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6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62화
온라온은 자칭 어색하지 않은 사이였던 후배 고경윤과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서 날 왜 부른 건데?”
“오랜만에 선배 얼굴 한번 보자 싶어서?”
천연덕스럽게 갸우뚱 고개를 기울인 고경윤이 부연 설명했다.
“아까 공로상 받을 때, 단상 위에서 선배가 보였거든요. 이제 이 교복 입은 선배는 못 볼 텐데, 마지막으로 한 번 봐두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무대도 잘 봤어요. 춤 잘 추시던데요.”
“…….”
“그게 다예요. 정말 별 뜻 없어요.”
“거짓말.”
“그렇게 단번에 아니라고 하기야? 섭섭하네요.”
“정말 아무 의도 없이 얼굴만 볼 생각이었다면 오현진이랑 나를 굳이 마주치도록 부르지는 않았겠지.”
대답 대신 가늘게 웃는 고경윤을 보며, 온라온은 이 의뭉스러운 후배의 진짜 목적이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현진 선배는 한심할 정도로 그대로였는데, 선배는 좀 달라지셨네요.”
“그 호칭도 이상해. 왜 현진 ‘선배’야? 너랑 오현진은 동급생이고 데뷔도 굳이 따지자면 리프틴 쪽이 며칠 빠른데.”
온라온이 생각하기에, 오현진 쪽이 고경윤에게 선배라고 불릴 만한 건덕지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오현진은 입사 선배죠. 그때 그 시절 호칭이라고 해야 하나.”
고경윤은 순순히 설명했다.
트루에 먼저 입사했던 오현진에게 장난으로 선배, 선배, 하던 게 지금까지 이어진 거라고.
‘장난을 칠 만한 사이였다고?’
온라온이 미세하게 눈살을 찡그렸다.
저 말만 놓고 보면 고경윤이 오현진 무리와 한 패거리였다고밖에 상상이 안 됐다.
“뭐, 오현진을 선배라고 부르는 건 딱 오늘까지지만요. 굳이 따진 선배 말대로 내가 오현진보다 선배니까. 그걸 말해줬더니 많이 화를 내더라고요. 참 애도 아니고.”
이 자식…….
어쩐지 시시한 도발에 반응이 크다 싶었는데, 고경윤 쪽에서 먼저 비슷한 주제로 오현진을 긁어 놓은 것 같았다.
이런 걸 보면 또 오현진과 사이가 좋은 것 같지도 않은데.
“잠깐만.”
양해를 구한 온라온은 핸드폰을 꺼내 인터넷에 고경윤을 검색해 보았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됐기는 하지만, 기본적인 건 팬들이 벌써 다 정리해 놓았을 거란 말이지.’
모 위키에 들어간 온라온은 고경윤의 데뷔 전 항목을 찾아 빠르게 읽었다.
고경윤은 가만히 그를 기다려 주었다.
2. 데뷔 전
– TRUE에서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연습생으로 있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훌륭한 피지컬과 실력으로 소속사 선배들의 무대에 여러 차례 댄서로 서기도 했다.
– 그러나 모종의 이유로 TRUE를 퇴사하고 잠시 연습생을 그만뒀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루이젠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했다.
온라온의 미간이 얕게 패였다.
‘온라온’이 남긴 편지에 따르면, ‘온라온’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와 연습을 시작한 것은 16살 여름방학 때부터였다.
그전에는 미국에 거주하는 채로 방학 때마다 한국으로 와서 연습하는 식으로 연습생 생활을 했다.
고경윤이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트루 연습생으로 있었다면.
‘온라온’이 본격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던 시기와 겹치는 듯…… 안 겹치는 듯…….
“기억 안 나요? 나 연습생 그만둔다니까 선배 한국 오자마자 울었는데.”
그때, 고경윤이 온라온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던졌다.
“말도 안 돼.”
“그때 영상도 있어요.”
