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79)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79화
앵콜을 마친 뒤 후들거리는 걸음으로 무대를 내려왔다.
우리를 찍는 방송국 비하인드 카메라와 회사 카메라를 향해 뭔가 정신없이 또 말하다가.
대기실로 돌아와 기다리던 스태프들에게 잔뜩 축하받은 뒤, 회사에 있는 반가을 대표랑 주열음 이사 전화를 받고, 멤버들끼리 1위 기념 단체 셀카를 찍은 다음.
내 땀이나 견성하의 눈물 콧물 등 여러모로 찝찝한 무대의상도 못 갈아입은 채 소파와 한 몸이 된 게 조금 전이었다.
마지막에 소감을 말하고 앵콜 무대를 할 때 특히 기력을 모조리 소진해서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며칠 전부터 어째서인지 갑자기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된 은총을 쓸까 했지만.
지금만큼은 급작스러운 상쾌함보다는 기분 좋은 탈력감을 조금 더 느끼고 싶었다.
“라온아.”
소파 앞에 쪼그려 앉아 아래로 비죽 늘어진 내 손끝을 툭툭 건드린 반요한이 물었다.
“아까 안 운 거 울고 싶은데 일부러 참은 거야, 아니면 진짜 눈물 안 나온 거야?”
나는 곰곰이 조금 전 상황을 회상하다가 답했다.
“둘 다 같은데.”
“둘 다?”
“응. 살짝 울고 싶긴 했는데 눈물은 딱히 안 나왔어.”
막상 나와도 그때는 안간힘을 써서 참았을 것 같긴 하다.
오늘만큼은 무조건 밝은 인상으로 보일 필요가 있었으니까.
카메라 앞에서 눈물같이 유약해 보이는 걸 흘리면 안 된다.
“나중에라도 울고 싶으면 언제든 이 형의 넓은 가슴에 안겨 울어도 된다.”
우리를 반겨준 스태프들이랑 한 명 한 명 열정적인 하이파이브를 하고 돌아온 강지우가 냉큼 끼어들었다.
나는 그다지 미덥지 않은 강지우를 가만히 보았다.
“울보2가 뭐래…….”
대기실로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에서 세수하고 와서 지금은 말끔한 얼굴로 아닌 척하고 있지만.
이 인간이 아까 남 챙길 여력 없을 정도로 펑펑 운 건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우리 모두가 안다.
“크윽.”
물론 우는 게 잘못은 아니지만, 견성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엉엉 우는 얼굴이 놀려먹기 좋은 것도 사실이었다.
“야, 울보1은 누군데?”
강지우와 같이 세수하고 온 견성하가 발끈했다.
“당연히 너지. 그리고 너 아까 내 옷에다가 콧물 비볐지? 더럽게. 죽을래?”
“죽을래 같은 소리 할 거면 일단 그 자리에서 일어나기나 하지 그러냐? 걸을 힘도 없으면서.”
“하하, 무릇 진짜배기 고수는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 적을 처리하는 법이지.”
“뭔 소리야?”
“형, 결이 형, 아까 견성하 쟤가 나한테…….”
“야!”
“악!”
“조용히 해…!”
있는 기력 없는 기력을 다 짜내어 견성하와 한참 쓸데없이 투덕거릴 때.
“얘들…….”
회사로부터 온 연락을 마저 받고 온 곽상현이 붉어진 눈으로 대기실 안으로 들어왔다가, 소파에서 굴러떨어지듯 내려와 이제는 바닥에서 뒹구는 나와 견성하를 뒤늦게 발견했다
침묵하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우리를 외면한 곽상현이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마저 말했다.
“얘들아, 회사 돌아가서 첫 1위 기념 비앱 해야 한다는 말 기억하고 있지? 얼굴 너무 안 붓게 조심하고 이따 가라앉아 보이면 안 되니까 체력 아껴 둬.”
그 밖의 공지사항을 몇 가지 더 알린 곽상현이 마지막으로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라온이는…… 싸울 힘 있으면 얼른 의상 갈아입고. 이제 퇴근해야지.”
“네. 들었지? 옷 갈아입게 비켜.”
자기가 잘못했으면서 무식하게 힘으로 날 깔아뭉개던 견성하가 그제야 슬금슬금 내려오며 얄밉게 소곤댔다.
“와, 이걸 싸움이라고 해주네. 상현이 형 너무 착하다.”
