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77)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77화
입고 팬 사인회장 안으로 들어간 멤버들이 일렬로 서서 이제 완전히 입에 붙은 팀 구호를 외쳤다.
“On and on, ORCA!”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부탁드립니다!”
들뜬 에어리들의 환호가 팬 사인회장을 높이 울렸다.
몇몇 팬이 오랜만에 보는 온라온의 모습에 숨을 들이켰다.
윤선우도 그중 하나였다.
‘뭐야, 오늘 왜 이렇게 예뻐?’
늘 잘생겼지만, 온라온은 오늘 유난히 작정이라도 한 듯 온순하고 화사한 기운을 온몸으로 내뿜고 있었다.
사랑스러움이라는 단어가 사람이 된다면 온라온일 것이다…….
평소 얼굴이 온냉 비율 5:5라면 오늘은 10:0 정도로, 그를 보고 있으면 따사로운 봄날이 조금 일찍 돌아온 것 같았다.
‘내 취향은 흑발에 온냉 비율 1:9지만 이것도 이것대로 좋다.’
윤선우는 온라온의 팬이 된 이후로 나날이 발전한 얼굴 주접 실력을 속으로 유감없이 뽐내며 세팅해둔 카메라를 만지작거렸다.
유달리 소년미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옆에 있는 서문결과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던 온라온이 잠시 뒤 앞을 바라보며 그를 바라보는 팬들에게 손을 살짝씩 흔들어 주었다.
마이크에 대고 보고 싶었다고 말하는 다정한 목소리에 앓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어쨌든 여러 가지 일이 많아 걱정 많이 했는데 잘 쉬어서 그런가, 얼굴이 밝아 보여 다행이었다.
조금 뒤, 본격적으로 팬 사인회가 시작되었다.
평소와 크게 다를 건 없었는데, 온라온 앞자리에만 앉으면 일단 칭찬 세례부터 랩처럼 퍼붓는 사람이 유난히 많았다.
“라온아, 너는 진짜 세상에서 제일 잘생겼고 귀엽고 예쁘고 멋있고 사랑스럽고…….”
“춤출 때 가볍고 빠르게 움직이는 것도 최고고 너무 노래할 때 목소리도 너무너무 좋아. 네가 웃는 건 하늘과 바다를 둘로 가르는 기적과도 같은 일인데…….”
그동안 여러 번 팬들과 마주하며 웬만한 주접에는 단련이 된 온라온도 작정하고 온 에어리들의 평소보다 세세하고 풍부한 칭찬 공세에 오늘만큼은 어쩔 줄 몰라 했다.
“고마워요. 진짜. 이거 녹음해서 두고두고 듣고 싶다.”
간혹 처음 온 것도 아닌데 온라온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감정이 복받혀 펑펑 우는 사람도 있었다.
“흐으으윽, 흡, 라온아…….”
팬을 달래는 것을 빠르게 포기한 온라온이 그 대신 티슈로 눈물을 콕콕 찍듯이 닦아주었다.
‘나도 울걸……!’
지나치게 설레는 상황에 자리에서 온라온을 줄곧 지켜보던 몇몇 팬이 충동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차마 쟤 앞에서 눈물 범벅으로 엉망이 된 얼굴을 보여줄 수는 없다는 비교적 이성적인 생각을 하며 도로 차분해지는 팬들이었다.
아마 저 팬도 울고 싶어서 우는 것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의 추측대로 온라온이 눈물을 닦아준 이후로 오히려 더 서럽게 울기 시작한 팬은 민망함과 미안함에 어떻게든 진정해 보려 했지만 한 번 고장난 눈물샘은 마를 기미가 없었다.
“허어어어엉. 진짜 나도 이러기 싫은, 흡, 데…….”
“아니에요. 울어도 돼요. 내가 더 많이 얘기할게요.”
“바, 밥으은 잘, 흑…….”
“밥이요. 나 오늘 아침에 지우 형이 해준 김치찌개에 밥 말아서 먹었고요, 아까 점심에는 쌀국수 맛집에서 배달시켜 먹었어요. 어제저녁 메뉴도 알려줄까요? 괜찮아요? 으응. 속상하게 왜 이렇게 울어요. 저 봐 봐요.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니까 걱정 안 해도 돼요. 진짜로.”
