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60)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60화
며칠 전, 생일 기념으로 혼자 했던 비앱을 큰 사고 없이 잘 마쳤다.
1시간쯤 되는 라이브를 하는 동안 외국인 에어리를 위해 영어나 일본어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거나, 노래를 짧게 부르기도 했다.
물론 늦은 시간 이웃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사실 노래 부르는 목소리가 작아도 너무 작았는지 방송을 보던 에어리들도 잘 못 들었다고 해서 나중에 가능하다면 정식으로 커버해 위튜브에 영상을 올리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오늘은 견성하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이다.
연청색 와이셔츠와 흰 재킷의 조합이 산뜻한 느낌을 주는 한공예 교복 위에 모직 코트를 단정히 차려입은 견성하는 벌써부터 약간 긴장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청심환이라도 먹였어야 하나.’
곽상현이 그런 견성하를 붙잡고 이것저것 설명하고 있었다.
“가서 간단히 인터뷰할 거니까 할 말 미리 생각해 둬.”
“네.”
“부모님이랑 가족들 다 오신댔지?”
“네. 복잡할 테니까 조금 일찍 오시라고도 말씀드렸어요.”
함께 차를 타고 학교로 가는 내내 견성하는 말이 없었다.
학교에 친한 친구가 있었나, 아니면 3년 동안 꼬박꼬박 다니면서 만든 추억이 많았던 건가.
어느 쪽이든 별생각 없이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한 나로서는 잘 감이 오지 않았지만, 녀석이 오늘 울 거라는 건 확실히 알 것 같았다.
말로만 듣던 졸업식은 생각보다 훨씬 소란스러웠다.
나는 실상이야 어떻든 대외적으로는 작년에 이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되어 있으므로 너무 신기해하는 티를 내지 않도록 주의하며 주변을 살폈다.
학교 건물은 큰 편이었고, 아무래도 연예인이 많이 다니는 학교이니만큼 본격적으로 포토존이 형성되어 있었다.
정식으로 프레스증을 받은 기자들이 많았으며 대포 카메라를 든 팬들은 더욱 많았다.
이건 오르카로서 나오는 공식 스케줄도 아니고 학생으로서 치르는 개인적인 행사에 가까운데, 저렇게 찾아오는 게 아무리 팬이라고는 해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하트 부탁드릴게요.”
“이번에는 왼쪽 볼게요.”
그래도 이제는 익숙해진 포토타임을 거쳐 졸업식이 진행되는 강당 내부로 들어서니, 강당에는 학생과 사전에 배부된 티켓을 가진 학생의 가족이나 지인들만 출입할 수 있어서 졸업식 자체는 원활히 진행되었다.
견성하는 성적 우수자 표창장과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특별공로상 3학년 2반 견성하. 위 학생은 평소 학교생활에 모범적으로 임하였고 또한 연예 활동을 통해 학교의 명예를 높이는 데 공이 커 다른 학생들의 모범이 되므로 위 상을 수여함.”
큰 키 덕분에 친구들 사이에서 우뚝 솟은 견성하가 학교장에게서 상장을 전달받았다. 사람들은 열심히 박수를 보냈다.
짓궂게 놀리듯 견성하를 띄워 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빈번히 들리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견성하는 학교에서 그 심상치 않게 낯가리는 성격과는 다르게 친구가 꽤 많았던 모양이다.
특별공로상을 받은 사람 중에는 얼마 전에 헌트레드로 데뷔한 오현진과 리프틴으로 데뷔한 지오, 본명 고경윤이 포함되어 있었다.
견성하도 그렇지만 오현진이나 고경윤은 데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저 상을 받는 걸 보면 특별공로상은 일단 연예인이기만 하면 인지도 같은 것은 상관하지 않고 다 주는 상 같았다.
아무래도 최근 데뷔를 하고 한창 활동 중이라 스케줄이 바쁜지, 아니면 장내의 혼잡을 우려해서인지 헌트레드와 리프틴 멤버들은 따로 찾아오지 않은 듯했다.
