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3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31화
사실 나는 아기자기하고 반짝반짝한 요술봉 같은 근사한 응원봉을 흔드는 다른 그룹 팬들과 달리 조촐하고 납작한 임시 응원봉을 들고 있는 에어리들을 볼 때마다 늘 마음이 아팠다.
물론 임시 응원봉도 하얗고 파랗게 빛나는 게 예쁘기는 하다만.
다른 그룹 팬들은 삐까뻔쩍한 캐시 아이템 들고 있는데 우리 에어리들은 초보자용 무기를 들고 있는 걸 보는 기분이랄까.
그래서 주열음 이사랑 눈 마주칠 때마다 저희 응원봉 언제 나오냐고 끈질기게 물어본 보람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3집 활동 전에라도 공식 응원봉이 나온다니 다행이었다.
다음 활동부터는 드디어 무대 하면서 팬들이 예쁜 응원봉 흔드는 걸 볼 수 있다는 거잖아.
언제였지.
전에 멤버들이 직접 응원봉을 디자인하는 콘텐츠를 회사에서 촬영했었다.
* * *
‘오르카 공식 응원봉, 어떻게 태어나야 하는가?’를 의제로 하는 회의 중.
다 같이 기능적인 측면에서 의견을 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왕이면 불빛이 밝았으면 좋겠고 건전지가 오래갔으면 좋겠고, 위급한 상황에서 응원봉으로 차 창문을 부수고 나갈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만 너무 무겁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은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나왔다.
“근데 그게 가능해요?”
“저 중에 두 개 정도만 만족해도 성공인 것 같은데.”
“몰라. 일단 좋은 거 다 말해. 제작하시는 분들이 잘 만들어주시겠지.”
그러는 동안 회의실 밖에서 주열음 이사가 세상 물정 모르는 애들 보는 눈으로 우리 구경하더라.
그 외에.
우리는 공식색 같은 게 딱히 안 정해진 상태였지만, 그래도 어떻게 보면 그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바다를 연상시킬 수 있도록 기본 조명색이 파란색이었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고.
견성하가 평상시에도 들고 다니기 무난한 응원봉이었으면 좋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기도 했다.
견성하의 꿈은 언젠가 무려 ‘갓반인’이라는 말을 바로 앞에서 듣기도 했던 전직 일반인 반요한이 그런 응원봉은 세상에 없다고 친절히 말해줌으로써 날개를 제대로 펴보기도 전에 끝났다.
“그걸 밖에 들고 다닐 일이 대체 뭐가 있는데?”
반요한이 이렇게 물어봤을 때 견성하가 지은 표정이 진짜 웃겼다.
한 3초 뒤에 자신 없어 하는 표정으로 “생일 파티…?”라고 대답한 것도.
빵 터져 버린 웃음을 겨우 수습한 다음 강지우가 회의를 진행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저희 오르카의 첫 공식 응원봉을 나눠드린 종이에 디자인해 주시면 됩니다.”
강지우의 말에 반요한이 손을 번쩍 들었다.
“질문 있습니다. 만약에 제 디자인이 응원봉으로 제작된다면 상품이 있나요?”
“좋은 질문입니다! 요한 씨 디자인이 채택될 일은 없겠지만, 선택받은 분에게는 공식 응원봉과 슬로건을 드립니다!”
한동안 사각사각 종이에 무언가를 그리고 쓰는 소리만 들렸다.
“보지 마.”
“너나 보지 마.”
다들 예술혼을 치열하게 불태우는 와중에 반요한이 서문결에게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결아, 나 이것 좀 도와줘.”
“뭐?”
물론 나를 포함한 다른 멤버들은 득달같이 반요한의 반칙을 제지했다.
“아, 결이 형 혼자 열심히 잘하는데 방해하지 마요!”
“야, 누구는 결이 못 불러서 안 부르는 줄 알아?”
“형, 저 형 도와줄 바에는 나 도와줘.”
“그게….”
“결아. 네가 나한테 그간 미안한 게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번에는 나 도와주라.”
“아니, 이 형이 형한테 미안할 게 뭐가 있어? 그 반대면 모를까.”
