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17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173화
본인이 즐거워 시작한 일이기는 하지만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지속적으로 뒤처진다는 것은 어쨌든 그동안 남들보다 다섯 걸음 정도는 훌쩍 앞서서 살아왔던 반요한에게는 몹시 생경한 일이었다.
안무와 가사 같은 것은 유난히 보고 듣는 눈이 좋은 온라온과 비슷하거나 더 빠른 속도로 암기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몸으로 올바르게 표현해 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어느새 두 번째 활동에 접어든 지금.
다른 건 몰라도 노래나 춤에 있어서는, 동시대의 모든 아이돌들을 통틀어 출중한 실력을 가진 멤버들과 단순한 연습으로는 영영 좁힐 수 없을 만큼 격차가 난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지하게 되었다.
물론 이런 생각들이야 그 스스로가 가진 재능을 가장 유리하게 펼칠 수 있는 영역 외의 업인 아이돌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부터 이미 어느 정도는 정리하고 받아들였던 사실인데.
이제 와서 지성도 정도도 없는 말들에 평소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것은.
반요한에게 그간 아이돌로서 살며 쌓인 피로가 제법 누적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첫 컴백을 준비하며 소모된 체력과 심력, 지난 설날 이후로 때때로 받은 몇몇 친인척들의 우려와 괄시 섞인 연락, 다시 물 위로 올라온 픽하트 조작 건을 비롯한 여러 요인들은 그를 예민하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건 그렇고, 왜 이러고 살지.’
– 다른 애들은 다 잘하는데 얘땜에 무대 균형 망할거 생각하면 맘아파 이번에 티저 보면 반요핮 밀어주는 것 같던데 실력도 없는 정새봄ㅅㄲ 저번부터 멤버 편애 오지고 안무도 개그지같이짬ㅉ 이참에 반요핮 실력 까발려지고 걍 앞으로 센터에서 안 보였으면 좋겠네
┗ 그래도 능력 없는 반욯이 센터설때는 쉬운 동작 주고 타멤한테 어렵고 힘든 동작 줄 건 역겨울만큼 뻔히 보여서 오늘도 크게 웃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흰빛을 내뿜는 휴대폰 화면을 느슨한 시선으로 보던 반요한이 가까이에서 인기척을 감지한 것은 그때였다.
“불도 안 켜고 뭐 해? 그러면 눈 나빠진다고 지우 형이…….”
온라온이었다.
반쯤 정신을 빼놓고 있던 탓에 반요한은 한 박자 늦게 휴대폰 화면을 껐다.
– @ORCA_members 얘들아 지금 무대 퀄 만족하니?? 차라리 4명이서 데뷔하지 그랬어 너네가 그러고 싶었다고 해도 우린 이해해ㅠㅠ
┗ 하긴 끡하트에서는 보스로 엮이고 1이랑은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인데다 대표 조카인데 이제와서 빼놓기도 어려웠겠지 이게 다 1 부상이 불러온 나비효과인거 실화냐? 이래서 몸관리가 중요하고 ㅈ목이 유해하고 ㅈ소가 재앙이다ㅋㅋㅋㅋㅋㅋ
“…….”
게임할 때 큰 도움이 되는 뛰어난 동체시력으로 반요한이 보던 글 일부를 순간적으로 포착한 온라온의 표정이 굳었다.
“이런 걸 왜 찾아봐?”
전등불이 들어와 갑작스레 환해진 주위에 눈을 가늘게 떴던 반요한이 대꾸했다.
“괜찮아. 신경 안 써.”
“신경 안 쓰기는. 눈 빨개진 거나 보고 말해라.”
어두운 방에서 핸드폰 화면을 얼마나 오래 보고 있었는지 반요한의 흰자위가 눈에 띌 만큼 충혈되어 있었다.
“그렇게 계속 보고 있었다는 것부터가 완전 신경 쓰고 있다는 뜻이구만.”
“…….”
그에 대해서는 반박할 말을 찾기 어려웠던 반요한이 약간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라고 하는지 궁금하잖아.”
