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6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61화
‘누구지?’
나는 의심이 가득 담긴 눈초리로 화면을 노려봤다.
준연예인+연예인 생활 1년 차에 이른 지금, 이런 연락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일단 내 번호 알아내서 전화하는 사생들 때문에 번호를 바꾼 게 저번 달이라 바꾸기 전 번호로 아는 사람은, 즉 온라온의 옛 지인은 연락 못 할 텐데.
바꾼 이후로 나를 선배라고 부를 만한 사람한테 번호를 준 적도 없고.
직접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상대쪽에서 먼저 끊었는지 몇 번 신호음이 가다가 도중에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무뚝뚝한 안내음과 함께 뚝 끊길 뿐이었다.
문자 온 번호를 저장해서 메신저에 친구로 추가해 프로필을 확인해 보았는데 ‘가’라는 영문 모를 이름에 기본 프로필 사진이 걸려 있어서, 딱히 알아낼 수 있는 게 없었다.
수상한걸.
아주 수상해.
하지만 저쪽에서 내민 것은 오현진이라는 카드였다.
아무래도 나와 오현진의 관계를 알고 있거나 최소한 짐작 정도는 하고 보낸 거겠지.
왜? 무슨 목적으로?
대체 누가?
선배라고 부른 걸 보면 이 학교 학생? 오랜만이라고 했으니까 예전에는 알던 사이?
그럼 오현진이랑은 무슨 관계이길래?
온갖 상념은 온라온에게 이런 일에 호의적으로 도움을 줄 만한 친분이 있을 리가 없다는 생각까지 뻗어 나갔을 때쯤 끊겼다.
“왜 그래?”
핸드폰을 심상치 않은 눈길로 내내 노려보는 내가 신경 쓰였는지 곽상현이 말을 걸었다.
“후배가 잠깐 보재서, 갔다 와도 되나요?”
오현진의 이미지를 재기 불가할 정도로 무너뜨리는 것은 나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만약 이 문자를 보낸 후배가 오현진의 또 다른 악행(나쁜 놈은 한 가지 나쁜 짓만 저지르지 않는다는 게 정치인의 비리를 보도하는 뉴스를 보던 고수종 할아버지의 말씀이었다)에 대한 증거라도 쥐고 있다면…….
그게 아니더라도 오현진에 대해 뭐라도 들어두어서 나쁠 것 없었다.
“후배가?”
“네.”
“여자애는 아니지?”
나는 애매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문자를 보낸 게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모르는군.
자기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곽상현은 견성하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러 가기로 했으니 너무 오래 걸리면 안 된다며 허락의 의미를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얼른 갔다 올게요.”
“어디로 가는데?”
날씨가 추웠기에 스타일리스트 누나에게 외투를 받아 입는 내게 서문결이 물었다.
“체육관.”
“같이 갈까?”
“형이 왜?”
그렇게 반문하는 찰나.
‘아, 실수했다.’
탐스러운 꽃다발을 들고 친구나 가족과 함께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주변과 동떨어진 것처럼, 차고 무겁게 내려앉은 대기 속에서.
나는 그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
아마도 스스로가 가장 미숙한 부분에 대한 나의 실수였을 테지만.
“미안해.”
먼저 사과한 것은 서문결이었다.
아무리 서문결이 다정하고 사려 깊을지언정 없는 일에 대해 사과하지는 않으므로 그가 실로 미안하다고 느낀 지점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정확히 어떤 실수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무엇에 대해 사과해야 할지 몰랐던 탓에 별다른 말을 내놓지 못하고 눈만 깜빡였다.
“체육관은 강당 맞은편에 있어. 저쪽 길로 가면 바로 보일 거야.”
“알았어.”
나는 체육관과 강당을 따로 짓다니 학교가 돈이 많은가 보다, 따위의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서문결이 가리킨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가 일행과 거리를 벌렸다.
