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6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64화
그 이후 한바탕 고경윤이 가진 오현진과 트루를 조질 수단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들어보니 당장 실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어느 정도는 필요했다.
고경윤에게도, 나에게도.
그 과정에서 알게 된 몇 가지 사실이 있는데.
첫째는 고경윤도 ‘온라온’이 지하에서 무슨 일을 당했는지 정확히는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내가 편지에 적혀 있던 것을 기반으로 해 과거의 일부를 설명하자 고경윤은 새삼 오현진의 패기 아닌 패기에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 나중 일이 무섭지도 않나 보지.
“다 알고 꺼낸 얘기 아니었어?”
– 픽 유어 하트 마지막 방송을 보면서, 단순한 슬럼프가 아니라 트루 연습생들이랑 너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는 건 짐작했어. 어쨌든 나도 잠깐이지만 같이 연습했던 사이니까.
그래서 졸업식 날 오현진을 먼저 불러내 몇 년 전 얘기로 한번 찔러봐서 어느 정도 구체적인 단서를 얻은 다음.
문자 메시지에 있는 오현진의 이름 하나만 보고 정말 찾아온 나를 보면서 확신을 얻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고경윤은 사실 내가 그와 거래하지 않더라도 오현진과는 손잡을 마음이 전혀 없었다.
물론 과장 조금 보태서 입만 열면 의미 없는 거짓말인 고경윤의 말은 어디부터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도통 알기 어려웠기 때문에 나는 적당히 걸러 들었다.
“그럼 그 방송 전까지는 나한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걸 하나도, 몰랐다는 말이야?”
– 그 사실 자체를 아예 몰랐다고 한다면 거짓말이겠지.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고경윤의 목소리는 내내 그랬듯 내 마음마저 차고 고요하게 만들도록 침착했다.
– 하지만 그 정도로 심한 수준일 줄 알았다면 네게도 연습생을 일찍 그만두는 것을 진지하게 권했을 거야.
나라는 개인에 대한 감정적인 공감이나 염려 따위는 완전히 배제된 투였으나.
차라리 내게는 그게 편했다.
고경윤이 그걸 알고 저러는 건지 그냥 인간의 마음이 부족해서 저러는 건지는 모르겠다만.
내 긴 침묵에서 무엇을 읽었는지 고경윤이 물었다.
– 내가 너한테 사과하길 바라?
생각보다 먼저 말이 나갔다.
“필요 없어.”
하나만은 명확하다.
그 사과 들어야 할 사람은 이제 여기 없다.
동시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더 깨달았는데.
그건 바로, 나 또한 받아야 할 사과를 영영 받지 못하리라는 것이었다.
뭐……. 그 새끼들한테 사과받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 없으니.
기실 별 의미도 없는 깨달음이기는 했다.
– 그래, 뭐. 어쨌든 결심해 줘서 고마워.
“고마울 필요 없어.”
– 그래?
“이 일로 네가 얻는 건 별거 없을 테니까.”
오현진이랑 트루를 보내버리기 위해 잠깐 협조는 하지만, 신인상이든 뭐든 저 녀석한테는 뭐든 안 내줄 거라는 뜻이다.
어디 한번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알짜배기 보상은 보상대로 놓쳐보시지.
그럼에도 느긋하게 다음 기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고경윤은 이번 일을 무르지 않을 것이다.
– 너 많이 변했구나.
다른 말 대신 묘한 어조로 그렇게만 말한 고경윤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것처럼 몇 마디를 더 한 다음, 이내 통화를 끊었다.
따끈한 휴대폰을 쥐고 보컬 연습실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편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괜한 경계심만 더 살 테니 이 얘기는 그냥 하지 말았어야 했나?
“…….”
하지만 참기 싫었는데.
아, 나는 정말로.
더는 참기 싫었다.
* * *
2월의 어느 날.
“자, 이번에는 진짜 제대로 회의하자.”
우리는 다시 회의실에 모였다.
이번에야말로 다음 앨범에 대해 진지하게 의논하자고 다들 입 모아 말했다.
“이보세요, 저는 저번에도 진지했거든요?”
그 뻔뻔한 태도에 어이가 사라진 내가 따져 물었다.
“맞아. 너 영상 보니까 되게 진지하더라.”
저번에 깜짝 생일 파티 때 촬영한 영상이 얼마 전에 우리 위튜브 채널에 올라갔다.
누가 봐도 나 혼자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찍혔더라.
“너 저번에 우리 정신 다른 데 팔려서 짜증 났지.”
자기들이 헛소리할 때마다 심기 불편한 거 다 보였다고 반요한이 말하자(물론 이상한 트집이 잡힐 만한 장면은 편집 단계에서 다 잘려 나갔다) 서문결이 “그랬어?” 하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얘네 둘을 반반 섞어놓으면 좋을 텐데…….”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강지우의 아련한 말에 견성하가 책상을 탕 치며 즉각 반발했다.
“결이 형은 결이 형 자체로 완벽해요!”
“솔직히 그건 아니야.”
“나도 결이 형 참 많이 좋아하지만 그건 좀 아니야.”
“……인정.”
나와 반요한의 반박에 견성하가 굉장히 분한 듯 입을 비죽이며 서문결이 그다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
가만히 있다가 괜히 욕먹은 서문결이 조금 상처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난 이 중에서 형이 제일 좋아.”
비록 완벽하지는 않지만, 착하기는 참 착한 서문결을 별 의미도 없는 말로 달래주었더니.
이번에는 낯이 한결 핀 서문결 대신, 반요한을 제외한 모든 멤버들의 애정에 늘 목말라 있는 강지우가 눈에 띄게 서운해했다.
