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2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21화
반요한과 화해인지 타협인지 모를 것을 하고 난 뒤, 한동안 멤버들 사이에서 반요한의 반지 분실 사건은 뜨거운 화젯거리였다.
“와, 반요한. 와.”
“이제 그만 좀 하자.”
“진짜 잃어버린 거였다니. 네가 그렇게 바보 같을 줄은 몰랐는데…. 진짜 실망이다.”
“그만 좀 하자고…….”
“진짜요. 어떻게 반지를 그렇게 허무하게 잃어버릴 수가 있어요? 그분이 발견 못 했으면 그대로 잃어버리는 거잖아요.”
“하, 얘들아. 그런 게 아니라…….”
반요한이 어쩐지 조금 억울해 보이는 얼굴로 그런 게 아니라는 헛소리를 하며 손을 내저었지만.
“아니긴 뭐가 아니냐? 넌 이제 샤워할 때도 반지 빼지 마. 끼고 해.”
“그래. 형은 평생 반성해.”
“그걸론 안 되겠다. 반성의 의미로 반지를 아예 손가락에 꼬매버려. 본드로 붙이든가.”
“강지우 넌 그냥 내가 싫지?”
하지만 고분고분한 성깔의 소유자는 확실히 아닌 반요한도 순순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반요한은 자기를 놀리는 말들을 멤버들에게, 심지어는 회사 직원들에게까지도 며칠 동안 들어줄 만큼 들어줬다고 생각했는지 약장수 같은 언변으로 멤버들의 혼을 쏙 빼놓으려 시도했다.
“야, 그래서 내가 진짜 잃어버렸어? 아니잖아! 온라온이 찾아 줬잖아. 너네는 잃어버리면 누가 이렇게 찾아줄 것 같아? 이런 일이 우연 같냐고. 아니라고. 운명이라고! 쟤네가 하는 게임으로 따지자면 이 반지는 ‘기적과 행운이 깃든’ 같은 수식어가 붙은 레어템이라 이거야.”
“룬스에 그런 템 없는데요.”
“우리는 멀쩡한 반지 잃어버리지도 않을 건데.”
그래. 우리 멤버들이 아무리 단순하다고 해도.
설마 저런 대놓고 사기꾼 같은 말에 넘어가지는 않겠지.
그때, 제일 큰 목소리로 반요한의 헛소리를 퇴짜 놓아야 할 인간이 조용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와 견성하가 고개를 휙 돌려 강지우를 바라봤다.
“반지… 나도 집 앞에서 잃어버리면 우리 막내가 주워다 주려나…….”
“…….”
“형 제발…….”
적어도 한 사람한테는 제대로 통했다.
그냥 통한 게 아니라 강지우는 내가 찾아다 준 반요한의 반지를 상당히 부러워하는 눈으로 애타게 바라보고 있었다.
심지어 믿었던 서문결마저도 아까와는 조금 달라진 눈빛으로 반요한의 반지를 빤히 보고 있었다.
‘이런 걸 왜 부러워하지?’
강에 빠뜨렸던 반지를 얼마 뒤 레스토랑에서 먹은 생선 요리 속에서 발견한 것 같은 레어함을 부러워하는 건가?
그나마 견성하가 냉정히 주책 맞은 형들을 자제시키고 있었다.
“설마 진심으로 하는 말 아니죠? 그러다 사생 손에 들어가기라도 하면 지옥문 열리는 건데.”
“그럼 집안에서 잃어버리면 되지 않을까? 어쨌든 누군가 찾아줄 테니까……. 근데 반요한 너는 내 반지 건드릴 생각하지 마라.”
“야, 찾아서 너 줄 생각도 없거든? 네 반지 줍는 순간 그대로 해남까지 택배로 보내버릴 거거든?”
“너 어떻게 그런 쓰레기 같은…!”
“일단 그런 걸 진지하게 생각한다는 점에서 지우 형도 요한이 형이랑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이는데요.”
견성하의 냉정한 말에 반요한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치? 쟤랑 나랑 똑같다니까.”
