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2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22화
래리와 헤어진 뒤에도 아무리 그래도 이 미친놈이랑 내가 똑같지는 않다는 생각과 그래서 다른 게 뭐냐는 생각이 수없이 충돌했다.
그러다 끝내 내가 래리와 동급이라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니 어마어마한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내가 래리 놈이랑 같은 수준이었다니…….’
내가 서주원에게 목을 졸릴 당시 래리가 보인 행태에 얼마나 기막혀했었는지를 회상해 보면.
사정을 대강 짐작하고 있는 반요한의 눈에 내가 얼마나 미친놈으로 비쳤을지도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있잖아?
이번에는 정말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음부터는 계단에서 떨어지는 수준의 일만 안 벌이면 된다고.
나는 적당히 생각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세상 사람들한테는 제각각 타인으로서는 알 수도 없고, 알려고 해서도 안 되는 사정이 있는 법인데,
‘역시 그때 더 확실한 사과를 받았어야…….’
어쨌거나 저번부터 궁금했던 왜, 그리고 어떻게 래리가 현실 세계로 나올 수 있었는지도 이번 기회에 들을 수 있었다.
– 본래 저는 차원관리국 귀환자전담관리부서 소속으로 맡고 있던 업무는 직관적으로 말해 고객님 전담 케어뿐이었는데 말입니다. 이번에 제로 포획 업무까지 추가로 도맡으면서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나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아, 자발적으로 추가 업무를 하게 되는 날이 오리라고는 정말이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이게 다 고객님의 복수를 돕기 위한 제 헌신과 봉사라는 점만 알아주신다면 저는 여한이 없을 텐데요.
– 웃기지 마. 너도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그러는 거면서.
– 그것도 아예 틀린 말은 아닙니다만.
래리가 말을 이었다.
– 고객님은 앞으로 살 날이 100년도 안 남으셨잖습니까. 그정도야 저희 같은 관리자에게는 적당히 흘려보내면 될 시간입니다. 놈도 그 시간 동안 서서히 약해질 거고요. 그사이 고객님이 제로에게 당하든 어쩌든 저는 다 제쳐놓고 놈이 약해지기를 기다렸다가 일을 시작하면 참 편하고 좋긴 하겠습니다만. 그럴 경우 머지 않아 늙어 죽을 고객님은 직접 복수할 기회를 놓치게 되겠죠! 설마 그러길 바라십니까?
–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겠는데 나 아직 스무 살도 안 됐거든? 벌써부터 늙어 죽는다는 말 듣는 건 좀 너무하지 않냐?
– 예로부터 치유 능력을 갖춘 인간 중에 장수한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고객님처럼 불완전한 코어로 은총을 남발하다가는…….
내 어깨를 툭 건드리는 손길에 나는 퍼뜩 잡념에서 깨어났다.
“왜 불러도 대답이 없어.”
“생각할 게 좀 있어서.”
“고민 있으면 얘기하고.”
“그런 건 아니야.”
“오늘 피사추 볼 거지?”
“응. 봐야지.”
오늘은 저번에 천해경 PD와 했던 인터뷰가 나가는 피디의 사건 수첩 방송일이다.
* * *
누군가는 내일을 위해 잠자리에 들거나, 또 다른 누군가는 본격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려는 10시 30분경.
때때로 사건에 대한 입장문이 올라오는 것 외에는 잠잠하던 오르카 공식 SNS에 오랜만에 스케줄을 알리는 공지가 올라왔다.
잠시 후 11시부터 MBS 피디의 사건 수첩에 멤버 #성하 #라온 이 출연합니다.
도착한 알림을 확인한 대다수 에어리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우리 애들이 왜 여기서 나와…?’
한편으로 피디의 사건 수첩이 이번주에 다룰 주제를 미리 알고 있던 에어리들은 어떠한 연유로 두 사람이 방송에 출연했는지 금세 짐작했다.
– 오늘 피사추 무슨편인데?
– (링크) 이거 저번주 예고편이고 이번주는 아역이나 아이돌처럼 미성년자 연예인들 실태 같은거 다루는 편같음
– 아 온라온견성하ㅠㅠㅠㅠㅠ 왜 벌써부터 눈물이 나냐
– 잘지내고 있다고 말이라도 해줬으면 좋겠는데ㅠㅠㅠㅠ 이번주 뮤팡도 안나오고 몸 괜찮은거 맞지ㅠㅠㅠ
– 이렇게라도 얼굴볼수있어서 좋기는한데ㅠㅠㅠㅜㅜ
그리고 금세 11시가 되어.
올해 상반기 최고의 화제성을 가졌던 드라마 ‘노 라이프’의 한 장면과 함께 금주 피디의 사건 수첩이 시작됐다.
[- 지민아, 대체 왜 이래. 이번 기말고사 성적 올랐잖아. 지금처럼만 하면 3년 뒤에 웃을 수 있어!– 엄마는 왜 내가 성적이 오르면 행복할 거라고 생각해? 3년 뒤든 10년 뒤든 그게 대체 무슨 소용이야? 나는, 지금 당장! 죽어버리고 싶은데!
– 홍지민!
(중략)
– 그래서, 엄마는 지금 행복해? 그게… 행복한 사람 얼굴이야?
– 그래. 엄마는 네가 잘되면 행복해.
