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5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53화
귀가 다 아픈 잡음은 이왕 나온 김에 새벽부터 같이 일하러 나온 우리쪽 스태프와 대기실 꾸미느라 고생했을 뮤직팡팡 제작진 줄 커피나 사 갈까, 하고 방송국에 있는 카페까지 걸음이 닿았을 때야 완전히 사라졌다.
지직거리는 소음이 멎은 이후로도 무언가를 밟아 터뜨리는 듯한 소리, 점성 있는 액체가 튀기는 소리, 무게가 꽤 나가는 것을 아무렇게나 내던지는 듯한 소리 등 온갖 괴이한 소리가 들려와 아무것도 못 들은 척 끊어 버릴까 말까 한동안 고민해야 했다.
아무튼 잔인해서 청소년 이용 불가 판정받을 만한 공포 영화에서 자주 쓰이는 효과음이란 효과음은 싹 다 모아놓은 것 같았다.
다행히 나는 지금 평화로운 음악이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카페에서 주문하는 줄이 줄어들기를 기다리며, 과연 나 혼자 커피를 들고 갈 수 있을지를 한가하게 고민하는 중이었기에 썩 무섭지는 않았다.
– 하…….
무엇보다도.
마침내 모든 소리가 완전히 잦아든 이후로 들려온 저 긴 한숨으로부터 블랙 기업 다니는 직장인의 애환이 절절히 느껴져서 섬뜩함을 느낄 틈도 없었다…….
하마터면 잠은 잘 자고 다니는 거냐고 쓸데없는 걱정의 말까지 건넬 뻔했다.
그런 내 아량을 어딘지 모르는 곳에서 느낀 건지 래리 놈이 남의 시간 귀한 줄도 모르고 헛소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 고객님. 사내 설문에서 죽고 나서 알고 지내면 언젠가 도움이 되는 관리자 819위로 뽑힌 저와의 관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켜 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없어.]”
그나저나 이 새끼 진심으로 819위가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숫자라고 생각하냐?
살면서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고 죽고 나서 도움이 된다는 것도 어이없어.
– 잘 생각해 보세요. 아무렴 사무적이고 삭막한 회색빛 거래 관계보다는 이왕이면!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장밋빛 미래를 향해 나아갈 직장 동료가 훨씬 낫지 않겠습니까.
“[내가 왜 너 같은 거랑 생사를 함께하냐?]”
그러자 녀석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 꽁꽁 싸매놓은 보따리를 여는 장사꾼처럼 답했다.
– 특약 하나! 괄호 열고 유사 괄호 닫고 불로장생 서비스!
진시황이랑 볼드모트가 그놈의 불로장생 타령하면서 헛짓하다가 장수왕보다 일찍 골로 간 건 내가 또 잘 안다.
내 침묵에서 탐탁잖음을 읽어낸 래리 놈은 재빨리 두 번째 조건을 들이밀었다.
– 특약 둘! 지금 입사하신다면 이 한 몸 희생해 특별 서비스로 이 칙칙하고 찌든 육체 따위 당장 고객님 외모 취향에 최대한 맞춰서 갈아 끼우고, 꿈의 이상형과 원활히 감정적으로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이건… 어디서부터 지적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부터 ‘지원하시겠습니다’까지 다 못 들은 걸로 하자.
래리 새끼는 연애에 관심 없다는 내 떫은 말 무시하며 세상에 존재하는 온갖 외모와 성격 유형을 한참 동안 미친놈처럼 늘어놓았다.
‘이걸 내가 왜 들어주고 있지.’
그러다가 기가 찬 내가 나중에 가서는 녀석의 말을 죄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카운터에서 커피나 주문했다.
[무슨 말인지는 못 알아듣겠지만 이러다 반하겠다. 영포자 카페 아르바이트생 ???이 이왕이면 주문도 영어로 해주기를 바랍니다. ??? 호감도 +3 현재 호감도 +26]참고해서 다음 주문 때 반영하겠습니다.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 있느라 내가 자기 얘기를 안 듣고 있다는 것을 드디어 깨달은 래리가 물었다.
