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4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41화
‘모든 스킬의 숙련도가 초기화된다고?’
아연한 나는 스킬창을 켜 보았다.
언어 스킬, 숨쉬기, 카메라 찾기 등등…….
이제까지 매력을 잠시 포기하면서까지 힘들게 획득하거나 그 이상으로 뼈 빠지게 숙련한 스킬들이 쭉 보였다.
그러니까 지금 게을러지는 순간 나는 한국어도 아예 못 하는 인간이 된다는 소리 아니야?
물론 내가 노력하지 않을 거라는 소리는 아니지만, 래리 이 자식 드디어 미쳤냐?
나는 반쯤 습관적으로 래리를 욕하다가 그 자식이 부재중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떠올리고 목 끝까지 올라왔던 한숨을 참았다.
‘저번에 분명 자동화 어쩌고…….’
그러면 당장은 이게 무슨 짓이냐고 따질 수 있는 놈도 없는 거다.
나중에 래리가 돌아오면 이것도 물어봐야겠다.
유감스럽게도 이 시한폭탄 같은 회의는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아까 분명 강지우가 말했지.
각자 하나씩 얘기해 보자고.
그러니 이 망할 페널티가 고작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당 하나씩, 총 다섯 개가 나올 거라는 말이다.
‘만약 터무니없는 규칙이 나오면 무조건 막아야 한다.’
그때, 견성하가 손을 들었다.
나는 긴장해서 견성하의 입만 바라봤다.
뭐가 나올까.
서문결의 의견에 편승해 주말이나 휴일에도 회사에 나와서 연습하기? 스케줄 하러 이동할 때 차에서 자지 않기?
그러나 견성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꺼냈다.
“저는 우리끼리 나이로 서열을 나눈다거나, 나이가 많거나 적다고 뭔가를 억지로 시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주제가 주제고, 그룹 안에서 형과 동생을 나누자면 동생 쪽에 속하는 본인의 입장이 입장이다 보니, 말하면서도 약간 난처한지 견성하의 시선은 비스듬하니 아래를 향해 있었다.
“그, 나이 싹 다 무시하고 친구처럼 지내자거나, 형들이 나이 핑계로 뭔가 하려는 사람일 거라는 게 아니라…….”
견성하가 말끝을 흐렸다.
그를 진정시키듯 서문결이 침착하게 응했다.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나이로 뭐 시키지 말기. 이런 거 중요하지.”
“그래. 성하가 중요한 얘기 했네.”
나이에서 나오는 권위에는 썩 관심이 없어 보이는 반요한과 강지우도 흔쾌히 동의했다.
이건 다행히 나로서는 어길 걱정은 전혀 할 필요 없는 규칙이었다.
그건 그렇다 치고 관리국 이 새끼들은 초기화하는 걸 왜 이렇게 좋아해?
다음에 나선 것은 잠시만, 하고 안방에서 개인 태블릿을 가지고 온 반요한이다.
전원을 켜고 문서 파일 하나를 연 반요한이 우리에게 잘 보이도록 태블릿 위치를 조정했다.
“읽어 봐.”
떨떠름한 표정을 한 강지우가 반요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설마 저거……?”
“너한테 준 것보다는 순한 버전이니까 걱정하지 마.”
반요한이 보여준 것은 바로, 예의 그 ‘연애하지 마세요’ 리포트의 요약본이었다.
전에 듣기로는 20페이지라더니, 언제 어떻게 요약한 건지 5페이지 정도로 분량이 줄어들어 있어서 다 보는 데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반요한이 아이돌도 팬도 아닌 일반인이었을 적, 객관적인 시선에서 냉철하게 작성된 문서였다.
일부만 보았는데도 반요한이 팬들을 대하는 자세에 있어 왜 그렇게 예민하게 굴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이게 순한 맛이라니.
강지우는 대체 뭘 본 거야?
우리가 얼추 다 읽은 눈치이자 반요한이 단조롭게 말했다.