– 그거 봐. 결국, 다 엄마를 위해서였던 거잖아…….] [올해 초 종영한 드라마, 노 라이프에서는 10대 배우들의 명품 연기가 여느 때보다도 두드러졌습니다.]
방송 동안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입시 드라마 ‘노 라이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연예계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아역 배우, 아이돌, 키즈 모델, 어린이 위튜버 등 미성년자 연예인들의 모습이 빠르게 나왔다.
그들이 어떻게 활동했고, 대중에게 어떤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얼마나 찬란하게 빛나는지가 피디의 사건 수첩을 이끌어가는 진행자 권윤건의 목소리로 단조롭게 설명되었다.
[(무대 위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온라온의 사진)] [어린 나이부터 꿈을 찾아 노력하는 이들은 학교에 갇혀 원하지 않는 공부를 하는 많은 학생보다 대체로 더 행복해 보입니다.] [하지만 화려한 연예계는 어른들도 꿋꿋하게 버티기 힘들 만큼 험난합니다. 그 안에서 아이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이번 주 사건 수첩에 기록해 보았습니다.]방송은 10대 연예계 종사자들이 학업과 또래 관계 등의 문제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하나씩 보여 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에어리들이 기다리던 견성하가 동생 견하람과 함께 등장했다.
[견성하(18): 안녕하세요. 2년 차 아이돌, 오르카 견성하입니다.] [견하람(17): 안녕하세요. 배우 견하람입니다.]이 두 사람은 지난달 일련의 학교 폭력 논란에 휘말렸었다는 권윤건의 해설이 들려왔다.
사실은 아역 배우란 이유로 견하람을 따돌렸던 동급생이 허위 폭로를 한 것이라는 명확한 해명도 함께였다.
두 사람은 각자 아역 배우와 아역 배우 출신 아이돌로서 겪었던 어려움을 설명했다.
[견하람(17): 학업을 아예 포기한 건 아니니까 촬영 일정은 되도록 주말을 껴서 잡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스케줄이라는 게 저희 마음대로 잡히는 게 아니니까, 일주일에 닷새 이상 나가야 하는 드라마 촬영 같은 경우 어쩔 수 없이 학교를 빠지기도 했고. 그래서 친구를 사귄다든지 하는 일에도 조금 어려움이 있던 것 같습니다. (후략)]두 사람의 인터뷰가 끝난 뒤, 전문가가 나와 어릴 때부터 연예계에서 활동한 이들이 정서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설명했다.
그러고 나서 청소년 아이돌들의 인권을 논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픽하트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온라온이 등장한 것은 그때였다.
[픽 유어 하트 시즌3 출연자이자 작년 11월, 보이 그룹 오르카로 데뷔한 라온 씨는 몇 년 전 미국에서 한국으로 와 연습생 생활을 했습니다.]앞선 견성하와 같이 깔끔한 차림을 한 온라온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온라온(18): 아이돌이라는 꿈 하나만을 바라보고 한국에 온 건데……. (후략)]피디의 사건 수첩 제작진들이 온라온이 전 소속사 T에서 어떤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그 이후로도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는지를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그런 식으로 진행된 방송은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다.
제작진의 질문을 들은, 오늘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했던 모든 어린 연예인들의 침착하면서도 착잡한 면면들이 바르게 교차하며 스쳐 지나갔다.
긴장감 있는 순간이 느리게 지난 뒤에.
7명의 아이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견성하(18): 네. 할 겁니다.] [견하람(17): 당연히 할 거예요.] [남우(12): 꼭이요.] [송지유(15): 도전…하겠죠?] [온라온(18): 당연하죠.]뒤이어 제작진이 차분한 목소리로 “왜요?” 하고 물었다.
[소남우(12): 부모님이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니에요. 제가 하고 싶었고, 지금도 게임이나 축구하는 것보다 연기하는 게 훨씬 좋아요.] [견하람(17): 제 일을 정말 좋아해요. 다른 일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요.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아요.] [온라온(18): 좋아하니까요. 그래서 포기하지 않게 도와준 모든 분에게 정말 많이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소년의 담담한 고백을 끝으로, 스튜디오에 있는 모습이 진행자 권윤건의 모습이 나왔다.
[비록 평범한 학생들과 활동하는 영역은 다르지만, 열정과 의지만은 여느 학생과 다를 것 없이 자신의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하겠습니다.]이어진 마무리 멘트와 함께 1시간이 조금 넘는 길이의 방송이 모두 끝나고, 실로 오랜만에 오르카 멤버들이 사용하는 SNS에 글이 올라왔다.
– (사진) 오랜만이에요 에어리!! 멤버들이랑 회사분들 덕분에 전 그동안 푹 쉬었어요. 걱정끼쳐서 정말 죄송합니다. (중략) 앞으로는 기쁜 일만 안겨드리고 싶어요. 저 믿죠..?? 곧 좋은 소식으로 다시 만나요!
#오르카 #ORCA
#라온 #RAON
온라온이 계단에서 추락한 사건 이후 상당한 마음고생을 했던 온라온의 팬 금규리는 사진 속에서 연하게 웃고 있는 온라온의 모습을 한참이나 들여다보다가 온라온의 글에 코멘트를 남겼다.
– 나는 비록 네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정확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네가 괜찮아서 참 다행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