‘……깜짝 생일 파티를 해줄 만큼 친한 사이라면 이럴 때 같이 가자는 말 같은 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
나는 진짜 교복을 입고 있는 학생들 틈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오랜만에 붕 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온라온’의 졸업식은 어땠을까?
졸업 축하한다는 말은 들었을까. 꽃다발은 받았을까. 데리러 온 사람은 있을까. 마치고 뭔가 먹기는 했을까. 타국에서 학창 시절을 마치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나는 그 녀석을 안쓰러워하다가도, 이런 게 결국 자기 연민뿐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다시 한번 생각을 멈췄다.
가끔은.
괴로웠던 그 모든 날이 있기에 지금의 내가 당당히 있는 거지만.
그 모든 날로 인해 나의 어떤 면은 다시 회복될 수 없을 만큼 결핍되고 망가진 게 아닐까 하는, 그런 생각이 든다.
나는 낯선 길을 조금 헤매면서야 서문결이 왜 같이 가자고 권했는지를 뒤늦게 알아차렸다.
내가 무슨 과였는지도, 같이 졸업을 한 것도 완전히 잊어버렸는데 학교 구조 같은 건 당연히 기억 못 할 거라 여겼겠지.
다행히 체육관 건물이 눈에 확 띌 만큼 커서 가는 길은 좀 헤매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졸업식이 있던 강당과는 완전 반대편이라 지나는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체육관으로 들어가는 문은 다행히 열려 있었다.
체육관 근처에 있는 경비도 한공예 교복을 입고 있는 내가 이 학교 학생이라 생각했는지 체육관 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별달리 막지 않았다.
체육관은 넓었고 2층만 해도 다양한 목적의 방이 여럿 있어서 대체 어디로 가야 하나, 싶을 때.
쾅!
문이 요란하게 닫히는 소리가 났다.
그 방향을 휙 돌아보니.
“…….”
몹시 언짢아 보이는 낯을 한 오현진이 있었다.
좋게 말해서 언짢아 보이는 거지, 좀 더 사실에 기반해 말하면 자글자글 뭉친 신문지처럼 사정없이 구겨진 낯짝이었다.
“온라온…….”
근처에 서 있던 나를 발견한 오현진이 넓은 보폭으로 내게 다가와 팔을 뻗었다.
“너…….”
“기분 더럽지?”
두 번까지는 당했지만 세 번은 안 당한다.
내 팔을 잡으려던 오현진의 팔을 역으로 잡아챈 나는 조금만 힘주어 뿌리치면 바로 놓칠 만큼 허접한 힘을 들키기 전에 먼저 손을 팍 털듯이 놓아 버렸다.
“현진아 졸업 축하한다.”
갑작스러운 내 말에 오현진이 미친놈 보듯이 나를 보았다.
“졸업도 데뷔도 어쩌다 보니 1살 어린 나보다 1년 늦었지만, 1년 늦은 게 뭐 대수겠어. 너라면 조상님 덕 보면서 앞으로도 잘할 수 있을 거야. 어쩌다 보니 내가 네 선배격이 되기는 했는데, 우리 사이에 선배로서의 대접 같은 건 뭐 바라지도 않아.”
“미친 새…….”
“물론 음악방송 같은 데서 마주치면 너네가 우리한테 정성스러운 메시지가 적힌 앨범이라도 들고 불편하게 인사를 오기는 해야겠지만, 걱정하지 마. 우리가 친구 같은 선배로서 잘 맞아줄게. 그럼 막 데뷔해서 바쁠 텐데 붙잡아서 미안해. 또 보자.”
선배로서의 아량을 베풀어 덕담을 건넨 나는 녀석의 머리를 툭툭 쓰다듬어주고는 그대로 녀석을 지나쳤다.
저 새끼 얘기는 들어봤자 나만 손해였다.
즉 내 얘기만 일방적으로 듣고 헤어진 지금, 손해는 저 새끼만 본 거지.