“연애가 반드시 죄라는 건 아니야. 밝혀지면 비이성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연애 문제를 비롯해, 인격 같은 건 때때로 무시해 버리고 사람을 한도 끝도 없이 상품화해, 사람 위에 자본이 있는 걸 일견 합리적인 것처럼 보이게 하는 업계의 전반적인 풍토는 언젠가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
이 자식, 한 20년쯤 뒤에 논문까지는 아니더라도 아이돌의 어두운 현실에 대한 르포 정도는 낼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거랑은 별개로, 아이돌 커리어에 연애가 얼마나 치명적인지는 이제 확실하고 구체적으로 알겠지? 아직 잘 모르겠다면 쟤한테 줬던 걸로 다시 보여줄 수도 있어.”
“아냐. 충분해…….”
“아는데도 연애를 하겠다면 이건 아무래도 지능 문제려나?”
이…… 처음 만난 사람한테 고백해서 사귀기 시작했다가 일주일 만에 인간미 없다고 차일 새끼.
AI로 태어나서 인류의 적이 돼야 했는데 인간으로 잘못 태어난 새끼…….
강지우 없었으면 인생에 친구 0명이었을 새끼!
“나는 이왕 하는 거, 할 수 있는 만큼 올라가고 싶으니까 모쪼록 당분간은 연애하지 맙시다.”
저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하고 애초에 연애 생각도 없었는데 저 새끼가 말하니 왜 이렇게 열 받는지 모르겠다.
[그룹 ‘오르카(ORCA)’의 규칙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규칙 3. 연애 금지 (대상: 오르카(ORCA))] [해당 규칙을 위반할 경우 페널티로 지능 스탯이 초기화됩니다.]그래, 뭐.
안 하면 되니까. 안 하면!
그리고 이번에는 강지우가 입을 열었다.
“연예계만큼 사람을 조심해야 하는 곳은 거의 없다고 생각해. 너희처럼 좋은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우리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사람도 많이 있을 거야.”
“…….”
“무작정 사람을 가려 사귀라고 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만약에 그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피하라는 거지. 그런 사람이랑 같이 어울리다 보면 반드시 피해를 보거나 물들게 돼 있어.”
오늘따라 강지우는 낯설도록 냉정했다.
“그러니까 사람 조심하자.”
[그룹 ‘오르카(ORCA)’의 규칙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규칙 4. 사람 조심하기 (대상: 오르카(ORCA))] [해당 규칙을 위반할 경우 페널티로 명성의 5배에 해당하는 악명 스탯이 부과됩니다.]이건 안 어길 수가 있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데. 저 사람이 괜찮은 사람인지 아닌지 어떻게 아냐고!
이래서 인간 마음 모르는 관리국 놈들이란…….
저 ‘사람 조심’이라는 짧은 규칙을 보이는 것보다는 조금 더 융통성 있게 해석하는 편이 타당할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쳐들어가서 싸우는 거고.
이제 남은 것은 나뿐이다.
나는 시야 한구석에 둥둥 떠 있는 규칙 4개를 쭉 훑어보다가 시원스레 내질렀다.
“다들 모처럼 부모님이 공들여 빚어주신 외모 잘 관리합시다. 이상.”
에라, 모르겠다!
[그룹 ‘오르카(ORCA)’의 규칙이 새롭게 추가되었습니다.] [규칙 5. 외모 관리하기 (대상: 오르카(ORCA))]다 망해라!
[해당 규칙을 위반할 경우 페널티로 매력 스탯이 초기화됩니다.]“…….”
진짜 망했다.
‘하, 하지만 이 얼굴은 몇 년 동안 게임 폐인 짓을 해도 퇴색되기는커녕 새로운 방향의 미를 개척할 만큼, 만만하게 잘생긴 게 아니니까 괜찮을 거야…….’
나는 애써 침착하게 생각했다.
‘……괜찮겠지?’
이거 아무래도 그거지.
내 손으로 내 목 조르기.
어쨌든 규칙 어기는 사람은 정산금 1/4로 나눠서 다른 멤버한테 줘야 한다는 진담 같은 농담과 함께 그날의 회의가 끝났다.
