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6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66화
그나저나 아까 해림이라고 불렸을 때 얘가 대답했으니까….
얘 이름이 강해림인가?
아무리 봐도 중학생은 아닌데 초등학생? 혹시 강지우 친동생? 아니면 친척 동생?
치사량의 귀여움을 온몸으로 뿜어대는 상대의 정체를 열심히 추측할 때, 다람쥐 같은 여자애가 살며시 나를 불렀다.
“오빠.”
“네에?”
말꼬리가 절로 길어졌다.
내 상냥한 어조에 조금 긴장한 것 같았던 여자애는 조심스럽게 나와 눈을 맞췄다.
사랑스러워서 등 뒤로 숨긴 주먹이 절로 말렸다.
“우리 큰오빠랑 친해요…?”
“큰오빠? 지우 형?”
내 되물음에 잠깐 사이 뺨이 발그레 물든 여자애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럼 강지우랑 강…해림은 남매지간이 맞나 보다.
강해림이 대충 초등학교 중학년이라고 하면, 강지우가 올해 스물두 살이니까…….
‘아니, 대체 두 사람 몇 살 차이야?’
설마 강해림보다 어린 애가 지금 안방에서 자고 있다거나, 그러지는 않겠지?
갑자기 강지우의 부모님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대단하게 느껴졌다.
눈을 빠르게 깜빡여 괜한 생각을 털어낸 나는 아까처럼 다정한 목소리로 답했다.
“지우 형이 12시 되자마자 제 깜짝 생일 파티 해줄 만큼 친해요.”
“와아…….”
말해 놓고 보니 너무 유치한 것 같아 조금 창피했지만.
평범한 초등학생에게도 깜짝 생일 파티라는 것은 제법 대단한 축에 드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듯한 강해림의 반응을 보니 금세 창피함이 말끔히 가셨다.
하긴. 원래 학생 때가 학교에서 매일 보는 친구가 제일 소중할 때기는 하지.
친구가 생일 파티를 해주는 게 쟤한테 얼마나 굉장한 일이겠어!
물론 깜짝 생일 파티는 나한테도 굉장한 일…….
아니, 이제 이건 그만 생각하자.
어쩐지 정신 연령이 초등학생이랑 비슷해지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들었다.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대답해 준 것뿐이라고 혼자 합리화하며 대충 넘어가기로 했다.
“저는 1월 1일 말고는 매일 10시에 자서 12시에는 아직 한 번도 생일 파티 못 해봤어요.”
강해림이 작은 목소리로 종알거렸다.
강해림은 수줍음을 조금 탈 뿐 말수가 적지는 않은 듯했다.
하긴. 정말 나만큼 내향적이고 낯 가렸다면 이렇게 먼저 말을 걸지도 못했어……!
[얼씨구. 뻔뻔하기가 수준급…….]뭐라고? 명절에도 못 쉬고 연중무휴 24시간 내내 일하는 불쌍한 놈이 하는 말은 안 들리는데.
[……나빴다.]그러게 왜 시비를 걸어, 시비를.
부정할 수 없는 블랙 기업에서 일하는 녀석은 얌전히 닥쳤고 나는 다시 강해림에게 주의를 집중했다.
“그래? 그럼 해림이는 생일 파티 언제 하는데?”
“으음, 작년에는 저녁에 했어요.”
“맛있는 거 많이 먹었어?”
“네. 저희 엄마 음식 진짜 맛있어요.”
그때, 저 옆에서 무시무시한 눈초리로 휴대폰만 노려보는 강보람의 눈치를 슬쩍 본 강해림이 내게 귀 좀 달라고 손짓했다.
내가 순순히 몸을 기울여 주자 히죽 웃은 강해림이 속삭였다.
“언니가 절대 말하지 말랬는데요.”
“응, 응. 말랬는데?”
“저희 언니가 라온 오빠 엄청 좋아해요.”
“어?”
“언니 이름은 보람 언니인데요. 방에 오빠 사진 같은 거 진짜 많아요. 근데 어제 오빠 온다고 해서 다 감췄는데, 제가 이따 다 찾아서 보여 드릴게요.”
얘 첫인상은 분명 무해한 소동물이었는데, 사실은 조금 더 짓궂은 편일지도…….
“그래? 그럼 해림이는?”
“어? 제 이름 어떻게 아셨어요?”
“다 아는 수가 있지.”
