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3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32화
서문결의 손을 탄 반요한의 응원봉은 반드르르하게 색칠까지 제대로 되어 있었다.
반요한과 서문결이 디자인한 요술봉, 아니, 응원봉은 크게 보면 손잡이와 머리 부분으로 나뉘었다.
전체적으로 흰색과 하늘색을 활용해 어쩐지 깨끗하고 맑고 자신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 위쪽에 동그란 부분은 아무래도 에어리가 공기의 요정이다 보니 공기 방울을 형상화한 거고요. 안에는 투명 범고래랑 고운 금가루를 넣어서 라온이 꿈에서 본 모래사장 같은 느낌을 내려고 했고. 아, 이건 말하면 안 되나? 어쨌든 모래사장을 표현했습니다.”
언젠가 풀 거라고 주열음 이사가 넌지시 말했던 걸 자연스럽게 흘린 반요한은 본인 디자인 설명을 태연히 이어갔다.
“연결 부분은 날개를 표현하되, 파도를 모티브로 했다는 걸 보시면 아실 겁니다. 그리고 여기 손잡이에 있는 조개 모양 버튼을 누르면 ‘뾰로롱’ 또는 ‘샤라랑’ 소리가 나는 게 제가 개인적으로 킬링 포인트로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삼단봉처럼 길이도 쭉쭉 늘어났으면 좋을 것 같지만 예산 안에서 구현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이상입니다.”
단순히 장난식으로 구상했다기에는 지나치게 섬세하고 정성스럽고 진지해서 일동 뭐라고 말할 타이밍을 놓쳐 버렸다.
가장 먼저 반요한의 절친 강지우가 정신을 차리고 성나게 외쳤다.
“너나! 나나!”
뒤에 생략된 말은 어디 가서 들고 있기 똑같이 창피하다는 소리일 거라고 확신한다.
“결이 형 데려가서 이런 거나 만들 거면 그냥 아까 저 주지 그랬어요?”
“어허. 이런 거라뇨. 그리고 주다니. 서문결 씨가 무슨 물건입니까?”
“정작 본인은 가위바위보로 냉큼 데려가 놓고 이제 와서 그런 말씀 하시는 거 완전 모순인데요!”
“말 잘한다. 우리 막내!”
반요한에게 원대한 꿈을 포기 당한 견성하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아니. 아무리 평상시에도 들고 다니기 무난한 응원봉은 세상에 없다고 해도, 필요할 때 당당하게 꺼낼 수 있을 정도는 돼야 할 거 아닙니까. 이걸… 이걸 어떻게 들어요!”
“왜요? 제가 부끄러우세요? 전 당당한데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당신 같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견성하도 은근슬쩍 반요한을 당신으로 칭하는 걸 보니 녀석이 제안했던 나이로 서열 나누지 말자는 규칙은 오르카에 탁월하게 정착한 것 같았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쟤 같다니…. 끔찍하다, 야.”
“그래도 에어리분들은 좋아하실 거예요.”
“아니. 장담하는데 세상 사람이 다 너처럼 변하면 하루 안에 에어리분들도 널 포기하실 거야.”
“하루 너무 후한데요. 전 반나절 봅니다.”
“다들 왜 그렇게 너그러워? 전 15분이요.”
자기 얼굴과 성격이 고작 15분 보고 질릴 타입은 아니라는 본인의 주장에 따라.
에어리들이 반요한을 포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시간으로 최종적으로 확정한 우리는 다시 응원봉 선정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왔다.
“근데 여기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니. 다 포기하기 너무 아깝다.”
“은근슬쩍 상한 바나나 끼워 넣지 마세요.”
“힝.”
“진짜 아까운데 그냥 4개 다 저희 응원봉 하면 안 돼요?”
“여러분은 지금, 그렇게라도 안 하면 본인 아이디어는 현실로 나오지 못할 걸 깨달은 것 같은 요한이 형을 보고 계십니다.”
“히잉.”
“……이 형들 귀여운 척해요!”
그러자 반요한은 “제가 귀여워 보였나요? 그럼 귀여운 척이 아니라 진짜 귀여운 거겠죠.”라고 내가 픽하트 때 서찬빈에게 했던 말을 따라 하며 나를 열받게 했다.
