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0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02화
“죽겠다!”
“아체대 망해…… 읍!”
“밖에서 그런 말 함부로 하는 거 아냐!”
서문결이 무사히 회복된 이후 오르카의 일상은 다시 어떻게든 빙글빙글 굴러가기 시작했다.
음악 방송에 나가 아이돌 체육 대회 PD이기도 한 뮤직팡팡 PD와 내심을 숨긴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팬 사인회도 하고, 집에 들어와 기절하듯 잠들고, 다시 새벽에 샵으로 출근하고…….
서문결의 부상은 말끔히 나았지만, 아이돌 체육대회가 준 피로감은 며칠 동안 남아 멤버 중에서도 체력이 약한 편인 반요한과 체력 스탯 귀한 줄 알아 은총을 아끼기 시작한 나를 괴롭혔다.
내 시선을 받은 반요한이 늘어져 있다가도 재수 없게 웃으며 손을 팔랑팔랑 내저었다.
“아니. 그건 아니지. 내 체력을 너랑 비슷한 수준으로 취급하지는 말아줬으면 좋겠어.”
이 자식이.
대꾸도 하지 않고 기습적으로 덤벼들었는데.
“키도 꽤 크고 살도 조금은 붙었는데 어째 힘쓰는 건 1년 전보다도 못하냐.”
나를 쉽게 막아낸 반요한이 혀를 찼다.
“운동 더 열심히 다녀야겠네. 쌤이 너 좀 억지로라도 끌고 오라던데. 다음엔 같이 가자. 빠질 생각 하지 말고.”
“…….”
나 약 올리려고 일부러 걱정하는 척 꾸며내는 게 분명한 반지르르한 얼굴이 제일 짜증 난다.
내 힘 스탯은 여전히 허접하기는 해도 처음의 5배가 조금 안 되는 수준으로 불어났으니 이 새끼가 그간 안 하던 운동을 하고 더 세진 게 분명했지만, 굳이 좋은 말 들려주지 않기로 했다.
“반요한, 막내 그만 괴롭히고 얼른 방이나 정하자.”
“괴롭히다니. 그냥 장난 좀 친 건데. 네 눈에는 너보다 키도 큰 온라온이 너희 집 소박이처럼 보이기라도 해?”
강지우는 상황을 수습하고 일을 진행할 의무가 있는 리더로서 자신의 약한 부분을 찌르는 반요한의 도발을 훌륭히 인내했다.
“방을 정한다고?”
안면 있는 스태프가 우리 얘기를 듣고 궁금했는지 물었다.
“네. 저희 이사했거든요.”
“와, 이번에 음악방송 1위 해서 더 넓은 곳으로 간 거야?”
나와 견성하가 말없이 미묘한 눈빛을 주고받는 동안 강지우가 대표로 답했다.
“비슷해요.”
“잘됐다. 축하해.”
“하하, 감사합니다.”
이도 저도 아닌 채 애매한 상태였던 우리 숙소 문제는 얼마 전에 어떻게든 해결되었다.
일단 사생들이 침입하는 만행이 벌어졌던 옛 숙소는 이번에 완전히 정리했다.
그리고 임시로 지내던 서문결 아버지 소유의 집은 우리에게 과해도 너무 과하다는 판단으로 적당한 곳을 골라 다시 이사를 했다.
그 집 역시도 서문결 아버지 소유한 게 굉장하면서도 웃긴 포인트였다.
사실 우리가 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서문결 아버지가 그러면 이 집은 어떠냐고 권해준 거라 기막힌 우연은 아니었다.
다만 이번에는 찝찝하게끔 무상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정식으로 집주인에게 대가를 지불하는 계약을 맺었다는 점이 지난번과 크게 달랐다.
‘아마 그러려고 값이 지나치게 높은 임시 숙소를 사양하고 좀 더 무난한 곳으로 옮긴 거겠지.’
그 과정에서 서문결 아버지가 포기하지 않고 조건을 우리 쪽에 되도록 좋게 맞춰 줬다고 들었다.
안 그래도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회사는 그 정도 호의까지 거절하지 않은 듯했고.
서문결에게 듣기로는.