“그렇다고 정말 잃어버린 사람이 그런 식으로 웃는 건 이상하죠.”
“요즘 성하 말솜씨가 전보다 더 날카로워진 것 같아서 이 형은 기쁘면서도 슬프구나…….”
“이상한 말투로 애 취급하지도 말아줄래…… 이거 놔요!”
강지우가 견성하의 볼을 두 손으로 냅다 붙잡고 오물조물하는 통에 성난 말소리가 무력하게 뭉개졌다.
“그래서 연습 안 하냐고.”
“그래. 이제 그만 놀고 연습하자.”
우리는 비활동기에도 연습을 꾸준히 하는 편이었는데, 최근 여러 가지 사건 때문에 뒤숭숭해서 쉬는 사이 몸도 굳고 감도 좀 잃어서 오늘은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다같이 연습실에 온 참이었다.
그 뒤로 집중해서 단체 연습을 마치고 흩어져서 개인 연습을 할 때, 강지우가 나를 불렀다.
“너 이따 영민이 형 병문안 간다고 안 했어? 같이 가자.”
“아냐. 나 오늘은 혼자 가고 싶어.”
“혼자아?”
강지우가 과하게 큰 목소리로 거의 외치듯 말한 탓에 각자 연습을 하던 걸 멈추고 고개를 쑥쑥 돌린 멤버들이 나를 미어캣처럼 바라보았다.
“아니. 진짜 혼자 간다는 게 아니라 경호원 분들이랑 갈 거야.”
내 답에 다들 본래 하던 일로 돌아간 듯싶었지만, 귀만은 이쪽으로 쫑긋 세우고 있는 게 느껴졌다.
“왜 경호원 분들은 되고 나는 안 돼? 나도 영민이 형 걱정되고 보러가고 싶은데 굳이 따로 가야 할 이유가 있어?”
“형, 내가 웬만해선 이런 얘기 잘 안 하는데.”
“응.”
“형 진짜 피곤하다…….”
“그건 그래.”
옆에서 음악을 고르던 견성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나는 다음에 꼭 같이 가자는 말을 일곱 번쯤 하고 손가락 약속과 도장, 복사까지 한 끝에 강지우를 두고 병원에 갈 수 있었다.
이영민은 요새도 수면으로 24시간의 대부분을 보내서 내가 찾아가도 깨어있을지 없을지 모른다고,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그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는 곽상현에게 미리 전해 들었다.
“이상할 정도로 잠만 자서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닌가 따로 검사도 해 봤는데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내 생각에는 매니저 일이 많이 힘들어서 그동안 쌓인 피로가 한꺼번에 온 것 같아.”
곽상현이 한숨을 내쉬며 덧붙였다.
“전에 잠깐 깨 있을 때 얘기해 봤는데 퇴원하면 고향 내려가서 한동안 쉬다 올 거라더라. 근데 말이 오겠다지, 계속 매니저 일을 할지는 모르겠다. 겪은 일이 일이니까 아예 그만둬도 내가 할 말은 없지만…….”
어차피 이 녀석이 우리 매니저가 된 건 위장취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니 전혀 죄책감 가질 필요 없다고 말해주려다가 인성 파탄 난 인간으로 보일 것 같아서 참았다.
그러나 막상 병실에 들어서니 어쩐 일인지 이영민의 탈을 쓴 래리는 멀쩡히 깨어 있었다.
“영민이 형, 깨어 있었네요.”
“네. 오랜만이네요.”
이영민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내숭을 떨었다.
래리와 따로 할 얘기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뒤에 서 있던 경호원에게 요청했다.
“죄송한데 밖에서 기다려 주실 수 있나요? 영민이 형이랑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저희 일이니 죄송하다고도 안 하셔도 됩니다.”
경호원이 모두 나가고, 쾌적한 병실에는 나와 래리만이 남았다.
한순간, 잔불 냄새가 한 번 확 끼쳐오더니 이영민, 아니, 래리가 조금 전과 달리 관리자 특유의 정체가 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듣는 귀는 없으니 편히 말씀하시죠.”
