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0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04화
예상치 못한 이영민의 등장에, 정확히는 낮이든 밤이든 한결같이 음산한 그의 분위기에 다들 깜짝 놀라 움찔했다가 한 박자씩 늦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몸은 괜찮으세요?”
“네. 걱정해 주신 덕분에요.”
오랜만에 보아도 여전한, 꿈에 나올까 무서운 비주얼 때문인지 고개를 굳이 위로 꺾어 드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면서까지 이영민과 눈을 똑바로 마주치려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진짜 다시 저희 매니저 하시는 거예요?”
이영민이 매니저로 동행했을 때는 사적인 공간에서 지나치게 달라붙는 팬들이 극히 드물었던 것을 잊지 않은 듯 기대가 적잖이 묻어나는 견성하의 물음이었다.
“그렇게 됐습니다.”
“우와아.”
“매니저 일이 체질에 잘 맞으셨나 봐.”
다들 이영민을 자기 나름대로 반겨주는 와중에도 내가 조용히 있자 함께 있던 직원 한 명이 내 등을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부추기는 듯한 손길이었다.
“얘, 라온아, 인사해야지. 너한테는 특히 고마운 사람인데.”
“아니. 너무 뜻밖이라서요…….”
“라온 씨도 저 반가우시죠?”
“예에……. 그러네요. 안녕하세요.”
없는 성의까지 다 끌어모아 녀석에게 인사했다.
‘이따 두고 보자.’
이영민 소개를 끝으로 그날의 회의가 대강 끝났다.
“그럼 이번 활동 다들 고생 많으셨고. 얘들아, 연휴에 쉴 시간 못 주는 건 미안하지만 이게 다 남 좋은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일이라 생각하고 파이팅하자. 해산!”
경쾌하게 자리를 파한 반가을 대표는 곧바로 나를 대표실로 따로 불러냈다.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라온아, 너 혹시 영민 씨랑 많이 친해?”
“네?”
“그런 일이 있었으니까 네가 잘 따르는 건 이해가 가지만…….”
갑자기 무슨 소리지.
대화의 흐름을 종잡을 수 없어 눈만 동그랗게 뜨고 있자니 반가을 대표가 아차 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기 몸 다치는 거 감수하면서 너 구해준 것도 그렇고, 상현이한테 듣기로 저번 사생일 때 오피스텔 같이 올라가 준 것도 그렇고. 영민 씨가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 고맙고 귀한 사람 같기는 하거든.”
“네에.”
“그런데 사람이 원래 너~무너무너무 착하고 잘해주면 속을 한 번씩 의심해 봐야 하는 게 안타깝지만 현실이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자기가 직접 복직까지 시켜놓고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웬만한 사람이면 돈을 더 줘도 안 한다고 때려치울 만한 일들이 여럿 있었는데도 흔쾌히 복직해 준다는 게 나로서는 사람이 참 고마워서 혹시 바라는 점 없냐고 물었더니 뭐라고 한 줄 알아?”
“뭐라고 했는데요?”
“글쎄, 네 스케줄에는 되도록 자기를 보내달라는 거야.”
래리 나이스.
안 그래도 운신의 자유를 원했던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가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 이후로 시작된 과보호는 계속되고 있어서 나는 아직도 외부에서 어디를 잠깐 다녀올 때면 최소한 한 명의 매니저나 경호원과 동행해야 했다.
만약 그러지 않고 몰래 빠져나가면 곧장 이중 삼중으로 잔소리가 날아왔다.
이거는 무슨 물가에 내놓은 애 취급도 아니고.
하지만 래리의 그런 센스를 반가워하는 나와 달리 반가을 대표의 표정은 영 떨떠름했다.
“내가 그 사람한테 산재 보상금이나, 월급 인상이나 정기 휴가 보장까지 얘기했는데 그런 건 다 사양하고 네 스케줄에 자기가 가게 해달라는 그거 딱 하나만 말했다는 건 좀 이상하지 않니?”
“그렇네요.”
