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5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54화
MC 부스 안에서 견하람과 리허설을 해 본 결과 오히려 이세준이 없을 때보다 진행 자체는 부드럽게 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나 견하람은 어느 정도 대본 내용을 미리 숙지해서 오는 편이었던 반면.
이세준은 본방에서 대본을 띄워주는 프롬프터를 애용하는 편이었기 때문에 멘트를 하다가도 흐름이 뚝뚝 끊어진다고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부자연스러운 단절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서 훨씬 편안했다.
“오케이. 잘하네.”
“감사합니다!”
나만 괜찮다고 느낀 건 아닌지, 이세준의 음주운전 사건으로 보통 때보다 조금 더 예민해져 있던 메인 PD에게도 무사히 잘한다는 칭찬을 받았다.
스태프들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아무래도 우리가 이세준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의기소침하지는 않았을까 걱정했다는 느낌이었다.
다행히 이세준이 사라진 건 오히려 실보다 득이 많은 일이었고, 나나 견하람이나 이런 걸로 기죽고 눈치 볼 성격은 아니라 별문제는 안 되었다.
오르카를 대상으로 하는 컴백 인터뷰 리허설 역시 일단은 무난히 지나갔다.
아, 본인의 헛소리가 다시 떠오르는지 나와 견하람을 보는 내내 표정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견성하를 제외하고.
쟤 본방 때도 저러면 안 되는데.
나중에 따로 말해 놔야겠다.
“네. 오르카 됐습니다.”
“감사합니다!”
MC 스튜디오를 떠나며 나 없는 사이 ‘Again’ 의상으로 갈아입은 강지우가 기분 좋게 말했다.
“이렇게 우리 막내 일하는 거 옆에서 보니까 너무 멋있고 좋다.”
“우리 대기실에서 보고 있을게. 남은 거 잘하고 와.”
그나저나 쟤네가 서로를 곤란하게 만들 기회를 저렇게 흘려보낼 만큼 얌전한 녀석들이 아니라는 걸 내가 분명히 아는데.
이러다가 본방송 때 뒤통수치는 게 아닐까 심히 걱정스럽다.
어쨌든 MC 리허설을 잘 마치고는 사전 녹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내가 생방송 때 견하람과 함께 진행을 맡아야 했기 때문에 타이틀곡인 어게인 무대와 커플링곡 무대 모두를 생방송 무대 없이 사전 녹화로 처리해야 했는데.
도대체 스케줄을 어떤 식으로 짠 건지.
수록곡 무대는 일찍이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녹화했던 반면, 어게인 무대는 생방송을 시작하기 1시간쯤 전이 되어서야 녹화에 들어갈 수 있었다.
두 녹화 사이 시간 간격이 길어도 너무 길었다.
나나 멤버들이야 방송국 안에 널찍한 대기실이라도 있으니 그나마 괜찮지만.
스튜디오에 들어와 있는 팬들 얼굴이 아침에 봤을 때보다 훨씬 낡고 지쳐 보여 괜히 내가 다 미안해졌다.
“여러분, 많이 힘들죠.”
아니야, 괜찮아, 하고 애써 좋게 말하는 팬들 목소리 사이로 누군가 독보적으로 우렁차게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희 얼굴이 피로회복제다!!”
대충 “힘들기는 하지만 우리는 너희 얼굴만 봐도 피곤이 다 풀린다.”라는 집안 가장 같은 말을 짧고 굵게 표현한 말 같았다.
여기저기서 동의하듯 웃는 소리가 났다.
팬 매니저의 개인 멘트 자제해 달라는 제스처에 에어리들 모여있는 곳이 확 조용해지기는 했지만, 저 정도라면 서로 유쾌해지는 선이니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저희 컴백 준비하느라 살이 좀 빠졌어요.”
“아아아…….”
반요한의 말에 에어리들이 안타까워하는 목소리가 울렸다.
특히 건강 관련해서는 내가 제일 걱정 받는 편이라 나는 얼른 설명했다.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진짜 잘 먹었어요.”
“맞아요. 지우 형이 자기는 굶어도 얘 밥은 먹였어요.”
“제가 사실 지우 형 요리하면서 주걱에 붙은 그 조그만 찌끄레기들 떼먹는 걸 어쩌다가 봤는데 되게 짠하더라고요…….”
두 번째 컴백이라고 에어리들 보는 것도 익숙해져 녹화하는 사이사이 시간이 날 때마다 대화가 끊기는 일은 없었다.
그리고 저번 쇼케이스 때, 오늘 1차 사녹 때 이어 3번째로 보는 거지만.
우리 응원봉이 진짜, 정말, 너무 예뻤다.
반짝이는 응원봉들을 보고 있자니 데뷔 전에 꾼, 사막에서 커다란 고래랑 놀았던 놀라운 꿈 기억도 새삼 났다.
“에어리! 응원봉 어때요? 마음에 들어요?”
“네!”
“예뻐요!”
물론 쇼케이스 때도 응원봉 어떠냐고, 예쁘냐고 한 세 번은 물어본 것 같지만.
여기에 쇼케이스에 못 왔던 에어리가 있을 수도 있잖아?
“이거 누가 디자인했어요?”
“온라온!”
“라온이!”
그러다 보니 응원봉 이름으로까지 얘기가 흘러갔다.
“응원봉 이름이요?”
그냥 오르카 응원봉이라고만 생각했지 따로 이름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보통 ‘응원봉’의 ‘봉’을 따서 무슨무슨봉, 같은 식으로 응원봉 이름을 짓는다는 모양이었다.
“라온이가 디자인했으니까 라온봉 하자.”
“지우 형, 얘가 의도가 뭐든 사람 이름 막 붙이지 말아줬으면 좋겠다고 전해달래요.”