나는 우선 화제를 돌렸다.
강보람이 사진 같은 걸 전날에 다 숨겼다는 걸로 봐서 내 팬이라는 걸 나한테는 별로 알리고 싶지 않은 모양인데.
강해림의 이야기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강보람이 나중에 내게 다 들켰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더 수치스러워할 것이 훤히 보였기 때문이다.
그때, 차분해 보이는 남학생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에서 강해림과 이야기하며 조금 풀렸던 긴장이 다시 바짝 들 만큼 꼬장꼬장한 인상의 노부부를 모시고 나왔다.
“안녕하세요, 라온 형.”
나와 눈이 마주친 남학생이 꾸벅 인사했다.
알이 두꺼운 안경 덕분인가 남매 중에 가장 차분해 보였다.
인사에 응할 틈은 없었다.
체구가 작으신 할머니가 갑자기 엄격하고 근엄하고 진지한 낯으로 손뼉을 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도 건강 박수라도 치듯 손을 크게 맞부딪혔고 여기저기 앉아 있던 아이들도 벌떡 일어나서 박수를 쳤다.
짝 짝 짝 짝 짝.
‘뭔데?!’
강해림의 손을 잡고 일어난 나도 얼떨결에 함께 기립 박수를 보냈는데 그러면서도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하나도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안쪽에서 강지우와 그의 부모님이 산더미 같은 고기를 각자 쟁반에 받쳐 들고나왔다.
짝짝짝짝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노인과 아이 가릴 것 없이 모두가 마치 국가 영웅이라도 배알하는 것처럼 크게 감동한 얼굴로 세 사람을.
정확히는 세 사람이 들고 온 어마어마한 양의 고기를 맞이했다.
이제는 나도 손바닥에 불이 날 것 같았다.
세 사람이 들고 온 고기를 낮은 상에 탁탁탁 내려놓자 전신의 힘을 다해 치던 박수 소리가 일시에 멎었다.
‘뭐야, 이 사람들 이상해…….’
모르기는 몰라도 문을 조금 열어놓아 찬 바람이 들어오는 현관에서 노부부 다음으로 멀리 떨어진 상석에 자리 잡은 강지우 어머니가 이 집안의 확실한 실세로 보였다.
모인 면면들을 둘러본 강지우 어머니가 준엄히 선언하였다.
“먹자.”
* * *
강지우의 가족은 요즘에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대가족이었다.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어머니, 아버지, 첫째 아들 22살 강지우, 둘째 아들 17살 강민서, 첫째 딸 16살 강보람, 그리고 막내 12살 강해림. 거기에 믹스견 대박이와 소박이까지.
특별히 명절날이 아니어도 이 작은 단독주택에 숙소 생활을 하는 강지우를 제외한 7명과 개 2마리가 함께 복작복작하게도 살았다.
아이들도 한창 자랄 때라 집안이 조용할 날이 없었다.
단, 먹을 때를 빼고는.
강지우와 그의 할아버지의 주도하에 불판 두 개 위로 고기가 끊임없이 올라왔다.
두 사람은 육질 본연의 맛을 가장 잘 살려내도록 다양한 종류의 고기를 탁월하게 구워냈다.
그러고 나면 강지우의 어머니와 차남 강민서가 배곯은 제비 새끼들처럼 애타게 고기만을 기다리는 식솔들에게 정확하고 신속하게 살점을 분배해 주었다.
한동안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고 먹는 행위에만 집중했다.
다들 먹성이 좋아 그 짧은 시간 동안 고기를 벌써 몇 팩이나 뜯었는지 눈으로 개수를 세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쉬지 않고 먹느라 지친 온라온이 그의 앞에 고기를 꼬박꼬박 놓아주던 강지우 어머니가 거덜 난 양파 절임을 더 가지러 부엌으로 간 사이 잠시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러자마자 할머니의 날카로운 지적이 들어왔다.
“야는 젓가락을 왜 벌써 놓는데냐? 저렇게 말라가지고……. 뭐 힘은 제대로 쓰겄어?”
“아니에요, 할머니. 얘 잘 먹어요. 지금 손 아파서 잠깐 젓가락 내려놓은 걸 거예요.”
갑작스러운 말에 깜짝 놀란 온라온을 강지우가 변호했다.
“아… 그려?”
“그, 그렇습니다.”
“다 쉬었지? 먹어, 어여 더 먹어.”
