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51)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51화
컴백 후 우리의 첫 음악 방송은 바로 토요일에 방송하는 MBS 뮤직팡팡이었다.
목요일과 금요일의 왓 뮤직, 그리고 뮤직라운드는 아무래도 규모가 뮤직팡팡보다 한참 작은 케이블 음악 방송이라.
무턱대고 귀중한 컴백 무대를 줘 버리기에는 아깝다고 회사에서는 판단한 모양이었다.
거기에 뮤직팡팡은 내가 MC로 있으니 거기서 첫 컴백 무대를 하면 제작진 측에서 더 잘 챙겨줄 거라는 계산이었다.
과연 기대대로 뮤직팡팡은 저번 주부터 우리 컴백 예고를 평소보다 길게 내보내 주더니, 방송 당일인 오늘은 전에 없이 정성껏 우리를 환영했다.
“와…….”
“우와.”
“흐어. 이게 다 뭐야.”
우리 대기실 입구부터 과몰입 잔뜩 한 제작진들이 붙여 놓은 ‘최강 시드고 농구부 오르카 전국 제패’라고 적힌 요란한 플래카드가 떡하니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오락실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농구 게임 기계가 한쪽 벽에 본격적으로 설치돼 이목을 끌었다.
‘무슨 농구 리그 결승전이라도 온 줄 알았네.’
그보다 여기…… 뮤직팡팡에서 첫 번째인가 두 번째로 넓은 대기실이다.
최근 활동하는 그룹 중 우리와 연차가 눈에 띄게 차이 나면서 인지도도 겸비한 그룹이 마땅히 없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방송국 차원에서 저번보다 대우를 잘해주는 것은 분명했다.
그 외에도 널찍한 대기실은 마치 내가 처음으로 뮤직팡팡 MC가 됐을 때처럼 곳곳이 온갖 주접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아기자기한 스티커를 딱딱 붙여놓은 스포츠음료라든지, 귀여운 장식으로 오밀조밀 꾸며 놓아 셀카 찍기 딱 좋아 보이는 대형 거울 같은 것들이 눈에 띄었다.
나는 이미 첫 MC 스케줄을 하러 왔을 때 비슷한 걸 한 번 겪어보았으니 그렇군, 하고 쿨하게 넘겼는데 다른 멤버들은 이곳저곳 둘러보며 한동안 감탄했다.
특히 ‘Again’ 뮤직비디오의 몇 장면을 영화처럼 보정해 인쇄한 사진들 옆에 슬로건들을 걸어놓은 진귀한 광경을 발견했을 때는 나조차 할 말을 잃었다.
[믿음과 신뢰의 캡틴쥬] [센터 of 센터 댕성하] [태어나 줘서 고맙고 존재해 줘서 고맙고 회사 다니는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MBS의 아들! MBS의 조카! MBS의 미래! 무대천재 방송천재 연기천재 (중략) 원앤온리 고져스 뷰티풀 퍼펙트 에이스 데미안 라온 온] [지-니어스 사령탑 반요한] [점수 말고 인생을 맡기고 싶은 서문결]그 문구들이 심각하게 낯간지러워서 잠시 평정심을 되찾는 시간이 필요하기는 했지만.
뮤직비디오 속 우리 모습을 하나하나 잘라 사람 모양대로 오려놓기까지 한 모습이 그야말로 정성의 끝판왕이라 약간 감동적이었던 건 사실이었다.
같이 일하는 방송국 스태프들한테 갑질 안 당하고 대우받은 게 대체 얼마 만이냐?
조금 뒤 나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던 멤버들이 하나둘씩 감상을 내놓았다.
“근데 저기 중간에 이상하게 긴 게 하나 있는데. 왜 온라온만 저렇게 길어?”
“그러게요. 저걸로 막 기도문처럼 외워도 되겠는데요? 보면 거의 주문인데.”
“라온아, 태어나 줘서 고맙고 존재해 줘서 고…….”
“조용히 해, 반요한…….”
“제작진분들이 우리 막내를 저렇게 아껴주시는 걸 이렇게 보니 마음이 놓인다. 물론 나라면 앉은 자리에서 30줄은 거뜬히 채웠겠지. 그리고 누구 마음대로 우리 막내를 자기네 아들이고 조카라고 하는 건지 내가 힘이 없어서 참는다만…….”
강지우의 주접에 견성하가 질색했다.
“듣자 듣자 하니까 징그럽게…….”
