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5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55화
오르카를 불러내기 전에, 먼저 온라온과 견하람이 가볍게 멘트를 주고받았다.
“그거 아세요 하람 씨? 예전에는 무언가를 사랑하는 모임 같은 게 유행이었대요.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은 강사모. 온라온을 사랑하는 모임은 온사모, 이렇게요.”
“알죠, 알죠. 사실 저도 그런 모임 회원이거든요.”
“진짜요? 무슨 모임이요?”
“견사모라고…. 혹시 들어본 적 있으세요?”
“어! 저도 어떤 모임인지 알 것 같아요.”
“그럼 어떤 모임인지 우리 같이 말해볼까요?”
“견성하를~”
카메라가 견성하를 슬쩍 비추었다.
“사절하는~”
“모임! ……이 아니라, 하람 씨! 그게 아니잖아요!”
“아, 그래요? 그럼 다시 한번 가볼까요!”
“좋아요!”
두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발랄하게 어게인을 외친 뒤, 이번에는 견하람부터 유쾌하게 멘트를 시작했다.
“견성하를~”
“사냥하는~”
“모임!”
“야아!”
누구는 너 사절 안 하는 줄 아냐며 토라져서 꿍얼거리는 견성하를 제외한 멤버들이 모두 웃음이 터져 고개를 숙이거나 뒤돈 채 끅끅거렸다.
“뒤에, 뒤에 누가 이렇게 소리를 지르는지 나 원.”
“그러게요. 누가 왔나?”
“아무튼 안 되겠어요. 한 번 더 도전하려면 아무래도 저희와 함께 어게인을 외쳐줄 분들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어휴, 저희 오빠가 끼면 한 번에 되는 일이 없다니까요.”
“아하하, 저희가 사절하고 사냥하고 사랑하는 견성하 씨가 있는 그룹이죠.”
“4달 만에 초고속으로 컴백한 오르카, 환영합니다!”
견하람의 소개에 카메라가 언뜻 보기에도 잔뜩 신이 난 게 느껴지는 오르카를 비추었다.
견하람과 함께 서 있던 온라온이 자기들 쪽으로 조금 더 붙어 선 것을 확인한 리더 강지우가 구호를 선창했다.
“On and on ORCA!”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와아아아!”
“Again! Again!”
흥에 겨운 멤버들이 들뜬 소리를 내자 현장에 있던 팬들도 똑같이 ‘Again’을 연호하며 환성을 터뜨렸다.
“자, 우리 멤버들 진정을 좀… 해 주시고요.”
그림처럼 웃는 얼굴을 한 온라온이 눈으로 말 안 듣는 멤버들을 욕했다.
‘내가 이런 거 하지 말라고 했지!’
찔끔한 강지우가 변명했다.
“이런 자리에서 우리 라온 씨를 보니까 너무 반가워서…….”
잠시 뒤 겨우 어게인 연호가 잦아들고.
견하람이 진행을 이어갔다.
“그러면 이번 신곡 Again, 과연 어떤 곡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네. Again은 제목 그대로 잘 안 돼도 다시 한번 힘을 내보자, 하는 힘차고 활기차고 희망찬 메시지를 담은 댄스 팝 장르의 곡입니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결 씨 목소리가 별로 안 희망찬 것 같은데 여기서 살짝만 더 희망차게, 웃으면서 다시 한번 부탁드릴게요.”
곡 소개를 맡은 서문결이 그러지 말라는 듯 온라온을 지그시 바라보았지만.
서문결이 방금 어게인 연호에 동조했던 것을 틀림없이 본 온라온은 봐주는 것 없이 시간 없다며 그를 재촉했다.
“네…. Again은 어려운 일이 있어도 다시 한번 힘을 내보자!”
희망차게 말하는 게 뭔지 잘 모르겠으니 일단 목소리 크기라도 키워보자, 하고 목소리 볼륨을 약간 높인 서문결의 삑사리에 멤버들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사람들이 즐거워했다.
원래 안 그럴 것 같은 사람이 그러면 더 재미있는 법이다.
– 앜ㅋㅋㅋㅋㅋㅋㅋㅋ
– 결이 삑사리낸거 귀여우ㅠㅠㅠㅠ
– 아 어떡해 말끝에 느낌표만 붙이면 다냐구ㅜㅜ
“……하는 힘차고! 활기차고! 희망찬! 메시지를 담은 댄스 팝 장르의 곡입니다.”
“네. 좋습니다! 어우, 희망차네요 희망차.”
뒤이어 강지우가 포인트 안무를 소개하고, 견성하가 앞으로 나와 Again의 포인트 안무를 직접 춰 보였다.
그러는 동안 견하람은 차마 친오빠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아무리 잘 봐주려 해도 집에서 엄마한테 등짝이나 맞고 있던 인간이 쓸데없이 멋진 척 혹은 잘생긴 척하는 것 이외의 모습으로는 안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신곡 포인트 안무까지 다 보고 난 뒤 온라온이 멘트를 이어갔다.
“그런데 요즘 두 분이 서로 얼굴도 안 보고 지낸다는 논란이 있더라고요. 방금 모습을 보니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기도 한데 혹시 두 분 해명 의사 있으신가요?”
“싸운 게 아니라 그건 제가 여기 계신 분들이랑 숙소 생활을 해서 집에 못 가니까 어쩔 수 없는…….”
타당하게 들리는 견성하의 말을 온라온이 네, 네 하고 얄밉게 끊었다.
“어쨌든 얼굴도 안 보고 사시는 건 맞잖아요? 그쵸?”
“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제가! 이 참에 두 분의 사랑의 연결고리가 되어 보려고 해요. 요한 씨!”
“네에?”
