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2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24화
“이번에 라온이도 곡 제출했다며?”
“네? 네.”
조금 긴장해 있던 내가 퍼뜩 정신 차리며 답하자 직원들이 “오….” 하면서 감탄했다.
“대표님이 따로 작곡 가르쳐 주셨죠?”
“애가 기본적으로 감이 있어서 내가 뭐 가르칠 것도 없이 혼자 잘하더라고. 앞으로 기대가 커.”
반가을 대표가 흐뭇하게 웃으며 부담 하나를 내 어깨에 얹었다.
“결이도 그렇고 요한이도 그렇고 회사에 인재가 많네요.”
“와, 근데 라온이 곡 어떤 걸지 너무 궁금하다.”
앞서 서문결이나 반요한이 워낙에 작곡과 편곡 분야에서 활약했기에 내 작곡 실력을 잘 모르는 직원들도 은근히 내게 기대를 거는 것 같았다.
내게 쏠린 눈빛으로부터 오는 부담 때문에 아까 먹은 초콜릿이 뱃속에서 부글부글 끓는 것 같았다.
약 한 달쯤 전에 작곡할 때 끝없이 샘솟던 자신감은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이미 고경윤한테 가이드 녹음도 다 받아놨는데 더 수정하고 싶은 부분을 발견할까 봐 한참 전에 제출한 이후로는 내 곡을 듣지도 않았다.
“어떤 건지 저희한테도 절대 안 알려주는 거 있죠.”
강지우가 가벼운 투정을 부렸다.
“그거 너희가 알면 노래가 좋든 안 좋든 자기 곡에 투표할까 봐 그런 거 아니야?”
직원 한 명이 농담조로 한 말에 강지우가 하하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에이, 저희가 그 정도는…….”
평소 대놓고 나를 편애하던 강지우의 말은 직원들에게 씨알도 안 먹혔다.
“맞지.”
“완전 맞지.”
“특히 지우 형이랑 결이 형.”
당사자인 나를 제외한 멤버 중에서는 유일하게 견성하에게 지목당하지 않은 반요한이 뚱한 얼굴로 끼어들었다.
“내가 알기로 오르카에 네 형은 셋인데 나는 왜 쏙 빼니?”
“비록 형은 지우 형 못지않게 피곤하고 골치 아픈 성격이지만 이런 일에서 나쁜 걸 억지로 좋다고 말할 만큼 미덥지 못한 사람은 아니니까요.”
“아,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모르겠네.”
“아니. 누가 들어도 욕인데. 그 와중에 지우 형까지 같이 욕했는데.”
“사실은 네가 날 욕하고 싶은 건 아니고? 네가 아무리 명예 한국인이어도 바탕은 미국인이라 잘 모르나 본데, 한국어는 끝에 오는 말이 제일 중요한 거거든? 나보고 미덥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잖아. 즉 내가 결이보다 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거지.”
“욕이에요.”
“봐봐…… 뭐라고?”
“그리고 양심이 있지, 어떻게 결이 형을 형이랑 비교를…….”
“성하야 나는 왜!”
“자자, 싸울 시간 없으니까 멤버들 잡담 그만하고 이제 집중해 주세요.”
그동안 좁은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며 처음보다는 훨씬 편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좌중을 휘어잡는 권위가 있는 주열음 이사의 말에 소란스럽던 회의실 분위기가 빠르게 정돈되었다.
“언제나 중요했지만, 이번에는 특히 아이들에게도, 회사에도 중요한 분기점이라는 거 잊지 말고 신중히 귀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네!”
언제 떠들었냐는 듯 금세 진중하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첫 번째 곡의 전주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 * *
점심 때쯤 시작한 회의는 여느 때보다 길어지고 있었다.
곡 하나를 듣고 나서 바로 다음 곡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라.
곡에 대한 각자의 감상이나 이 곡이 최신 트렌드에 맞는지부터 시작해.
최근 나온 곡 중에 느낌이 지나치게 겹치는 건 없는지, 이 곡이 타이틀이 된다면 우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컨셉을 내세울 수 있을지, 또 이 곡으로 활동하게 된다면 의상 같은 것은 어떻게 해야 할지 등에 대해 열 명이 넘는 멤버들과 직원들이 한마디씩 꼬박꼬박 의견을 내다 보니 몇십 분씩 훌쩍 사라져 버리는 것은 부지기수였다.
