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27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276화
마침 빈 회의실로 자리를 옮긴 뒤.
상석에 앉은 주열음 이사가 물었다.
“사람들 반응이 많이 신경 쓰여?”
“아뇨. 그런 것보다는…….”
나는 잠시 단어를 고르다가 침착하게 말했다.
“고작 그런 일로 저한테 한 방 먹였다고 생각하게 두고 싶지 않아서요.”
그러자 주열음 이사가 ‘얘 좀 봐라?’ 하는 눈으로 나를 보았다.
[주열음이 당신의 깡을 좋아합니다. 주열음 호감도 +1 현재 호감도 +38]“요 며칠 풀 죽어 있는 줄 알았는데.”
주열음 이사가 직설적으로 말을 던졌다.
“풀 죽기는요.”
그 애가 준 편지 훔쳐가 놓고 어딘가에서 실실 쪼개고 있을 제로 새끼만 생각하면 멀쩡하던 혈압이 팍 오르는데.
“그래. 할 일이 이렇게나 많을 때 기운찬 건 좋은 거지.”
주열음 이사가 선뜻 웃으머 물었다.
“네가 어떤 생각으로 날 찾았는지 궁금한데, 그것부터 들어볼까.”
* * *
“……그래서, 이미지에 한 번쯤 변화를 줄 필요를 느꼈습니다.”
직원이 반응을 정리해 준 것을 보고 내가 현 상태에 대해 이해하고 느낀 것을 주열음 이사에게 요약해 설명했다.
아직 내가 떠올린 해결 방안은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네 생각은 잘 알겠어.”
주열음 이사가 책상을 톡톡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그동안은 이미지에 따로 손을 댈 필요가 없었지.”
“연예인한테 이미지 관리라는 건 되게 중요한 거 아니에요?”
“맞아. 그런데 관리라는 거창한 말이 들어가기에 라온이 너는 아직 어리고, 그만큼 자연스러운 모습이 제일 보기 좋고 매력적이라고 판단했거든.”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라며 주열음 이사가 덧붙였다.
“그런데 자연스러운 모습이 이미 끝난 문제들 때문에 가려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있는 걸로는 안 될 것 같다?”
“네. 그리고 사실 묵혜성 선배님이 그러셨거든요.”
갑자기 묵혜성의 이름이 나오자 주열음 이사가 호기심 어린 얼굴로 나를 보았다.
“저한테는 사람들이 제가 보여주는 걸 의심 없이 믿게 하는 힘이 있다는데.”
“오, 제대로 보셨네. 짬이 있어서 그런가. 근데?”
“그분 말씀을 의심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정말이라면 왜 사람들은 제가 보여주는 걸 믿지 않죠?”
나는 이제까지 내가 보여주고 싶은, 주열음 이사의 말에 따르면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꾸준히 보여줘왔다.
그랬는데 고작 진단서 쪼가리 하나랑 누군지도 모르는 이들이 생각 없이 하는 말을 듣고 한순간에 변해 버리는 것을 믿음이라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아. 그건 말이야.”
다행히 주열음 이사는 답을 아는 눈치였다.
“사람한테 믿음을 준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거든. 네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게 이제 1년 좀 넘었나?”
나는 “네.” 하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1년이 물론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동안 오르카가 아닌 온라온 개인으로서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해서 이미지를 소비한 것도 아니고. 대중에게 어떤 이미지를 확고하게 각인시키기에는 또 짧은 시간이라는 거지.”
“아….”
나에 대해 잘 아는 것은 단순히 이름이 알려지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라는 소리였다.
나 정도면 대중 인지도 면에서는 또래 연예인 중에서는 그래도 상위권에 든다고 생각했는데.
‘자만했다.’
내 표정이 조금 안 좋아졌는지 주열음 이사가 위로하듯 담백하게 말했다.
“또 자연스럽다는 건 자극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기도 하고. 네가 잘못한 거 없으니까 기운 내.”
[하지만 얼굴만은 무척 자극적이다. 주열음이 당신의 미모에 감탄합니다. 주열음 호감도 +1 매력 +1] [매력이 한계치에 도달했습니다. 잔여 매력 포인트는 백업됩니다.]호랑이 같은 얼굴로 저런 생각을 한다는 게 조금 웃겨서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입술을 꽉 깨물었다.