아무리 그래도 강지우가 형인데 형 보고 징그럽다니.
저 자식 말이 좀 심한 거 아닌가.
“당신이 얘 부모님이라도 돼요?”
“그래. 사실 이제까지는 비밀이었지만, 우리 막내는 내가 마음으로 낳았다고 할 수 있지. 솔직히 나중에 라온이 같은 자식 낳는 게 내 소원이다.”
“우와, 징그러워…….”
나는 내가 형이니까 말해도 된다.
강지우가 상처받은 눈으로 나를 휙 돌아보았으나, 소름이 쫙 끼친 팔을 보여주자 일단은 조용해졌다.
맑은 인상의 강지우 씨가 워낙 진심 듬뿍 담긴 어조로 본인의 가족 계획을 알린 탓에, 보통 때는 강지우의 막내 편애를 애가 애를 챙기고 예뻐한다며 귀엽게 보던 주위 스태프들마저 그를 뜨뜻미지근한 시선으로 보았다.
그래도 본인은 떳떳해 보였으니 된 건가.
“…….”
될 리가.
“이 사람 진심으로 말하는 거 봐. 진짜 싫어. 봐요. 쟤도 싫어하잖아요.”
견성하가 다시금 질색팔색했다.
“그보다 성하야, 동생 걱정은 좋지만 그럴 때가 아니다. 네가 둘째거든.”
“…….”
“평소에 동생만 챙긴다고 서운해했을까 봐 이참에 말해 주자면 나는 우리 막내만큼이나 너를 아끼고 사랑한단다.”
“아, 진짜, 정말, 너무 싫어요.”
[저런 걸 내내 견디다니. 견성하가 당신의 비위를 존경합니다. 견성하 호감도 +0 현재 호감도 +52]그 정도냐?
둘째가 싫다는 건지 지우 형 자식이 싫다는 건지 물어봤는데 둘 다라는 확고한 대답이 돌아왔다.
“안타깝지만 성하야, 계약서에 도장 찍은 이상 약 6년 동안 너한테 거부권은 없어.”
“그 계약서가 그 계약서는 아니잖아요!”
그나저나 나보고 막내랬으니까.
그럼 첫째는 자동으로 서문결인데…….
눈치가 없어도 머리까지 나쁜 건 아니라, 맥락으로 본인의 위치를 너무 늦지 않게 파악한 서문결 역시 남의 호적 입적을 그다지 좋아하는 눈치는 아니었다.
“…….”
서문결이 입을 열었다.
“……나는 형을 아빠라고 부르고 싶지 않아.”
“푸하하학!”
그 부분이었냐고.
정상인 같은 지적이면서 묘하게 핀트가 나가 있는 답변에 대기실을 구경하던 우리 쪽 스태프들까지 단체로 웃음이 터졌다.
“결아… 이게 그런 뜻이 아니라.”
“싫어.”
스태프들 사이에서 다시 한번 웃음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단호하다.”
“여기서 지우가 뭐 더 말하면 진짜 나쁜 사람이다.”
“얘들아, 누가 번호 달라고 하면 저렇게 결이처럼 여지없이 거절하는 거다. 알겠지?”
“네에.”
친목의 장이었던 아이돌 체육대회 응원전 연습 이후 부쩍 우리 연애 문제에 관심이 높아진 곽상현이 우리에게 단단히 당부했다.
‘서문결 너마저!’라고 말하는 듯한 강지우의 눈빛을 외면한 서문결이 잊지 않았다는 것처럼 덧붙였다.
“그래도 동생들은 좋아.”
“나도 좋아.”
“나도요.”
이쯤에서 소외된 반요한을 불러볼까.
“그럼 반요한은?”
“쟤는…… 우리 집 식구 지나갈 때마다 시끄럽게 떠들어서 확 구워 먹고 싶어지는 옆집 앵무새.”
저런 식일 줄 알았다.
나와 마찬가지로 강지우가 좋은 말을 해줄 거라는 기대조차 없었는지 타격 없이 빙그레 웃은 반요한은 대답 대신 욕하는 앵무새 동영상을 위튜브에서 찾아내 강지우에게 들이밀었다.
귀에 곧장 때려 박히는 앵무새의 영어 욕이 앙칼지게 울려 퍼지는 대기실.
그 안에서 더욱 심화하려는 강지우와 반요한의 싸움을 막은 것은 똑똑, 하는 단정한 노크 소리였다.
“들어오세요!”
