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6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65화
어젯밤 내내 진짜 가도 되는 건지 뜬눈으로 고민하느라 잠을 못 잔 탓에 졸음이 쏟아졌다.
억지로 몸을 회복하고 차에서 계속 안절부절못하는 것도 못 할 짓 같아서 그냥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어느새 택시가 한 단독주택 앞에 멈춰 있었다.
‘시간상 그렇게 멀리 오지는 않은 것 같은데…….’
내비게이션에 뜨는 걸 보니 외곽이기는 해도 아직 서울이었다.
내가 자는 사이 무슨 얘기를 한 건지 택시 기사와 많이 친해진 것 같은 강지우가 택시비를 계산했다.
“앨범 나오면 내가 꼭 한 장 사 줄게. 그, 이름이 뭐랬지? 오르자?”
“하하, 오르카입니다.”
“아, 오르카! 그래, 하하하!”
받은 거스름돈의 액수를 확인한 강지우가 꾸벅 인사했다.
“가보겠습니다, 어르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래. 잘생긴 학생도 잘 가고.”
“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우리는 각자 트렁크에서 내린 짐을 들고 대문 앞에 섰다.
‘이제 진짜 못 돌아간다…….’
마침내 현실을 받아들인 나는 강지우가 목소리만 전달되는 인터폰에 대고 “문 열어줘! 첫째 왔어!”라고 말하는 사이 자느라 눌린 머리라도 후다닥 정리했다.
“명절에 남의 집 자식이 왜 왔냐고 하시면 어떡하지.”
“그럴 사람 있으면 너 안 데려왔지.”
이내 철커덕하는 소리, 그리고 개 여러 마리가 짖는 소리와 함께 대문이 열렸다.
아주 넓지는 않아도 깨끗하게 정비된 마당으로 들어서니 작은 텃밭이며 다양한 모양의 장독대며 하는 것들이 보였다.
그런 요소들이 단순히 공간을 꾸역꾸역 채워 넣는 게 아니라 꽤나 감각적으로 배치되어 있어서, 가족 중에 마당을 꾸미는 게 취미인 사람이 있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 관리된 화초들까지 돌아봤을 때, 현관문이 안쪽에서 열렸다.
그리고…….
“뭐, 뭐야.”
“후후…….”
“어, 어떻게 저런…….”
“저 녀석을 봐버린 이상 너는 절대 이곳에서 벗어날 수 없을 거다.”
“어마무시하게 귀여운 생명체가……!”
꼬리를 프로펠러처럼 흔드는 새까만 검정깨 떡 같은 강아지 한 마리가 두 팔을 활짝 벌린 강지우를 향해 말 그대로 ‘붕’ 소리가 날 것만 기세로 날아왔다.
“옳지. 우리 소박이 형아 보고 싶었쪄요.”
왈!
“아구 귀여워. 아구 예뻐.”
목에 인식표가 달린 복분자 색 목줄을 한 강씨네 소박이가 얼마나 귀엽냐면.
나는 평소라면 질색했을 강지우의 혀 짧은 소리도 얼마든지 관대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어렸을 때 꿈이 크고 작은 강아지 다섯 마리 키우는 거였다고 내가 말했던가?
가족 중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있어서 다섯 마리는커녕 한 마리도 키울 생각 못 해봤지만.
소박이는 어느새 나한테 와서 주둥이를 열렬하게 비비고 있었다.
“흐어어…… 손바닥 간지러워…. 꼬리는 왜 저렇게 흔드는 거야아아아…….”
그야말로 몸을 던지는 소박이의 애교에 나는 그대로 찬 땅바닥에 녹아내렸다.
“안에 한 마리 더 있다. 이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 사진 보여주면서 꼬실걸…….”
소박이와 나에게 잠시 잊힌 강지우가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그래. 어떻게 이런 애 사진도 안 보여줄 수 있어? 형은 바보야. 내 마음도 모르는 바보!”
“그래, 이 형은 바보다. 너밖에 모르는 바보…!”
