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14)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14화
전혀 예상도 못 했던 좀비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뜬 우리를 본 작가가 웃으며 덧붙였다.
“좀비는 좀비인데, 조선식 좀비예요.”
배경은 가상의 조선.
그에 맞게 남양주에 있는 야외 사극 세트장을 촬영지로 삼았다.
서울에서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이 야외 사극 세트장은 평소에 한국 사극 촬영지로 주목받는 곳으로, 초가집이나 기와집, 궁궐 등이 실감 나게 잘 구현되어 있었다.
벌써 지은 지 20년이 넘은 이 낡은 시설은 잘 관리되지 않아 해가 지면 묘하게 을씨년스러워지는 것이 특징이었다.
‘할로윈에 걸맞게 무서운 분위기 내기는 딱이군.’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스태프의 설명은 이어졌다.
“조선 시대에 좀비 같은 괴물들이 나타나 ‘캐치 미!’ 멤버분들이 그 괴물들을 직접 퇴치한다는 스토리인데요.”
“네.”
“8명이 왕 팀과 백성 팀으로 반씩 나뉘어 어느 팀이 더 많이 좀비를 잡고, 숨겨둔 보물을 찾는지에 따라 승리 팀을 가릴 거예요. 팀은 낮 촬영 때 다 나눈 상태고요.”
참고로 우리는 낮 촬영에 참여하지 않았다.
“낮에는 아체대 흑팀 분들이랑 같이 여러 가지 게임 하면서 팀별로 3명씩 인원 충원했어요. 그분들은 추격전 때도 팀원으로 참여하실 거고요.”
흑팀 인원이 50명이 훌쩍 넘는데 뽑힌 건 고작 6명이라니.
“그럼 다른 분들은 이제 촬영 마치고 퇴근하시는 건가요?”
“아뇨. 여러분이랑 같이 괴물 역할 하실 거예요.”
아하, 우리가 좀비였군.
그래도 나름 우리도 MVP 그룹상 받았는데, 낮에는 불러주지도 않다니.
이거 우승팀이랑 대우가 너무 차이 나는 거 아닌가.
* * *
낮에 뽑히지 못한 흑팀 아이돌들이 하나둘 촬영지에 도착했다.
그중에는 리프틴도 있었다.
차에서 내려 임시 설치된 분장실 천막으로 들어오던 징샤오가 앉아서 내 분장 순서를 기다리던 나를 발견하고 반색했다.
“라온 형!”
“샤오야!”
나와 멤버들은 뒤따라 들어오는 다른 리프틴 멤버들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저기 세렌디피티 선배님들 계시니까 빨리 인사드리고 와.”
“그래.”
“다녀와서 오르카 선배님들께도 인사하겠습니다!”
“아, 뭐래?”
“하면 죽는다!”
김준우가 놀리려고 일부러 저러는 걸 알면서도 리프틴이 우리를 선배님이라고 추어올리는 걸 상상하면 절로 질색하게 된다.
우리와 같이 MVP 그룹으로 뽑혔던 선배 걸그룹 세렌디피티에게 인사하고 다시 돌아온 리프틴 멤버들은 본격적으로 우리와 시시덕거렸다.
리프틴과 우리가 허물없이 구는 모습에 저쪽 매니저로 보이는 남자의 눈초리가 따가웠지만, 뭐 어쩌라고.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고경윤은 낮에 있던 선발전에서 왕 팀에 바로 뽑혀서 나중에 ‘캐치 미!’ 멤버들이랑 같은 차를 타고 도착한다는 모양이었다.
하여간 이런 기회는 절대 안 놓치는 수완이 대단했다.
분장 순서를 기다리며 애들이랑 적당히 떠들던 나는 대화 주제가 내게서 멀어진 때를 노려 혼자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던 바인에게 말을 걸었다.
“저기요.”
“네?”
내가 먼저 말을 걸 줄은 몰랐는지 고개를 든 바인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혹시 저희 멤버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나는 저쪽에서 메이크업을 받는 서문결을 흘긋 보았다.
내 시선을 쭉 따라간 바인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어깨를 으쓱이며 반문했다.
“왜요? 없는데요?”
본인은 잘 숨겼다고 생각할 테지만, 나는 상대가 한순간 미묘하게 웃는 낌새를 놓치지 않았다.
“아, 그래요?”
“네. 괜찮으시다고 들었는데.”
혹시나 했는데 반성의 기미라고는 본인 얼굴의 잘생김만큼이나 없는 모습을 보니 피의 복수에 대한 열망이 더욱 커졌다.
켕기는 게 있는 바인은 그를 부르는 메이크업 스태프의 목소리에 냉큼 자리를 떠버렸다.
“왜 그래?”
반요한과 일본어로 무언가 얘기하던 나가세 리츠가 나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냐.”
나는 이 착하고 여린 마음씨의 나가세 리츠에게 차마 너희 멤버가 개×끼라고는 말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옥도윤이 젠틀하게 웃는 얼굴 그대로 내게 물었다.