– ……설마 이 타이밍에도 본인 얼굴이 제일 취향이라는 그런 억지스럽고 한없이 무리에 가까운 말씀은 안 하시겠죠?
“[맞는데.]”
굳이 집어 말하자면, 이왕 볼 수 있다면 나만큼 잘생긴 다른 사람 얼굴이 보고 싶었다.
여자든 남자든, 사람이든 사람이 아니든, 나만큼 잘생긴 얼굴은 대체 어떻게 생겼을지 궁금했다.
잘 찾아보면 세상에 한 명쯤은 더 있지 않을까?
아닌가. 요즘 세상에 있으면 진작에 소문났으려나.
‘아무래도 없는 듯.’
그러나 래리 놈은 오늘따라 끈질겼다.
– 인류 역사 100년을 뒤져 봐도 고객님만 한 미인은 없겠지마는 그래도 노력하겠습니다!
백 년이 아니고 천 년을 뒤져 봐도 나만 한 미인은 없을 텐데…….
쓸데없는 생각 말고 귀신과 사람을 함께 쫓아낼 것 같은 그 흉흉한 외모 그대로 우리 매니저나 다시 해 줬으면 좋겠다.
– 그러지 마시고 저와 계약해서 제 전용 힐러가 되어주세요!
내 결론을 말하자면, 이 자식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돌아 버린 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 특약 셋! 업계 최고 대우 보장! 귀족 힐러 대우해 드립니다! 여타 시시한 익스트림 스포츠와는 비교도 안 되는 활동적이고 짜릿한 신체 활동을 통해 본업으로 쌓인 스트레스 완벽 해소 가능! 이는 사후에도 제대로 한 자리 차지할 절호의 기회로…….
들으면 들을수록 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악마한테 영혼을 팔라는 싸구려 선전처럼 느껴져 역시 이 자식과는 깊이 엮이지 않는 게 좋겠다고 다짐하며 한창 영업하던 녀석의 말을 끊어 버렸다.
“[설마 그런 헛소리나 하려고 전화했냐?]”
– …아.
이번에도 상황 파악 못 하고 헛소리하면 불쌍하다고 봐주는 거 없이 진짜 끊어버려야지.
– 요새 무슨 일 없습니까?
용건을 말하는 게 지나치게 늦었다.
“[있어.]”
– 예?
주위 사람 눈치 한번 살피느라 내가 말이 없는 걸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 왜 갑자기 말이 없어요?
래리 놈이 조금 전보다는 한결 심각해진 목소리로 재차 물었다.
– 정말 무슨 일 있습니까?
“[네가 없으니까 사생들이 다시 극성맞아졌어.]”
– …….
밤길에 마주치면 안 될 것 같은 사람 1위인 이영민이 매니저로 있을 때는 녀석이 말없이 스윽 쳐다보면 천적이라도 마주친 것처럼 사생들이 싹 사라졌는데.
지금은 법 무서운 줄 모르고 오히려 우리 대표님의 지연으로 발탁된 소중한 매니저인 곽상현을 때리려고까지 하니.
말세다, 말세.
– 대단히 무탈하신가 봅니다.
“[근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
– 사실 제가 그놈을 놓쳤거든요
“[……뭐라고?]”
이거 지금 자기가 제로를 쫓고 있었는데 놓쳤다는 말 맞지?
– 이계 생물까지 끌어들이며 저를 마음먹고 따돌린 걸 봐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모양입니다.
저 녀석이 조금 전까지 신명 나게 태우고 터뜨리던 것의 정체가 바로 이계 생물인 것 같았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 개새끼가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
– 고객님이 지금 굉장히 무례한 생각을 하신 것 같은데.
“[맞아.]”
– 하하, 농담도.
“[하하, 농담 아닌데.]”
– ……어쨌거나, 그래봤자 구속이 안 풀려 할 수 있는 것도 마땅히 없을 겁니다.
