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4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43화
가장 먼저 떠올린 생각은 ‘왜?’였다.
‘대체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지만 않았어도, 나는 차원관리국 같은 것은 평생 모르고 살았을 것이다.
이 무능하고 기묘한 집단에 속한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 같은 건 애초에 저지를 기회도 없었단 말이다.
그런데 도대체 그 새끼는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다고 이런 짓을 한단 말인가.
혼란과 분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래리가 입을 열었다.
“저번에 천문학적으로 많은 평행 세계가 존재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 얘기는 갑자기 왜 하는데?”
“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자는 다른 세계에 있는 고객님을 보고 흥미를 갖게 된 모양입니다.”
“다른 세계에 있는 나?”
이건 또 뭔 소리야?
“온라온 고객님도, 온하제 고객님도 아닌 또 다른 세계에서 멀쩡히 잘 태어나 살아가고 있는 고객님 말입니다.”
“뭐, 다른 세계에 있는 내가 네 상사 얼굴에 침이라도 뱉었대? 그럼 억울하지라도 않겠……지는 않겠지만. 진짜 왜 나한테 그러는데?”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필 고객님을 정확히 지목해 이런 일을 벌인 것에는 필시 무슨 이유가 있을 것으로 저희는 추측하고 있습니다.”
나는 코웃음을 쳤다.
“부당한 일에 타당한 이유가 어디 있냐?”
“그렇군요. 옳은 말씀이십니다.”
“그 새끼가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나 말해.”
“사실이 밝혀진 후 저희는 악랄하기 짝이 없는 놈을 체포하려 했지만, 낌새를 눈치챈 그는 한발 앞서 도주해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그걸 놓쳐?”
“죄송합니다. 현재 관리국 차원에서 그자를 범죄자로 지정하고 근방의 차원에 긴급 수배를 내린 상태입니다. 언제 잡힐지는 저도 잘…….”
“진짜 무능국으로 이름 바꿔라.”
“자, 여기서 두 번째 나쁜 소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래리가 눈짓으로 차를 권했다.
차의 단맛 덕분인지 차를 마실 때마다 잔뜩 곤두선 신경이 누그러드는 기분이었기 때문에 나는 기꺼이 입안 가득 찻물을 머금었다가, 목 아래로 꿀꺽 삼켰다.
“이건 한동안 그 새끼를 상사로 모셨던 저의 개인적인 추측입니다만…….”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도주한 관리자가 고객님 근처에 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뭐?”
“말했듯, 고객님 개인을 지목해 벌인 일이기 때문에 제자리로 돌아온 고객님의 인생을 마저 훼방 놓으려 들 가능성이 큽니다. 그 새끼는 정말 쓰레기거든요.”
“쓰레기가 쓰레기를 욕으로 쓰네. 말세야, 말세.”
“…….”
“온하제… 쪽은? 괜찮은 거야?”
“예. 아무래도 두 분 고객님 세계의 거리가 워낙 멀어서 거기까지 쫓아가기에는 아무리 그라도 무리가 있습니다. 따라서 두 분 중 한 분이 놈의 타깃이 되어야 한다면 고객님 쪽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다행…….
다행이 아니기는 한데, 아무튼.
“더군다나 그는 한때 이 세계의 관리자였던 자. 이쪽에 침투하기는 더욱 쉬울 겁니다.”
찻잔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넌 관리자 14227호라며. 그럼 그 새끼는 몇 호냐?”
“아, 그는 관리자 2320호입니다. 저보다 한참 선임이죠.”
딱 바꾸기 쉽게 생긴 2320을 래리처럼 알파벳으로 바꿔보면.
“제로(ZERO)…….”
이럴 수가. 부르기도 편하다.
앞으로 그 새끼는 제로다.
‘래리와 제로…….’
역시 개 이름으로 딱인데.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나쁜 소식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해봐.”
이제 어떤 말을 들어도 놀라지 않을 자신이 있다.
“고객님은 이미 그자의 마수에 당했습니다.”
조금 전에 한 말은 취소한다.
놀랐다.
“저라도 담당 관리자가 징계 때문에 자리를 비우고, 귀환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 이 절묘한 시기를 놓치지는 않았을 거로 생각해서 급히 돌아왔습니다만…… 역시나 이미 당하셨군요.”
“당해? 뭐, 뭘 당해? 나 멀쩡하거든?”
“아니요. 당하셨습니다.”
래리가 단호히 잘라 말했다.
“최근, 이상할 만큼 강한 부정적 감정에 휩싸일 때가 있지 않으십니까?”
