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78)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78화
“오르카! 축하드립니다!”
한 번이라도 음악 방송 1위를 해본 경험이 있는 선배 가수 대부분은 그토록 간절했을 첫 1위의 순간을 맞은 후배들을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같은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강지우나 견성하가 흘리는 뜨거운 눈물의 의미를 모르지 않아 가슴이 절로 뭉클해졌다.
그중에서도 눈에 띄는 사람은 견성하였다.
반듯하게 서 있을 때는 엄청 크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쭈글쭈글해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신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귀여워 보여 자리에 있던 이들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다른 의미로 튀는 사람은 시종일관 침착하게 웃는 얼굴로 있는 반요한과 아예 “나 지금 행복해요!”라고 외치는 듯 해사하게 웃는 온라온이었다.
특히 온라온은 설령 눈물이 나오더라도 바로 증발시켜 버릴 것처럼 온몸으로 행복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처음으로 1위를 하고 나서 저렇게 울컥거리는 것 하나 없이 웃는 아이돌이 아예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저렇게까지 맑고 밝게 웃는 게 그렇게 흔한 일도 아니라 상당히 신기했다.
‘역시 눈물샘 없는 애랑 눈물샘 조절 잘하는 애…….’
워낙 눈물이 없는 멤버들인지라, 에어리들은 이런 기념비적인 자리에서라도 온라온과 반요한이 한 번쯤은 거하게 울어주길 내심 기대했지만.
오늘도 두 사람에게 패배했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인 에어리들이 그냥 그들 몫까지 기꺼이 대신해 울었다.
……사실 견성하가 이미 둘을 대신하고도 남을 만큼 울어주고 있었지만, 어쨌든.
참고로 픽하트 마지막 생방송 직후 온라온이 묵혜성을 붙잡고 끝내 오열한 일은 수면 위 에어리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없던 일이 되어 있었다.
온라온이 픽하트에서 데뷔 등수보다 한 계단 낮은 등수로 탈락한 이후, 골수팬들은 애끓는 마음으로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떠돌던 그 날 영상을 소비하지 말자고 외치며 하나하나 좌표 찍어가며 신고하고 다녔다.
현명한 처사였다.
여태까지 그 영상이 널리 널리 퍼져 있었다면 지금쯤 온라온을 둘러싼 이미지는 더더욱 음울해졌을 것이다.
어쨌거나 그때의 움직임이 지금껏 이어져 이제는 새내기 에어리가 멋모르고 공개적인 커뮤니티에서 관련 이야기를 꺼내면 그거 아니라고 은근히 눈치 주며 입을 다물게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물론 당사자의 눈에 닿지 못하는 폐쇄적인 곳에서는 한 번 끌어 올려질 때마다 에어리들이 단체로 거세게 불타오르고 또 눅눅해지는 일화 중 하나였다.
그러니까 우는 거 보고 싶다.
공개적으로 언급해도 괜찮은 눈물짤을 한 번만 갱신해 줬으면 좋겠다!
여태 팬들 앞에서는 따로 울어본 적 없는 서문결마저 소감을 말하다 말고 눈이 촉촉해졌건만, 온라온과 반요한 눈물샘은 도통 소식이 없었다.
서문결의 손에 있던 마이크가 온라온에게 넘어갔을 때.
몇몇 에어리들은 더없이 기쁜 순간을 맞이해 가슴이 찡하게 아려오는 와중에도 다시 한번 살짝궁 기대를 품었다.
‘소감 말하다 우나?’
‘이제 우나?’
‘라온아, 울어라!’
마이크를 든 온라온이 말했다.
“그리고 우리 에어리! 저희 1등 했어요!”
팬들을 잊지 않고 챙겨준 것은 고마웠지만.
감동하는 한편 속으로 한 번만 울어달라고 외치는 데 여념이 없던 한 발칙한 에어리는.