“어쩐 일로 깨어 있네?”
“오늘은 고객님이 오실 것 같았거든요.”
“같았거든요, 는 무슨. 다 알고 있었으면서.”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겠지만 래리는 이영민으로 활동하는 상태로도 내 상태를 훤히 들여다보듯 알 수 있는 게 분명하다.
그게 아니고서야 그렇게 환상적인 타이밍으로 나를 구하는 건 말이 안 됐다.
“저번에 도와준 건… 고맙다.”
“놀랍군요. 쓸데없는 행동이었다고 욕이나 하실 줄 알았는데.”
“너 나를 뭘로 보는 거냐?”
“아무래도 제가 다치는 것보다는 그대로 고객님이 다치는 게 고객님 계획에 더 도움이 되지 않았겠습니까.”
그건 그렇다.
매니저가 다치는 것과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가수가 다치는 것은 화제성 면에서 차이가 있으니까.
“알면서 왜 그런 건데?”
“고객님이 멀쩡한 편이 제 계획에는 더 도움이 되거든요.”
“그러면서 저번에 잘도 우리 계획 운운했겠다.”
“하하. 관리자 2320호, 아니, 제로가 이왕이면 고객님께 치유 능력이 있다는 걸 몰랐으면 하거든요.”
“이미 알지 않나? 나한테 전직을 알려준 것도 제론데.”
“전직에 코어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으셨습니까? 인간인 고객님이 코어를 얻기 위해서는 제 코어를 받는 수밖에 없는데, 제가 그때 유해한 성분을 섭취한 고객님의 생명을 간신히 구제할 정도로 적은 양을 준 것이 아니라, 설마하니 전직이 가능할 정도로 코어를 내어줬다고는 예상하지 못하겠죠. 아, 절대 모를 겁니다. 그리고 그건 결정적인 순간에 놈의 급소를 찌를 거고요. 그날 그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벌써부터 기대되는군요.”
“그래…….”
한동안 죽은 듯 자고 있는 이영민의 모습만 보다 보니 래리 놈이 강지우보다 몇 배는 더 피곤하게 주절거리는 놈이라는 걸 잊고 있었다.
“그럼 그 자식이 또 서주원이나 오현진에게 했던 방식으로 나를 습격할 거라는 말이야?”
“물론입니다. 클라이맥스는 고객님이 정상에 오를 때겠지만, 제로의 상황이 상황인 만큼 그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얼마든지 고객님을 노릴 겁니다.”
답을 얻은 나는 이번에는 다른 것을 물었다.
“너 그때 내 행동을 어떻게 생각해?”
한동안 생각해봤는데, 멤버들, 특히 반요한이 화가 난 것은 역시 그날 내 행동 때문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은총을 가진 내 입장에서 그건 썩 와닿지 않는 분노였다.
솔직히 내가 아니라 반요한이었어도 똑같은 상황에서 높은 확률로 비슷한 행동을 보였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만약 반요한에게 ‘나는 다치더라도 금세 멀쩡해질 수 있는 패를 가지고 있었어’라고 말한다면 녀석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궁금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반요한에게 은총을 밝힐 수는 없으니 내 능력을 알고 있는 래리 놈에게라도 대신 물어보는 것이었다.
“제게는 별로 의미가 없기는 합니다만 트루라는 집단에게 복수하기 위한 고객님의 결단력이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봅니다. 고객님이 가진 패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이지 않겠습니까. 안다고 해서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특별 가산점을 드리고 싶군요.”
그러나 래리의 후한 평과는 반대로 나는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즉시 깨달았다.
일단 래리 놈은 미쳤다.
곧 죽을 거 아니라고 바로 앞에서 목 졸리는 사람 사진이나 찍는 비정상적인 새끼의 기준은 정상인의 기준에서 상당히 멀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로 그 비정상적인 놈과 조금 다쳐도 은총 있으니까 괜찮다고 반쯤 자발적으로 계단에서 떨어진 내가 과연 뭐가 다르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