아무래도 시체 인형이나 뒤집어쓰고 다니는 음침한 놈이다 보니 돈과 휴식을 최고로 아는 인간의 감각과는 멀어진 것이 분명했다.
“내가 살다 살다 돈이랑 휴가 싫다는 사람은 처음 봐서 물어봤다? 왜 그렇게까지 너한테 관심을 가지느냐고?”
“뭐라고 했는데요?”
“죽은 동생이랑 네가 닮아서 챙겨주고 싶대!”
“…….”
설득력 0점.
성의 0점.
참신함 0점.
도합 0점짜리 근거였다.
“진짜 이상하지?”
나는 내 지능을 욕할 자격이 있기는 한가 싶은 녀석의 머리를 속으로 욕하며 동의했다.
둘러댈 거면 잘 좀 둘러대든가.
“네. 이상하기는 하네요.”
시대가 어느 때인데 그런 구닥다리 변명을…….
반가을 대표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말이야. 내가 웬만해서 이런 편협하고 편견에 찌든 소리는 잘 안 하는데, 그 무시무시한 외모로! 자기 동생이랑 천사 같은 네가 닮았다고 하는데 어디 믿을 수가 있어야지!”
아, 그 부분이요?
* * *
반가을 대표와의 대담을 마치고는 숙소로 돌아가 이영민과 따로 얘기할 시간을 가졌다.
“이제까지 어디서 뭐 하다가 갑자기 다시 와?”
“저와 계약해서 힐러가 되시면 알려드릴 수 있는 일을 하느라 좀 바빴습니다.”
아직 그거 포기 안 했냐고.
“넌 은총 쓰면 내 체력 마이너스 되는 거 알면서도 그런 소리를 하냐?”
“그 부분 말입니다만.”
이영민이 자기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인간으로 치면 심장이 있을 법한 위치였다.
“고객님 코어가 원래는 제 것이었잖습니까.”
설마 자기 거였으니까 이제 와서 다시 내놓으라는 건 아니겠지.
아직 서문결 무릎 못 고쳤는데!
양심 없는 새끼라면 줬다가 뺏는 치사한 짓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으므로 나는 한 걸음 물러나 두 팔을 엇갈려 내 몸을 감쌌다.
“이제 못 준다.”
“안 뺏어갑니다.”
휴.
“그것마저 없으면 정말 길 가다가 픽 죽을 것 같으셔서…….”
나를 측은해하는 시건방진 시선이 정수리에 꽂히는 느낌이다.
“……야, 비겁하게 멀대 같은 껍데기 뒤집어쓰고 오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영혼 대 영혼으로 붙자니까? 이영민 말고 관리자 14127호 데려오라고. 본체 나오라고 해!”
“저는 14127호가 아니라 14227호입니다.”
“어쩌라고. 비위 상하니까 밥 먹을 때 가까이 오지 마.”
내 물리력이 견성하나 징샤오에게는 통하지도 않을 만큼 쓰레기인 것은 둘째 치고, 이영민의 저 몸도 일종의 시체인 걸 알게 된 이후로 괜히 찜찜해졌다.
따뜻한 체온이 있다든가, 그때 오피스텔에서 맡았던 시취 대신 평범한 사람 냄새가 난다든가 하는 점에서는 완벽하게 살아 있는 인간 같기는 하지만.
귀여운 동물 영상을 여러 개 보면서 머릿속에서 기껏 지워냈던 충격적인 광경을 다시 떠올려 버린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과장스럽게 섭섭하다는 표정을 지은 이영민이 표정과는 달리 무미건조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무튼, 저번에 실험해 본 바에 따르면 고객님과 제 코어 성분이 동일해서인지 어느 정도는 같은 인물로 인식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번에 제가 능력 빌려 썼을 때 약간 피곤한 거 말고는 큰 이상 없으셨죠?”
오피스텔에서의 일을 말하는 듯싶었다.
그때 내 힘을 뽑아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었는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영민이 말했다.
“같은 원리로 저를 치료하더라도 사달은 안 날 겁니다.”