“여러분 덕분에 제가 처음으로 쓴 곡으로 이렇게 처음으로 1위 할 수 있어서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합니다.”
이어진 말에 일순 머리가 멍해졌다.
“……?”
SNS에서 공유되던 ‘어게인 작곡가 하제는 온라온이다’라는 허술한 가설을 한때 “에이 설마.” 하고 웃으며 보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검증되지 않은 상상에 불과했다.
막연히 그러면 진짜 좋겠다고 상상만 했던 것이 갑자기 현실로 다가오니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동동 떠다녔다.
에어리는 빠른 현실 파악을 위해 옆에 있던 사람과 시선을 주고받았다.
‘뭐라는 거야?’
‘지금 자기가 어게인 작곡했다는 거 맞…지?’
‘그런 듯.’
상황을 파악한 에어리들은 자기도 모르게 새된 비명이 튀어나올 것 같아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래도 온라온이 울고 말고는 이제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세상에 우리 애가! 우리 애가!!’
‘×나 천재다!’
그 이야기를 들은 다른 사람들의 반응도 에어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지금 온라온 님 뭐라고 하신 거지?’
‘와. 내가 지금 들은 게 맞나.’
무대 위에서 소리 없는 박수를 보내던 다른 가수들도, 앞에 있던 그들의 팬도, 방송을 진행하던 스태프들도.
표정 관리를 할 새도 없이 누가 봐도 놀란 얼굴로 자기가 들은 말을 머릿속으로 되새김질하다가 반요한을 포함한 주위 멤버들의 동조에 “허.” 혹은 “와.” 같은 감탄사를 작게 내뱉었다.
‘대박이다. 이번에 오르카 곡 진짜 좋던데.’
‘아니, 사람이 인간미 없게……. 저 정도로 잘생겼으면 하나 정도는 좀 못 해도 되는 거 아닌가.’
‘전에 인사 왔을 때 더 친하게 지내둘 걸 그랬나…….’
이런 자리에서 그런 사실을 예고 없이 발표하니 단순히 기사로 접하는 것보다 충격이 훨씬 클 수밖에 없었다.
온라온은 자기가 어떤 짓을 한 건지 모르는 사람마냥 무구하게 다짐했다.
“앞으로도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 살면서 여러분 행복하게 해드리는 오르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경험 많은 MC가 혼란한 분위기 속에서 아직 별다른 소감을 말하지 않은 멤버들을 배려해 발언할 기회를 주었다.
“자, 우리 요한 씨나 성하 씨도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소감을 마친 온라온의 손을 잡고 팔을 앞뒤로 붕붕 흔들던 반요한이 산뜻하게 웃는 얼굴로 말문을 열었다.
“오늘 받은 이 상이 살면서 받은 상 중에 제일 기쁘고 값진 상인 것 같고 살면서, 해본 1등 중에서도 오늘 한 1등이 제일 기쁘네요. 저를 믿어준 가족들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싶고 앞으로 저희 멤버들이랑 같이 노력하면서 아이돌로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에어리 여러분 진짜 고맙고, 사랑합니다!”
군더더기 없는 소감이 지나간 후.
커다란 트로피를 들고 멤버들 뒤를 서성서성 돌아다니면서 감정을 진정시킨 끝에 간신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울음을 그친 견성하에게 마이크가 넘어갔다.
“어… 흑, 저희……. 흐으윽.”
견성하는 오늘따라 ‘댕구’라는 별명이 참 잘 어울리는 표정이었다.
울상이 되어도 여전히 잘생긴 얼굴에 에어리들 사이에서 앓는 소리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그를 둘러싼 멤버들이 어깨를 주무르고 머리를 쓰다듬고 등과 엉덩이를 토닥이며 어린애 내지는 강아지를 달래듯 요란하게 위로한 덕분에 견성하는 겨우 말을 이어갈 수 있었다.