나중에 리프틴은 다른 학교에 다니는 옥도윤의 졸업식과 일정이 겹쳐 어느 쪽도 가지 않기로 하였고, 헌트레드는 다른 스케줄 때문에 오지 못했다고 들었다.
흠, 어쨌든 좋은 날에 쓰레기 자식 봐서 기분 잡쳤다.
* * *
폐식사를 끝으로 한라공연예술학교 졸업식의 통상적인 모든 식순이 무사히 끝났다.
하지만 졸업식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러면 지금부터 한라인들이 준비한 축하 공연을 함께 보시겠습니다.”
이제부터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준비한 축하 공연이 이어진다.
사회는 이제 3학년으로 올라가며 현재 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는 한공예 남학생과 여학생이 맡았다.
축하 공연으로 뮤지컬과 학생들이 신나는 뮤지컬을 펼쳐 보이기도 하고, 댄스 동아리 학생들이 근사한 댄스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학생들의 관심도가 가장 높은 것은 단연 현직 아이돌의 공연이었다.
“멋진 무대 보여준 두 학생에게 힘찬 박수 부탁드립니다.”
“다음 순서는요. 한라인이 무려, 세 명이나 멤버로 활동하고 있는 그룹인데요.”
남학생이 넌지시 운을 떼자 학생들 사이에서 “오르카!”라고 외치는 소리가 산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네.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오르카입니다!”
여학생이 뜸 들이지 않고 오르카를 호명했다.
한공예 졸업생이 세 명이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는 아이돌이 나와서인지 학생들이 여느 때보다 뜨겁게 오르카를 환영했다.
어두워진 무대 위로 교복을 입은 오르카가 빠르게 올라와 대형을 잡았다.
온라온, 서문결은 견성하와 같은 한공예 교복을, 반요한과 강지우도 각자 졸업한 고등학교 교복을 무대 의상을 대신해 입었다.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Winter
‘해방’은 딱 새롭게 시작하는 학생들이 듣기 좋은 노래였으며, 가사가 딱 고등학교 3학년을 위한 노래라고 겨울방학을 앞둔 학생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던 노래였기 때문에 오르카는 더욱 집중해서 무대를 펼칠 수 있었다.
“멋진 공연 고맙습니다. 아, 진짜 너무 멋있으신 것 같아요. 안 그래요?”
“그래요!”
학생들이 높은 목소리로 긍정하자 격한 안무를 펼치고 숨을 고르던 멤버들이 감사하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그럼 인사와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말씀, 조금만 부탁드릴게요.”
“네. 인사부터 드리겠습니다.”
“On and on ORCA!”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한목소리로 인사한 멤버들이 꾸벅 인사하자 학생들이 다시 한번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먼저 마이크를 든 것은 서문결이었다.
“가장 먼저 후배 분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듣기 좋은 저음으로 건네진 축하 인사에 화답하는 환성 사이에 “선배님 잘생겼어요!” 하는 아우성이 섞여 들렸다.
같은 학생이자 선배로서 학교에서 보았을 때는 그 예리한 인상 때문에 말도 제대로 걸지 못했는데, 무대 위에 아이돌로서 서 있으니 대뜸 그런 말을 내던질 용기가 난 모양이었다.
후배를 향해 특유의 다정한 미소를 지어 보인 서문결이 말을 이었다.
“작년에 저와 라온 씨가 졸업을 하고, 이번에 성하까지. 저희 멤버 중에 세 명이나 여기 한라공연예술학교를 졸업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이렇게 졸업식에서 축하 공연을 할 수 있어 매우 뜻깊고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마이크는 온라온에게 넘어갔다.
실제로 다니지도 않은 학교의 졸업생으로서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의미가 있을 교복을 입고 무언가 말을 하려니 온라온은 속으로 몹시 곤란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쨌든 미리 준비해 두었던 인사말을 무난하게 해내었다.