다시 표정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었을 때, 주열음 이사가 이야기를 이어갔다.
“아무튼, 그래서 지금 네가 원하는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뭐든 조금이라도 자극적인 요소가 필요하긴 하거든.”
“네.”
“일단 내가 생각한 건 이 정도인데.”
주열음 이사가 종이를 한 장 꺼내더니 그 위에 무언가를 연필로 사각사각 적었다.
“?”
주열음 이사가 내가 보기 쉽도록 종이를 돌려주었다.
무슨 단어가 세 개씩이나 있었다.
사연 있는, 미남, 천재
“…….”
저 키워드들에 완벽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 중에서도 ‘천재’라는 단어가 나타내는 사실은 분명했다.
주열음 이사도.
“……알고 계셨어요?”
내가 어게인의 작곡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나한테 천재라는 요란한 단어가 붙을 만한 건 얼굴 아니면 춤 아니면 작곡인데.
얼굴은 옆에 미남 떡하니 쓰여 있고, 아직 내 춤 실력이 예전 온라온만큼 돌아온 게 아니니 춤은 아닐 테고, 최근 어게인 활동으로 뚜렷한 성과를 내는 작곡일 가능성이 제일 높다.
내 물음에 주열음 이사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일부러 알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우리 대표님 노트북 쓰다 보니까 저절로 알게 되더라고. 가을 언니한테 네 얘기 맞는지 확인해 본 거 말고 아무한테도 말 안 했으니까 표정 풀어.”
“……대표님 노트북을 왜 이사님이 쓰시는데요?”
“그 언니 땜빵하느라……. 아무튼 이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주열음 이사가 눈을 반짝였다.
“대충 어떤 그림인지는 알겠지. 어떻게 생각해.”
사실 반짝인다기보다는 번뜩이는 것에 더 가까운 기세였다.
“글쎄요…….”
나는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었다.
“너무 과한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주열음 이사가 다시 생각해 보라는 것처럼 활짝 미소지으며 의자를 내 쪽으로 조금 더 붙여 앉았다.
“네가 아직 어려서 뭘 모르나 본데, 고전이 흥하는 이유가 있단다. 이게 다 실패 없는 키워드들이거든. 그리고 웬만한 사람은 이 셋 중에 하나도 소화 못 하는데 넌 그게 돼.”
“아, 네…….”
“진짜라니까? 나 주열음이야.”
죄송한데 제 이미지 개선보다는 본인 로망 실현에 더 진심처럼 보이세요…….
내가 이런 생각은 안 하려 했는데 이 사람 정말.
‘지독한 컨셉러다.’
내 생각을 읽은 사람처럼 주열음 이사가 확고한 어조로 나를 설득했다.
“그러지 말고 잘 생각해 봐. 재능 있으면서 아름답고, 무시하기 어려운 사연까지 있는 사람 이야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잘 먹히거든.”
“그런가요.”
“그렇다니까.”
개인적인 감상을 접어두고 나름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데.
확실히 이런 걸 한데 모아놓으니 실패하기가 더 어려워 보이는 것 같기는 했다.
‘좀 MSG 팍팍 친 잡탕 같은 느낌도 있는데.’
“이, 사연 있는……은 왜 들어가요?”
그러면 안 좋은 이미지가 더 부각되는 거 아닌가.
“냉정히 말해 아무리 좋은 이미지를 덮어씌운다고 한들 네게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게 없던 사실이 되는 건 아니야.”
주열음 이사가 냉철하면서도 부드럽게 설명했다.
“그렇다고 네가 겪은 일이 나쁜 일이라는 소리도 아니고. 무슨 얘긴지 너도 알지?”
“네. 압니다.”
“그래. 그래서 안티들은 어떻게든 그 점을 악의적으로 이용해 너를 흠집 내려 할 텐데. 그럴 바에야, 어느 정도 정제해서 네 통제하에 두는 게 나는 더 현명한 방향이라고 생각하는데.”
주열음 이사의 논리정연한 말이 내 판단과도 일치해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저도 이걸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닌데.”
