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06)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06화
아이돌 산업이 급격히 확장되며 몇 년 전에 비해 아이돌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의 대중성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추세였지만, 추석 연휴 저녁에 관성적으로 아이돌 체육대회를 보는 시청자층은 아직 넉넉히 남아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의 친인척끼리 모여서 볼만한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아이돌 체육대회를 방송하는 MBS에 채널을 고정하는 데 성공한 에어리들은 눈을 반짝이며 화면을 바라봤다.
긴 방송 시간에 비해 자기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시간은 극히 짧았기에, 방송이 끝난 이후에 올라올 오르카가 나온 순간만 따로 모아 편집한 영상을 보는 게 차라리 효율적이겠으나.
‘효율 그런 건 모르겠고 우리 애들이나 좀 빨리 보고 싶다!’
‘악, 우리 라온이 춤 언제 보여주냐.’
‘이번에 MVP 그룹상 받았다는데 우리 애들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온라인에 모여 있는 아이돌 팬들도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 모여 실시간으로 글을 올리며 방송을 달리기 시작했다.
– 얘ㄸ르아 아체대 한다
– 홍팀 여러분 모입시다 홍홍홍
– @@@청팀 출석체크 하겠습니다!!@@@
┗ 라비티 출석
┗ 에어리 모여라!
(중략)
– 어아흑 어차피아체대는흑팀^^
– ㄴㄴ 올해 점수 치열했대 작년처럼 흑팀만 독주해서 노잼은 아닐듯
– 갑체대 갑예대 진짜 언제 폐지해
– 요즘 아체대 누가 보냐 잘나갈때 청률 거의 20퍼센트대였는데 이제는..ㅋㅋ 말잇못
– 예전에 한 2세대까지만 해도 아체대로 이름 제대로 알린 돌 꽤 있었는데 요즘은 워낙 많아서 1등 여러 번 해도 무명돌이면 다들 노관심이더라..
– 그래도 해외도 있고 요즘은 ott에서 보는 사람도 많아서 엠브스 망하기 전까지 아체대 절대 안 없어질듯 시청률도 말잇못 수준은 아니고 안 본 다는 사람들도 매번 다 봐서 은근 높아..ㅋㅋㅋㅋㅋ
– 설=아예대, 추석=아체대
우리 집에서는 명절 관례 같은 느낌이야ㅋㅋㅋㅋ
– 근데 엄빠들이 돌팬들보다 아체대 더 좋아하는 거 너네 모르지 ㅋㅋㅋㅋㅋㅋㅋ
┗ 이거 마따 나는 본진 나와도 시간 아까와서 나중에 컷편집본으로만 보는데 울 아빠 엄청 잘 챙겨봄ㅋㅋㅋㅋ 리액션하면서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남자 어른들 운동하는 건 뭐든지 잘봄 ㅋㅋㅋㅋㅋㅋㅋ
– 올해 왜이렇게 아체대 망염불 많은 것 같냐ㅠ.. 울 가족들은 항상 잼게 보는디
– 원래 아체대는 무슨 이유로든 그만했으면 하는 마음이라 돌팬들은 안 망했어도 항상 내려치지 ㅋㅋㅋㅋ 10퍼 넘는 방송이 흔한 것도 아닌데..
– 하 드뎌 육상 한다!!!! 캐스터들 말 넘 만하 ㅠ
– 첼둥이들 1등 안해도 되니까 넘어지지만 마라ㅠㅠ
가장 먼저 단거리 달리기 여자부 경기가 끝나고 이어서 남자부 경기가 시작되었다.
[과연 흑팀 지밤이 재작년과 작년에 이어 남자 아이돌 달리기 최강자의 자리를 지킬지! 아니면 3연패를 저지하고 새로운 육상돌이 탄생할 수 있을지!]첫 번째 조에 온라온이 출전하자 에어리들이 흥분했다.
– 공기들아 울 랑구 나온다!! 아체대 삐삐!!
– 헉 상차리고 있었는데 당장 보러간다 삐삐 고마워요ㅠㅠ
– 하 진짜 잘생겼다…
– 기름 찌든내를 싹 날려주는 청량한 용안 감사합니다..
방송을 보던 다른 이들도 감탄했다.
– 워.. 방금 5레인 개잘생겼다
– 우리 이모부 옛날 사람이라 염색한 아이돌 별로 안 좋게 보시는데 온라온 보시고 진짜 잘생겼다고 감탄함
– 저날 방청가서 온라온 실제로 봤는데 머리색 때문에 진짜 무슨 요정 같았음…
저 호리호리하면서도 곧은 몸선이랑 비현실적인 분위기에서 나오는 미모를 카메라에는 진짜 하나도 못 담더라.. 개안한 날임 ㄹㅇ
– (움짤) 온라온 미모 올타임레전드임
– 채널 돌리다가 온라온 얼굴 보고 아체대 채널 고정함ㄷㄷ.. 존잘이네
┗ 인정ㅠㅠㅠㅠㅠ
[여러분은 누가 우승할 거라고 보시나요?] [제가 봤을 때는 아무래도 3레인이 가장 유력하지 않나…….] [저는 2레인에 걸겠습니다.]감탄을 자아내는 외모와는 별개로 그다지 운동을 잘할 것 같지는 않은 이미지의 온라온이 우승할 거라고 거는 사람은 중계진 중 아무도 없었지만.