그리고 TP가 올랐다.
래리 개자식.
“큰오빠, 추운데 빨리 안 들어오고 뭐…… 헙.”
잔뜩 심통 난 얼굴로 집안에서 슬리퍼를 끌며 튀어나온 여자애가 소박이와 한 몸이 된 나를 보고 얼어붙었다.
이해한다. 아무래도 처음 보는 미남이 자기 집 강아지랑 정신없이 놀고 있으면 누구든 놀라겠지.
“그, 안녕하세요.”
내 얼굴을 핥으려는 소박이를 두 손으로 붙잡아 몸에서 멀리 떼어 든 나는 이 자세로 발휘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손함을 담아 강지우의 동생으로 추정되는 아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딸꾹.”
“봐봐, 강보람! 내가 세상에서 제일 잘생긴 애 데려온다고 했지!”
마당 구석에서 사료를 몇 알 집어 와 소박이의 관심을 끌려 애쓰던 강지우가 벌떡 일어나더니 혼자만 신나서 외쳤다.
강보람이라고 불린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는 말없이 딸꾹질만 계속할 뿐이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강보람이 당신의 미모를 채 담지 못하는 카메라 렌즈들을 죄다 깨버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보람 호감도 +10 현재 호감도 +78]……혹시 안 데려오면 죽는다고 한 동생이 이 앤가.
호감도는 왜 저렇게 높아?
과격한 속마음과는 달리 일렁이는 강보람의 눈망울만 보면 흡사 울 것만 같았다.
‘나 정말 누구 울리는 데 재능 있는 걸지도…….’
그때.
“지우 왔니? …어!”
강지우와 쏙 닮은 남자 어른이 커다랗고 하얀 개 한 마리를 안아 들고 나왔다.
“아빠!”
강지우는 조금 헤픈 인상의 남자를 향해 반갑게 외쳤다.
저 사람이 강지우의 아버지라면, 지금 최소로 잡아도 40대 중반일 텐데…….
세상에. 저 얼굴로? 40대?
장모님 사랑 듬뿍 받을 것처럼 훤칠하게 잘생긴 건 둘째 치더라도, 엄청난 동안이었다.
추정 나이와 매치되지 않는 얼굴에 매우 놀란 나는 사랑스럽게 헥헥거리는 소박이를 내려놓고 한 박자 늦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제 전화 받은… 지우 형이랑 같은 팀인 온라온입니다. 명절인데 제가 폐…….”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강지우 아버지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저렇게 웃으시니까 더더욱 강지우와 판박이였다.
“우리가 오라고 한 건데 폐는 무슨. 추운데 인사는 나중에 해도 괜찮으니까 얼른 들어가, 들어가.”
“네엡.”
“그런데 우리 라온이는 저번에 데뷔 쇼케이스에서 봤을 때보다 더 잘생겨진 것 같네. 그 흰머리도 예쁘기는 했는데, 내가 봤을 때는 지금처럼 머리 찰랑찰랑하니 까만 게 훨씬 낫구나.”
“감사합니다. 어…….”
멤버의 아버지는 뭐라고 불러야 하지?
아버님? 아저씨? 선생님? 어르신?
살면서 친구 내지는 동료의 부모님을 불러본 적이 거의 없어서 순간 바보처럼 멈칫했다.
다행히 강지우 아버지는 내가 이래 봬도 외국인이라 이런 호칭에 익숙하지 않다고 여긴 듯 선뜻 답을 알려주었다.
“그냥 아저씨라고 불러.”
“네, 아저씨. 아저씨도 제가 아는 아저씨 중에 제일 잘생기셨어요. 완전 꽃미남.”
내가 짐을 들지 않은 손으로 엄지를 들어 보였다.
내내 안고 있던 크고 순한 개를 마당에 옜다, 하고 풀어 놓은 강지우 아버지는 내 진심 어린 아부가 마음에 든 듯 하하 웃으셨다.
“아차, 들어가라 해놓고 내가 계속 붙잡고 있었네. 나는 얘들 밥 주고 들어갈 테니까 먼저들 들어가 있어.”