그때, 카메라 앵글 바깥에서 동생 라인 둘이 이 그룹의 희망 같다는 한 직원분 목소리가 선명하게 들어왔다.
마이크에 들어갈 정도로 큰 목소리였지만, 평소 회사에서 자체 제작 콘텐츠를 촬영하는 중간에 우리 구경하러 일하다가 나온 직원분들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었기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었다.
상황 따라 편집하면 되니까.
그러자 평소 에어리들 사이에서 형 라인으로 분류되는 서문결이 몹시 애타는 눈길로 나와 견성하 쪽을 보았다.
아무래도 자기도 동생 라인 쪽에 껴달라는 것 같았다.
“저희는 배신자는 안 받는데요!”
“맞아요…!”
“!”
믿었던 견성하의 거부에 큰 충격을 받은 듯 서문결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니에요! 사실 거짓말이고 농담이에요!”
“저 형 놀리면 내가 너무 나쁜 사람 된 것 같아서 못 하겠어…….”
“근데 결이랑 배신이라니. 진짜 안 어울린다.”
“맞아. 반요한이랑 배신은 태어날 때부터 한 몸인 것처럼 자연스러운데.”
“나 아직 배신한 적은 없거든?”
“아직이라고 한 것부터 당신은 틀렸어요.”
“그래서 이거 저희끼리 정하면 그대로 만들어지는 건가요?”
내 물음에 강지우가 답했다.
“원래 그럴 예정이었는데……. 지금 저기 밖에서 저희 이사님이 절대 안 된다고, 얼른 끝내라고 강력히 신호하고 계시네요.”
강지우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우리 쪽을 향해 있던 카메라 한 대가 주열음 이사가 서 있는 방향을 비추는 게 보였다.
나와 견성하가 발표할 때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막판에는 여러 의미로 할 말을 잃은 것처럼 보이던 주열음 이사는 두 손으로 크게 엑스자를 그려 보이고 있었다.
“왜죠!”
“저희가 안 미더우세요?”
“분명 저희한테 맡겨 주신다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해명 부탁드립니다, 이사님!”
아무래도 자막으로는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아이돌’ 같은 게 들어갈 것 같았다.
마침내 우리를 자애롭게 바라보던 주열음 이사가 입을 열었다.
“몰라서 물어보는 거야?”
그냥 반사도 아니고 무지개 반사 같은 답변에 우리는 얌전해졌다.
* * *
그렇게 두 달 정도 전에 촬영을 마쳤던 영상이 오르카의 위튜브 채널에 올라간 건 오늘이었다.
이미 공식 기사로 8월 중 컴백을 예고했기에 떨리는 마음으로 링크를 타고 들어간 에어리들은 폭발적으로 반응했다.
– 와 우리 응원봉 나옴?!?!?
– 헣ㄹ 떡밥 감사합니다
– 애들 조그만 응원봉에 바라는게 왤케 많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우리도 원하기는 한데 단가..괜찮니..? 주열음이사님 표정 많이 안좋으신뎈ㅋㅋㅋㅋㅋ
– 우리쥬 전에 반지도 잘 못만들더니 그림도 못그리는 거 넘 귀여움ㅠㅠㅠㅠㅜㅜ
– (사진) 나 지우그림 어딜봐도 상한바나나로밖에 안보이는데 라온이는 어떻게 범고래라는걸 바로 알아본거지
┗ ㄹㅇ 쥬가 막내 지극정성으로 편애하는 이유가 있다
– (사진) 강쥬 그림 수산시장에서 참치 번쩍 들고있는거랑 합성한건데 존웃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결이 나때문에싸우지마 듣고 기절한 사람 여기 한명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온라온 왤케 창문을 뿌수고 싶어햌ㅋㅋㅋㅋ
┗ 사실 그가 정말로 깨고 싶었던 건 오읍읍의 대가리..