“에어리들 너무 감사하고 사랑하고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와준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지금 제가 행복한 만큼 행복했으면 좋겠… 좋겠습니다. 또 좋은 곡 써준 라온이랑 대표님 정말 고맙고……. 그리고, 그리고…….”
안 그런 듯 보이면서 오르카에서 제일 말 많은 사람 아니랄까 봐 말문이 한 번 터지니 때때로 울컥하면서도 말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저희 형 유성이 형이 이번 주에 우리나라 대표해서 아시안게임 출전하는데 평소 하던 대로만 잘하고 다치지 말고 돌아왔으면 좋겠고 저희 동생 견하람이 새로 하는 작품 힘내서 잘했으면 좋겠고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저희 멤버랑 멤버 가족들 모두 아프지 않고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고 에어리들 진짜 너무 고맙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는 오르카 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멤버들의 진심 가득 담긴 소감을 듣고 눈시울이 붉어진 에어리들이 응원봉을 든 손으로 눈물을 훔치다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감추기 위해 온라온의 어깨에 머리를 툭 파묻은 견성하, 그리고 예상치 못한 견성하의 무게에 작게 휘청이다가 그를 팡팡 두드리며 받아주는 온라온의 모습을 보고 온화하게 즐거워하는 미소를 지었다.
실상은 에어리들의 눈에 비치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이 자식이 옆에 있던 결이 형한테 안 가고 굳이 나한테 와서 더럽게 묻혀? 넌 이따 가서 죽었다.’
‘아무리 그래도 결이 형한테 더럽게 눈물 콧물 묻힐 수는 없으니까 일단 네가 좀 참아라.’
……뭐, 에어리들한테는 평생 알려질 일 없으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 뒤 MC들이 프로 의식을 발휘해 마무리 멘트를 했다.
“네! 소감 감사합니다! 저희 뮤직라운드에서 오르카의 뜻깊은 첫 1위를 볼 수 있어서 저희도 너무 기쁘네요.”
“그럼 첫 1위 한 오르카 다시 한번 너무 축하드리고 앵콜 준비해 주세요.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생방송, 뮤직~라운드!”
이윽고 Again의 전주가 흘러나왔다.
다른 가수들이 자기 팬들에게 인사하며 천천히 무대 한쪽으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언제부터인가 자기들끼리 뭉쳐서 얼싸안고 빙빙 돌던 오르카는 앞뒤로 꾸벅꾸벅 인사를 전했다.
견성하나 강지우가 워낙 펑펑 울어서 선배 가수 중에서도 같이 운 사람이 좀 있었다.
“우리 불러야지.”
오르카의 이번 1위 공약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함께 ‘Again’ 부르기였다.
공약을 상기한 멤버들이 마이크를 하나둘 들었다.
어느샌가 돌아와 버린
starting line
다시 선을 넘기엔
나는 조금 무서워
원래 온라온 혼자 잔잔히 부르던 파트를 멤버 모두가 부르니 느낌이 또 달랐다.
평소 멤버들끼리 쉬는 시간 틈틈이 아카펠라를 연습한다는 말이 이미지 메이킹용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처럼 풍성한 화음이 사뭇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넌
빠져들어
깊이를 가진 것들보다 더 깊이
이어지는 파트들도 마찬가지였다.
첫 앵콜은 평소 보컬 연습량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으로 들렸다.
그리고 외쳐!
한 번 들으면 누구나 어게인 중독이 된다는 후렴에 이르러.
Again!
멤버들뿐만 아니라 아직 무대에 남아 있던 가수들까지 특유의 중독성이 있는 어게인을 외치는 것에 스리슬쩍 합세했다.
거기에 수십 명의 팬 목소리까지 더해지니, 마치 미니 콘서트에 온 것 같았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에어리 정말 정말 사랑해요!”
가슴 벅찬 오르카의 첫 번째 앵콜 무대가 그렇게 끝나갔다.
* * *
그리고 다 가졌다는 온라온한테 뭐가 없냐면.
“아, 죽겠다…….”
체력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