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2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23화
피디의 사건 수첩 방송이 끝난 뒤 실시간 검색어에는 온라온, 견성하, 견하람을 비롯한 여러 나이 어린 연예인들의 이름들이 올라 있었다.
방송에 멤버가 둘이나 출연한 오르카나 불미스러운 일로 이름을 알리게 된 헌트레드 또한 잠깐씩 얼굴을 비추었다.
– 마지막에 나만 운거 아니지ㅠㅠㅠㅠㅠㅠㅠ 이 아이는 아이돌에 진심이라고요ㅠㅠㅠ
– 눈물 한바가지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포기하지 않아줘서 고마워ㅠㅠㅠ 이제 시작이니까 앞으로 꽃길만 걷자
– 팬은 아닌데 픽하트때부터 봐온 애가 이렇게 말하니까 눈물난다ㅠㅠㅠㅠㅠ
– (움짤) 이와중에도 아련함이 치사량인 랑구 어떡하면 좋냐
– 우리 성하랑 라온이 어떤 상황에서도 열심히 하는 애니까 앞으로 많이많이 응원해주라!
– 온라온 이제 고작 한국나이로 열아홉살인데 멘탈 존경스럽다 응원해요
– 이번만큼은 우리가 너를 위로해 줘야 하는데 왜 이번에도 내가 위로받는지 모르겠다… 나는 어김없이 네 덕분에 하루를 살아 라온아
– (사진) 라온이 텐투텐 때랑 비교해서 너무 마른것같아서 걱정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떡밥이든 뭐든 없어도 되니까 애들 좀 푹 쉬었으면 좋겠네
– 라온아 사랑해 앞으로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사람만 만나.. 만약에 너 괴롭히는 사람 있으면 우리가 다 찢어죽일게ㅜㅜ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마지막 인터뷰 장면을 통해 아이돌 팬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온라온이라는 이름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사람의 것으로 완전히 각인되었고.
사건 발생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 멀어졌던 오현진 살인 미수 사건도 다시금 화두가 되었다.
이는 가망 없는 공방을 준비 중인 트루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 * *
피디의 사건 수첩 방송 다음 날.
나는 오랜만에 묵혜성과 만났다.
저번에 텐투텐 촬영 때도 타봤던 묵혜성의 차에 올라 문을 닫으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계단을 뛰어 올라오느라 열 오른 뺨을 식혔다.
“안녕하세요.”
“안녕.”
내 인사를 받아준 묵혜성이 컵에 물기가 맺힌 망고 스트로베리 프라페 하나를 내밀었다.
“마실래?”
“감사합니다.”
날이 더웠기에 나는 사양하지 않고 감사 인사와 함께 받아들었다.
“여행은 잘 다녀오셨어요?”
그동안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멤버들끼리 유럽 여행을 가는 힐링 리얼리티를 촬영하느라 한국에 없던 묵혜성이 귀국한 건 내가 알기로 바로 어제였다.
여행하면서 야외를 많이 돌아다녔는지 전에 봤을 때와 비교해서 미세하게 피부가 탄 것 같았다.
내가 묵혜성을 보는 것과 별로 다를 것 없는 시선으로 내 얼굴을 본 묵혜성은 무언가 할 말을 고르는 듯한 눈치였다.
“저 괜찮아요.”
이 상황에서는 무슨 말이 나와도 어색할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선수를 쳐버렸다.
“저 다친 곳 하나도 없고요. 저 구해준 매니저 형도 많이 좋아졌고, 걔네는 앞으로 제 인생에 아무 영향도 끼치지 못할 거고. 어… 도와주시는 분이나 응원해 주시는 분도 많고.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들 얼굴도 봤고.”
묵혜성의 표정을 봐서 마지막 말은 안 하는 게 좋았을 것 같지만, 이미 해버렸으니 어쩔 수 없지.
“아무튼, 이제 다 괜찮아요.”
“아픈 곳 정말 없어?”
“없다니까요. 속고만 사셨어요? 진짜, 저 이제 걱정 받으면 민망해질 정도로 멀쩡해요. 오늘 저 걱정해 주려고 오신 거면 너무 늦으셨는데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인생은 타이밍이거든요.”
