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0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03화
새로 이사 간 숙소는 이전만큼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곽상현의 말대로 적당히 쾌적했다.
방마다 화장실에 드레스룸까지 딸린 집은 내가 생각해도 조금 과했다.
“성하야, 라온아, 너희부터 방 어디 쓸 건지 골라 봐.”
두 명이 함께 방을 쓰기로 한 나와 견성하에게 가장 먼저 선택권이 주어졌다.
“형들 먼저 골라요.”
우리는 동방예의지국 사람답게 고생하는 매니저들에게 방을 먼저 고를 기회를 양보했지만.
“아니야. 우리는 여기서 진짜 바쁠 때 잠만 자고 나가는 거지만 너희는 쉴 때도 여기서 쉬고 아예 둥지 틀어 사는 거잖냐. 괜찮으니까 너희 먼저 골라.”
“상현 형 말씀대로 저희는 남는 방 아무데나 쓰면 되니까 먼저 고르세요.”
곽상현과 임대현은 말만으로도 고맙다며 사양했다.
우리는 더 사양하지 않고 화장실이 하나 딸린 제일 넓은 방을 선점했다.
다른 멤버들도 차례로 방을 골라 갔다.
누가 어느 방을 쓸 건지 정해지지 않아서인지 입주할 때까지만 해도 다소 휑하던 집은 다음 날 우리가 스케줄을 다녀온 사이 각종 가구로 채워졌다.
“새 거나 마찬가지니까 그냥 우리 계속 쓰라고 주셨어.”
……이러한 이유로 이전 집에서 쓰던 가구나 가전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세련된 디자인의 2층 침대가 한구석에 배치된 나와 견성하의 방에는 벼르던 대로 컴퓨터 2대가 나란히 들어왔다.
나 같은 경우는 올해 생일 선물로 받았던 걸 그대로 소중히 가져 왔고, 견성하는 이 참에 아예 새로 샀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더니, 견성하 게 내 거보다 좋아 보였다.
가끔 뺏어 써야지.
우리가 희희낙락하며 컴퓨터를 설치하는 모습을 문가에서 팔짱 끼고 지켜보던 강지우가 경고했다.
“형이 지켜볼 거야.”
“아, 결이 형처럼 곡 작업용이라니까. 숙소에서도 열심히 일하겠다는데 왜 자꾸 그래.”
“나도요. 얘랑 같이 작업할 거예요.”
물론 반은 작업용이고 반은 게임용이지만.
호감도 100이 무슨 소용이냐.
나와 견성하의 변명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강지우가 게임에 환장하는 요즘 애들인 당신과 견성하를 불신합니다.]“너희 진짜 내가 가끔 들어와서 볼 거야. 밤에 안 자고 게임 하는지 안 하는지.”
강지우의 경고에 나는 견성하와 의미심장한 눈빛을 주고받았다.
‘문 잠가야지.’
‘문 잠그자.’
이 나이에 컴퓨터를 몰래 해야 한다니.
부모도 마음대로 하라고 내버려 두던 것을 강지우가 저렇게 참견하니까 괜히 웃겼다.
싫다는 건 아니지만.
견성하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실없이 웃었다.
“방 같이 쓰면 잔소리 심하다는 말 뭔지 알겠다.”
“어. 진짜, 엄청, 심해.”
그리고 바로 그날 밤, 다음 날에 음악방송 스케줄 없다고 밤새도록 게임 하던 우리는 물 마시러 나왔던 강지우한테 딱 걸려서 혼났다.
참고로 밤에 안 자면 키 안 큰다는 잔소리에 자기는 형보다 크다고 뚱하게 대꾸한 견성하는 두 배로 혼났다.
* * *
오늘은 드디어 어게인 활동 마지막 날이다.
새벽같이 리허설하고 대기실로 돌아온 우리는 제각각 자리에 쓰러졌다.
“와, 진짜 피곤하다.”
“5주 활동이 힘들기는 힘들구나…….”
한 곡으로 5주나 활동했더니 우리는 처음에 (강지우와 서문결을 제외하고) 숨차서 죽으려 하던 어게인 라이브를 제법 편안하게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너는 무대 할 때만 기운 넘치더라.”
“형이 비실비실한 거겠지.”
“까불어.”
라이브 한 번 할 때마다 뭐가 그리 힘든지 진이 다 빠져서 헉헉대는 반요한을 보면 그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생각보다는 금방 간 것 같은데.”
“아니야. 지나고 보니까 긴 거지.”
“5주나 하니까 그동안 좀 서먹서먹하던 스태프분들이랑도 이번에 다 정든 것 같아요.”
“견성하야, 헤어 해주는 누나들이 너 말 너무 많대.”
“!”
“거짓말이야.”
씩씩거리는 견성하를 뒤로 하고, 슬슬 비활동기에 뭘 하고 살면 좋을지나 생각해 보기로 했다.
아무래도 활동기와 비교해 비는 시간이 늘어날 거고, 그냥 늘어져 있다가는 금세 올해가 지나가버릴 테니까.
묵혜성과 함께 지내며 배운 것 중 하나는 시간을 금처럼 알라는 것이었다.
‘사실 그 양반 평소에 자는 거 보면 믿어도 되는 말인가 싶긴 한데…….’
아무튼.
묵혜성은 아이돌은 자신의 이십 대는 일반인의 이십 대와 다르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취업도 잘 안 되는 요즘 사회에서 이십 대 중후반이면 슬슬 직장에서 실수해도 용서받는 햇병아리 신입 티를 벗으며 삼사십 대로 나아갈 기반을 닦을 때지만.