“거짓말.”
“맞아요. 거짓말이에요.”
이 새끼 진짜 뭐지.
“선배가 울었다는 건 진짜지만.”
진짜 하나도 기억 못 하시는구나, 하고 고경윤이 너스레를 떨었다.
정말 골때리는 새끼군.
급격히 피곤해진 온라온이 한숨을 눌러 참았다.
이 자식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거짓말인지 모르겠다.
별 의미도 의도도 없는, 신경을 써도 안 써도 자기만 바보가 되는 시답잖은 거짓말이 적잖게 섞여 있는 것 같아서 더 골치가 아팠다.
“너 가니까 좋아서 울었던가?”
“아뇨? 가지 말라고 우셨는데요.”
온라온이 헛웃음을 지었다.
“내가 아무리 그때 기억이 가물가물해도 그런 말을 믿겠냐?”
“저는 어떤 상황에서든 기본은 지키거든요.”
고경윤이 얌전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그 지하에는 기본도 안 된 사람들이 너무 많았죠.”
* * *
고경윤은 어린 시절부터 또래에 비해 확연히 조숙했다.
중학교 2학년에 트루 엔터에 막 입사했을 때에는 회사 사람들이 다 그를 고등학생으로 알고 그에 따라 대접할 정도였다.
“중학생이었어?”
“난 또 고등학생인 줄 알았네.”
고경윤의 실제 나이를 알고 난 뒤에도 주위 사람들의 태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애가 원체 어른스러워서.”
“저 나이대 남자애답지 않다니까.”
질풍노도의 시기에 키가 남들보다 한 뼘은 더 크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줄 알아 어른과 비슷한 수준으로 머리가 돌아간다는 것, 그리고 집안마저 괜찮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종의 권력이 된다.
따라서 고경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주류 집단에 수월히 발을 걸칠 수 있었고, 그를 기반으로 누구보다도 안락한 일상을 누렸다.
당연히 고경윤을 재수 없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섣불리 그를 건드리지는 못했다.
그게 고경윤이 영리하게 확립한 위치였다.
또한 고경윤은 이 바닥에서는 일찍부터 쌓은 인맥 하나하나가 이후 수완 혹은 영향력에 직결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고경윤은 차기 보이그룹 데뷔조에 반드시 포함될 거라고 암암리에 말이 나올 만큼 출중한 실력과 ‘고 선비’라고 불릴 정도로 모범적인 행실, 그리고 필요에 따라서기는 하나 의외로 사근사근한 성격을 앞세워, 알고 지내면 후의 연예계 생활에 보탬이 될 만한 사람들에게 부지런히 눈도장을 찍었다.
그건 고경윤뿐만 아니라 어린 나이부터 어른들 눈치를 보며 삭막한 사회생활을 시작한 연습생이라면 누구나 하는 일이었지만.
어찌나 고경윤의 재간이 좋고 야망이 크던지 그 짧은 시간 동안 심지어는 까탈스러운 트루 직속 프로듀스 팀 비비마저 일개 연습생에 불과했던 그를 알게 되었다.
그러다 보면 비슷한 처지의 연습생들과 어울릴 때보다 알게 되는 게 많았다.
“우리 플랜 세 번쯤 밀려서…….”
“그거 이번에 줄줄이 퇴사하셔서 그런 거잖아…….”
함께 무대를 준비하며, 먼저 데뷔한 선배 가수들의 이야기를 듣던 고경윤은 문득 깨달았다.
‘아, 여긴 안 되겠다.’
고경윤이 보았을 때 트루에 남아 데뷔하는 것은 겉은 화려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썩을 대로 썩은 나무로 만든 배 위에 올라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같이 데뷔할 가능성이 높은 연습생들의 상태도 영 아니었다.
설령 고경윤이 데뷔해서 활동하는 동안에는 회사가 어떻게든 현상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트루 엔터가 사실 기본조차 못 하는 회사라는 걸 알게 된 이상.