내내 심각한 표정이던 묵혜성은 뭐라 끼어들 새도 없이 와르르 쏟아져나온 내 말이 어이없었는지 입을 조금 벌리고 웃었다.
“그래. 그럼 다음에는 안 늦을게.”
“걱정 받을 만한 일이 저한테 또 생길 거라는 말씀이세요?”
“…….”
“농담이에요. 안 늦으셨어요. 해외에 계셨는데 소식 듣자마자 연락 주셨잖아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건 고마워하지 않아도 말한 묵혜성이 내게 뒷좌석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쇼핑백을 꺼내보라 시켰다.
“와, 이게 뭐예요?”
종이봉투 입구를 벌려 안에 있는 걸 슬쩍 들여다보던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물었다.
“허브차. 연두색은 목에 좋고, 라벤더색은 스트레스랑 숙면에 좋아. 잠 안 올 때 마셔봐. 잘 맞으면 더 주문해 줄게. 그리고 밑에 든 건 초콜릿인데, 맛있으니까 가져가서 멤버들이랑 나눠 먹어.”
기념품 선물이라니.
어쩐지 아직 포장을 뜯지도 않은 초콜릿의 달달한 향이 입안에서 퍼지는 것 같았다.
“어, 감사합니다. 저도 나중에 해외 나가면 쌤 기념품 꼭 사 올게요.”
제주도 가는 비행기도 타본 적 없어서 해외라는 게 아직은 조금 막연하지만.
외국에서 한 번씩 하는 음악 방송 특집이나 시상식 때문에라도 올해 안에 한 번쯤은 갈 일이 생기지 않을까.
“밥 먹으러 갈 시간은 안 되지?”
“네. 잠깐 나온 거라…… 여기까지 와주셨는데 죄송해요.”
괜찮다고 담백히 말한 묵혜성이 콘솔박스에서 초코칩이 듬성듬성 박힌 쿠키 한 박스를 꺼내 내게 주었다.
이런 거 잘 안 먹는 사람으로 보이는데 용케 가지고 다니는군.
“조금만 먹고 가도 돼요? 아직 약간 시간 있고, 유럽 여행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나는 특별히 더 할 말이 없었지만, 아무래도 묵혜성 쪽에서 할 얘기가 아직 남아 있는 기색이라 조금 더 머물러 보기로 했다.
하지만 묵혜성은 그 이후로 정말 유럽 여행 얘기만 했다.
성격 강한 크로니클 멤버들 얘기를 듣는 건 나름 재밌고, 내가 먼저 여행 얘기해 달라고 말한 거기는 한데.
따로 할 말 있던 거 아니었나?
결국 다른 얘기는 듣지 못한 채로 회사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 되었다.
다 못 먹은 쿠키는 가져가라 해서 묵혜성에게 받은 쇼핑백에는 반쯤 먹은 쿠키 상자가 합류했다.
“그럼 오늘 감사했습니다. 이거 잘 먹을게요.”
묵혜성이 쇼핑백을 잘 챙겨 내리려는 나를 불렀다.
“라온아.”
“네?”
드디어 용건인가.
“지금은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해야 할 때야. 너야 알아서 잘하겠지만 언행에 더 주의하면서 주변 신경 써.”
이번 일로 오랜만에 연락한 제나라든지 주열음 이사라든지, 꼭 묵혜성이 아니더라도 주위 어른들에게 익히 들은 말이지만 무사고로 데뷔 20주년까지 온 선배의 충고니 다시 한번 새겨들어서 나쁠 일 없다.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차 문을 닫으려 할 때.
묵혜성이 나를 재차 불렀다.
“그리고.”
아, 이쪽이 진짜구나.
“나는 네 편이다.”
“네?”
“다른 건 상관없이.”
“네?”
“‘네’를 몇 번이나 말하는 거야.”
“네에에?”
“덥다. 빨리 들어가.”
묵혜성의 말대로 덥게 부푼 공기 때문인가.
차 문을 닫고 회사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몸이 언젠가와는 아주 다른 의미로 붕 떠 있는 것 같았다.
* * *
회사로 돌아와서는 멤버들에게 초콜릿을 하나씩 돌렸다.
“웬 초콜릿?”
“오다 주웠다.”
“너 지금 땅에 떨어진 걸 나한테 준 거니?”