빠르면 10대 중반에 데뷔하는 아이돌은 그 나이쯤 됐을 때는 이미 은퇴 혹은 휴식까지 고려할 정도로 닳고 닳은 경력직이 된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어떤 식으로든 전성기를 맞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으므로 어떻게 보면 시간을 아까워하라는 것도 당연한 말이었다.
사실 그렇게 빡빡하게 사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기회가 왔을 때 준비되지 않아 놓친다면 많이 억울할 것 같았다.
고민하던 나는 춤이라는 무기를 갈고 닦기로 했다.
이번에 새로 익히게 된 아크로바틱 동작들 말고도 댄싱킹 어쩌고 하는 퀘스트는 내용이 갱신되어 계속 진행되고 있었고, 그 녀석의 옛 몸놀림을 아는 이상 개인적으로도 부족한 점이 많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바쁠 때 연습 너무 심하게 하지 마. 몸 상해.”
서문결이 말했다.
무릎 부상을 안고 있는 그가 할 말인지는 둘째 치고.
‘설마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눈치채고 저런 말 한 거야?’
서문결의 절망적인 눈치로 보아 그게 가능할 것 같지는 않은데.
차라리 서문결도 《표정 읽기: 온라온》 스킬을 얻었다는 게 더 신빙성 있겠다.
“응.”
사실 서문결의 ‘바쁠 때’라는 말대로 어게인 활동이 끝나고 나서도 우리에게 쉴 겨를은 한동안 거의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시드 엔터는 공식 팬클럽 에어리 1기 모집을 기념해 이제까지 하던 미니 팬미팅보다는 한결 큰 규모로 팬과 직접 만나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준비 기간이 촉박해 그렇게까지 큰 규모로 진행되는 기획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우리에게는 기념할 만한 첫 공식 팬미팅이라고 할 수 있었다.
준비하는 과정에 나나 멤버들도 활동하는 틈틈이 회의에 참여하며 조금씩 의견을 보탰다.
“너희는 팬미팅에서 뭐 했으면 좋겠어?”
“맛있는 음식 대접이요.”
“음식 대접 다음에는?”
“당연히 맛있는 후식을 먹어야죠.”
“지우야, 너는 이제 먹는 얘기 금지야.”
강지우처럼 영 도움 안 되는 의견만 던진 사람도 없지 않았지만 몇 가지 건진 것도 있었다.
회사는 소정의 상품을 걸고 앞으로 쭉 사용할 팬미팅 이름에 대한 사내 공모를 받았다.
뜨거웠던 공모 결과, 이번에는 꽤 괜찮은 후보가 두어 개 나와 우리 회사에서 이게 웬일이냐고 다들 놀라워했다.
특히 반가을 대표의 안이 최종 후보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더 큰 놀라움을 샀다.
“왜 이래. 나 유학파야.”
“유학파랑 작명이랑 무슨 상관인 거죠.”
“유학까지 다녀온 분이 왜 저번에는 지오스와 크라켄을…….”
반가을 대표의 매서운 시선을 받은 주열음 이사와 최보라 팀장이 시선을 피했다.
반가을 대표가 화이트 보드에 적힌 최종 후보 하나를 탕탕 손으로 짚었다.
내가 제출한 이름이었고, 반가을 대표의 것과 내 것 두 개를 놓고 한 전체 투표에서 막 승리를 거둔 참이었다.
“이거 라온이가 만든 이름이라고 슬쩍 흘린 거 누구야. 빨리 자수해!”
“접니다!”
“내가 지우 너일 줄 알았다!”
강지우가 당당하게 블라인드 투표라는 룰을 위반했음을 알렸다.
이게 뭐, 타이틀곡 선정만큼 중요한 사안도 아니라 다들 유쾌하게 웃어넘겼다.
상품으로 걸린 공기청정기를 내게 빼앗긴 반가을 대표만이 슬퍼했다.
‘통장에 쌓인 저작권료도 많으신 분이 애들 거 빼앗을 생각하지 말고 직접 사시지…….’
반가을 대표를 바라보는 직원들의 눈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러게, 평소에 인망을 쌓으셨어야죠!”
“숨만 쉬어도 예쁨받는 우리 회사 복덩어리 막내를 내가 어떻게 이기니?”
원래 회사 대표는 임직원들의 분노와 증오만 안 사도 중간은 가는 법이라며 반가을 대표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반대 의견 없으시면 이걸로 확정하겠습니다.”
직원 한 명이 칠판에 적어두었던 여러 이름 중 하나에 동그라미를 쳤다.
[ORCA in AIRY Tale]동화를 뜻하는 ‘fairy tale’이라는 영어 단어에서 착안하여, 우리 팬덤 이름인 에어리가 강조되도록 앞의 ‘f’를 생략했다.
에어리들의 동화 속 오르카.
뭐 그런 뜻이 되겠다.
아무래도 팬미팅은 콘서트 같은 행사와는 달리 팬들 쪽에 더 초점이 맞춰지는 편이니까 팬 이름이 들어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인데 우리 회사 직원들의 작명 센스가 대체로 절망스러웠던 관계로 생각보다 호평을 받았다.
이 회사 괜찮을까…….
“그리고 한 가지 알릴 게 있는데.”
반가을 대표가 운을 뗐다.
“우리 복덩어리 막내 구하려다 다쳐서 잠시 고향에 내려갔던 영민 씨가 다시 매니저로 왔습니다.”
“하하, 안녕하세요.”
네가 왜 여기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