곽티슈를 하나 새로 가져와 테이블에 조용히 올려둔 곽상현이 이런 상황을 대강 예상하고 온라온의 자리를 가장 마지막으로 빼두길 잘했다고 스스로의 선견지명을 크게 칭찬했다.
내내 울던 팬은 시간이 거의 다 끝나갈 때쯤에는 간간이 딸꾹질 비슷한 소리만 낼 정도로 겨우 진정해 또 보자는 온라온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붉어진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자리로 돌아갔다.
“안녕하세요.”
“안녕, 라온아.”
다음에 온 팬은 앞서 다녀간 사람과 비교해 훨씬 차분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오늘의 필수 코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칭찬 타임이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번에 라온이가 뮤비에서 연기도 했잖아. 근데 진짜 너무 잘하는 거야. 바로 청춘 드라마 찍어도 될 것처럼 너무 잘해서 연기하는 부분만 백 번 돌려봤어. 하나도 안 어색하고 또…….”
사인을 마친 온라온은 다시 한번 랩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칭찬을 들어야 했다.
물론 칭찬은 들어도, 들어도 좋은 거라 온라온은 헤실헤실 풀어진 얼굴로 팬이 해주는 칭찬을 들으며 질문이 적힌 포스트잇을 슬쩍 확인했다.
Q. 라온이가 요즘 멤버들에 대해 하는 생각은? 5글자로 적어주세요♡
그 밑에 멤버들 이름이 쭉 적혀 있었다.
“그냥 생각나는 거 바로바로 적어주면 돼요. 꼭 5글자 아니어도 되구.”
“알았어요.”
1. 지우: 어게인리즈
2. 요한: 친해지고싶
3. 결: 나도형좋다
4. 성하: 인생댕컷!
온라온은 간단한 근황 토크를 주고받으며 포스트잇 질문 답변을 후다닥 쓰고 앨범을 팬 쪽으로 돌려주었다.
“요즘 지우 형 너무 잘생기지 않았어요? 뮤비 보니까 진짜 역대급으로 잘생겼던데.”
온라온의 후한 평가에 팬도 동의했다.
“맞아. 그래도 내 눈에는 라온이가 1등인데? 여기 ‘친해지고 싶’은 뭐야? 친해지고 싶다?”
“네. 그거 맞아요. 다섯 글자 맞추려고.”
그 말에 팬이 소리내어 웃었다.
“지금보다 더?”
“지금보다 더.”
‘친해지고 싶다’와 ‘친해져야겠다’ 중 고민하다가 후자는 너무 안 친해 보일까봐 전자를 택한 온라온이 경쾌하게 답하며 넣음표를 사용해 이미 적은 ‘친해지고싶’ 앞에 ‘더’를 추가했다.
서문결과 견성하에 칸에 적은 말의 설명까지 짧게 들은 팬은 슬슬 뒤에서 버티고 서 있는 스탭의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가라는 말도 없는데 가는 건 몹시 손해였기 때문에 팬은 궁금했던 걸 마지막까지 꿋꿋이 물어봤다.
“아, 맞아. 이번에 1위! 할 수 있을 것 같아?”
앞에서도 몇 번 비슷한 질문이 나와 온라온은 편안히 웃으면서 답할 수 있었다.
“하면 정말 좋겠지만 이제까지 아쉽게 놓친 적이 워낙 많아서 받을 수 있겠다는 확신은 못 하겠어요. 그래도 진짜 하고 싶어요.”
소망을 말하는 온라온의 반짝이는 얼굴에 만족한 팬이 주섬주섬 짐을 챙겼다
더는 봐주기 어렵다는 스태프의 따가운 시선을 느꼈기 때문이다.
더 버티고 있기에는 이미 평소보다 훨씬 긴 시간 동안 멤버들과 얘기했다는 걸 팬도 체감하고 있었다.
“남은 활동도 힘내고 앞으로도 계속 응원할게. 파이팅!”
“파이팅! 와 줘서 고마워요. 또 봐요!”
그렇게 평소보다 긴 시간 동안 여유롭게 진행된 팬 사인회는 앉아있는 팬들이 다 지칠 때가 되어서야 끝나 두고두고 풍족한 팬 사인회로 회자했다.