이는 기분상의 문제였고, 그보다 조금 더 거창히 말하자면 명예의 문제였기에.
살면서 뭘 하든 상관은 없지만, 떳떳하게, 기본만은 지키고 살라며 집안에서 배웠던 고경윤은 이곳에 더 남아 있고 싶지 않았다.
그리하여 트루 엔터에서 연습생 생활을 제법 길게 한 고경윤은 그동안 회사가 그에게 투자했던 비용과 위약금을 물어내고서라도 그곳에서 과감히 발을 빼기로 한다.
트루에서는 즉시 데뷔시켜도 될 만한 연습생이라고 여겼던 고경윤의 마음을 어떻게든 돌리려 애썼다.
“갑자기 그만둔다고 하면 어떡하니.”
“그동안 잘해주셨는데 죄송합니다. 요즘 부모님 사업도 어려우신데 제가 이걸 계속하는 게 맞는지 조금 회의감이 들어서요…….”
물론 마음을 굳힌 고경윤은 넘어가지 않았고 후환을 대비해 부모님까지 이유 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어디든 여기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 * *
그리고 몇 년이 흘러.
징샤오와 옥도윤이 소속한 루이젠 엔터테인먼트의 연습생이 된 고경윤은 장안의 화제인 픽 유어 하트 시즌3에 참가한 온라온을 보게 된다.
그도 한국에서 지냈던 만큼 2017년 한 해 동안 온라온이 펼쳤던 여러 활약을 모르지 않았다.
“많이도 변했네.”
그게 방송을 통해 제 몸을 되찾은 온라온을 본 고경윤의 첫 감상이었다.
학교에서 다시 만나 친근하게 말을 붙이는 것치고 삭막한 태도였다.
하지만 고경윤이 트루 연습생을 그만둘 때 온라온이 울었다는 것은 그가 지어낸 사실이 아니었다.
펑펑 운 게 아니라 참다못해 눈물을 살짝 비친 정도였지만.
어쨌든 애가 운 건 운 거라고. 고경윤이 건조하게 생각했다.
고경윤은 사회생활의 일환으로서 지금 온라온을 부러 ‘선배’라고 칭하고 있으나.
사실 기존의 관계에 있어서 선배는 고경윤 쪽이었다.
춤은 잘 추면서도 뭔가 좀 기분 나쁜 애가 들어왔다는 소문이 연습생들 사이에 널리 퍼져, 온라온은 방학이 다 끝나가 미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올 때까지도 트레이닝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
트루의 지하는 원래도 특유의 텃세가 심한 곳이었는데.
한국말도 잘 못하고 왠지 모를 기이한 거부감마저 드는 온라온에게 친절을 베푸는 연습생은 물론 없었다.
게다가 이는 곧 조직적인 따돌림으로까지 이어질 기미를 보였다.
다른 등급의 반에서 연습하던 고경윤도 이 소식을 들었다.
단순한 텃세까지라면 그걸 이겨내는 것도 하나의 능력이므로 그럴 수 있다 쳤지만.
따돌림이라니.
이를 주도한 연습생들이 하필 차기 보이그룹으로 자신과 함께 데뷔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또한 고경윤의 트루 탈출 욕구에 불을 붙였다.
“얘 왜 자율 연습 안 끼워줘?”
“고경윤…….”
“우리 기본은 하자, 기본은.”
기본에 미쳤다고 할 수 있는 기친놈 고경윤의 개입으로 인해 온라온은 드디어 연습생으로서 기본적인 것들을 누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고경윤도 온라온을 볼 때면 이유 모를 거부감이 스멀스멀 생겨나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거기서 특별히 무언가를 더 챙겨주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경윤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모든 사람이 단지 자신의 기분을 이유로 그런 가혹한 폭력을 행사하지는 않으므로.
오현진과 같은 이들이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