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3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38화
응원전 안무 영상은 일주일 전에 회사에 도착했다.
안무의 난이도는 쉬운 편이라 금방 숙지했지만.
문제는 컴백 준비로 거덜 난 멤버들의 체력이었다.
급하게 했던 녹음은 수정할 점을 회사 프로듀싱 직원들이 예리하게 잡아내 다시 해야 했고.
뮤직비디오는 제작을 의뢰한 회사 쪽 문제로 얼마 전에 겨우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는데.
일련의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해 당연히 밤샘 촬영을 강행해야 했다.
그 밖에도 신경 써야 할 일이 많아 웬만한 일로는 지치지 않는 강지우마저 숙소에 돌아오면 곧장 곯아떨어질 정도였다.
나도 정 쓰러질 것 같을 때마다 은총을 써가면서 어떻게든 버티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요즘은 그 스킬 자체를 전보다는 그래도 자제해서 사용하려 하는 편이라 그다지 상황이 여유롭지는 못했다.
특히 원래도 체력이 그리 좋지 않은 반요한은 이제는 아이돌 체육대회 농구팀 촬영까지 병행하고 있으니 말 그대로 죽을 맛일 것이다.
잠깐 쉴 시간이 있으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지금처럼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자주 보였다.
“저 형은 진짜 죽을 것 같은데. 아체대 촬영 많이 힘들어?”
그나마 같이 촬영을 다녀왔지만, 반요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상태가 괜찮아 보이는 서문결에게 촬영장 분위기를 물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훈련이 힘들기는 해. 그리고…….”
“응.”
잠시 말을 고르던 서문결이 이어 말했다.
“감독님이 요한이 형을 특히 신경 써서 봐 주셔서 형은 나보다 더 힘들 거야.”
의외의 말에 나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감독님? 촬영 감독님 말고 농구 지도해 주시는 감독님?”
“응.”
“왜? 못해서?”
저 인간 제 입으로 자기 잘한댔는데. 다 허세였나.
내 말에 서문결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요한이 형 농구 잘해. 아마 잘해서 더 신경 쓰시는 것 같아.”
“정확히 어떻게 신경 쓰시는데? 막 쉬는 시간에도 불러서 뭐 가르쳐 주시고 그러는 거야?”
“어떻냐면…….”
이름과 얼굴도 모르는 농구팀 감독이 반요한에게 하는 짓거리를 서문결에게 전해 들은 나는 입을 쩍 벌렸다.
아무래도 서문결은 그냥 반요한이 잘하니까 더 신경 써 주시나 보다, 라고 넘어간 모양이지만.
‘그 정도면 그냥 갈구는 거 아니냐?’
내가 직접 가서 본 건 아니니 정확히 어땠는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반요한이 아무리 짜증 나는 인간이라고는 해도, 웬만해선 잘 보여야 하는 어른한테 먼저 나서서 밉보이지는 않을 놈인데.
대체 어쩌다가 그런 일이 생긴 건지 좀처럼 감이 안 잡혔다.
게다가 전에 아이돌 예능 대전 때 한기준과 나눴던 충격적인 “순결합니다.” 대화만 봐도 반요한이 누가 갈구거나 긁는다고 얌전히 있을 녀석이 아니라는 사실 정도는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나나 강지우나 견성하가 반요한을 욕하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런데 연고도 없는 생판 남이 우리 멤버를 건든다고 생각하니 미묘하게 기분이 나빴다.
“별거 아니야.”
그때, 자는 줄 알았던 반요한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들려왔다.
“내가 그 감독님 지인분이랑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여서 그래.”
“그 감독님 지인분이 누군데?”
“흑팀 쪽 감독님.”
“형이 거기 감독님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인데?”
“그분이 내 고등학교 농구부 감독님이셨거든.”
“형 농구부였어?”
“아니?”
대단한 짓을 한 게 아닌데도 한 대 치고 싶을 정도인 이 얄미움은 아무래도 반요한이라는 종족 특성 같았다.
“아아니?”
“…….”
지금 은총 써서 재충전하고 덤비면 내가 이길 것 같은데.
팀의 원활한 컴백 준비를 위해 열심히 참고 다른 걸 물어봤다.
“그럼 농구는 그 감독님 때문에 나가겠다고 한 거야?”
“그것도 아니. 그 감독님은 가 봤더니 저쪽에 계시더라.”
“말했잖아. 그냥 잘하는 거니까 나간 거라고.”
조수석에서 몸을 틀어 내 표정을 한 번 본 반요한이 대수롭잖게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럼 네 눈에는 내가 설마 잘하는 걸 귀찮다고 안 할 정도로 이 일을 대충 하려는 것처럼 보였니?”
“…….”
어느 밤에, 서문결이 맞춰야 하는 건 자신들이라고 말했을 때와 같은 종류의 알싸한 긴장감이 나를 여름이 가을로 넘어갈 즈음에 불어오는 찬 바람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나와 반요한 사이의 대화를 빠짐없이 들었을 서문결은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잠자코 앉아 있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신입 매니저만이 미묘한 차내 분위기를 약간 불편해하는 눈치로 우리 쪽을 힐끔 바라보았다.
멤버들 사이의 불화설 같은 것을 걱정하는 걸지도 모른다.
아니면 우리와 일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사람이니 그저 이름이 어느 정도는 알려진 아이돌들이 갈등의 조짐 같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재미있어할 뿐일 수도 있고.
그리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전에 말했듯 반요한은 멕시코에 던져놔도 알아서 잘 살 테니, 역시 세상 사람 모두를 걱정하더라도 저 새끼 걱정은 하지 않는 편이 좋겠다.