* * *
이튿날.
이번 주 뮤직라운드 1위 후보로 오르카가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리허설을 마치고 대기실에서 헤어 메이크업을 받던 우리에게 전해졌다.
저번 활동에도 1위 후보에는 여러 번 올랐기에 멤버들은 비교적 차분하게 소식을 받아들었다.
“저희 말고 다른 1위 후보는 누구예요?”
공동으로 후보가 된 팀은 이전에도 몇 차례 1위를 한 경험이 있는 중소 소속사의 모 걸그룹이었다.
“얘들아, 1위 공약 정해야지.”
“저번에 우리 하려다가 못 한 거 뭐있지?”
“마이크 하나로 돌려가면서 노래하기, 파트 바꿔 부르기, 멤버 업어주기.”
“아, 막상 또 정하려니까 이번에도 또 아깝게 놓칠 것 같아서 좀 불안하다. 격차 크게 지면 오히려 괜찮은데 진짜 아깝게 지니까 더 아까워…….”
“아, 부정타니까 그런 말 좀 하지 마!”
“만약에 되면 처음이니까 너무 요란하거나 힘든 건 하지 마. 아마 너네 다 우느라 정신 없을걸?”
곽상현의 개구진 충고에 내가 강지우를 돌아보며 물었다.
“형, 1등 하면 울 것 같아?”
“나? 잘 모르겠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던 강지우가 이내 밝게 웃으며 답했다.
“그래도 안 울지 않을까? 나 리던데 소감 말해야지. 존경하는 반가을 대표님, 주열음 이사님, 최보라 팀장님…….”
어제 밤새서 다시 다 외웠다며 강지우가 회사 식구 이름들을 자신 있게 쭉 외웠다.
과연 본방에서는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며 스태프들이 짓궂게 강지우를 놀렸다.
“견성하는 백퍼 운다.”
“…….”
자기가 안 울 거라는 말은 견성하도 양심상 못 했다.
“온라온 너는 안 우나 보자.”
“나는 라온이는 울지 안 울지 잘 모르겠어.”
대기실에서 내가 울 것인가 울지 않을 것인가를 놓고 한바탕 어처구니 없는 토론이 벌어진 이후.
“그리고 만약에 우리 안 돼도 저번처럼 웃으면서 1위 한 분들 축하하는 거다. 알겠지?”
강지우의 차분한 말이 완연히 들떠 있던 대기실 분위기를 환기했다.
하지만 옳은 말이라 다들 침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리고 어제 얘기했던 것도 다들 기억하지?”
반요한이 나를 바라보며 묻는 말에 멤버들이 눈짓을 주고받았다.
“뭔데?”
“무슨 얘기 했는데?”
궁금해하는 스태프들에게 우리는 말없이 웃어 보일 뿐이었다.
* * *
몇 시간 기다리니 뮤직라운드 본방송이 시작했다.
1위 후보 인터뷰를 하면서 다같이 정한 1위 공약을 말할 때까지만 해도 평온하던 멤버들은 어느 순간부터 생방송 무대를 무사히 마친 게 신기해질 정도로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얘들아, 안 그러던 애들이 왜 이렇게 떨어.”
“아, 아닌데. 저 안 떠는데요.”
“그래, 지우야……. 안 떠니까 물 그만 마시고, 올라가서 어떤 결과 받는 표정관리 하는 거 잊어버리면 안 된다.”
1위 발표를 위해 전 출연진이 무대로 올라가기 직전 곽상현이 차갑게 식은 우리 손을 번갈아 주물러 주면서 뭐라고 당부하는 말이 들리는 것 같았다.
곽상현이 뮤직라운드 제작진에 의해 먼 곳으로 이동한 후, 주위에 서 있는 다른 가수들이 우리를 힐끔거리는 게 느껴졌다.
“무대 위로 올라가실게요. 오르카가 왼쪽이고 마지막 소녀는 오른쪽이요.”
스태프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또 다른 1위 후보인 걸그룹과 함께 무대 가장 앞쪽으로 나가서 섰다.
‘아, 나도 물 좀 마실걸…….’
뜨거운 조명 아래서 침이 바싹바싹 말라 물을 마시지 않은 게 약간 후회되었다.