“[확실해?]”
– 네. 좌우지간 여기 일도 어느 정도 해결했고, 이 거추장스러운 육체만 반환하고 곧 돌아갈 테니 당분간 잘 살아 계세요. 힐러 취업 생각 있으시면 연락 꼭 주시고요. 그럼 저는 바빠서 이만.
미친 새끼 아니야 이거.
* * *
전화가 일방적으로 끊긴 후, 하도 어이가 없어서 우두커니 서 있다가 마침 나온 커피를 받아 대기실로 돌아왔다.
들고 온 커피를 스태프들에게 하나씩 돌리니 여기저기서 호감도가 무럭무럭 올랐다.
왠지 음식으로 호감 사는 그렇고 그런 사람이 된 것 같았다.
“너 전화하느라 나갔다 온 거지. 누구랑 전화를 그렇게 해?”
“요새 진짜 수상해. 라온이 너 진짜 연애하는 거 아니지?”
“아, 안 한다니까요. 상현이 형 계속 그렇게 이상한 의심 하면 저 진짜 해 버려요? 저 그럴 능력 있는 사람이에요!”
“내가 잘못했다.”
나는 내 입에 말린 파인애플 한 조각 넣어주는 곽상현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그래서 무슨 전화였는데?”
“에이. 나도 사생활이라는 게 있는데…….”
“며칠 전에 통화하는 결이한테 누구냐고 여자냐고 따지던 건 건 대한민국 온라온 아니고 미국 사는 데미안 씨냐?”
“아니, 그건… 여자 목소리가 들리는데 결이 형이 웃고 있으니까. 당연히 궁금해지잖아.”
“그래서 그 여자 누구였는데?”
“정하늘 작곡가님이었지.”
“아…….”
“근데 그게 웃는 얼굴이었어?”
“그래서 너 누구랑 전화했냐고.”
“산만하다, 산만해.”
누군가의 말대로 산만한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돈된 뒤, 나는 적당히 해명했다.
“스팸이고 굳이 말하자면 그중에서도 재취업 권유 전화였는데.”
“뭐? 다른 회사에서 너 보고 우리 버리고 오래?!”
“이 형은 생각이 왜 그렇게 극단적이야? 그냥 진짜 말 그대로 재취업… 이직, 뭐 그런 권유였고 안 한다고 했어.”
“아니, 월급이 따박따박…은 안 나오지만, 아무튼 멀쩡한 직장이 있는데 네가 왜 그런 거에 관심을 가져 줘?”
“그러니까 뭘 그런 걸 다 들어줘.”
“사정이 너무 딱해 보여서 나라도 들어줘야겠다 했지.”
“어차피 오케이 안 할 거면 괜히 끌지 말고 끊어. 그게 서로서로 좋은 거야.”
“맞아. 애가 성격은 야무진데 너무 착해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MC 리허설을 하러 갈 시간이 되었다.
“형 일하러 간다.”
“저거 왠지 우리 보고 형이라고 한 게 아니라 본인을 형이라고 지칭한 것 같은데.”
“응 그거 맞는데.”
“에어리 여러분, 저희가 이렇게 위아래가 없습니다.”
반요한이 나중에 오르카 위튜브 채널에 올라갈 ‘Again’ 활동 비하인드 영상을 촬영하는 카메라를 향해 고자질하는 것을 본 나는 곧바로 해명했다.
“아니 왜 에어리들한테 이상한 말 해? 나는 그냥 미국에서 bro, 이러는 걸 한국식으로 형이라고 바꾼 거지.”
“와…….”
“쟤 진짜 잔머리 장난 아니야.”
“여러분, 저 아이는 자기 편할 때만 본인 국적을 미국이라 합니다.”
“어쩌겠어요. 제가 미국 땅에서 태어난 것을…….”
너넨 군대 가고 나는 안 간다.
하하하하. 시원스레 웃으니 내가 생략한 말을 녀석들도 어렵지 않게 짐작한 듯 나를 분한 듯이 노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