반사적으로 아니라고 대답하려다가, 짚이는 일이 떠오른 나는 입술만 달싹이고 말았다.
“귀환자는 귀환 초기에는 극도의 무기력증을 보이지만, 조금 적응한 이후에는 평범한 삶을 행복하게 누리려 합니다.”
“…….”
“그리고 다시 어느 정도 지난 이후에는 자신의 삶이 다시 과거로 회귀하지는 않을까, 과거를 잊지 못하고 초조해하고, 많은 것이 결여된 삶을 살아온 것이 밝혀지지는 않을까 불안해합니다.”
……목이 말랐다.
“그리고 그자는 이 상태를 이용하려 했습니다. 관리자의 능력으로 고객님의 정신에 간섭해 부정적인 감정을 증폭시키는 거죠. 원래 있는 것에 손을 대는 거니 크게 이상함을 느끼지는 못했을 겁니다.”
차를 마시려다가 찻잔이 빈 걸 보고 찻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이 세계의 시스템과 고객님의 혼에 그자가 간섭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시스템 쪽은 꽤 호되게 당한 모양이지만 고객님의 영혼 쪽은 완전히 성공하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성공하지 못했다고?”
“어쨌든 지금 멀쩡히 살아계시지 않습니까? 계획대로 되었다면 고객님은 목이라도 매고 죽었을 텐데…….”
놈의 말을 듣고 있자니 비 오는 밤길에 살인범을 마주치기라도 한 것처럼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고작 이 정도로는 장장 3달을 버틴 고객님을 죽게 할 수 없었겠죠. 아니, 애초에 고객님이 그 정도로 무너질 만큼 나약했다면 가히 실망스러웠을 겁니다!”
아무래도 저 새끼는 미친 게 맞는 것 같고.
“이런, 잔이 빈 걸 미처 몰랐군요. 여기 더 있습니다. 얼마든지 마시세요. 자, 마셔요.”
……그러고 보니 이 자식 아까부터 이상할 정도로 차를 마시라고 한다.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맛 좋다고 마셔대던 차를 내려다봤다.
‘이거 느낌이 조금……?’
아무튼 결국 나쁜 소식만 연달아서 3개를 들었다.
“그럼 좋은 소식은 뭔데?”
“이 이야기를 해드리기에 앞서 일단 밀린 정산부터 하겠습니다.”
래리가 제 손가락을 ‘딱’ 소리 내며 튕기자, 갑자기 시스템창 여러 개가 눈앞에 퐁퐁 생겨났다.
[레벨 업!] [레벨 업!] [레벨 업!] [분배 가능한 스탯 포인트가 있습니다.] [새로운 버닝 스탯 지정이 가능합니다.]래리가 사라진 사이 경험치 정산이 제대로 안 되기라도 했는지, 27이었던 레벨이 순식간에 30까지 올랐다.
“정확성과 유동성이 떨어지는 한심한 자동 시스템으로는 정산에 한계가 있어서요. 참, 그리고 이것도 받으시죠.”
[전직 퀘스트 발생!]“이게 뭐야?”
전직? 내가 아는 그 전직 퀘스트?
“게임을 즐겨 하는 고객님이시니 전직이 뭔지는 아시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알고말고. 아무 직업도 없는 초보자 상태에서 전직 퀘스트를 수행하면 전사, 마법사, 궁수…… 뭐 이런 직업을 얻는 거 아닌가.
“나는 아이돌 말고 다른 직업 할 생각 없거든? 여기가 무슨 판타지 세계도 아니고.”
“일단 완료 조건부터 보시죠.”
[▶ 퀘스트 발생 조건: 레벨 30 도달▶ 퀘스트 설명: 퀘스트 완료 시 전직이 진행됩니다.
퀘스트 완료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담당 관리자의 허가
2) 적성 클래스 확인
3) 관리자의 코어(0/1)
▶ 확정 보상: 대량의 경험치, 적성 클래스로의 전직, 클래스 스킬]
“물론 고객님 인생의 장르가 노맨스 현대판타지 전문가물인 것은 잘 알지만.”
“뭔 소리야?”
“귀환자의 인생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정작 넌 귀환자인 나를 호락호락하게 여기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까지 ‘전직’에 성공한 귀환자는 거의 없었습니다. 첫 번째나 두 번째 조건은 사실 큰 문제가 없는데 세 번째 조건이 상당히 까다롭거든요.”
“관리자의 코어가 뭔데?”
“관리자가 가지고 있는 중요 부품입니다. 저희 같은 관리자에게 있어 코어는 인간의 심장이나 마찬가지죠.”