“하… 열 받지만 지금 기분 좋으니까 봐준다.”
“근데 우리 착한 막내는 봐줘도 나는 안 봐줌.”
“네가 뭔데?”
“알아서 뭐 하게?”
한동안 강지우와 반요한이 살벌하게 투닥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왜 저러는 걸까요.”
“너희는 싸우면 안 돼.”
“네, 형. ……온라온 왜 대답 안 하냐?”
“아니, 평소에는 네가 먼저 싸울 만한 짓을 하니까…….”
“야!”
“얘들아, 싸우지 말고.”
쓸데없는 몸싸움으로 한바탕 땀을 뺀 우리는 점심으로 배달시킨 도시락을 간단히 먹은 다음 곧바로 회의실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안녕. 점심 맛있게 먹었어?”
“네. 저기 새로 생긴 도시락집 맛있더라고요.”
적당히 안부 인사를 나누던 멤버들과 직원들은 진중한 낯으로 가만히 노트북만 들여다보던 주열음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오늘은 미리 공지했던 대로 3집 타이틀곡을 선정하고 세부 컨셉까지 논의합니다. 확정까지 지으면 더 좋고요.”
주열음 이사의 설명에 회의실 안에 긴장감이 흘렀다.
“그동안 너 나 할 것 없이 고생했던 거 생각하면 휴가라도 길게 다녀오라고 하고 싶은데…….”
휴가라니. 일 중독자 주열음 이사의 마음에도 없는 소리에 낡고 지친 직장인들은 메마른 웃음만 흘렸다.
“오르카한테 지금만큼 좋은 시기는 없어요.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컴백하는 게 당초 계획이었지만, 캐롤 건도 있고, 1년 3컴백은 지금 여건상 많이 무리하는 그림이 될 테니 올해는 이번 3집에 올인합니다.”
직원들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저 이사님, 혹시 저희 정규는 계획이 있나요?”
“아, 정규?”
내가 신인상 같은 실현 가능성이 100%가 아닌 목표에 관심이 많다면, 강지우는 단독 콘서트라든가, 정규 앨범이라든가 하는 구체적인 목표들에 관심이 큰 편이었다.
정규 앨범은 한 앨범에 수록되는 곡 수도 많고 앨범 내외로 신경 쓸 것도 많아서 회사로서는 여간 부담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예전에는 정규 앨범을 내는 게 가수로서 성공했다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도 했다.
요즘에야 워낙 다양한 형태로 아이돌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어서 이전만큼의 상징성은 없지만, 그래도 커리어에 있어 중요한 건 매한가지였다.
강지우에게 대답한 것은 상석에 앉아 있던 반가을 대표였다.
“이번에 잘되면 다음에 정규로 나갈 것 같아.”
“정말요?”
“그래. 어쨌든 이번이 중요하니까 일단은 눈앞에 있는 일에 집중하자.”
“네!”
타이틀곡은 1집과 2집 때와 같이 블라인드 투표로 선정할 것이라는 간략한 설명이 이어졌다.
“며칠 사이에 곡들이 엄청 몰렸다면서요.”
“너희 지금 이미지나 대중 반응도 그렇고, 지표 추이도 그렇고. 다 너무 좋아서 이번 활동이 잘될 확률이 높거든. 그래서 지금도 시기 안 놓치려고 바로 컴백 준비하는 거고.”
그건 우리도 잘 아는 사실이었다.
올해 여러 일이 터지며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가장 주목을 많이 받은 그룹은 단연 오르카였다.
운 좋게도 다 잘 마무리돼서 이미지도 좋은 편이었다.
그 관심이 앨범 활동까지 이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거 알아본 사람들이 너네 이미지랑 맞든 안 맞든 한번 해볼까, 하고 묵혀둔 곡들로 냅다 찔러본 거지.”
“일단 저번처럼 대표님이랑 주 이사님이랑 제가 한번 검토한 다음에 후보를 7곡 정도로 추려봤습니다.”
반가을 대표나 주열음 이사와 함께 시드에서 전반적인 앨범 제작을 담당하는 최보라 팀장이 말했다.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목표는 당연히 타이틀곡이지만, 일단은 저 7곡 안에 내가 낸 게 들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