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05)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05화
그주 주말부터는 대망의 추석 연휴였다.
물론 할 일 많은 우리는 본가에 내려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하고 숙소와 회사를 오가며 팬 미팅이나 다른 스케줄을 열심히 준비했다.
“원래 명절에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거다.”
강지우가 쉴 틈 없이 뭔가를 준비하느라 자연히 분위기가 다운된 우리를 말도 안 되는 헛소리로 달래려 했다.
하지만…….
“언제부터 행복한 사람 표정이 그런 우거지상이 된 건데요.”
견성하의 지적에 강지우가 애써 괜찮은 척 관리하던 표정을 허물어뜨리며 우리 중에 제일 속상한 사람처럼 잉잉거렸다.
“나도 우리 귀여운 해림이랑 보람이랑 민서랑 소박이랑 대박이 보고 싶어!”
보고 싶은 사람이랑 동물들이 참 많기도 하다.
“저번에도 봤잖아요.”
“그렇기는 하지만, 애들은 못 보는 사이에도 쑥쑥 큰단 말이다!”
강지우처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서 사이도 좋은 동생이 없는 다른 멤버들은 저런 따뜻한 형 노릇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다.
오히려 반요한처럼 꼬장꼬장한 친척들 안 봐서 좋다고 대놓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 반요한을 사정이 비슷하지만 본가에 내려가야 하는 반가을 대표가 부러워하는 눈치였는데, 내 착각이겠지.
서문결도 말은 따로 안 하지만, 피 안 섞인 친가에 가는 것보다는 회사에 남는 쪽을 훨씬 편해하는 것 같았다.
나 역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며칠 전, 부모님으로부터 추석에 잠시 시간을 내어 미국에 올 수는 없겠냐고 연락이 왔다.
그쪽은 진짜 미국인들이라 한국 명절인 추석은 딱히 안 챙길 것 같았는데 내가 추석 휴가를 받아 잠깐이라도 본가에 오는 걸 기대하는 듯했다.
물론 스케줄 때문에 당분간은 못 간다고 답했다.
추석뿐만 아니라 적어도 연말까지는 쭉 바쁠 거라니 아쉬워하는 모양이었지만, 뭐 별수 있나.
미국이 차 타고 잠깐 다녀올 수 있는 거리도 아니고.
“그렇게 보고 싶으면 잠깐 다녀오지 그래요. 형은 온라온처럼 집이 먼 것도 아니잖아요.”
상념에 빠져 있을 때, 견성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너희를 두고 나 혼자 가냐!”
그럼 잔말 말고 일이나 하라고 반요한에게 면박을 당한 강지우가 서글픈 얼굴로 꾸물거리며 내 쪽으로 왔다.
“막내야, 해림이가 이번 명절에는 잘생긴 오빠 또 안 오냐고 물어본다? 원래 잘생겼다는 말 잘 안 하는 앤데.”
나는 다람쥐 같던 귀여운 여자애를 떠올렸다.
잘생긴 오빠라니.
어린애가 사람 좀 볼 줄 아는군.
“다음에 또 보자고 전해줘.”
그러자 강지우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그럼 내년 설에 우리 집 또 올래?”
“아니. 그건 좀…….”
이 인간 이거 물어보려고 한껏 불쌍한 척하면서 자기 동생들 이야기 꺼낸 건 아니겠지.
* * *
첫 번째 팬 미팅은 토크나 게임 같은 걸로 시간을 채우기보다는 무대 위주의 미니 콘서트 형식으로 기획되고 있었다.
그래서 준비할 무대가 꽤 많았다.
역대 타이틀곡 무대는 물론이고, 평소 에어리들이 원하던 커버 무대에, 팬 미팅에서 처음으로 공개할 예정인 팬송까지 준비하려니 몸이 열 개라도 부족했다.
우리의 첫 팬송이니만큼 다른 작곡가의 손에 맡기지 않고 오르카의 작곡 멤버인 나와 서문결이 바쁜 시간을 쪼개어 공동으로 작업하고 있었다.