저번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다들 열정이 치열할 정도로 차고 넘쳤다.
회의 시작 전에 반가을 대표가 이번 활동을 잘 넘기면 참여가 자유로운 한우 회식과 보너스를 쏘겠다고 직원들에게 시원스럽게 말해서 그런가.
대표 조카의 자격으로 반요한이 우리는 뭐 없냐고 물어봤지만, 반가을 대표는 후후 웃고 말 뿐이었다.
“다른 의견 더 없으시면 5번 곡에 대해서는 이쯤 정리하고 다음 곡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나는 5번 곡에 대해 부지런히 메모하던 펜을 내려놓고 뻣뻣한 손가락을 주물렀다.
앞에 놓인 A4 용지에는 이제까지 들은 곡들에 대해 메모해 둔 게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내 옆에 앉은 서문결이나 강지우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한 사정이었다.
“다음으로 6번 후보곡입니다.”
이제 7곡 중에 6번째 곡을 들을 차례였다.
“으아, 피곤하다.”
“아직 안 끝났어요. 끝까지 집중하세요.”
“넵.”
앞선 5곡 중에 직원 대부분에게 호평을 들은 게 1곡 있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직 나오지 않은 내 곡과는 분위기가 크게 다른 곡이었다.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있자니 스피커에서 청량한 전주가 흘러나왔다.
‘아, 내 노래다.’
그래도 첫 관문은 무사히 통과했구나.
표정 관리해야지, 표정 관리.
안 그래도 지금 뺨에 닿는 시선의 주인인 반요한이나 강지우를 비롯한 멤버들이 곡 하나를 들을 때마다 내 눈치를 은근슬쩍 살피며 이게 내 곡인지 아닌지 알아내려고 무진장 애쓰고 있었다.
웃지 말자.
내 입꼬리 진정해.
심장도 가만히 있어.
[심장은 가만히 있으면 죽습니다. 지능 –0]……이 새끼 쉬겠다면서 매니저 일 잠깐 그만두더니 다시 헛소리할 만큼 한가해졌냐?
어쨌든 속으로 오랜만에 시스템창으로 제 존재감을 과시한 래리 놈 욕을 하는 사이 3분 20초가 조금 안 되는 곡이 모두 끝났다.
처음으로 다수에게 평가받는 시간을 앞둔 나는 무릎 위에 올린 주먹을 남몰래 폈다 쥐었다 하며 긴장을 풀었다.
반가을 대표, 주열음 이사, 최보라 팀장의 1차 심사를 통과했으니 최소 퀄리티 요건은 어느 정도 충족했다는 거지만.
앞선 5곡 중에 그리 환영받지 못한 곡도 분명 있었다.
나나 가이드 녹음을 해준 고경윤이 듣기에는 이 곡이 참 좋았는데, 과연 더 많은 사람의 귀에도 좋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때?”
1차 심사에서 먼저 한 번 들어봤기에 형평성을 위해 다른 직원들이 한 바퀴 돌아가며 의견을 낼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한 반가을 대표가 물었다.
“우선… 아까 결정한 이미지랑 잘 맞는 것 같아요. 밝고 에너지 있고. 청량하네요.”
앞선 곡들을 들으며 직원들끼리 토의할 때 한바탕 의견이 갈렸던 게 이번 타이틀곡의 분위기를 어떤 걸로 할지에 대해서였다.
우리 연차나 이미지 등을 고려해 타이틀곡 분위기로 거론된 것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한쪽은 타이틀곡으로는 서문결의 리와인드처럼 아련하고 서정적인 곡이 낫다고 주장했고, 다른 한 편은 아예 청량하면서도 신나는 곡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련하고 서정적인 곡을 지지하는 최보라 팀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견성하의 과거 일화나 내 과거 등으로 대중의 공감과 지지를 얻은 지금 이 기회에 아예 감성을 공략하는 게 좋다는 의견이었다.
그와 반대로 주열음 이사를 필두로 하여 청량하고 신나는 곡을 지지하는 이들은 자칫 오르카라는 그룹 이미지가 필요 이상으로 불쌍하고 안쓰러워질 수 있다며, 여전히 우리가 밝은 얼굴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대중의 지지와 응원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양측의 치열한 의견 교환 끝에 타이틀곡은 밝고 신나는 컨셉으로 가는 것이 이 시점에서는 거의 확정된 상태였다.