“요한 씨 생각에는 제가 사랑의 연결고리로서 이 두 분을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요?”
“제 생각에는…… 두 분이 서로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본다면, 훨씬 가까워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이돌 예능 대전에서 반요한이 누나 역을 맡은 체리스틴 비나와 피도 눈물도 없는 설전을 벌이던 모습을 잊지 않은 견성하는 할 말이 대단히 많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은 대본에 나와 있는 것이었다.
리허설 때는 적당히 뭉뜽그려 넘겼던 것을 이렇게 본방에서 마주치니 그 충격이 예사롭지 않았다.
“사랑스러운 모습이라면, 역시 애교겠죠?”
“그렇죠.”
“갑자기 애교를 시키면 어려울 수 있으니까, 저희가 한 번 시범을 보여드릴게요.”
“라온 씨, 라온 씨는 MBTI가 뭐예요?”
“저는……. C-U-T-E.”
알파벳 하나를 말할 때마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뻔뻔하게 꽃받침, 한 손으로 볼 찌르기 등 애교스러운 포즈를 하나씩 취하던 온라온은.
“CUTE?”
마지막으로 완성된 단어를 세련되게 발음하며 돌판에서는 그의 전매특허나 다름없는 깨물 하트를 해 보이면서 짧고 알찬 애교를 확실히 마무리 지었다.
“꺄아악!”
현장 에어리들의 함성이 온라온의 애교에 점수를 매긴다면 만점일 것을 보장해 주었다.
본인들이 저것을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을 직감한 견성하와 견하람만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그럼 요한 씨 MBTI는요?”
반요한 역시 “I-D-O-L, IDOL.”이라며 온라온이 했던 것과 같이 아이돌스러운 포즈를 취해 보였다.
평소에는 웬수처럼 지겹게 싸워대던 반요한과 온라온은 이럴 때는 쿵짝이 대단히 잘 맞아 이런 일에는 젬병인 견 씨 남매의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언제 이런 걸 다…….”
“리허설 땐 이런 거 없었잖아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애교보는 댕남매 표정 존똑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응응 울라온이 MBTI 큐트고 아이돌이지
“어쨌든 해봅시다.”
“찬물도 위아래가 있다잖아요. 성하 씨 먼저.”
“매도 먼저 맞는 게 좋다는데, 하람 씨 먼저 하세요.”
결국 진행을 맡은 MC로서 이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생각에 견하람이 먼저 애교를 선보이고, 그 모습을 똥 먹은 표정으로 보던 견성하가 뒤이어 아이돌 포즈를 취했다.
– 아 진짜 애들 너무 귀엽다ㅋㅋㅋㅋㅋ
– 성하마음 너무 공감됨 진짜 혈육의 비즈니스만 봐도 충격 장난 아닌데 심지어 비즈니스 상대가 같은 멤버야
– 얘들아 이거 뮤팡이얔ㅋㅋㅋㅋㅋ
– 프로그램 장르를 바꿔버리는 게 취미인 그룹=오르카
해당 인터뷰 클립은 최근 핫했던 남매로 뽕을 뽑아보자는 뮤직팡팡 제작진의 의도대로 위튜브에서 7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한동안 견 씨 남매의 꿈자리를 뒤숭숭하게 했다.
* * *
인터뷰를 마치고 음악방송 중후반부에 나온 오르카의 무대는 끝내주는 라이브, 예쁜 무대 세트, 잘 빠진 의상 3박자가 훌륭하게 맞물려 아이돌 팬들의 머리에 ‘Again’이라는 곡을 단단히 각인시켰다.
특히 3절 끝무렵에 있는 ‘그리고 외쳐, Again!’이라는 후렴구를 “이제부터 외쳐, Again!”으로 바꾸어 부른 것이 좋은 평을 받았다.
– 라이브 인증 제대로 하죠~~
– 크아아 오르카 뽕찬다
– 어게인이 머릿속에서 안 나가요 무슨 말을 해도 끝은 그리고 외쳐 어게인
성공적으로 컴백 무대를 끝낸 오르카는 뮤직팡팡 퇴근 후 곧바로 보이는 라디오 스케줄을 하러 갔다.
라디오 스케줄도 이제 익숙해져서 떠는 것 없이 제법 잘 소화해내는 와중에, 자칫 스쳐 지나갈 수도 있는 채팅 하나가 온라온의 눈에 띄었다.
– HAZE
바로 채팅 앞부분에 적혀 있는 ‘하제’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네가 날 찾을 줄 알고 기다렸는데 찾지 못해서 슬프다. 이걸 본다면 운명으로 알고 만나러 와라……?’
한두 문장 더 있던 것 같지만 너무 빠르게 다른 채팅들에 묻혀 사라져 버려서 전체 내용을 제대로 읽을 수는 없었다.
‘해방 활동 때 봤던 거랑 동일 인물인가?’
걸리는 점은 몇 가지 있지만, 아마도 저번에 하제 운운하던 채팅은 제로가 보낸 거 아닌가, 하고 혼자 추측했었는데.
이제 와서 이런 걸 또 보낸다는 건…… 제로가 아닌가?
그럼 대체 누구지?
아니, 그런데 대체 왜 수많은 연락 수단을 냅두고 한국 라디오 위튜브 실시간 채팅에 자기 할 말을 하는 거야?
어쨌든 스케줄이 잘 끝나고 라디오 스튜디오를 나와 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안.
해당 채팅을 온라온만 본 것은 아닌지 강지우가 채팅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아까 라디오 채팅 봤어?”
“어떤 거?”
“영어 채팅이었는데……. 영어라서 내용까지는 못 읽었고 맨 앞에 하제라고 쓰여 있는 것만 봤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