물론 목표는 작곡·작사란이 모든 멤버들의 이름으로 채워지는 것이었기에 강지우, 반요한 그리고 견성하에게도 평소 팬들에게 느끼던 좋은 감정이라면 뭐든지 글로 적어두라고 말해둔 상태였다.
“라온아, 어제 말했던 부분 수정해 봤는데 지금 들어볼래?”
“어. 잠깐만.”
작곡 경험이 혼자 만든 어게인밖에 없는 나도 그렇고.
서문결 역시 곡을 혼자 통으로 쓴 뒤에 다른 작곡가의 의견을 들으며 고쳐나가는 스타일이었기에 이렇게 처음부터 협업하며 곡을 써나가는 것은 썩 익숙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건 우리의 첫 공동 작업이었다.
게다가 이제까지 작업했던 곡들과 달리 선선한 밤에 편안히 듣기 좋게 전자 사운드를 최대한 빼면서도 곡이 허전한 느낌이 없도록 하는 게 생각보다 어려워 처음에는 난항을 겪었다.
‘내가 어쿠스틱 음악에 이렇게까지 관심이 없었다는 걸 미처 몰랐지…….’
프로는 필요하다면 자신의 취향과 다른 곡도 얼마든지 써내야 한다는 반가을 대표의 냉정한 가르침이 떠오르는 시간이었다.
작업 초반에는 괜히 어쿠스틱한 쪽으로 가닥을 잡았나 후회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 둘 다 감을 잡으면서 작업 속도에 한 번 불이 붙은 이후로는 걱정했던 것보다 훨씬 괜찮게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좋다.”
서문결이 수정한 버전을 들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
“이제 더 수정할 건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은 일단 이 정도로 마무리할래?”
“응. 가이드는 네가 부를 거야?”
“그러지 뭐.”
나는 속전속결로 가이드 녹음까지 마쳤다.
팬 미팅을 한다는 것부터가 우리 입장에서는 다소 갑작스럽게 결정된 사안이라 모든 일정이 굉장히 촉박했다.
다행히 보컬에 중점을 두어 안무는 따로 들어가지 않는 곡이라 이제 가사만 붙이면 완성이었다.
반가을 대표에게도 가이드 녹음본을 보내주었더니 밤을 새워가며 고생한 보람이 있게 한 번에 통과되었다.
반가을 대표님 [오케이 이번에도 너무 좋다^^]
반가을 대표님 [잘했어]
반가을 대표님 [명절에 고생한다. 요한이한테 내 카드 주고 왔으니까 매니저들이랑 같이 고기 마음껏 구워 먹어!]
반가을 대표님 [(손에 금빛으로 빛나는 카드를 든 캐릭터 이모티콘)]
나 [감사합니다 대표님!!]
나는 좋은 소식을 서문결에게 바로 알렸다.
“형, 대표님이 괜찮대!”
“잘됐다.”
서문결과 두 손으로 하이파이브를 몇 번 하며 통과의 기쁨을 나눈 뒤 내친김에 팬송이 완성되길 목 빠지게 기다리던 멤버들에게도 들려주었다.
“들어봐.”
내 목소리만 녹음된 곡이 재생되는 3분여 시간 동안 반가을 대표에게 연락할 때보다 더 떨리는 마음으로 멤버들의 반응을 살폈다.
옆에서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피가 안 통할 정도로 꽉 잡고 있는 서문결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
“어때?”
“…….”
“아, 장난치지 말고! 노래 어떠냐니까?”
다들 일부러인지, 내가 어떠냐고 물어볼 때까지도 표정을 관리하며 좋고 싫음을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았다.
녀석들이 중간중간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어볼 때 우리가 완성될 때까지는 절대 못 들려준다고 한사코 거절했던 걸 이런 식으로 복수하는 건가.
어쩔 수 없지.
“앗 결이 형 감상 기다리다가 숨넘어간다!”
“좋아! 엄청 좋아요!”
서문결을 들먹이자 견성하가 바로 걸려들었다.
내가 평소에 서문결 표정을 잘 읽었던 만큼 이번에도 진짜로 받아들인 거겠지.
순진하긴!
“?”
옆에서 누구보다 편안하게 숨 쉬던 서문결이 내 말에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히죽 웃는 내 표정을 보고 속았다는 걸 알게 된 견성하가 부르르 떨었다.