물론 학생들은 온라온의 얼굴을 보느라 그가 대체 무슨 말을 했는지는 하나도 듣지 못했다.
“라온 선배 옆에 서니까 제가 참… 초라해지네요.”
“저도 그래요. 그러면 졸업하는 성하 선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사실 성하가 작년에 데뷔랑 연기된 수능이랑 일정이 겹쳐서 할 수 없이 수능을 못 봤거든요. 제가 데뷔를 준비하는 틈틈이, 공부도 열심히 가르쳐 줬는데 말이에요.”
대한민국 고등학생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수능 만점자의 말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천재지변으로 인한 수능 연기 때문에 함께 고통받았던 학생들이 안타까워하는 소리를 길게 내었다.
“그래서 내년에는 꼭 수능을 잘 보라고 말해주고 싶네요.”
“아, 성하 선배님 표정이 많이 안 좋아지셨는데요.”
“…….”
“농담이고요.”
산뜻이 웃은 반요한이 이어 말했다.
“우리 성하를 포함해 여기 계신 분 중에는 그까짓 수능 성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길을 걷는 사람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길을 걷든, 절대 틀리거나 늦은 길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딘지 통쾌한 구석이 있는 반요한의 말은 학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는 것에 성공했다.
“아, 요한 님 제가 진심으로 리스펙합니다. 그럼 졸업하는 학생들에게 진짜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을 든든하게 지켜 주던 학교라는 울타리를 한 발 벗어난 만큼 이제 여러분 혼자 힘으로 헤쳐나가야 하는, 그래서 더 어렵고 힘든 일도 많이 찾아올 테지만.”
침착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강지우가 숨을 얕게 들이마시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어떤 시련이 찾아와도 이제까지 잘 해내 오신 여러분이라면 얼마든지 이겨내실 수 있을 테니 용기와 열정을 가지고 힘내서 이십 대를 멋있게 꾸려가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아쉽지만 오르카 분들은 무대 하나만 더 보고 보내드려야 하는데요. 어떤 무대 준비하셨는지 소개 부탁드려도 될까요?”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여러분을 위한 선물, ‘Present’ 들려드리겠습니다.”
5인 버전으로 편곡한 ‘Present’를 선보인 오르카는 더없이 뜨거운 환호 속에서 무대를 내려왔다.
* * *
졸업식이 끝나고 강당 근처에서 졸업생들끼리 모여 너도나도 사진을 찍었다.
말로만 듣던 수영선수 견유성과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는 견하람을 포함한 견성하의 가족들도 그때 볼 수 있었다.
나와 강지우를 동시에 들 만한 근육이 있다고는 해도 겉보기에는 슬랜더한 편에 가까운 견성하와는 다르게, 견유성은 누가 봐도 운동을 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첫인상을 주는 남자였다.
내가 살면서 본 사람 중에 가장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유순한 눈매 덕분인지 실없는 말씨 덕분인지 그 덩치에도 불구하고 썩 위협적이지 않고 동네 형처럼 친근하게 느껴졌다.
과연 견성하의 형이었다.
그와는 반대로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아역배우로 꾸준히 활동하는 견하람은 또렷하고 야무지게 잘생겨 동성에게도 인기가 많을 듯한 이미지였다.
그리고 겉과 속이 고루 무른 오빠들과 다르게 상당히 냉철한 성격처럼 보였다.
어쨌든 삼 남매가 다 남다르게 잘생긴 것을 보아 저 집안에 잘생김의 유전자라도 흐르고 있나 했는데, 교편을 잡고 계시다는 견성하의 부모님은 이런 말을 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평범하게 좋은 인상이셨다.
저 소담한 분들에게서 저토록 개성 있는 삼 남매가 태어났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견성하의 부모님이 중국집을 예약해 놓았으니 이렇게 모인 기념으로 다 같이 짜장면이라도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나누는데.
[오랜만이에요 선배. 잠깐 체육관 2층으로 와주실래요?]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