* * *
다음 날.
행복한 휴가 첫날이건만 밤사이 안 좋은 꿈이라도 꿨는지 아침을 먹기 위해 모여 앉은 안색들이 하나같이 쑥색이다.
“나 개꿈 꿨어.”
진짜 꿨냐?
더 자세한 설명을 들어보니, 어제 정한 규칙을 위반했을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생생하게 체험했다고 한다.
‘설마 페널티가 얘네한테도 적용되는 건가?’
기이하게도 다른 멤버들도 비슷한 꿈을 꾼 모양이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하나, 멤버들은 절대 규칙을 어기면 안 되겠다고 강하게 다짐한 것 같았다.
‘꿈이 어지간히 실감 났나 보지.’
점심쯤에 강지우, 견성하, 서문결이 각자 본가로 향하기 위해 숙소를 나섰다.
“휴가 잘 보내고 나중에 보자.”
그러나 반요한은 딱히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형은 왜 안 가?”
“강지우가 그때 잘못한 벌로 휴가 동안 네 수발들래.”
넘겨짚자면, 다들 본가로 가족을 보러 가는데 외국 출신인 나만 혼자 외롭게 시간을 보낼 것을 강지우는 염려한 듯했다.
“나 숙소에 안 있을 건데.”
“미국 갔다 올 거야?”
그런 말 없었잖아, 하는 표정으로 반요한이 물었다.
“아니. 한국에서 원래 지내던 곳.”
이번 휴가는 숙소에 들어오기 전 살던 오피스텔에서 보낼 생각이었다.
“그럼 나도 거기 가서 지내지 뭐.”
“누구 마음대로?”
“내 맘대로.”
반요한은 강지우가 시킨 일이니 어쩔 수 없다며 꿋꿋이 오피스텔까지 따라왔다. 집도 근처면서 말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녀석의 존재가 별로 달갑지 않았는데.
얼마나 자리를 비웠다고 다시 곳곳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오피스텔을 마주하자 마음을 고쳐먹었다.
혼자 하는 것보다는 둘이 하는 게 청소도 빨리 끝나겠지.
그리고 반요한은 정말로 내 수발을 들었다.
“목마르다…….”
“자, 물.”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형, 저기 거실 커튼 좀만 쳐 줘.”
“이 정도면 됐어?”
엄청…….
“형! 우리 저녁…….”
“쭈꾸미, 회, 족발.”
“어…… 족발.”
“제일 매운맛으로 시킨다.”
편했다!
군말 없이 사소한 부탁을 들어주는 사람이 집에 있으니 삶의 질이 대폭 상승한 게 느껴졌다.
오랜만에 내 단축번호 1번이었던 가정부 아줌마가 생각난다. 전에 허리 아프시다 했던 것 같은데, 잘 지내시겠지.
아무튼 컴퓨터 앞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맛 들인 나는 나중에 가서는 진짜 별거 아닌 일까지 반요한에게 시킬 정도였다.
그럴 때마다 녀석은 나를 흘기기는 해도 하던 일을 멈추고 곧장 내가 부탁한 것을 해 주었다.
“왜 이렇게까지 해?”
“미안해서.”
“…….”
“잘못했어.”
“……징그러우니까 적당히 해!”
정말 미안한 것처럼 싱겁게 웃는 녀석을 뒤로하고, 나는 다시 작곡 프로그램을 켜 둔 모니터에 집중했다.
사실 레리 놈이 그렇게 천재라고 추켜세운 것과는 달리, 나는 그동안 마음에 들기는커녕 변변찮은 곡 하나 완성하지 못했다.
내가 쓰고 싶은 곡이 뭔지 전혀 감이 안 잡힌달까.
부분적으로는 얼마든지 만들겠는데 곡 하나를 끝까지 완성할 의욕이 안 났다.
그러다 지난 가요제전 무대 때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았다.
가진 건 말로 표현 못 할 만큼 순간적인 느낌뿐이지만.
‘내가 진짜 이번 휴가 동안에 뭐라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