“야!”
“왜! 장난치지 말고 바로 말해줬으면 됐잖아! 이때가 얼마나 긴장되는데.”
대꾸할 말이 없는지 견성하가 말을 돌렸다.
“……이거 얼마 만에 썼다고?”
“닷새. 아직 좀 덜 다듬어진 부분도 있는데 시간 없으니까 가사 먼저 생각해 줬으면 해서 먼저 들려준 거니까 그 정도는 일단 넘어가.”
“닷새…….”
혼자 중얼거리던 견성하가 별안간 억울한 얼굴로 내게 가까이 다가오더니 내 양쪽 볼을 얼얼할 정도로 쭉 잡아당겼다가 그대로 놓았다.
“왜!”
“재수 없어!”
“재수 없다고 사람 볼을 떡처럼 잡아당기냐?”
“그렇다고 널 때릴 수는 없잖아!”
어이가 없었지만, 예전에 이야기했던 질투심을 녀석 나름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소해 보려는 것 같아서 넘어가 주기로 했다.
하지만 자기가 따르는 서문결은 두고 만만한 나한테만 이러는 점이 괘씸해 서문결에게 견성하를 붙잡고 있게 시킨 뒤 당한 그대로 복수했다.
팬송을 한 번 더 들으며 나와 견성하를 지켜보던 반요한도 감상을 내놓았다.
“좋네. 멜로디가 서정적이라 현장에서 들으면 에어리들이 엄청 감동하면서 좋아할 것 같아.”
“다행이다. 근데 지우 형은 왜 이렇게 조용…….”
우리는 등을 돌린 채 공식 SNS에 ‘아무래도 내 동생들이 천재인 것 같다’는 내용의 글부터 올리려는 강지우를 뒤늦게 발견했다.
“쟤 폰 뺏어, 폰!”
에어리들에게 동생들의 멋짐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필사적으로 외치는 강지우에게서 견성하가 휴대폰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
“스포 안 돼!”
“안 돼요!”
아직 팬 미팅 공지조차 올라가지 않은 상황이었다.
팬들이 눈치가 워낙 빨라서 뭐 하나 올리기만 하면 우리가 무언가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금세 밝혀질 게 분명하다.
은근슬쩍 하려던 스포를 포기한 강지우가 상기된 얼굴로 감상을 내놓았다.
“노래 진짜 좋아. 특히 싸비가 좋은데, 얼른 가사 붙이고 나도 불러보고 싶어.”
다행히 다들 좋아하는 눈치라 나는 신나서 서문결과 다시 한번 하이파이브를 했다.
“곡 제목은 정했어?”
“응.”
“뭔데?”
한차례 눈빛을 주고받은 나와 서문결은 작업하는 내내 떠올리던 이미지를 입 모아 말했다.
“Airplane.”
* * *
해가 떠 있는 동안 실컷 연습한 우리는 저녁 시간을 맞아 근처 정육점에서 반가을 대표 카드로 사 온 고기를 숙소에서 양껏 구워 먹으며 일전에 녹화했던 추석맞이 아이돌 체육대회를 모니터링했다.
아이돌 체육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추석 전날과 당일, 이틀에 걸쳐 방송된다.
오늘 방송하는 건 1부로, 큰 이변이 없는 한 오전 녹화분까지가 방송 내용에 포함된다.
치이익.
광고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고기를 구우며 나는 소리와 냄새가 허기진 우리에게 어마어마하게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우리 오늘 얼마나 나올까.”
나는 핏물이 적당히 배어 나올 정도로 잘 익은 한우를 우물거리며 말했다.
“그래도 MVP 그룹상까지 받았으니까 조금씩이라도 계속 나오지 않을까?”
워낙 많은 그룹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라 아무도 확신을 못 했다.
“분량 얘기하니까 옛날 생각나네.”
“픽하트?”
“응. 반요한이랑 결이 그날 방송에 몇 분이나 나올지 내기하고 그랬는데.”
“픽하트 얘기만 하면 엄청 옛날 같아.”
잠시 뒤 광고가 끝나고 아이돌 체육대회 방송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