* * *
“거의 다 도착했습니다. 뒤에 자는 분들 좀 깨워 주세요. 안 늦으려면 조금 서둘러야 할 것 같아요.”
“네. 제가 깨울게요.”
초조하게 시계와 빨간불이 들어와 있는 신호등을 번갈아 살피는 신입 매니저의 말대로 견성하와 강지우를 깨우고 나니.
저 앞에 오늘 우리가 응원전 연습을 위해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AJ의 거대한 사옥이 보였다.
굳이 저기서 모이는 이유는 AJ가 수십 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을 만큼 연습 공간이 넉넉한 사옥을 가진 대형 기획사이기도 했거니와.
올해 청팀 주장을 맡은 남자 아이돌 라이의 팀 라비릭이 AJ 소속이기 때문이다.
차에서 내린 우리는 급히 직원을 따라 연습실로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엄밀하게 말해 늦은 건 아니었지만, 앞선 스케줄 때문에 아슬아슬하게 약속 시간에 딱 맞춰 왔더니 우리가 거의 마지막이라는 걸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먼저 온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응원전에 참가하는 사람은 우리까지 해서 총 마흔 명이었다.
라비릭과 소네티를 포함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그룹과 대중에게는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그룹이 고루 섞여 있었다.
연차가 있는 두세 그룹은 빠지기도 했지만, 이 정도면 청팀에 속한 거의 모든 그룹이 참가한 것이라고 봐도 좋았다.
“오르카죠? 괜찮아요. 안 늦었어요.”
“안녕하세요~”
다행히 대부분 우리를 유하게 받아주었다.
단순히 안 늦어서 괜찮아하는 게 아니라 여기 모인 사람들이 여러모로 우리에게 관심이 많아 보인다고 해야 하나.
뭐, 아예 안중 밖에 있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겠지. 연예인은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고 하잖아.
반요한과 서문결이 농구팀 촬영 때 먼저 만났던 팀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나도 뮤직팡팡 MC를 보면서 잠깐씩 마주쳤던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했다.
특히 농구 출선 아이돌들 사이에서 작년에 픽하트 혜성 반 소속 연습생들끼리도 공유했던 끈끈한 애환이 느껴져 훈련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하게 했다.
“자, 아직 안 오신 분은 지각인 걸로 하고.”
정말 아직 안 온 사람이 있기는 있었군.
“안녕하세요. 올해 청팀 주장을 맡게 된 라비릭의 라이입니다!”
청팀 팀원들한테서 나온 박수와 환호가 라이에게 쏟아졌다.
“감사합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올해 아체대 처음 참가하시는 분들 자리에서 잠깐 일어나 주실래요?”
우리가 빠릿빠릿하게 일어나고, 반대편에 앉아 있던 걸그룹 한 팀도 조심스럽게 일어났다.
보아하니 청팀에서 제일 연차가 낮은 건 우리인 듯했다.
방금 일어난 걸그룹 베리블라썸은 2년 반 전에 데뷔했는데, 그동안 쭉 무명에 가까운 연예계 생활을 하다가 저번 활동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으며 처음으로 아이돌 체육대회에 출전할 기회를 얻은 것 같았다.
아이돌 체육대회는 웬만한 아이돌들은 나오는 걸 기피할 만큼 힘든 프로그램이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불리기도 힘들 만큼 소중한 기회이기도 했다.
“오르카, 그리고 베리블라썸이죠. 일단 두 그룹에 환영의 박수 먼저 보내줍시다!”
우리에게도 조금 전과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일단 전체적인 분위기가 좋은 것 같았다.
“그럼 각 팀 리더가 소개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오르카부터 할까요?”
“넵. 인사드리겠습니다!”
언제나 준비된 리더 강지우가 “On and on, ORCA!”하고 인사말을 쩌렁쩌렁 외쳤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패기 있다!”
“워어! 잘생겼다!”
곳곳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어서 그런지 능숙하게 방송용 리액션을 해주는 선배들을 향해 손으로 하트를 그려 보였더니 정도가 두 배가 된 리액션이 돌아왔다.
우리 뒤를 이어 약간 긴장한 눈치의 베리블라썸이 인사했다.
다만 이건 내 생각일 뿐일지도 모르지만, 앞선 경우와 비교해 환호성을 비롯한 호응이 약간 작다는 느낌을 받았다.
눈치를 살피니 나만 느낀 게 아닌지 그러한 차이에 베리블라썸 멤버들은 약간 위축된 것 같았다.
우리를 다시 앉게 한 라이가 자연스럽게 진행했다.
“다들 사전에 전달 드린 기본 안무는 잘 숙지해 오셨죠? 응원전 점수 큰 거 다들 아실 테니 열심히 해봅시다! 올해는 우승해야죠!”
“네!”
“대신 오늘 연습 잘하면 다음에 모이기로 했던 건 취소하고 대회 직전에 한 번만 더 모이는 걸로 하겠습니다!”
연습 면제라니. 의욕을 고취하는 라이의 말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나왔다.
컴백을 앞둔 입장에서는 제발 오늘 잘해서 한 번이라도 덜 모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다행히 연습 자체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안무를 조금 덜 숙지해 온 사람이 몇 있기는 했지만, 그 사람들은 동선을 뒤로 빼거나 따로 연습을 시키는 식으로 해결했고 그 밖의 팀원들끼리는 합이 척척 맞아들어갔다.
다소 곤란한 문제는 첫 번째 쉬는 시간에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