그리고 1분도 지나지 않아.
화면 속 온라온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5레인 청팀 라온 선수 치고 나갑니다!] [와, 빠른데요. 빨라요. 빨라…!]온라온의 달리기에 이미 결과를 알고 있던 에어리들도 놀랐다.
– 아ㅋㅋㅋㅋㅋ 온라온 그동안 자기 운동 못하는 거 아니라고 억울해할 만했네
– 아니 온라온 왤케 잘 뛰어..? 의외다
– 데굴데굴 굴러다니기만 하던 애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전력질주하는 거 본 심정
리플레이 영상에는 아체대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과장된 CG가 덧씌워졌다.
제작진은 다른 레인의 경쟁자들은 배경이 되는 경기장과 함께 말끔히 지우고 온라온 혼자 사바나에서 달리게 한 뒤 질주하는 치타의 모습을 불투명도 64% 정도로 띄워놓았다.
[ㄴr는.. 오늘도 달린ㄷr…☆]정성이었다.
– 아낰ㅋㅋㅋㅋㅋㅋㅋ cg미쳤낰ㅋㅋㅋ
– 온라온 거의 지금 고영 몸에 빙의한 치타 아니냐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이래서 아체대 못 끊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분명 고퀄인데 묘하게 싸구려불량식품같은 이맛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지상파 3대 cg: sbc 개표방송, mbs 아체대, kbc 놀러나가세
– ㅋㅋㅋㅋㅋㅋ 울 랑구 좀 전까지 나름 멋있었는데 한순간에 하찮고 귀여워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온라온 표정 용맹한데ㅋㅋㅋㅋㅋㅋ 진짜 용맹하고 용감하고 열심인데 너무 귀여워ㅋㅋㅋㅠㅠㅠㅠㅠㅠㅠ 온깅아ㅠㅠㅠㅠㅠㅠ
숙소에서 한우를 씹고 뜯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자신의 활약을 감상하던 온라온은 동생을 놀릴 타이밍을 놓치지 않은 멤버들에게 실컷 시달린 뒤 아이돌 체육대회를 열심히 저주했다.
‘아체대 망해라.’
어쨌든 온라온이 1등으로 예선을 통과하는 것과 동시에 Again이 흘러나오니 그 곡을 누가 만들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에어리들은 짜릿한 상황을 즐겼다.
– 팀에서 처음으로 1등하고 자기가 만든 곡 팀 응원가로 트는 거 개머시따
– 여러분 본업천재 온라온이 작곡한 감히 케이팝 청량의 정수라 칭해도 과언이 아닌 어게인 꼭 기억해주세요!!
– 노래 청량하고 좋다 어게인이야 이게?
┗ ㅇㅇㅇ 최근에 활동 끝났어
– 어게인 활동 몇 주했어?
┗ 5주!
┗ 어쩐지ㅋㅋㅋㅋㅋ 나 웬만하면 노래 기억 못하는데 이건 가사까지 다 외워가지고ㅋㅋㅋㅋㅋㅋ
┗ 고마워ㅎㅎ
– 다시 생각해도 올해 남자 육상은 온라온이다
뒤이어 진행된 인터뷰.
[그런데 흑팀 리프틴 지오 선수는 본인 팀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라온 씨를 안아준 거죠?]자료화면으로 고경윤이 강지우보다도 앞서 온라온을 포옹하는 장면이 나왔다.
[상대 팀이 이기더라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게 아체대 정신 아닌가요?]– 캐스터 당황잼ㅋㅋㅋㅋ 지오 말잘한다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근데 (있는지도 몰랐던) 아체대 정신이라기에는 너무 사적인 친분처럼 보였는뎈ㅋㅋㅋㅋㅋㅋㅋ
– 오르카 라온이랑 리프틴 지오 친해?
– 그런듯? 안 친한데 저러긴 어렵짘ㅋㅋㅋㅋㅋㅋ
– 그래도 트루연생 시절에 자기 편이 적어도 한명은 있었다는 뜻이니까 좀 마음이 놓인다.. 라온아..ㅠㅠㅠㅠㅠ
– 저번에 리프틴 지오도 트루 연생이었으니까 가해자라고 선동하면서 마플 달리던 애들 다 어디감ㅋㅋㅋㅋㅋ
– 아 ㄹㅇ 절케 친한데 누가 그런 헛소문을ㅋㅋㅋㅋㅋ..