주열음 이사의 제안을 마음속으로 어느 정도 받아들인 나는 천재라고 적힌 부분을 손으로 가리켰다.
작곡이라는 걸 나 역시 흐름을 바꾸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 바 있었다.
물론 저 천재라는 엄청나게 과대포장 같은 키워드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마음에 걸리는 건.
“제가 어게인 작곡한 건 첫 콘서트 때 밝히기로 저번에 멤버들이랑 약속했거든요.”
“아.”
그 말에 주열음 이사가 귀엽다는 듯 웃었다.
“약속, 중요하지.”
“네…….”
어린애들끼리 손가락 걸고 한 약속을 어른한테 말하는 것 같아서 약간 민망한 기분이 드는군.
“그럼 멤버들이랑 얘기해 보고 나중에 다시 얘기해 줘. 만약 이 방향으로 진행할 거면 타이밍 문제도 있고, 준비 시간도 필요하니까 결정하는 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네. 감사합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마무리되자마자 바쁜 일이 있는 듯 자리를 정리하고 먼저 일어난 주열음 이사가 문득 떠오른 것처럼 말했다.
“아, 그리고 저번에 얘기했던 블랙리스트 공지 말인데. 오늘 중으로 올라갈 거야. 다른 애들한테도 전해줘.”
이건 희소식이다.
“네!”
* * *
주열음 이사의 말대로 그날 오후, 오르카 공식 계정에는 블랙리스트 제도 시행 공지가 올라왔다.
멤버 사생활 관련 공지를 다시 한번 주지시키고 이와 같은 규정을 반복해서 어긴 사람은 이후 영구적으로 공방이나 팬 사인회를 포함한 공식 행사 참여를 전면 금지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팬들은 시드의 대처를 두 팔 벌려 환영했다.
– 시드 일한다
– 와 드디어 ㅠㅠㅠㅠㅠㅠㅠㅠ
– 사이다~~~ 속이 다 시원하네
– 말만 저렇게 하지 말고 꼭 실천해라
– 영구정지 좋다
게다가 시행 첫날부터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도 있어 반응은 더욱 뜨거웠다.
– 한영*/**××××/86××/오르카 숙소와 멤버 자택 무단침입으로 인한 사생활 침해 행위 및 멤버 개인 소지품 절도 행위/온·오프라인 팬 활동 영구정지/180828
(후략)
– 공지 올라온 거랑 동시에 명단 올라와서 뭔가 했더니 그럴만했네ㄷㄷㄷㄷ
– 절도까지 한 건 진짜 미친거 아니냐 애들 어떡해 ㅠㅠㅠㅠㅠㅠ
– 와 미쳤네… 지금이 무슨 2000년대 초반도 아니고; 쟤네 무슨 홈이야? 거르게
┗ 그냥 찍덕 아님 붙수니인듯
┗ 홈마 아냐 사생중에 홈마만 있는거 아님
– 여기 아직 공식팬클럽도 없지 않나? 서폿도 따로 안 받으면서 사생 신상은 어떻게 안거지
┗ 저정도면 경찰서 정모했음
┗ ㄹㅇ경찰서 정모감임
– 멤버 자택 무단침입이랑 개인 소지품 절도 ㅇㄹㅇ 진단서 일 아닌가
┗ 아 맞네..
┗ 근데 온라온 그래도 미국인인데 한국에 자택이랄게 있나?
┗ ㅇㅇ 전에 팬싸에서 오르카 숙소 들어오기 전에 살던 집 따로 있다 그랬어
– 미친년들 ㅠㅠㅠㅠㅠㅠㅠ
– 사옥숙소 앞에 죽치고 있는거나 비공스케 졸졸 따라다니는 건 어떻게 못 했을 텐데 주거침입이랑 절도는ㅋㅋㅋㅋㅋ 자기 무덤 자기가 팠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인실좆 기원~
– 그동안 저것만 했을 리도 없고 자잘한 일들은 안 쓴 것가틈ㅋㅋ.. 아이돌 극한 직업이다 진짜
– 이쯤되면 시드도 가만있기 빡쳐서 올린듯
┗ 빡칠만함
그런 상황에서, 컴백 후 첫 팬 사인회가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