코어, 핵이라는 이름에서 대충 감이 오기는 했지만.
“내주는 순간 모든 기능이 정지하는데, 미치지 않고서야 인간 하나 전직시키겠다고 자기 코어를 내줄 리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넌 미친놈 아니던가?”
나는 대충 녀석의 심장이 있을 법한 위치를 겨누어 보며 물었다.
“마음 같아서는 드리고 싶기는 하지만, 제 심장 고이 빼 드릴 만큼 미치지는 않았답니다.”
마음도 없는 새끼가 입은 잘 털었다.
“그럼 의미 없네.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관리자인 넌 네 코어 안 줄 테니까.”
“예. 안 드리죠.”
열 받네…….
“하지만 방금 고객님 말씀에서 틀린 부분이 있습니다.”
“뭐?”
“저희는 얼마든지 코어를 빼앗아도 좋은 흉악범을 하나 더 알고 있지 않습니까.”
래리는 진작부터 하려고 벼르던 말을 드디어 한 것처럼, 사나운 미소를 지었다.
“아까 제로라고 하셨죠. 제로에게서 그의 코어를 빼앗으면 됩니다.”
“너 지금…….”
“그는 자신의 흥미를 이유로 고객님을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으로 내몬 자입니다. 그자의 기능이 정지한다고 고객님께 피해가 가지도 않을 겁니다. 오히려 관리국 상부는 붙잡기만 하면 여러 세계에 큰 혼란을 불러온 놈의 코어를 아예 부숴버릴 작정입니다.”
래리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제 몸을 휘감던 사슬을 한순간에 산산이 끊어냈다.
‘저렇게 끊을 수 있으면서 대체 왜 감고 있던 거야?’
내 의문을 눈치챈 듯 래리가 상냥히 답했다.
“이렇게 되거든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분명히 조각조각 끊어졌던 사슬이 순식간에 재생되며 래리의 몸체를 살아 있는 뱀처럼 옭아맸다.
“하지만 저 같은 것과 비견될 수 없을 만큼 강고한 영혼의 소유자인 고객님이 직접 끊어주신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어차피 풀려날 거, 소중한 고객님이 조금 일찍 풀어주신다고 상부가 뭐라 하지도 않을 테죠.”
아까 찻잔을 손 안 대고 들어 올렸던 것과 같은 힘을 사용했는지, 내 팔이 저절로 움직였다.
손이 사슬에 닿았다. 사슬은 의외로 딱딱하지 않고 조금 점성 있는 물처럼 꿀렁거리는 감촉이었다. 소름이 끼쳐서 손을 뒤로 물리려고 했는데, 움직이지 않았다.
“무슨 수작이야?”
녀석은 나를 무시하고 제 할 말을 이어갔다.
“원칙대로라면 붙잡는 즉시 상부에 보고하고 관리국으로 데려가야 하지만, 이걸 부숴주신다면 고객님을 위해 그자를 붙잡는 데 ‘개인적으로’ 협력하겠습니다.”
“무슨 뜻이지?”
“관리국에 데려가기에 앞서 제로의 코어를 넘겨드리겠다는 뜻입니다. 꼭 ‘전직’ 문제가 아니더라도, 초월적 존재인 관리자의 코어는 영혼의 부재로 쇠약해진 귀환자의 육체를 수복하는 데에도 특히 효과적입니다. 어때요. 앞의 나쁜 소식들을 상쇄하고도 남는 좋은 소식 아닙니까? 어차피 제로를 붙잡으면 나쁜 소식들은 해결될 테니 말입니다. 고객님이 손해 보는 건 없을 텐데요.”
“그렇게 해서 네가 얻는 이득은 뭔데?”
“당연히 복수죠.”
“복수?”
“이 한심한 꼴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놈을 상대하기는커녕, 도망 다니는 게 고작……. 이대로 손가락만 쪽쪽 빨면서 다른 이들이 녀석을 상대하는 걸 지켜만 보라고요?”
달리 무슨 이유가 있겠냐는 듯 녀석이 답했다.
“자, 어서요.”
내내 차를 마시라고 종용하던 것과 비슷한 어조였다.
“그런데 너…….”
나는 문득 떠오른 것처럼 질문을 던졌다.
“어차피 내가 죽을 때까지는 다른 지적생명체와는 접촉하지 못하고, 나랑만 있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
내 앞의 관리자가 옛 기억을 더듬으려는 것처럼, 마치 눈앞에 있는 내 생각을 읽지 못하는 것처럼… 느리게 고개를 기울인 그때, 어디선가 천둥 같은 고함이 들려왔다.
“손대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