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5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52화
제작진의 말에 따르면 이세준을 대신할 MC를 새롭게 충원하거나 사건사고 많은 MC진 자체를 물갈이하지는 않을 거란다.
이번 대에 사건사고가 유독 많은 게 꺼림직하니 이참에 MC진을 전면 교체하자는 말이 뮤직팡팡 제작진 사이에서 아예 안 나온 건 아니었다.
다만 이세준의 음주운전이 보도된 이후 뮤직팡팡 시청자 게시판에 이세준만 하차시키고 우리는 그대로 유지하라는 글이 우수수 올라올 만큼 나와 견하람에 대한 시청자 선호도가 높았고(대부분 서로의 팬들이 올린 글이겠지만).
메인 PD가 나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었으며, 특히나 메인 작가가 케미 좋으니 나랑 견하람으로 계속 가자고 무척 강력히 주장했다는 모양이다.
그분이 나를 뮤직팡팡 MC석에 붙박아 두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하신 것 같아 고맙긴 한데 어떤 생각으로 나와 견하람을 고집하였는지 알 것 같아서.
이게 좀…… 그랬다.
어쨌거나 이 일을 빌미로 나와 견하람까지 싹 썰리지 않은 것은 무척 다행이었다.
“컴백인데 이런 일 있어서 어떡해.”
“하하, 그래도 컴백이니까 그만큼 더 잘해야죠.”
“그래. 하람이랑 합 잘 맞으니까 둘이서도 잘할 수 있을 거야. 파이팅해. 우리 감독님이 라온이 너무 좋아하고 그래서 오래 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게 될까 봐 걱정이 많으시더라.”
고로 이건 더 말 나오지 않게 행동거지 조심해 달라는 무언의 압박 어린 부탁이었다.
“네.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척 생긋 웃으며 답했다.
[MBS 이윤형이 당신 얼굴을 더 오래, 더 자주 볼 수만 있다면 아무튼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윤형 호감도 +4 현재 호감도 +53]얼굴 공격의 효과는 탁월했다.
그렇게 스태프가 돌아간 후 드라이 리허설을 다녀온 우리는 견성하의 주도로 대기실 여기저기 있는 포토존에서 셀카를 찍거나 오락실 농구 기계로 점수 내기를 했다.
“야, 너 셀카에 진정성을 가지라고, 좀. 저번에 가르쳐 줬는데 왜 또 원상 복귀야.”
“근데 아무리 잘 찍어도 원래 얼굴 반도 못 나오잖아. 어차피 못 나올 거 조금 못 나오나 많이 못 나오나…….”
“아오.”
셀카계의 1타강사 견성하에게 셀카가 가진 매력과 의의에 대한 구구절절한 강의를 들으며 점심을 먹고 난 뒤에는 견하람이 우리 대기실로 찾아왔다.
견하람이 나이는 어려도 우리보다 한참 먼저 연예계에 데뷔한 선배 되시는 분이라 찾아간다면 이쪽이 먼저여야 하는데.
여기 가족인 견성하가 있어서 그런지 본인은 그런 걸 별로 신경 쓰지 않는 기색이었다.
“네가 여기 왜 와?”
동생 얼굴 보자마자 뚱하게 시비를 거는 못난 오빠 견성하를 가볍게 무시한 견하람이 나와 멤버들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안녕하세요. 컴백 축하해.”
“고마워.”
내내 신경 거슬리게 하던 이세준이 사라져서 그런가 견하람은 알고 지낸 이후 기분이 최고로 좋아 보였다.
“그럼 이따 대본 맞춰볼 때 보자.”
“그래.”
물론 기분이 좋다고 해서 사적으로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까지 생기는 건 아니라, 견하람은 약간의 사무적인 인사치레 정도만 깔끔히 나눈 뒤 본인 대기실로 돌아갔다.
그러고 나서 보니 어쩐지 뜨거운 시선이 얼굴에 따갑게 닿는 게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방금 나간 견하람 씨의 둘째 오빠 되시는 분인 견성하가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엇다.