– 만에 하나 ㅈㅇ가 진짜 가해자라면 저렇게 순순히 안기기는 쉽지 않을 듯 진짜 친하다고 봐야지
– 우리쥬 팔 활짝 벌리고 있다가 경윤님한테 소중한 막내 인터셉트당해서 ㅇ0ㅇ!!! 이 표정된 거 너무 귀여워 ㅠㅠㅠㅠㅠㅠㅠ
– 리프틴 오르카 친목 응원합니다.. 선의의 경쟁은 해도 싸우지는 말자 얘들아ㅠㅠㅠㅠ
* * *
그 시각 뉴욕.
한국 시각으로는 느지막한 저녁이었지만, 뉴욕은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눈이 평소보다 일찍 떠지는 바람에 사람도 별로 없는 시간에 호텔 식당으로 설렁설렁 내려온 크리스틴은 구석 쪽 자리에 홀로 앉아 있는 장해나를 발견하고 “오.” 하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귀에 무선 이어폰을 낀 장해나는 때때로 입에 시리얼을 한 스푼씩 기계적으로 밀어 넣으며 테이블에 올려둔 태블릿 PC 화면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그거 한국 예능이지?”
“좋은 아침, 크리스틴.”
질문에 대답하는 대신 영어로 아침 인사를 건넨 장해나가 태블릿 PC 화면을 껐다.
“좋은 아침, 해나.”
함박 웃으며 같은 인사를 돌려준 크리스틴이 조식 뷔페에서 입맛에 맞는 것만 골라 담아 온 접시를 장해나의 옆자리에 내려놓았다.
장해나는 언제 아이돌 체육대회를 관심 있게 보았냐는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남은 시리얼을 비워내는 데 집중했다.
“나는 괜찮으니까 관심 있는 거면 계속 봐도 돼. 네가 뭘 보고 있던 건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런 TV 프로그램 잘 안 보면서.”
잠시 고민하던 장해나는 태블릿 PC의 화면을 다시 켰다.
화면이 꺼지는 순간에 그대로 멈춰 다시 재생 시도를 해도 버퍼링이 걸려 움직이지 않는 영상은 한 사람의 얼굴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었다.
하늘과 구름의 빛을 부드럽게 섞어 놓은 듯한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의 얼굴을 알아본 크리스틴이 탄성 같은 말을 내뱉었다.
“데미안이잖아?”
머리카락 색이 바뀌어 알아보지 못할 거라 기대한 게 어리석었지.
장해나가 생각하기에도 그녀의 아들인 온라온은 고작 머리카락 색 하나 바뀌었다고 못 알아볼 만큼 흐린 인상은 아니었다.
“이제 마음이 바뀐 거야?”
한국에 와서 온라온을 만나 함께 즉흥 연주를 했다는 말에 이상한 반응을 보였던 장해나를 탈탈 털어 모자 사이의 관계를 어느 정도 알게 된 크리스틴이었다.
크리스틴은 평소 무서울 만큼 똑 부러지던 장해나가 작은아들이 큰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에 며칠 다녀온 뒤, 정신의 반을 고향에 두고 온 것처럼 한동안 상태가 안 좋았다는 사실도 알았다.
“내가 자식이 유명해지니 그제야 돌아보는 어리석고 욕심 많은 여자처럼 보이겠지만, 그래.”
장해나가 자조하며 인정했다.
한국에 다녀온 이후로도 소송은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은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말이 없는 형인 온세하는 어떤 생각인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아버지인 온현우는 장해나와 마찬가지 마음이었다.
다만 온라온이 가족들을 불편해하는 게 명백한 상황에서 살가운 성정이 못 되는 두 사람은 아들이 어떻게 지내나 살피며 간혹 연락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마땅히 없었다.
크리스틴은 고개를 저었다.
“섭섭한 소리를. 그렇지 않아.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아는 네 친구로서 너를 응원해. 그런 거에 연연할 사람이 아니지.”
“……고마워.”
“하지만 네가 얼마나 매정한 부모였는지 알게 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애한테는 다시는 상처 주지 않게 조심하도록 해. 어린 애들은 여자애든 남자애든 생각보다 섬세하거든.”
온라온과 함께했던 서정적인 연주를 떠올린 크리스틴은 그 연주로서 알게 된 감정적인 사실을 더 언질을 주어야 할지 고민했지만, 끝내 더 덧붙이지는 않았다.
“참고할게.”
짧게 답한 장해나는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렇게 해서 2018 추석맞이 아이돌 체육대회 단거리 달리기 본선 진출자가 모두 정해졌습니다!]태블릿 PC 화면 속에서 얼마간 끊겼던 방송이 마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