“저는 신나는 게 좋아요.”
“저도요. 옛날에 힘들었던 걸 강조하기보다는 저희가 괜찮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최 팀장님 말씀도 저는 타당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부분은 서브곡이나 뮤직비디오 같은 걸로 따로 스토리를 풀면 좋을 것 같은데요.”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이처럼 멤버들이 모두 밝고 신나는 컨셉을 지지한 게 가장 컸다.
그래서 잘하면 신나면서도 청량한 느낌이 나는 내 곡 역시 잘하면 타이틀곡으로 뽑힐 수도 있었다.
혹은 타이틀로 선정될 다른 곡과 느낌이 너무 겹친다는 이유로 앨범에서 아예 빠져 버리든가…….
나는 과하게 들뜬 가슴을 진정시키며 사람들이 내 곡에 대해 말하는 것을 애써 침착히 들었다.
자리에 있는 사람들 반응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않아 혹시 타이틀 자리는 놓치더라도 수록곡 자리는 무난히 꿰찰 것 같았다.
어차피 내 목표는 무조건 타이틀로 뽑힐 곡을 쓰는 게 아니라, 언젠가 할 콘서트에서 에어리들과 함께 신나게 부를 수 있는 곡을 쓰는 것이었으니까.
내 곡을 억지로 밀어서 타이틀로 올리는 건 못 하지만, 언젠가 할 콘서트 세트리스트에 넣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직원들과 멤버들이 짤막하게 자기 의견을 모두 말한 다음, 내 곡을 1차 심사 과정에서 먼저 들어 보았을 주열음 이사가 입을 열었다.
“저는 이거 처음 들었을 때부터 너무 좋았어요.”
“그랬어?”
“네. 개인적으로 원픽이에요. 곡을 들었을 때 딱 잡히는 이미지가 있거든요.”
* * *
마침내 7곡 모두 감상과 평을 마쳤다.
전 직원들과 멤버들의 표를 집계한 최보라 팀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블라인드 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투표 결과 공개하겠습니다. 총 11표 획득한 6번 후보곡이 과반수 득표하며 타이틀로 선정되었습니다. 곡명은 ‘Again’, 작사, 작곡…… 헤이즈입니다.”
진짜?
얼떨떨했지만 7곡을 모두 들어 보고 나서 내 곡이 타이틀로 뽑힐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상해 둔 덕분에 일단은 태연한 표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근데 헤이즈라는 작곡가는 저는 처음 들어보는데 혹시 아는 분 계세요?”
“저도 처음 들어봐요.”
“그럼 신인인가? 아니면 외국인?”
“메일로 봐서는 한국인이었고 신인 같기는 한데 확실히는 잘 모르겠어요.”
곡을 제출할 때 나라는 걸 숨기기 위해 본명 대신 사용할 작곡가 명을 뭐로 할지 고민하다가 하제, 그러니까 ‘HAZE’라고 적은 것을 최보라 팀장이 헤이즈라고 읽어버린 모양이었다.
뭐… 여기서 내가 헤이즈 아니고 하제라고 나서는 것도 이상했기 때문에 나는 그냥 헤이즈라고 불리는 걸 받아들이기로 했다.
헤이즈라는 생뚱맞은 이름에서 나를 떠올릴 사람도 없으니까 어떻게 보면 더 잘됐지 뭐.
‘어감도 나쁘지 않고…….’
“그럼 30분 정도 휴식하고 세부 컨셉이랑 수록곡 이어서 정하겠습니다.”
“네에.”
중간에 잠깐 쉰 것 빼고 쭉 이어진 회의에 기진맥진한 직원들이 나가서 커피라도 사 와야겠다며 회의실을 나갔다.
나도 어디든 가서 처음으로 작곡한 곡이 무려 타이틀곡으로 뽑힌 기쁨을 혼자 만끽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처음부터 잘될 수는 없으니 너무 상심하지 말라는 한 직원의 따뜻한 말에 적당히 대답해 준 뒤 회의실을 나왔다.
사람 없는 복도를 가벼운 걸음으로 지날 때였다.
“하제야.”
뒤편에서 예고도 전조도 없이 내 옛 이름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