“자, 이번 주 뮤직라운드 1위는 과연 누가 될지, 결과 지금 바로 확인해 보겠습니다.”
MC들의 멘트까지 끝난 뒤.
드디어 1위가 누군지 가려내는 시간이 찾아왔다.
앞에 있는 모니터에 빈 점수표가 떠올랐다.
우리 중 가운데에 선 강지우가 양옆에 있는 나와 서문결의 손을 꽉 잡았다.
잠시 뒤, 우리는 손에 손을 잡은 채 차례로 공개되는 점수를 지켜봤다.
음원과 음반점수는 우리가 다소 앞섰고, 방송 중간에 한 번 현황이 공개되기도 했던 실시간 문자 투표 점수는 우리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여기에 기타 점수까지 합산하면…….
와.
“오르카! 축하드립니다!”
진짜 됐다.
트로피와 마이크가 우리 쪽으로 넘어왔다.
MC들과 가장 가까이 서 있던 견성하가 트로피를 받아든 모습을 본 강지우가 눈물을 글썽이며 마이크를 전달받았다.
내 손은 아직 놓지 않은 상태였는데, 아마 아직 손을 잡고 있다는 걸 모를 정도로 긴장한 것일 태다.
“어, 그러니까, 어어…….”
리더니까 안 울 거라더니 조금 전부터 줄줄 흐르는 눈물 손등으로 계속 닦느라 말도 제대로 못 했다.
“이 상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모든 분께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이번이 첫 1위인데에…….”
강지우는 안쓰러운 마음이 절로 들 만큼 울음과 웃음이 뒤섞인 얼굴로 심호흡을 몇 번 하더니 흐느끼는 목소리로 준비한 소감을 더듬더듬 말했다.
“저희 고모님, 반가을 대표님, 주열음 이사님, 최보라 팀장님, 항상 고생하는 매니저 상현이 형, 대현이 형…….”
도중에 강지우가 말을 더 못 이어나갈 정도로 울기 시작해 옆에 있던 서문결이 마이크를 넘겨받았지만.
“유림 누나, 승헌 형, 항상 저희 멋있게 꾸며주시는 헤어 메이크업 스탭들, 스타일리스트 분들, 든든하게 지켜주시는 경호원분들, 그리고 저희 멤버들 부모님도 너무 감사, 드립니다.”
침착하게 잘 얘기하던 서문결 또한 갑자기 목이 막혀 말을 멈추는 바람에 오갈 데 없어진 마이크는 여전히 울고 있는 강지우를 건너뛰어 내게로 왔다.
서문결 옆에 있던 견성하야 진작부터 축축해진 얼굴을 트로피로 가린 채 어쩔 줄 모르는 사람처럼 앉았다 일어나는 것을 반복하며 오열하고 있었고.
“그리고 우리 에어리! 저희 1등 했어요!”
무대 아래에 있던 에어리들이 지금만을 기다렸다는 듯 응원봉을 흔들며 환호했다.
“여러분 덕분에 제가 처음으로 쓴 곡으로 이렇게 처음으로 1위 할 수 있어서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합니다.”
아무 의도 없는 사람처럼 자연스럽고 무구하게 이어진 내 말에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순간 ‘쟤가 지금 뭐라고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것 같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충격으로 어색한 분위기가 생기기 전에 스태프들로부터 앵콜용 마이크를 추가로 전달받은 반요한이 선뜻 동조했다.
“맞아요. 이번에 어게인, 라온이가 쓴 곡이에요!”
우느라 정신없던 멤버들도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려 보이는 모습이 약간 감동이었다.
꺄아아아아아악!
에어리들이 비로소 의미를 파악하고 조금 전보다 더 큰 함성을 내질렀다.
원샷이 잡힌 걸 확인한 나는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환하게 웃었다.
나도 멤버들이랑 같이 울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웃어야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은 잘생겨서 보기 좋은 얼굴 보며 행복이나 하시고.
“앞으로도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면서 여러분 행복하게 해드리는 오르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내 아름다운 계획 망쳐놓은 새끼들은 잘 먹고 잘 자서 때깔만 고운 얼굴 보고 배알이나 꼴려 콱 죽어버려라.
[지우가 라온 업고 있는 삽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