할머니가 구운 닭똥집과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소고기를 반반 섞어 앞접시에 손수 덜어주자 온라온의 동공이 흔들렸다.
“저, 그런데 이건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서…….”
“많이 먹기는 무슨!”
발끈한 할머니는 절대 쉽게는 지지 않는 온라온의 시선이 한때 고기를 매끈하게 품고 있던 갖가지 포장 용기들에 가닿자 흠흠 말을 고쳤다.
그들이 많이 먹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먹는 거엔 돈 아끼는 거 아녀.”
무릇 강씨 집안은 다른 돈은 이사 갈 돈이 있어도 낡은 집에서 한참을 버티고 버틸 만큼 지독하게 아껴도, 먹는 것에 쓰는 돈은 절대 아끼지 않는 법이었다.
“꼭꼭 씹으면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일단 아무 생각 말고 배 터질 만큼 먹어.”
그래서 온라온은 정말 배가 터질 만큼 먹었다.
기름 냄새 빠지라고 살짝 열어두었던 현관문은 어느새 훤히 열려 방충망 사이로 저녁의 찬 공기가 쌩쌩 드나들었다.
일찍이 내쫓긴 대박이와 소박이가 먹음직스러운 냄새를 맡고 방충망 앞에 나란히 앉아 애처롭게 끙끙거렸다.
하지만 평소에는 산책하러 귀찮은 기색 없이 꼬박꼬박 나가고 맛있는 간식도 잘 주던 주인들은 때때로 ‘너네는 이 맛있는 거 못 먹어서 어떡하냐’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을지언정 사이를 가로막는 문을 열어 주지는 않았다.
“엄마 이거 뜯을까?”
“남겨서 뭐 해. 다 뜯자, 다 뜯어.”
“네에.”
집안 실세의 허락이 떨어지자 강지우가 마지막 남은 한우의 비닐 팩을 시원스럽게 제거했다.
“다른 친척분은 더 안 오셔? 우리가 이거 다 먹어도 돼?”
온라온의 물음에 강해림이 입에 넣어준 커다란 쌈을 바쁘게 우물거리던 강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올 사람 더 없어.”
이거 뭔가 내가 상상했던 명절과 비슷한 듯… 아닌 듯…….
보통 친척이 좀 더 오지 않나? 요즘은 또 아닌가? 각자 조상 덕으로 해외여행이나 가는 시대인가?
“내일이 설인데?”
제사 안 지내나?
온라온이 속으로 궁금해하는 것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강지우가 말했다.
“아, 말 안 했나? 우리는 명절에 제사 안 지내.”
“아, 진짜?”
인삼주를 홀짝이던 강지우 아버지가 그 말을 듣고 기분 좋게 외쳤다.
“내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은 그 집안이랑 연 끊고 당신이랑 결혼한 거…… 악! 왜 때려!”
“손님 앞에서 못 하는 소리가 없어.”
“그래도 내가 제일 잘한 일은 당신이랑 결혼한 거야!”
“뭐래…….”
그 광경을 보며 온라온은 강지우의 주책 없는 면이 가족 중 누구한테서 왔는지 알 것 같았다.
익숙한 듯 그 광경을 보던 강지우가 마저 말했다.
“응. 그냥 우리끼리 명절 기분만 내고……. 이모들은 친가 쪽 먼저 갔다가 내일 저녁에 올걸.”
‘그럼 나는 내일 점심때에는 가야겠다.’
온라온이 그렇게 생각할 때, 아내에게 얻어맞은 등을 매만지며 다시 인삼주를 홀짝이던 강지우 아버지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그래. 우리 라온이는 다른 가족들은 미국에 있다고?”
“아빠는 부담스럽게 뭘 또 그런 걸 물어봐.”
“아들은 가만있어 봐.”
“네. 비행기 티켓 값도 비싸고 해서……. 그냥 한국에 있으려고요.”
“그렇구나. 비싸지… 티켓 값.”
술잔을 만지작거리던 강지우 아버지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조금 갑작스럽게 들릴 수도 있는 말이지만.”
“아니에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그래? 그럼…. 한국에 있을 때는 우리를 한국 부모님이라고 생각하고 모쪼록 의지해 줬으면 좋겠다.”
“네…?”
당황한 온라온 대신 아내와 장남이 반발했다.
“당신이란 사람은 도대체가 중간 과정이 없어!”
“아빠! 편해도 너무 편하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