기겁한 곽상현이 소파 어딘가에 방치된 반요한의 휴대폰을 찾아 욕하는 앵무새 동영상을 다급히 끄자마자.
MC가 되며 자주 본 뮤직팡팡 스태프가 웃는 얼굴로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꾸벅 인사했으나…….
“안녕, 라온아. 밖에서 싸우는 소리 들리던데 누구 싸워요?”
대기실 방음 수준이 형편없었다.
“많이 시끄러웠어요……?”
“아니. 그냥 저기 뭐 아이돌 한… 다섯 팀쯤 모여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죄송합니다.”
일시에 허리를 숙인 우리의 사과에 스태프가 웃음을 터뜨렸다.
“괜찮아요. 대기실은 어때요?”
징그러울 정도로 주책맞은 장남은 어느샌가 사라지고, 웃어른들의 신뢰를 받아내는 리더 미소를 감쪽같이 장착한 강지우가 대표로 이야기했다.
“라온이가 뮤직팡팡 스케줄하고 오면 스태프분들이 자기 너무 잘 챙겨주신다고 맨날 얘기했는데… 다 이유가 있었네요. 뮤팡 너무 좋아요. 뮤팡 최고.”
그렇게까지 자랑한 적은 없지만 아무래도 우리 리더가 웃는 얼굴로 사회생활을 하고 있는 듯하니 그렇다고 하자.
“진짜 최고예요.”
“감사합니다!”
“하하, 그렇게 좋아하니까 새벽부터 열심히 꾸민 보람이 있네. 돈 안 내도 되니까 저기 음료수 마음대로 먹어요.”
스태프는 가벼운 농담과 함께 나한테 MC 대본을 건넸다.
“자, 오늘 대본.”
“감사합니다.”
종이를 습관처럼 팔락팔락 넘기며 내용을 훑던 나는 대본에 나와 견하람의 이름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렸다.
“오늘 그러면, 역시 저랑 하람이 둘이서만 하는 건가요?”
“응. 회의했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가기로 했어.”
지난번 나와 이세준, 이세준과 견하람 둘이서 MC를 보았던 것에 이어 오늘부터는 나와 견하람 둘이서만 MC 자리를 지킬 예정이었다.
게다가 앞선 두 경우는 일시적이었던 것인 반면, 이세준은 완전 하차였다.
그 이유는…….
– 셀렉션 이세준, 음주운전 적발… AJ “모든 활동 중단”
– 한영우→이세준… 끝나지 않는 연예인 음주운전 왜 그러나
– ‘음주운전’ 면허 취소 셀렉션 이세준 자필사과 “자숙하며 반성할 것”
술 처먹고 운전하다가 경찰에 적발돼서 면허 취소된 게 동네방네 소문났기 때문이다.
의혹이 소명될 가능성이 있던 나와 견하람 건과 달리.
이세준의 음주운전은 변명의 여지 없이 이세준 본인에게 명백한 책임이 있었다.
따라서 이세준의 소속사 AJ에서도 언론에 음주운전이 보도되자마자 이세준을 자숙 처분시켰고 그는 당장 오늘 뮤직팡팡에도 자연히 나오지 못하게 되었다.
‘정확히는 뮤직팡팡 제작진 측에서 안 좋은 소식 듣자마자 잘라버린 거겠지…….’
일단은 활동 중지 후 자숙 처분이지만, 평소 녀석의 불성실한 행실을 논하며 이 김에 아예 탈퇴시켜 버리라는 셀렉션 팬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소수의 팬만 그러는 게 아니라 날이면 날마다 SNS 실시간 트랜드에 탈퇴 총공 해시태그와 이세준 관련 키워드가 빼곡히 올라올 정도라 평소 행실이 얼마나 엉망이었는지 짐작이 됐다.
물론 그 와중에도 이세준 지키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녀석이 진짜로 연예계에서 퇴출당할 가능성도 없지 않아 보였다.
‘밉상 안 본다니까 속이 다 시원하네.’
아마 임기 중에 이렇게 사건이 많이 터진 음악 방송 MC는 우리가 최초일 것이다.
이렇게 이번 대 뮤직팡팡 MC진은 캐스팅된 지 반년 만에 견하람의 학교 폭력 루머, 나의 낙상 사고, 그리고 이세준의 음주운전이라는 화려하고 인상적인 대기록을 남기게 되었다.
하, 이런 걸로 기록을 세우고 싶지는 않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