“막내 너 잘 생각해.”
“생각하기는 뭘 생각해?”
“나야, 결이야.”
“뭐?”
별 시답잖은 저울질을 하는 강지우를 향해 견성하가 경멸의 시선을 보냈다.
“이건 뭔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도 아니고…….”
강지우는 노골적인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자. 우리 네 명 중에서 막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이 누군지.”
“저는 왜 끌어들여요? 전 그런 거에 관심 없거든요?”
“그럼 일단 성하를 4등으로 하고…….”
“그래도 그건 좀 아니죠!”
“그럼 너도 끼든지.”
“……온랑구 너 내가 어제도 탱 서줬잖아!”
진짜 다루기 쉬운 녀석…….
“싸우지 말자 얘들아. 온라온, 난 애들이랑 이런 걸로 싸우기 싫으니까 그냥 내가 4등이라고 해.”
반요한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하자 강지우가 코웃음 쳤다.
“4등으로 하기는 뭘 4등으로 해. 네가 안 해도 어차피 막내한테는 네가 4등일 텐데.”
“강지우 반지 빼고 옥상으로 따라 나와.”
“바보야, 이 건물 옥상 잠겨 있거든.”
“……형들은 사실 내가 누굴 더 좋아하든 말든 관심 없고 그냥 놀러나 가고 싶지?”
“아, 아닌데.”
“내 눈이나 보고 말씀하시지.”
아, 왠지 망한 회의가 될 것만 같은 예감이 시작부터 강렬하게 들었다.
* * *
다행히 할 땐 하는 멤버들이라 비록 시작은 산만하기 짝이 없던 회의는 이후로 잘 진행되었다.
다들 신인상을 꼭 받겠다는 열망 하나로 준비해 오기로 한 자료를 얼마나 열심히 조사했는지, 고등학생 때부터 조별 과제 버스 기사라고 불렸다는 반요한이 감동의 박수를 칠 정도였다.
참고로 저번에 팬 사인회 준비할 때도 반요한은 비슷하게 감동했다.
아무튼 반요한이 보기 좋게 정리한 회의 결과를 본 완벽주의 주열음 이사가 우리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해 보겠다는 말까지 했다면 말은 다 끝난 거 아니겠는가.
그리고 얼마 뒤 한국의 대명절, 설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동안은 틈틈이 잡지 화보를 찍거나, 위튜브에 커버 영상으로 올릴 소속사 선배의 곡을 연습하며 시간을 보냈다.
저번에 휴가를 받은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연휴에는 별달리 잡은 스케줄이 없어서 집이 미국인 나를 제외한 멤버들은 각자 본가에 다녀오기로 했다.
시드는 명절 당일에 들어오는 유감스러운 스케줄을 알아서 거절할 줄 아는 도리를 갖춘 회사였다.
문제는 강지우가 혼자 숙소에 남아 있을 예정인 나를 자꾸 자기 집으로 데려가려 한다는 것이다.
“뭔가 잊고 있는 모양인데.”
“?”
“나 미국인이고 미국인은 설 같은 건 원래 안 챙기거든.”
“!”
“형들은 지금 기독교인한테 석가탄신일 챙기라고 하는 거라고!”
잠깐 영혼의 국적을 전면 부정하고 이상한 논리를 펼친 내 말에 멤버들이 그제야 내가 미국인임을 깨달은 것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소에 누구보다 한국인처럼 살아놓고 이제 와서 이러자니 조금 양심에 찔리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하지 않으면 강지우는 정말 자기 집에 나를 데려갈 듯싶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종교 없어도 석가탄신일이랑 크리스마스에 다 쉬잖아.”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그렇다면 드물게 외국인으로서 한국 명절을 체험한다는 생각으로 우리 집에!”
이 인간이 정말.
“혼자 가시죠, 그냥.”
“하지만 내 동생이 너 꼭 실물로 보고 싶다고, 안 데려오면 죽는다고 그랬단 말이야!”
“죽어 그럼…….”
“우리 막내가 요즘 좀 이 형한테 쌀쌀맞아진 것 같은데. 내 착각이지? 그렇지?”
한껏 비극적인 표정으로 내 어깨를 붙잡고 짤짤 흔드는 강지우를 향해 반요한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그건 강지우 네가 저번에 결이한테 1등 밀린 이후로 복수한답시고 자꾸 쟤한테 나물 반찬 먹여서 그래. 맛도 없는 그거.”
“그건 사적 복수가 아니라 요즘 살 안 찌고 피부 안 뒤집힌다고 과자로 배 채우는 우리 막내 위장 건강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
“응. 그렇게 변명해 봤자 너 2등.”
“시끄러워 꼴등.”
그러나 본가로 다들 떠나기로 한 다음 날.
“안전벨트 했지?”
간단한 옷가지와 세면도구만 챙긴 캐리어를 든 나는 강지우와 함께 차에 오르고 있었다.
어젯밤에 강지우 가족들이 건 전화를 받으면 안 됐다.
누가 장사하는 사람들 아니랄까 봐, 단체로 현란한 말솜씨에 넘어가서 그만.
“아니, 이거 완전 민폐…….”
갑자기 정신이 들어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고 내리려는 나를 강지우가 붙잡았다.
“민폐 아니라니까. 우리 엄마 아빠가 잘 먹고 잘생긴 애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래도…….”
“너 우리 식당 밥 먹고 싶다고 했잖아. 원래 이런 건 명절 음식이 진짜거든. 아저씨, 빨리 출발해 주세요!”
택시가 출발했고, 달리는 차에서 내릴 방법이 없는 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받았다.
‘나 이래도 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