“으응. 하나도 안 궁금한 정보 고맙다.”
“그런 의미에서 제 전용 힐러 하실 생각은.”
“아, 안 산다고.”
이번에는 진심으로 아쉬운 듯 보였다.
“결이 형 무릎 빨리 치료해야 하니까 레벨 올리게 경험치나 스탯 포인트 걸린 퀘스트나 좀 팍팍 줘봐.”
저번 같은 일이 또 생기지 않게 하려면 체력을 넉넉잡아 삼사백까지는 올려놓고 치료를 시도해야 할 것 같았다.
치료 뒤에도 지금 정도의 체력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오백?
……백오십 모으는 것도 힘들었는데 오백이라니.
까마득하군.
“제가 마음 같아서는 고객님을 철근도 씹어 드실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 드리고 싶은데 스탯 포인트라는 게 막 퍼드리지 못할 만큼 귀한 거라.”
“귀하다는 것치고 깎을 때는 네 맘대로 깎더니?”
“하하.”
“하하하.”
이 새끼가.
나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거둬내고 정색했다.
“너 그 몸 맞으면 아프냐?”
“감각은 어느 정도 있지만, 고객님이 솜 같은 주먹으로 때리시는 것 정도야 간지럽지도 않죠.”
나는 손짓했다.
“그래? 그럼 때리기 좋게 고개 좀 숙여봐. 내가 딱 한 대만 칠 테니까.”
정말 맞아줄 셈인지 이영민이 순순히 고개를 숙였다.
여기는 영혼의 힘이 작용하는 공간도 아니니 그까짓 거 한 대 맞아주자는 생각이 훤히 보였다.
“더 숙여, 더, 더, 더.”
키가 큰 이영민은 고개만 숙이는 게 아니라 허리가 90도보다 조금 더 꺾였을 때야 딱 때리기 좋은 높이가 되었다.
“됐습니까?”
“그래. 그대로 있어.”
나는 옆에 있는 책장에서 미리 봐두었던 두툼하고 묵직한 책 한 권을 조용히 뽑아 들었다.
그리고 팔을 크게 휘두르며 얻은 원심력을 실어 놈의 뒤통수를 그대로 내려쳤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길버트의 대가리를 깨던 빨간 머리 앤의 심정으로!
‘죽어라!’
퍼억!
완전히 방심하고 있던 이영민의 몸이 균형을 잃고 살짝 비틀거리다가, 틈을 주지 않고 이어진 두 번째 타격에 그대로 앞으로 넘어갔다.
“하하, 멍청한 자식!”
“분명 한 번만 치신다고…….”
“그걸 믿냐!”
“…….”
[사장님 나이스샷! 힘 +5] [액티브 스킬 《일격필살》을 획득했습니다.] [액티브 스킬 《일격필살》 – 개새끼에 대한 분노는 당신을 강하게 합니다. 도구를 이용해 상대의 급소를 타격할 때 첫 번째 타격에 한해 최대 500%의 힘이 발휘됩니다.]스킬까지 주다니.
자동화 시스템이 상사의 고난에 크게 기뻐하는 게 느껴졌다.
이영민의 정수리를 두 번 강타한 책을 제자리에 도로 꽂아 놓은 나는 탁탁 손을 털었다.
그 힘 좀 썼다고 어깨가 아팠다.
– 막내야! 큰 소리 났는데 무슨 일 있어?
“아니! 책 떨어뜨린 소리야!”
이영민 머리에 말이다.
이영민이 엎어진 채 여전히 못 일어나는 건 그냥 내게 당했다는 사실이 치욕스러워서 그런 듯싶었다.
‘나를 얼마나 허접으로 봤으면…….’
혹시 다쳤으면 치료해 줄까 싶었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보였다.
나는 앞으로 쓰러진 이영민을 방석처럼 깔고 앉았다.
“방심했군. 인간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이라고 들어는 봤나.”
“…….”
“다시는 인간을 얕보지 마라.”
“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