친척들에게 무시당할 때도 가만히 있던 그의 어머니가 서주원 일이 있고 난 뒤에 이혼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식사 자리에서 지나가듯 물어본 이후로 아버지 쪽에서 어떻게든 마음을 붙잡으려 애쓰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지금 우리한테 이렇게 베푸는 것도 어떻게 보면 다 구애의 일환이라는 거다.
‘그러게 진작 잘하지…….’
뭐, 서문결이나 우리한테 나쁜 일도 아니고 그쪽 집안일은 그쪽이 알아서들 하겠지.
아무튼 그러한 까닭으로 이번에 이사를 해 우리는 오늘 퇴근하면 새 숙소로 향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미리 집을 보고 온 곽상현에게 듣기로 새 숙소에서는 3명이 1인실을 쓸 수 있었고, 2명이 2인실을 써야 했다.
멤버들이 이렇게 비장하게 둘러앉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혹시 해서 물어보는데 2인실 쓰고 싶은 사람 있냐?”
“…….”
강지우의 물음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다들 1인실을 쓰고 싶어 하는 마음은 똑같았다.
그 서문결마저도 이번 일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으니…….
혜성 같은 묵 선생 가라사대.
그룹 활동을 하면서 개인 공간을 확보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다.
“그럼 깔끔하게 가위바위보 하자.”
“좋아요. 이긴 사람은 빠지고 끝까지 진 2명이 2인실 쓰기로.”
약 2년 동안의 삶이 정해지는 가위바위보라니.
“…….”
비장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안 내면 진다, 가위바위보!”
그리고 단 두 판 만에 반요한과 서문결이 단독 승리를 거머쥐며 차례로 2인실의 마수를 빠져나갔다.
“말도 안 돼….”
“하……. 주먹 왜 냈냐고 이 바보야.”
“가위바위보로 하지 말걸…….”
세 명 중에 두 명은 무조건 2인실을 써야 한다는 씁쓸한 현실에, 남은 사람들은 세 번째 가위바위보를 바로 이어가지 못했다.
그동안 화장실까지 하나씩 딸린 독방을 호화롭게 쓰다가 갑자기 2인실이라는 냉혹한 현실 앞에 던져지니 더 그랬다.
“그냥 좋은 집 줄 때 받지!”
“내 말이요!”
“지금이라도 다시 짐 싸서 들어가면……!”
“안 되지.”
팔짱 끼고 우리를 지켜보던 곽상현이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우리의 망상을 끊어냈다.
“그렇죠….”
“안 되겠죠…….”
“너희가 지금 어어어어억 소리 나는 집에서 한동안 살아서 현실감각이 좀 떨어진 모양인데, 새로 이사 갈 집도 진짜 좋아. 그 집에서 2인실 써도 웬만한 아이돌 숙소보다는 사정 나을 테니까 빨리 정하기나 하자.”
“네에.”
“그리고 나나 대현 씨 같은 매니저들은 사람이 두 명이 됐든 세 명이 됐든 방 한 개로 버텨야 하니까 너무 불평하지 마라.”
듣기로는 매니저들도 아예 새 숙소에 방 하나를 놓고 쓸 예정이라는 듯했다.
“네. 죄송해요….”
[특성 ‘천생가련天生可憐’의 효과로 곽상현이 당신을 핍박한 대역죄인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낍니다.]“아니. 그렇게까지 죄송해할 건 없고!”
“상현이 형 저희 애한테 왜 그래요!”
그때, 견성하가 무엇인가 결심한 듯 나를 대기실 한쪽으로 끌고 갔다.
“뭐야?”
“이리 와 봐.”
“뭔데?”
“일단 와 보라니까.”
“얘들아 뭐 낼지 너희끼리 짜는 거 반칙이다!”
“안 그래요!”
등 뒤로 지금 형 따돌리냐는 강지우의 서글픈 외침이 들려왔지만, 견성하는 신경도 안 썼다.
“야.”
“진짜 뭐 낼지 짜게?”
“아니.”
“그럼 왜?”
“나랑 방 같이 쓰자.”
“어엉?”
강지우 쪽을 흘긋 본 견성하가 속사포로 말을 뱉었다.