춤 연습할 때 키 커서 싫다고 징징거리던 자식이 이럴 때는 자기 피지컬로 잘도 밀어붙이는군.
“악!”
녀석이 방심한 사이 팔꿈치로 갈비뼈가 있을 만한 곳을 퍽 치니까 녀석이 맞은 부위를 싸매 쥐며 입을 다물었다.
* * *
오르카의 음악방송 첫 1위 수상 이후, 에어리들은 그야말로 흥분과 충격 그 자체의 상태에 놓여 있었다.
– #Again1stWin
#오르카1등했다_외쳐어게인
오르카 첫 1위 너무너무 축하해 남은 활동도 아프지 말고 힘내고 울 고래들 사랑해♥♥
– (동영상) ㅠㅠㅠㅠㅜㅠㅜㅠㅠ 지우랑 성하 우는것도 맴찢이고 결이 울컥한것도 감동이고 1위 하는 순간 나도 그냥 소리지르면서 울어버림 ㅜㅜㅜㅜ
– !!에어리 비상!!
우리애들 오늘 뮤라에서 첫1위했는데 소감에서 라온이가 자기가 갓게인 작곡했다고 밝힘
– ??????
– ??? 누가 뭐를 했다고?
– 회사라 생방 못 봤는데 지금 뭐가 어떻게 된
– 어게인 작곡가 하제=온라온
– 와 하제=라온 처음 얘기하신 분 지금 진짜 얼마나 짜릿하실까
– 아 내가 HAZE가 헤이즈 아니고 하제인거부터가 너무 수상하다고 그랬잖아 라온이 맞ㅇ다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라온하제라니 순우리말로 즐거운내일이라는 뜻이잖아 울랑구 명예한국인이다 진짜 ㅠㅠㅠㅠㅠㅠㅠ 나 울어 ㅠㅠㅠ퓨ㅍ퓨ㅠㅠㅠ
– 갓게인빛게인을 우리 애가 썼다고.. 작사도 우리 애가 했다고… 와 너무 좋으니까 말이 안 나오네 그냥 아이돌해줘서 너무 고마워 라온아
– 온라온이 너무 천재라 잇몸만개하다가 어게인 가사 생각하면 그냥 오열녀,, 됨
– 반요한 소감 간지오져 살면서 해본 1등 중에 제일 기쁘다는데 케이블음방1위>>>설대수석입학이라는 거잖아 ㅋㅋㅋㅋㅋㅋㅋ
– 아 제가 수능만점설대수석보다 더 기쁜 음방1위 한 가수 팬으로 보이시나요 ㅎㅎㅎ #Again1stWin
– (움짤) 오늘도 물만두쨜 갱신한 댕구야 첫 1위 너무 축하해 가족들 야무지게 챙기는 거 너무 귀엽다 #Again1stWin
– (움짤) 완전 자기 덩치 모르는 대형견 아니냐구 ㅜㅜ
– (동영상) 앵콜 무대할 때 2절 후렴부터 에어리들까지 떼창하는 거 너무 소름돋음; 어게인 완전 떼창을 위한 곡 아닌가요? 미국인이시면서 너무 한국인 취향잘알이신데요?? 그래서 오르카 콘서트 언제 한다구요????
위튜브 팬 채널을 운영하는 몇몇 에어리들은 발 빠르게 온라온이 Again을 작곡했다는 말을 듣고 주위 가수들이 깜짝 놀라는 반응을 편집해 올리기도 했다.
이는 다시 여러 연예 커뮤니티로 퍼져 큰 화제가 되었다.
원래 팬들은 남들이 내 새끼한테 감탄할 때 자기도 인정받은 기분이 들면서 더 큰 감동이 차오르는 법이었다.
전날 오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해 둔 시드 엔터 측에서도 오르카가 1위를 한 것과 동시에 미리 섭외한 기자들에게 준비해 둔 홍보자료를 발 빠르게 뿌렸다.
– 오르카 ‘뮤직라운드’에서 멤버 라온 자작곡 ‘Again’으로 첫 1위
– ‘Again’ 작곡가 HAZE 정체는 ‘온라온’…멤버들 첫 1위에 오열
– 유명 작곡가 리상 ‘Again’ 작곡한 온라온 극찬 “천재라는 말도 부족하다”
그와 동시에 음원 순위도 몇 계단을 껑충 뛰어 순위가 조금 떨어졌던 타이틀곡은 다시 10위 안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여러 호재가 겹치며 온라온의 이미지에는 온라온과 시드가 원하던 만큼의 반전이 일어났다.