누군가 자신에 대해 좋은 말이든 나쁜 말이든 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찾아보지 않는 것에는 놀라운 수준의 자제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반요한은 대체로 충동에 기꺼이 몸을 맡기는 편이었다.
사실 작년에 데뷔한 직후, 멤버들끼리 거름망이 없는 커뮤니티는 직원들에게 모니터링을 맡기고 자신들은 되도록 찾아보지 말자고 서로 당부하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는 다소 유명무실해져 여전히 멤버들의 철통 보호를 받고 있는 견성하와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는 서문결을 제외하고는 각자 자신과 그룹에 대한 반응을 부지런히 찾아보고 있었다.
반응을 찾아보는 사람 중 한 명인 온라온도 반요한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는 잘 알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부러 안 좋은 말만 찾아보는 것은 별개였다.
자학이나 마찬가지인 행위 아닌가.
‘똑똑한 놈이 그걸 모르지도 않으면서 왜 저런담.’
온라온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뻑뻑한 눈 사이를 검지와 중지로 꾹꾹 누른 반요한이 말했다.
“어쨌든 이제 더 안 봐도 될 만큼 봐서, 이 사람들이 대충 무슨 소리를 하는지는 알 것 같은데 들어볼래?”
“난 별로 알고 싶지 않거든. 형도 그냥 빨리 잊어버려.”
“그래도 들어주라. 그리고 난 8살 때 이후로 뭘 까먹어본 적이 없다니까.”
제 의사가 연이어 무시되자 온라온은 조금 불만스러운 얼굴을 했다.
그러나 컴백을 앞두고 잘 관리받아 평소와 같이 반질반질하고 뺀질뺀질한 반요한의 낯짝에는 어쩐지 작년 픽하트 촬영 중후반부쯤에 보았던 피로감이 불투명이 드리워진 느낌이었다.
“해보든지.”
온라온은 ‘어디 한번 들어나 보자’ 하는 표정으로 바닥에 앉았다.
제 눈에 걸리면 뭐든 물고 늘어지는 성격에, 악성 글들을 피하지도 않고 내내 본 게 분명한 반요한이 그 유아독존의 사고방식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다.
“들어봐.”
반요한이 분석한 악성 글들 나름의 논리는 크게 몇 가지가 있었다.
이를 요약하자면.
첫째, 다른 멤버들에 비해 반요한 자신의 포지션이 애매한 것 같다.
둘째, 첫째의 이유로 다른 멤버들에게 도움은커녕 피해를 준다.
셋째, 어쨌거나 집도 잘 살고 아이돌이 되기 위해 별로 노력한 것 같지도 않은데 데뷔한 것 자체가 아니꼽다.
다른 말로 하자면 너 잘나서 싫다.
“……있잖아. 지금 이런 걸 무슨 대단한 논리라고 형이 나한테 말하고 있는지 하나도 모르겠거든.”
꽉 찬 스케줄 때문에 피곤해서 잠이 왔지만, 긴 이야기를 끊지 않고 인내심 있게 들어준 온라온이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그러게. 내가 이런 걸 왜 분석하고 앉아 있지?”
“이제 알았냐?”
“…….”
한참 뒤, 반요한이 아연히 중얼거렸다.
“와, 나 진짜 멍청해진 기분이다.”
막 씻고 나와 젖은 머리로 드라이기를 가지러 온 강지우가 친구의 귀한 깨달음에 한마디를 던졌다.
“뭔진 모르겠지만 드디어 멍청이가 된 걸 축하한다.”
그러고는 독기 품은 반요한에게 배로 돌려받기 전에 도로 쌩하니 나갔다.
“저게…….”
“됐고 이제 조금 더 건설적인 생각을 해봐, 멍청아.”
“멍청이? 야, 형한테 못 하는 말이 없어.”
“어, 우리 규칙. 몇 번째였지. 아무튼 나이로 뭐 찍어 누르기 없기. 한 마디만 더하면 그거 어긴 걸로 판정된다.”