“옳습니다!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죠!”
“나 때문에 싸우지 마….”
“와. 저 대사 실제로 하는 사람 처음 봐.”
“…….”
“아니야, 형. 그렇게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돼.”
“지금 온라온 네가 더 부끄럽게 한 것 같은데.”
“근데 너 그건 했잖아. 에어리에 대한 기억을 잃을 바에는 차라리 당장 죽…….”
“아악!”
견성하가 픽하트의 대표님을 오르카의 에어리로 은근슬쩍 바꾼 손발 오그라드는 대사를 들은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손등 위에 올라온 청개구리를 발견한 사람처럼 펄쩍 뛰어오르며 비명을 질렀다.
“나에게 허락된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나만 봐…….”
“악! 아악! 아아아악! 그걸 왜 외우고 있는데!”
“이참에 에어리 버전으로 한 번 더 하자.”
“한마디만 더하면 나만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멤버들 다 시켜달라고 회사에 건의할 거야.”
“미안.”
견성하가 빠르게 사과했다.
다시 서문결 찬스를 누가 쓸 것인가에 대해 갑론을박을 발인 우리는 결국 만능 의사 결정 도구인 가위바위보를 했고.
“하하하하하! 서문결은 내가 데려간다!”
악당 같은 웃음을 터뜨린 반요한이 이겼다.
“……가위바위보 할 때 우리도 모르는 버릇이 있어서 저 형이 그걸 이용하나?”
“아니. 그냥 쟤가 운이 지인짜 진짜 좋은 거야. 나 쟤랑 가위바위보 해서 이긴 기억이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근데 형 나랑 해서도 가위바위보 맨날 지잖아.”
“그냥 형이 가위바위보를 진짜 지인짜 못 하는 것 같은데요.”
“여러분. 동생 잘 먹여서 키워봤자 다 쓸데없습니다.”
다시 15분 뒤.
“자, 다들 들고 있는 거 책상에 내려놓으시고요. 여기서 더 건드리면 부정행위로 탈락입니다.”
일찌감치 그림을 완성하고 주위를 기웃거리던 강지우의 말에 멤버들이 종이를 칠하던 사인펜이나 색연필 등을 내려놓았다.
“그럼 저부터 이렇게, 시계 방향 순으로 앞에 나와서 자기 디자인 보여주면서 설명할게요.”
“네!”
강지우가 자랑스럽게 펼쳐 보인 디자인은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말 그대로 범고래였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검색해 보고 그린 게 분명한 길쭉한 범고래 한 마리가 떡하니 있었다.
일단 어딜 봐도 야생의 범고래지 응원봉으로는 안 보였기에 우리는 설명을 요구했다.
“응원봉을 디자인하랬더니 왜 범고래 한 마리를 냅다 그려 놓으신 건지 해명 부탁드립니다.”
“범고래였어?!”
“그럼 뭔 줄 알았는데?”
“그냥…… 상한 바나나.”
“너무하네! 범고래도 맞고요, 응원봉도 맞습니다!”
“네, 네. 설명해 주세요.”
“잡을 때는 여기, 등 지느러미 밑부분을 잡는 거고요 빛은 저희 로고처럼 요 등 부분에서 날 겁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유니크한 게 제 디자인의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갓 낚은 자연산 범고래를 산 채로 들고 있는 것 같은데요. 왜 그런 디자인을 이제까지 볼 수 없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림 진짜 못 그리시네요.”
“음… 음…… 참신해서 좋아요.”
“결이 형, 억지로 칭찬 안 해도 돼요. 어느 날 가방에서 꺼냈는데 등지느러미랑 꼬리가 똑 부러져 있을 것 같아서 무서워요.”
“그 필통 중에 도미나 꽁치, 고등어 같은 생선 필통 있잖아요. 그런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
“너네 진짜 나한테 너무하다.”
그나마 생산적인 의견으로는 독특하긴 확실히 독특하다는 것과 발광하는 부분이 응원봉을 잡는 부분까지 연결되어 있는데 켠 채로 오래 있다 보면 손이 뜨거울 것 같다는 것이 있었다.