“왜?”
몸에 비해 작게 느껴지는 농구공 하나를 애착 인형처럼 끌어안은 채 나를 의혹의 눈초리로 보던 견성하가 이내 큰 결심을 한 사람처럼 입을 열었다.
“내가 진짜, 진짜, 진짜로 설마 해서 물어보는 건데…… 둘이 그렇고 그런 거 아니지?”
뭐라고?
“…….”
상상조차 안 해본 가정에 충격을 받아 아무런 말도 못 하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인 건지.
견성하가 나보다 더 경악한 표정으로 농구공을 내팽개친 채 내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어지럽다 미친놈아.
“왜, 왜 대답이 없어. 아니지?”
“……진짜 미쳤냐?”
비속어 필터링 페널티가 걸리는 것도 감수하고, 연기력 스탯이 상승할 정도로 온 얼굴 근육을 다 써서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부정하니 견성하가 그제야 안심한 얼굴로 나를 놓아주었다.
나는 대낮부터 헛소리를 지껄인 벌로 뮤직팡팡 제작진이 가져다 놓은 고래 모양 쿠션으로 견성하를 시원하게 두드려 주었다.
“라온아 먼지 난다.”
“저 자식이 한 망언 때문에 제 순정이 훼손됐어요!”
곽상현은 내가 한국어 사용에 서툴러 저런 말을 한 건지 가늠해보다가 이내 여러 가지를 포기한 얼굴로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
“그래……. 순결보단 순정이 낫지.”
곽상현이 지금 설마 나를 반요한이랑 비교한 건가 싶었지만, 일단은 견성하를 때리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견성하는 한순간이라도 그런 상상을 한 자기 자신이 굉장히 부끄러웠던지.
내가 쿠션으로 때리는 내내 거대한 몸을 암모나이트처럼 웅크리고 고개를 제대로 들지 못했다.
“어이구, 우리 성하 막내가 친동생이랑 사귈까 봐 걱정했어요?”
“어떡해애. 하람이는 오빠 무서워서 연애도 못 하겠다.”
쟤가 고개를 못 드는 건 맨날 맞는 말만 하던 견성하가 어쩌다 한 번 헛소리 했다고 옆에서 놀리느라 정신없는 저 인간들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견성하를 있는 힘껏 응징한 나는 쿠션 몇 번 휘둘렀다고 힘이 쭉 빠진 몸을 소파에 기대고 오늘치 대본을 제대로 확인했다.
저번에 견하람이 없었을 때 이세준과 단둘이 진행했던 경험에 따르면.
셋이서 하는 것보다 둘이서 하는 게 신경 쓸 게 두 배는 더 많고 힘들었다.
계속 놀리다가 대기실에서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그만하라는 견성하의 협박을 받고 입을 다문 강지우와 반요한이 슬금슬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내가 MC로서 뭔가 일하는 걸 처음 봐서 신기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대본은 프롬프터에 다 띄워주는데 그렇게까지 봐둘 필요 있어?”
“나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모니터링해 보니까 시선 처리 이상해져서 웬만하면 미리 눈에 익혀둬야겠더라.”
내 설명에 물어본 반요한과 듣고 있던 강지우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고생이 많다.”
“아냐. 그리고 형.”
“응?”
“형네 아버지한테 아까 형이 했던 얘기들 그대로 전해 드렸더니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 법인데, 어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자기 자리를 넘보냐며 꿈도 꾸지 말라 하시더라.”
“!”
이 인간이 그새 까먹었나 본데.
한국 한정 내 부모 자리는 엄연히 선객이 있단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진짜 강지우네 부모님을 내 부모로 여기는 것은 아니지만.
먼저 온 사람을 후발주자보다 존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엇다.
강지우도 저번 명절에 나보고 아들, 아들 하시던 자기 부모님을 그제야 떠올렸는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빠아악……!”
설마 자기 부모님한테 자리를 뺏길 줄이야, 하고 분해하며 바닥을 치고 후회하는 강지우였다.