– 큰일났음 온라온 상상 이상으로 천재아이돌임;;;
– 오르카 다섯 명 중에 두명이 작곡 가능하고 한 명은 편곡도 가능함.. 작사나 랩메이킹은 타멤들도 가능하고 이게 무슨 오버밸런스냐
┗ 밸런스는 픽하트에서 서문결이 외국인 5명 데리고 얼쑤 ㄷㅐ박쳤을 때부터 없었음
┗ 치사하다 결이나 라온 둘중 하나는 저희 주세요
┗ 안돼요 우리 결이 라온이 없으면 사기당해요 둘이서 원쁠원 세트고 프로막내편애러 강쥬가 절대 울랑구 안 보내줄 것 그러니까 결이도 못 보냄
┗ 그럼 잘생기고 어리고 실력좋고 밥잘하고 인성좋은 메보라도 주세요 리더 희생메타 가자
┗ 사람이 포기를 모르네;
– 사실 어쩌다하나 좋은 곡 얻어걸린 걸 수도 있으니까 앞으로 최소 두세 곡은 더 봐야겠지만 리상이나 반가을이 저렇게까지 말하는거 보니까 재능있는건 맞는 듯 어게인 너무좋아
– 아 근데 어게인 노래 개좋음 아드레날린 뿜뿜임ㄹㅇ 운동할 때 듣기 딱 좋다고
– 우리 헬스장에서 이 노래 30분에 한 번씩 나올 때마다 피티쌤이 한번더한번더 하시는게 그렇게 악마같을수가없음 노래 좋은 거랑 상관없이 어게인 증오한다
┗ ㅁㅊ 우리도
┗ ㅅㅂ여기도임 어게인 헬스 리믹스 버전 들어봣냐? 그게 존나지옥임시벌
– 어게인은 사람을 청량하게 조져
– 이렇게 보니까 어게인은 온라온 서사 그대로 진정성 있게 담긴 것 같아서 좋음! 그분들 주장이랑 다르게 온라온은 그냥 자기 음악하고 있었고~ 그 곡으로 1위 해버렸고~~
온라온의 괴로운 과거 등은 비록 잊히거나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대중의 눈에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 천재성의 하위 카테고리로 묶였다.
– (움짤) 라온이 1위하고 너무너무너무 좋아해서 한번쯤 울어줬으면 하던게 다 미안해짐 그래 라온아 울지 말고 평생 웃는 일만 생기자
┗ 악 귀여워 완전 행복한 개냥이
┗ 생방본 타팬인데 온라온 보면서 나까지 행복해진다는 느낌 받았음 ㅋㅋㅋㅋㅋㅋㅋ 앵콜무대에서 트로피 껴안고 붕방 좋아하는 거 넘 귀엽더라
– 자기 곡으로 1위 해놓고 이렇게 울지도 않을 정도로 행복해하는데 누가 프레임씌우냐
– 저희 애 너무너무 잘 살고 있으니까 뇌내망상 작작좀하세요~~~!!!
물론 온라온이 이번 앨범에 여러 가지로 굵직하게 관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소수의 어그로가 튀어나오기도 하였다.
– 어게인 프로듀스를 ㅇㄹㅇ이 했다고? 어쩐지 뮤비 주인공도 누구.. 킬링파트도 누구.. 누구..
아무리 프로듀싱멤 있으면 파트 분배 그멤 위주로 돌아간다고는 해도 이건 너무 불공평한거 아닌가 ㅋㅋㅋ 셋째 때는 안 그랬는데 왜 이번만 특히 그런건지 해명 좀
그러나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트집 잡기식 비난은 해당 글 작성자가 일전에 Again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직후.
– 아 시드 종특 피자판 파트분배 극혐ㅡㅡ 잘하는 애한테 좀 더 줘야 음원 듣기 편한데 맨날 억지로 골고루 나눠주느라 기껏 곡 좋게 뽑아놓고 음악성 다 버림
……따위의 글을 올렸음을 다른 에어리가 밝혀내.
처음에는 파트가 너무 공평해서 불만스러워하다가 갑자기 파트 불공평하다고 욕하다니, 혹시 글 작성자분 이중인격 되시냐는 비난을 받으며 싹 사라졌다.
좋은 일은 그거 하나만이 아니었다.
바로 그날 저녁부터 오르카 공식 팬클럽 에어리(AIRY) 1기를 모집하기 시작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