“다음으로는 성하 씨 앞으로 나와서 발표해 주세요.”
견성하가 긴장한 얼굴로 종이를 들고 앞으로 나갔다.
“저는 저희 그룹 이름인 오르카를 생각하면서 디자인해 봤는데요.”
견성하가 디자인한 응원봉은 평범한 기둥 모양 손잡이 부분 위에 높이가 긴 직육면체가 딱 붙어 있는 모양이었다.
“이렇게 직육면체 옆면에 O, R, C, A를 하나씩 새기면 좋을 것 같고 윗면에는 저희 로고나 에어리를 영어로 새기는 걸 생각해 보았습니다. 빛은 여기 직육면체 전체에서 나는 거예요.”
심플하면서도 감각적인 디자인에 강지우 때와 달리 호평이 이어졌다.
“멋있는데? 누가 봐도 우리 응원봉이구나, 하는 걸 딱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제 생각에는 유니크하면서도 잘 만든 디자인이란 이런 것 같습니다.”
“요한 씨는 왜 저한테 시비시죠?”
“네? 저는 성하 씨 디자인 칭찬한 건데 왜 그러시죠.”
“네 차례 때 두고 보자, 너.”
“디자인이 안정감 있어요. 어떤 모양일지 바로 상상도 되고요.”
“아까 성하 씨가 말했던 것처럼 일상생활에서 호신용품으로 들고 다니면서 위급 상황에서 창문을 깨고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라온 씨는 아까부터 창문 깨는 거에 왜 그렇게 집착하세요?”
“제 맘인데요.”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내 차례였다.
내가 디자인한 건 연예인 응원봉계에서 지속해서 인기를 끄는 구형 응원봉이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구의 중심에 범고래 한 마리가 있는 형태였다.
“제가 다른 아이돌 그룹 분들의 응원봉을 봤는데, 원래 형태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안에 꽃이나 보석 같은 걸 넣어서 직접 꾸미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자유로운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모양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여기 밑 부분에 구멍을 파서 파도 모양이라든가, 에어리 같은 요정 인형이라든가, 산호초라든가… 자잘한 오브젝트를 꽂을 수 있게 해서 꾸밀 수 있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빛이 통과하는 이 밑쪽 투명판을 어떻게 잘 만들어서 빛이 물결 모양처럼 쏴지게 하는 거죠. 그래서 에어리들이 평상시에는 바다 무드등처럼 쓸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어쩐지 저분이 요즘 아쿠아리움 꾸미는 게임을 엄청 열심히 하더라고요.”
“흐흠, 성하 씨. 같이 해 주실 거 아니면 조용히 해주세요.”
“저는 바다 무드등 의견 너무 좋은 것 같습니다. 하나 갖고 싶어요.”
평범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내 디자인은 멤버들에게는 견성하와 비슷한 수준의 호평을 받았다.
반요한 도와주느라 자기 걸 못 한 서문결을 건너뛰고, 마지막으로 반요한의 차례가 왔다.
조수 역의 서문결과 함께 여유롭게 앞으로 나선 반요한이 말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죠.”
“우우 재수 없다. 우우.”
반요한이 강지우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여러분, 저희 팬덤 명인 에어리의 뜻이 뭐죠?”
쉬운 질문이었기에 우리는 한목소리로 답했다.
“공기의 요정이요!”
“맞습니다. 요정이죠. 그럼 요정이 손에 들고 있는 건 뭘까요?”
“이슬방울.”
“꿈과 희망.”
“마법의 가루.”
“요정봉.”
‘언제까지 할래?’ 하는 웃는 얼굴로 우리를 보던 반요한이 마지막 답변에 반색했다.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당당히 요정계의 한자리를 꿰찬 에어리들에게도 어울리는 요술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약장수처럼 설명한 반요한이 손가락을 딱 튕기자, 우리에게는 뒷면이 보이게 뒤집은 종이를 품 안에 꽁꽁 감추고 있던 서문결이 마침내 앞면을 보여줬다.
“!”
장난감 가게에서 팔 것만 같은 반짝반짝한 공주풍 요술봉 하나가 훌륭한 솜씨로 그려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