그렇게 강지우 패밀리와 옆집 앵무새 한 마리는 없는 얘기가 되었다.
“근데 대기실 진짜 전보다 몇 배는 더 신경 써주신 것 같은데.”
“진짜. 이렇게 넓은 대기실 처음 써봐.”
“우리가 잘돼서 그런 게 아니라 전적으로 막내가 텐 투 텐이랑 뮤팡 MC 캐리한 덕분이다.”
빠르게 멘탈을 회복하고 자기는 한국이든 어디에서든 의형이 되어줄 것을 재선언한 강지우가 어김없이 내 얼굴에 금칠을 해 주었다.
“그래. 형들이 해낸 아예대 지분 14% 정도 빼고 나머지는 다 내 덕이다. 고마워해라.”
그 금칠 마다하지 않고 거들먹거리자 견성하와 반요한이 나를 재수 없다는 듯 보았지만, 반박은 하지 않았다.
카메라 리허설을 다녀온 뒤, 별생각 없이 둘러보던 SNS에서 나는 마시던 물을 분사할 정도로 이상한 걸 발견했다.
“푸웁!”
“아, 더러워.”
“왜 그래?”
“아무것도 아냐.”
물을 쓱쓱 닦고 다시 휴대폰을 들고 내가 본 게 진짜인지 확인했다.
– (사진) 어제지만 영웅 매니저님 봤다 애들 여기서 뭐 촬영했나?
┗ 매니저는 연옌 아니고 일반인인데 이렇게 사진 올려도 됨?
내가 본 게 맞았다.
어딜 보나 다른 사람이라고 착각하기 불가능한 비주얼의 이영민이었다.
이영민은 저번 계단에서 살신성인하며 나를 받아낸 계기로 ‘영웅 매니저’라는 웃기지도 않은 별명을 얻었는데, 특유의 음침한 분위기를 이겨내고 잘 뜯어보면 잘생긴 외모가 우리 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화제가 됐다.
‘외근 중이라더니 이영민 몸 가지고 뭐 하는 거야?’
그때, 양반은 못 되는지 이영민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
이영민 매니저라는 글자가 떠오른 휴대폰 화면을 보고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 자식 시스템창 두고 왜 이걸로 연락한 거지.
아니, 지금 전화를 건 이영민이 래리 in 이영민인지 아니면 그냥 이영민인지 그것도 아니면 제로 in 이영민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누가 건 것이든 평범한 대화를 할 것 같지는 않아서 나는 대기실 밖으로 나갔다.
“여보세요?”
– 핸드폰도 멀쩡하면서 왜 이제 받습니까?
신경을 긁는 첫마디를 통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 얘 래리 놈이네.
주위에 지나는 사람이 아예 없지 않았기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 영어로 대꾸했다.
외국인이 자기 나라 말 하는 거니 이상하게 여길 사람은 없겠지.
“[너야말로 멀쩡한 시스템 두고 왜 이영민 휴대폰으로 연락하냐?]”
– 외근 중이라고 써 놓고 갔는데 못 보셨습니까? 그동안 한 번도 저를 찾을 생각을 안 하셨다니 섭섭해서 당장 돌아가 고객님 스탯을 죄다 깎고 싶어지네요.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는데.
“[깎으면 죽는다.]”
– 하하.
“[너는 그 눈에 띄는 몸으로 뭘 하고 돌아다니길래 SNS에 목격담이나 뜨고 있어?]”
– 고객님 인생 장르가 어×져스 시리즈나 명탐정 ×난 극장판으로 바뀌지 않도록 무료 특급 출장 서비스 중입니다만.
“뭐?”
……라고 반문하는 순간, 전화 너머로 요란한 폭발음이 연거푸 들려오더니 한순간 통화 음질이 확 나빠졌다.
“…….”
지직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스피커를 귀에서 멀리한 나는 다짐했다.
저 사람도 아닌 새끼가 하는 일 궁금해하지도 말고 알려고 하지도 말자.
왠지 원인이 제로 새끼인 것 같지만 그게 나 때문이라고 생각하지도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