봤자…….
“그래서 지금 형은 정확히 뭘 하고 싶은데?”
서문결이 덤덤히 물었다.
“앞으로 그룹 활동하면서, 이것만은 지켰으면 하는 거 정하기.”
쌀랑한 바람이 거실에 들어왔다.
추워서 닫을까 말까 고민하는데 서문결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빈틈없이 닫고 왔다.
서문결에게 눈짓으로 고마움을 표한 강지우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
“늘 말했잖아. 초심 잃지 말자고.”
그렇다. 강지우가 제일 많이 하는 말 세 개를 고르자면 초심과 성의와 최선일 것이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본인부터가 항상 진심이라는 점에서 더더욱 경이롭다.
“초심이라는 게 애초에 정확히 뭔데?”
한동안 축 가라앉아 있다가 이제는 조금 기운이 살아난 반요한이 물었다.
“아주 좋은 지적이다.”
손가락을 튕겨 딱 소리를 낸 강지우가 명쾌하게 이어 말했다.
“하지만 지금은 딱히 필요하지 않은 지적이기도 하지.”
“…….”
냉정하군.
“초심이라는 게 정확히 뭔지 합의된 바 없기는 하다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그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건 아니잖아. 그걸로 충분하지 않겠냐?”
“그래, 뭐. 무슨 뜻인지는 알겠어.”
어째 쟤들도 보다 보니까 영 불안하다.
저래 보여도 인생의 반보다 긴 시간을 알고 지낸 사이니까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그런데 왜 이렇게 찜찜하냐.’
그냥 기우겠지?
“그런데 우리는 사람이니까 어떻게 해도 마음은 갈수록 변하게 되어 있단 말이야. 조금이든 많이든.”
“네.”
“그러니까 언제 봐도 변하지 않는 지침 같은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
굳이?
“필요 없을 것 같은데…….”
“응?”
의아한 듯한 시선이 내게 모였다.
“아, 다른 뜻이 아니라, 나는 몰라도 지우 형은 안 변할 것 같아서. 형 때문에라도 우리도 나태해지지는 못할걸.”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와 견성하의 말에 강지우는 쑥스러워하는 미소를 지었다.
“고맙다. 그래도 아까 홀랑 넘어가서 술 마신 거 봤잖아. 안 마시는 게 맞는 거였는데……. 나도 그렇게 빡빡한 타입은 아니야. 오히려 너네보다 빨리 풀어질지도 모른다?”
음, 풀어진 강지우라…….
아직은 상상이 어렵다.
“그리고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지금 아니면 안 돼.”
“그건 그렇지.”
지금이 이런 식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가장 효과 있을 때이기도 하고.
“그러니까 각자 하나씩 얘기해 보자. 그룹 활동을 하면서 서로가 서로를 위해 이것만은 지켜줬으면 하는 거. 이유만 타당하다면 뭐든 괜찮아.”
“…….”
“하하, 조금 갑작스럽지?”
“솔직히 그래.”
내가 대표해서 답했다.
조금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강지우는 말을 꺼낸 장본인답게 일찍이 생각해 둔 바가 있는 듯싶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의외로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서문결이다.
“나는 우리가 목표를 높게 잡았으면 좋겠고, 이만하면 됐다고 만족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중에 되돌아봤을 때 후회 남지 않게.”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언젠가 무대에 오르기 직전 그저 자유롭게 하자고 명징하게 말하던 서문결의 확고한 눈빛을 다시금 떠올렸다.
그때 느꼈던 것처럼 서문결은 우리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혼자서라도 위로 가버렸을 것이다. 이런 면에서 그는 다른 사람을 그다지 배려하지 않는 편이다.
저렇게 고고한 이를 가까이에 두고 견성하가 정말로 괴롭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때.
[그룹 ‘오르카(ORCA)’의 규칙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규칙 1. 발전을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 (대상: 오르카(ORCA))] [해당 규칙을 위반할 경우 페널티로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초기화됩니다.]‘이게 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