┗ 저희 랑구는 착해서 그런생각 안해요ㅠㅠ 그새끼 머가리 깨는건 제가 매일 하는 생각임ㅠㅠㅠㅠ
– (힝, 히잉 무한 반복 영상) 강쥬랑 하니는 잘 들으세요,,, 22세 성인 남성이 이렇게 귀여운 건 반칙입니다
– 댕셩한테 일상적으로 쓸 수 있는 응원봉은 없다고 하는거 보고 오? 어딜내놔도 부끄러운 우리 요한이가 웬일로 상식적인 발언을?했는데 바로 정도없이 요술봉 창조하는거 보고 기겁함
– 요한씨 정말 죄송한데 저희도 사회적 체면과 수치심이라는 걸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 결이가 동생라인 끼고 싶다고 막내 간절하게 보는거 댕웃김ㅋㅋㅋㅋㅋㅋ
영상 말미에는 오늘을 기준으로 일주일 뒤의 날짜가 큼지막하게 박혀 에어리들의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 헉 응원봉 일주일 뒤에 나오나 봐 시드 일한다!!!
– 뭐 됐을지 궁금하다ㅋㅋㅋㅋㅋㅋ 애들 의견중에 예쁜것도 있어서 웬만하면 활용했을것 같은데
– 이거 금손님이 애들 아이디어 3D 프로그램 같은걸로 렌더링해서 구현해주신건데 랑구꺼랑 성하거 진자진짜 예쁨!!! 너네는 뭐가 제일 취향이야?
┗ 와.. 진짜 다 기깔나게 예쁘다ㅠㅠㅠ 상한바나나 같던 활어마저도 저렇게 보니까 장난없이 예쁨..
┗ ㄷㄷ진짜 금손이다 대박
┗ 나 3번! 꾸미는 거 좋아해서 아예 커스터마이징하라고 공식에서 작정하고 내주는 응원봉 최고야 물론 내 통장은 아프겠지만ㅎㅎ
┗ 나도 3 짤처럼 은은하게 푸른빛 도니까 진짜 아쿠아리움같고 존예
┗ 2번 까리하다
┗ 222 요즘 구형 응원봉 많은데 저건 네모네모해서 겹치는 디자인 딱히 생각 안나니까 더 좋아
┗ ㄴㄷ 그리고 엄청 강력해보임ㅋㅋㅋㅋㅋㅋ
┗ 1번 맘에드는 익명이 밖에 없니ㅠㅠ 어디서든 확 튈 것 같아서 좋은디
┗ 222 저렇게 구현된거 보니까 은근.. 예쁘기도 한데
┗ 나도 저거 보고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이상과 현실은 달라.. 저렇게 보면 나름 예쁜데 실물 보면 너무나도 활어일것ㅋㅋㅋㅋ..
┗ 근데 나 마법소녀봉도 갖고싶음.. 저렇게 딱 반짝반짝하게 구현해 놓으니까 일단 밖에서 꺼낼 수 있는가는 둘째치고 너무 예뻐섴ㅋㅋㅋㅋㅋㅋ
┗ 나도ㅋㅋㅋ 요술봉 결이 그림으로 볼때도 혹했는데 저렇게 빛나는 것까지 보니까 소장욕 뿜뿜햐
┗ 3번 첫번째짤 디쟌이랑 발색 어폰봉이랑 좀 비슷한 것 같은데ㅠㅠ.. 나만 그렇게 느끼니..?
┗ 엥 하나도 안비슷함
┗ 나만 비슷하다고 느끼는거 아니었구나ㅠㅠ
┗ 설마 동그란 모양이랑 흰색 불빛 때문에 그러는 건 아니지? 요즘 돌들 응원봉 모아놓으면 구형+반구형만 한박스일텐데ㅋㅋ,,
┗ 그리고 저거 공식이미지도 아님 애들은 두번째 짤처럼 기본 불빛 바다처럼 파란색 계열이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저건 그냥 지나가던 금손이 만든거야
– 난 저 요술봉 디자인한게 재작년까지 얌전하게 설대 다니던 분이라는게 제일 미칠것같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요한씨 사회에서 숨겨왔던 똘끼 가족 회사에 취직한 이후 1년 365일 유감없이 발휘중
그중 반요한과 서문결이 디자인한 응원봉은 아기자기한 감성의 키덜트 장난감 마니아들이 실제로 저렇게 나오면 소장하고 싶다면서 탐내기도 했다.
어쨌거나 온라온과 견성하의 디자인이 나쁘지 않았고.
주열음이 몇 년 전 디자인에 참여한 유피테르와 크레니아의 응원봉도 상당히 세련된 형태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에어리들은 별걱정 없이 일주일이 얼른 지나기를 손꼽아 기다렸다.
그리고 일주일 뒤.
상술, 아니, 마케팅의 신 주열음의 기획은 에어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