“예전에 너 없을 때 지우 형이랑 둘이서 같은 방 쓴 적 있었는데 저 형 코 고는 소리 엄청 시끄럽고 같이 있을 때 잔소리도 진짜 심하다고! 난 저 형이랑 같이 쓰기 싫어……!”
견성하는 그 이후로도 강지우와 둘이 방을 쓰면 안 좋은 점을 내게 설파했다.
그동안 반요한과 함께 강지우와 한방을 써 온 나로서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었고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셋이 쓸 때랑 둘이 쓸 때랑은 또 다를걸.”
“그래?”
“어. 완전.”
그나저나 이 자식 자연스럽게 강지우는 가위바위보에서 못 이길 거라고 확신하는군.
견성하는 이어질 가위바위보에 썩 자신이 없는지 강지우와 같은 방을 쓴다는 최악의 경우만큼은 나와 같이 방을 씀으로써 안전하게 피해 가고 싶어 하는 눈치였다.
“싫어. 난 가위바위보 이기면 되는데 왜 일부러 너랑 방을 같이 쓰냐?”
그랬더니 견성하는 미리 생각해 온 자신과 룸메이트를 하면 좋은 이유를 줄줄 읊기 시작했다.
“나 코 안 골고, 방 적당히 깔끔하고 적당히 지저분하게 쓰고, 우리한테 제일 넓은 방으로 달라고 하고 2층 침대 놓고 쓰면 방이 별로 좁게 느껴지지도 않을 거고….”
다시 한번 강지우 눈치를 흘긋 본 견성하가 말했다.
“그리고 이제까지는 다른 방 써서 지우 형 눈 피해서 늦게까지 게임하기 어려웠는데 이제 같은 방 쓰면 같이 게임 하기도 훨씬 쉬워질 거 아니야.”
“!”
“너 침대 1층 쓰게 해줄게. 콜?”
“하나 더 걸어 봐.”
“배달 음식 같이 먹으면 나 혼자 치울게. 10번.”
이 자식 대체 얼마나 강지우랑 같은 방 쓰기가 싫은 거냐고.
이건 강지우가 잘못했다.
“20번.”
“그래. 20번.”
“콜.”
거래를 성사시킨 우리는 다시 멤버들에게 돌아갔다.
“리더이자 연장자인 지우 형을 배려해 저희가 방 같이 쓰기로 정했습니다.”
“얘들아…!”
강지우가 감격해서 제입을 틀어막았다.
‘……견성하가 했던 말들은 비밀로 해야지.’
“대신 저희한테 제일 큰 방 주세요.”
“당연하지.”
“그런데 얘들아, 너희 밤에 늦게까지 게임 하려고 같은 방 쓰기로 한 건 아니겠지?”
“…….”
강지우는 이런 일에는 눈치가 백 단이라 우리는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면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그날 드디어 래리, 아니, 이영민과 연락이 닿았다.
시스템상으로 여전히 부재중이라 며칠 전부터 이영민 휴대폰으로 연락을 취했는데 드디어 상대 쪽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건지 여전히 연결 상태가 구렸다.
– 은총의 대가를 알고 있었냐고요?
“어. 설마 모르진 않았겠지?”
알았다면 괘씸죄고, 몰랐다면 업무 태만이었다.
– 그야 당연하죠. 저는 고객님에 대해 모르는 게 없습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하는지 알면 그런 헛소리를 못 할 텐데…….
– 하하, 너무 그러지 마세요. 제가 고객님 필요할 때 쓰시라고 스텟 포인트도 허투루 쓰지 않고 잘 모아뒀는데 이 정도면 센스 있는 일 처리 아닙니까?
“미리 체력에 다 투자해 뒀으면 그런 일이 생기지도 않았을 텐데 무슨….”
– 고객님은 원래 몸으로 직접 겪지 않으면 잘 모르는 분이잖습니까. 충분한 지능이 있든 없든 한결같이 아둔한 선택을 내리는 생물답게……. 한 번쯤은 직접 경험해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요.
“개새끼야.”
역시 다음에 만나면 꼭 흠씬 패 버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