나이랑 데뷔일 가지고 이러는 게 내가 생각해도 좀 유치한 것 같기는 하지만, 원래 저런 치졸한 새끼한테는 이런 유치한 게 잘 먹힌다.
과연 된소리 섞인 욕설이 들려왔다.
바쁘기는 했는지 자리에 더 머무르지 않고 계단을 내려가는 발소리를 뒤로한 나는 오현진이 나온 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갑니다.”
“안녕하세요, 선배.”
“넌…….”
나를 부른 것은 고경윤이었다.
오늘 견성하와 함께 졸업한 리프틴의 지오.
왜 메신저 이름이 ‘가’였나 했는데, 예명이 ‘GO’라서 그랬나.
견 씨 형제만큼은 아니지만 키가 크고 비율이 좋아 세련되고 도시적인 모델 느낌도 좀 나는 고경윤은 지금은 둥근 은테 안경을 단정히 착용하고 있었다.
아까 졸업식 때는 안경을 쓰지 않은 맨얼굴이었는데.
렌즈 부분에 빛이 언뜻 반사되는 것을 보아 패션 안경이 아니라 도수가 들어간, 본인 안경 같았다.
안경을 써야만 하는 눈 건강은 유감이지만…….
내 날카로운 심미안으로 보았을 때 고경윤은 마치 안경을 쓰고 태어난 것처럼 안경 쓴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었다.
“저인 줄 몰랐던 얼굴이네요. 제 번호 모르셨어요?”
“핸드폰 바꿨거든. 너는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준우 형한테 물어봤어요.”
음, 김준우한테는 내 번호 알려줬지.
그런데 아무리 멤버라고는 해도 남한테 내 번호를 바로 알려준단 말이야?
실망이다 김준우.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고경윤이 말했다.
“준우 형한테 뭐라고 하지 마요. 같이 연습하던 사이라고 말하면서 부탁해서, 어쩔 수 없이 준 거니까.”
같이 연습했던 사이라고?
온라온이 연습했던 곳은 트루뿐인데.
나는 찡그려지려는 표정 관리에 신경을 썼다.
녀석이 남긴 편지에는 고경윤의 이야기가 없었다.
물론 그때쯤 녀석의 정신이 온전치 못했고 편지에 담을 수 있는 내용에도 한계가 있으니 고경윤에 대한 이야기도 얼마든지 빠질 수 있기는 하지만…….
“이러고 있으니까 옛날 생각나네요.”
어쩐지 귀에 단어 하나하나가 틀어박히는 것처럼 또박또박한 게 인상적인 말소리였다.
듣고 있자니 어쩐지 위튜브에 딕션 맛집이라고 올라온 영상에 고경윤의 일상 대화가 포함되어 있어도 매우 자연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명함에 위화감이 들 수준까지는 아니었으나, 고경윤 스스로가 자신의 말씨에 제법 신경을 쓰고 있구나, 하는 생각 정도는 들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지오 씨가 왜 나를 여기로 불렀을까 하는 생각.”
나는 일단 거리를 두기로 마음먹었다.
“지오 씨래…….”
아직 예명이 익숙하지 않은지 녀석은 진심으로 껄끄러워하는 기색을 띠었다.
“그냥 경윤이라고 하세요. 어색하게 왜 그러세요.”
고경윤이 살가운 척 말을 붙였다.
“나 원래 모든 사람이랑 어색해. 알 텐데?”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이제까지는 ‘온라온’이 만난 적 없거나 만났더라도 연을 더 이어갈 필요 없는 이들만 마주쳤지만.
만에 하나라도.
고경윤과의 관계 이상으로 서로에게 의미 있는 관계였던 사람을 마주친다면, 나는 눈 딱 감고 그 녀석인 척을 해야 할까?
아니면 녀석이 아닌 나로서는 상대를 기만하지 않고서는 관계를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로 그만 정리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