“네.”
다행이다. 적어도 불청객 취급은 안 받을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를 흘끔 돌아보니 여태껏 정신을 통 못 차리는 강보람도 강지우가 반쯤 놀리면서 챙겨 들어오고 있었다.
“실례합니다….”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가니 브라운관 TV가 눈에 띄는 거실이 바로 나오는 구조였다.
거실 바닥에는 신문지가 여러 장을 겹쳐 넓게 깔려 있었다.
중앙에는 불판을 올린 가스버너가 2개 놓여 있었고, 강지우의 가족들이 쌈 채소와 젓가락, 숟가락, 앞접시, 김치 등을 부지런히 가져와 차리는 중이었다.
시간상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것 같았다.
안 그래도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인데 많은 사람이 바쁘게 돌아다니니 더 협소하게 느껴졌다.
“민서야, 기름장이랑 쌈장 가져가!”
“잠깐만!”
“엄마! 큰오빠 왔어!”
“누구 왔다고? 지우?”
“응! 근데 누가 또 왔어……!”
“해림아, 엄마 잘 안 들려! 와서 얘기해!”
낯선 얼굴인 나를 뒤늦게 발견하고 2초에 한 번씩 흘끔거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아무도 자기 할 일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리고 차마 저 분주함에 끼어들지 못하고 현관 근처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내게 마당에 있는 강아지 두 마리의 밥을 주고 돌아온 강지우 아버지가 말했다.
“미안하다. 지금 밥때라 다 정신이 없어서.”
“아니에요. 저도 뭐 할 거…….”
“그냥 짐 아무 데나 내려놓고 앉아 있어. 아, 그래도 손은 씻어야지. 화장실 저쪽이니까 손 씻고 여기 앉아서 깎아놓은 과일부터 좀 먹고 있어라.”
“아, 네. 감사합니다.”
‘이거 약간 데자뷰…….’
처음 시드 숙소에 들어갔을 때도 강지우가 비슷한 말을 했었지.
손만 씻고 그냥 앉아 있으라고.
집안 내력인가.
사실 그때는 뭐라도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는 오히려 내가 뭘 하면 다른 사람들한테 방해가 될 것 같았다.
가만히 있어야지.
통돌이 세탁기가 공간의 1/3을 차지하는 화장실에는 세면대가 따로 없었다.
허리보다 낮은 높이에 설치된 수도꼭지를 한 번의 실패 후 맞는 방향으로 돌리자 깜짝 놀랄 만큼 차가운 물이 콸콸 쏟아져 나와 하마터면 발이 젖을 뻔했다.
‘뜨거운 물은…… 안 나오네.’
어쨌든 밖에 일찍 나가봤자 뻘쭘하기만 할 것 같아 비누칠을 평소보다 세 배쯤 열심히 하며 손을 꼼꼼히 닦았다.
입김을 불어도 시린 손을 쥐었다 펴며 바깥으로 나오자 상황은 아까보다 한결 정돈된 분위기였다.
강보람을 포함한 몇몇 아이들은 벌써 신문지 주위에 띄엄띄엄 둘러앉아 있었다.
나도 강지우 아버지 말씀대로 사람 없는 구석에 쪼그려 앉아 넓은 접시에 한가득 깎아놓은 사과 하나를 집어 깨작거렸다.
어른이 없는 자리에서 아이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들이 느껴졌다.
‘강지우는 어디 간 거야…….’
자기 집에 데려와 놓고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 강지우를 내심으로 되레 욕할 때.
옆에 누가 부쩍 다가와 살포시 앉는 게 느껴졌다.
돌아보니 아까 나를 보고 충격을 받았던 강보람보다도 훨씬, 훠얼씬 자그마한 여자애가 동그란 눈을 데구루루 굴리고 있었다.
‘세상에. 다람쥐 같아…!’
그렇다.
나는 보호 본능을 일깨우는 작고 귀여운 생명체에게 약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