“아, 견성하.” 하고 과장되게 자리에 없는 동생을 타박한 반요한이 이내 장난기를 거두고 말했다.
“만약에 오르카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다면 뭐가 더 나았을까?”
“아니?”
다른 누가 와도 이 틈에서 반요한만큼의 존재감은 못 냈을 것이다. 그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렇지? 그렇다고 4명으로 데뷔해서 잘 풀릴 시장도 아니고. 누가 오든 나보다는 못하다는 거지. 난 그거면 됐어. 일단은.”
어쩐지 멋있어 보이는 발언에 온라온이 약간 감동하려는 찰나.
“그리고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조금 그런데.”
“개인적으로 조금 그런 말은 아예 하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형 기준에서 조금 그런 말은 보통 사람 기준에서 상당히 그런 말이거든.”
반요한은 온라온의 개인적인 바람을 곱게 무시하고 당당히 지껄였다.
“익명으로 이런 말이나 하는 사람들 인생보다는 내 인생 쪽이 훨씬 더 잘났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거든.”
“그으래…….”
“그래. 난 잘났어!”
그 말을 하는 반요한은 적어도 겉으로는 걱정 하나 할 필요 없을 만큼 과하게 멀쩡해 보였기에.
“아, 그러세요…….”
온라온은 일단 그를 몹시 재수 없어 하는 시선으로 보았다.
“들어줘서 고마워.”
“고마운 거 알면 다시는 저런 거 보지 마.”
반요한은 온라온이 원하는 대답 대신 딴소리를 했다.
“피곤한 것 같은데 얼른 자고.”
“형은 안 자고 어디 가는데.”
“어디 전화 좀 하고 오게.”
“내일 일찍 나가야 하는 거 알지.”
“엉.”
“형.”
반요한이 뒤를 돌아보자 온라온이 물었다.
“조금 더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편이 좋았을 것 같아?”
늘 그랬던 것처럼, 일부러 아무렇지 않게 반요한을 대하던 이제까지의 태도와는 달리 조심스럽고 순진한 물음에 반요한이 푸핫 웃음을 터뜨렸다.
“알아? 너는 진짜 바보야.”
온라온이 인상을 썼다.
“뭐래 멍청이가.”
“그래, 잘 자렴 바보야.”
반요한이 유치한 딜 교환과 함께 나가고, 컴백을 앞두고 긴장한 견성하를 내내 달래주다가 뒷일을 서문결에게 맡기고 강지우가 방으로 돌아왔다.
“둘이 무슨 얘기 했어?”
“인생의 낭비인 SNS 그만 보라는 얘기.”
온라온의 가차 없는 요약에 강지우가 알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지 말라니까.”
“형도 보면서.”
“……요즘 전보다 심해진 것 같던데.”
“그래도 회사가 알아서 하겠지.”
“그렇겠지?”
* * *
바깥에서 안쪽을 볼 수 없도록 블라인드가 쳐진 베란다로 나온 반요한은 이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매형. 잘 지내셨어요? 자주 연락 못 드려서 죄송해요. 저야 잘 있죠. 큰누나는요? ……아, 혹시 지금 시간 괜찮으세요? 아니면 다음에 다시 전화할까요? 네. 다름이 아니라 뭐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나이 차이가 아주 크게 나지 않아 평소에도 가끔 친밀하게 연락을 주고받는 매형과의 통화는 꽤 길게 이어졌다.
마침내 필요한 정보를 모두 획득한 반요한은 만족해서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아, 이런 거 물어봤다는 건 일단 다른 사람들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하하…… 저는 괜찮은데, 네. 저희 엄마가 걱정이 좀 많으셔서. 아…… 벌써 엄마가 똑같은 거 물어봤다고요? 그래도 일단은 제쪽에서도 물어봤다는 건 비밀로……. 네. 감사합니다. 끊을게요. 네.”
통화를 마친 반요한이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이쪽은 됐고.”
드디어 내일, 신곡 ‘Dream’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