“이잉.”
“…….”
“에어리들은 좋아했어, 에어리들은!”
“그래…….”
“그럼 수족관처럼 꾸미니까 수족관봉 어때?”
“수족관봉 너무 길다. 횟집봉.”
웬만하면 웃어 주는 에어리들의 반응이 지극히 싸늘한 걸로 봐서 반가을 대표 버금가는 작명 솜씨의 ‘횟집봉’은 절대 선택하면 안 되는 이름들 같았다.
애초에 고래봉이라는 떠올리기 쉬운 멀쩡한 이름이 있는데 왜 아무도 그걸 안 말하는 거지.
“야, 횟집봉 누구냐.”
“자수해라.”
에어리들이 응원봉으로 반요한을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을 받게 된 반요한이 찡찡댔다.
“아, 에어리이 그거 우리끼리 비밀이었는데. 배신이에요.”
“……요한이 형, 온라온이 에어리들한테 이상한 끼 부리지 말라고 전해달래요.”
“끼 부리다니. 애교지, 애교. 그리고 그건 당연히 농담이었거든.”
“……진심이었으면서 농담이었던 척하지 말라고 온라온이 또 전해달래요.”
“근데 성하 넌 왜 아까부터 라온이 말 대신 전해주고 있냐?”
“…….”
“아까 나랑 소원권 걸고 한 농구 게임 내기해서 졌거든. 나 200점 넘었는데 얘는 보너스 스테이지도 못 갔어요.”
“두 번째 판에는 갔어!”
“그래도 나한테 졌잖아.”
에어리들 앞에서 창피하게 뭐 하는 거냐며 견성하가 내 입을 막으려 했고, 날쌔게 도망치던 나는 체력 부족으로 결국 잡혀서 질질 끌려가야 했다.
민첩 스텟만 죽어라고 찍은 자의 최후였다.
* * *
토요일 오후.
광고가 끝나고 마침내 에어리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뮤직팡팡 생방송이 시작되었다.
뮤직팡팡 로고와 쿵짝거리는 배경음악이 지나간 뒤에 온라온과 견하람의 모습이 화면에 잡혔다.
[토요일엔 음악이?] [팡팡!] [즐거움도~] [팡팡!] [생방송 MBS 뮤직 팡팡!] [안녕하세요. 뮤직팡팡 MC 하람.] [라온입니다.]생방송을 보던 시청자들은 두 사람의 팬이든 팬이 아니든, 검정색 스트라이프 무늬가 가늘게 들어간 흰색 야구복을 딱 맞는 핏으로 입은 온라온과 넉넉한 사이즈의 남색 농구복을 입은 견하람의 모습을 보자마자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뮤직팡팡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와… 뮤팡이 내 돌 코디보다 백 배 낫다.’
‘망붕 렌즈 빼고 봐도 잘 어울린다.’
[올해 초 동계 올림픽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2018 부산 아시안 게임 개최가 성큼, 다가왔어요. 라온 씨는 혹시 운동 좋아하세요?] [운동이요? 저 좋아하죠~] [와, 정말요? 어떤 운동 제일 좋아하세요?]턱에 손을 가져다 댄 채 “으음.”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던 온라온이 헤헤 웃으며 답했다.
[저는… 숨쉬기 운동?] [라온 씨…….] [농담이구요~]두 사람이 까르르 웃으며 진행하는 동안 커뮤니티에는 실시간으로 뮤직팡팡에 대한 글들이 올라왔다.
– 온라온이랑 견하람 엠씨 새삼 잘본다
– 뮤팡 엠씨 셋이 할 때보다 더 깔끔해진 느낌
– 오늘 뮤팡 관전포인트
1. 라온이 엠씨
2. 어게인 컴백무대
3. 커플링곡 내일로 무대
4. 음방에서 마주친 댕남매
– [뮤팡] 토요일만 공적으로 사귀어줬으면 하는 10대 연예인 두명
– 온라온 나중에 연기하겠지?
아니 연기 생각 없으면 말이 안됨
본인이 생각 없다고 해도 문화유산 영상 기록을 위해 소속사가 무조건 시켜야 할 수준
얼굴 말해뭐해고 발음 외국인티 1도 안나고 뮤비 보면 연기도 평타는 치는 것 같으니까 무조건 연기해줬으면 좋겠고 거기서 견하람이랑 엮여줬으면 좋겠다
┗ 아 ㄴㄷ 진짜 다 걸고 망붕러 뮤팡작가 아닌데..
지금은 멘트하면서도 서로 비즈니스로 선 긋는거 눈에 보이는데 그래도 솔직히 비주얼만 봐도 설레잔아 ㅠㅠㅠ
지금도 이정돈데 제대로 연기하면 얼마나 설레겠냐거 ㅠㅠㅠㅠㅠㅠ
┗ 아 나도나도ㅠ 거기에 작중에서 하람 연상 라온 연하면 거기에 뼈묻을 자신 있음
이런 플로우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에어리들은 올라오는 몇몇 글을 보며 속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괜히 트집 잡힐까 봐 남들 다 있는 곳에서는 최대한 짜증을 참고 반응하지 않으며 자기들끼리 모인 곳에서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다.
– 음방 엠씨 컴백하면 잘 챙겨주니까 좋긴한데 하 짜증난다ㅠㅠㅠ
– 하는게 무조건 이득이니까 하지 말라고 할 수 없고
– 망붕어그로들 제발 속으로만 생각하라고ㅠㅠㅠㅠㅠ
– 하 엠씨 둘이서만 계속한다고 했을때 반응 이럴 것 같긴 했는데^^..
– 애들이 예뻐서 참는다
그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가, 오르카가 컴백 인터뷰를 할 차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