“저번에 아체대 끝나고 지오랑 바인 형이 엄청 싸운 거랑 관련 있나?”
“글쎄?”
마침 서문결이 분장을 마치고 돌아왔다.
“와, 멋있다!”
흑색 도포를 차려입고 전통 탈은 아니지만 한국적인 느낌이 나는 탈을 옆머리에 비스듬히 단 서문결에 나가세 리츠가 순수하게 감탄하는 소리였다.
“그러게. 잘 어울린다.”
서문결은 언뜻 보면 혼혈인가 싶을 정도로 화려하게 생겼으면서도 묘하게 동양적인 분위기가 나서 그런지 한복 계열 옷이 유독 잘 어울렸다.
비록 아이돌들을 흔하게 널린 엑스트라처럼 쓰지만, 한복 업체로부터 협찬을 제대로 받은 덕에 제공하는 의상만큼은 허접하지 않고 몹시 근사했다.
입체적인 형태의 탈 역시 싸구려 같지 않아서 으스스한 분위기를 내는 데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이게 왜 좀비인지는…….
일단 넘어가자.
곧 나머지 멤버들도 모두 서문결과 비슷한 행색을 갖추었다.
괴물 역할을 맡은 아이돌들의 복장은 검정 도포로 통일되었지만 지급받은 탈은 조금씩 모양이 달라 하회탈이나 같은 전통 탈을 쓴 사람도, 여우나 토끼, 호랑이 같은 동물 모양의 탈을 쓴 사람도 있었다.
옆으로 돌려 쓰는 게 아니라 제대로 썼을 때 얼굴 전체를 가리는 디자인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코 부근까지만 가려져 크게 불편하지는 않았다.
“근데 이거 앞이 하나도 안 보이는데요?”
다만 탈에는 눈구멍이 없거나 있어도 천 등을 덧대어 검게 막혀 있어 탈을 쓰면 앞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원래 그런 거예요. 뚫으면 안 돼요.”
스태프가 나중에 설명해 줄 거라 하니 견성하와 징샤오가 눈구멍을 억지로 뚫으려던 손가락을 슬그머니 뒤로 뺐다.
“우리 이렇게 하니까 얼쑤얼쑤 생각나네.”
“춤 기억나?”
“당연!”
장소와 의상 덕분에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대기 시간 동안 딱히 할 것도 없겠다, 내친김에 마당 같은 곳에 모여서 현장 스태프들의 허락을 구하고 얼쑤얼쑤 무대를 재현해 보았다.
노래까지는 좀 그렇고, 안무만.
어째서인지 안무를 외우고 있는 옥도윤과 강지우가 재미있겠다면서 지금은 없는 픽하트 연습생들의 빈자리를 채웠다.
“와, 우리가 이걸 기억하네.”
“샤오랑 리츠 형 진짜 많이 늘었다.”
“에헴.”
“에헴!”
부러 턱을 치켜드는 모습들이 귀여웠다.
“데이 형이랑 카일 형도 보고 싶다.”
“잘 지내고 있겠지?”
지금은 소식이 끊긴 두 사람을 잠시 아련하게 추억해 보기도 하고.
“결 형, 그거 해줘. 그거.”
“맞아. 다른 건 안 해도 그건 해야지!”
부끄러움 타는 서문결에게 케이팝에 길이길이 남을 명대사를 해달라고 조르기도 했다.
서문결은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산만하게 도는 나와 징샤오의 성화에 결국 부끄러운지 중간에 생략했던 킬링파트를 해주었다.
“……가락이 마음에 안 드는구나.”
서문결이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뒤돌자 구경하던 스태프들 사이에서 높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 * *
해가 다 져버려 스태프들이 환한 조명을 이곳저곳 밝혀두었을 때쯤 ‘캐치 미!’ 고정 멤버들과 팀원으로 뽑힌 게스트들이 차례로 촬영지에 도착했다.
스태프들에게는 ‘캐치 미!’ 멤버들이 차에서 내리고 추격전 규칙을 듣는 장면까지 찍은 뒤 녹화를 잠깐 끊어간다고 들었다.
“이야, 경치 좋구먼요.”
“내가 봤슈.”
“여봐라, 궁으로 가자니까 왜 여기서 이러는 것이야.”
“아가씨, 괴물이 튀어나오면 혼자 도망치지 마시고 저를 꼭 지켜주십시오.”
“뭐래. 내 호위는 너잖아!”
“아가씨이이이…….”
“내가 봤다니까유.”
“이 노비는 아까부터 뭘 자꾸 봤다는 거야?”
시끌시끌하게 멘트를 치며 단번에 주위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캐치 미!’ 멤버들은 사극에서 곧잘 볼 수 있는 다양한 한복 차림을 하고 있었다.
특히 내 시선을 강탈한 것은 중전처럼 당의를 입고 머리에 가체를 얹은 30대 개그맨이었다.
최선을 다해 곱게 단장한 것 같은데, 미안하지만 웃겼다.
잠시 뒤, ‘캐치 미!’ PD가 멤버들에게 규칙을 설명하는 게 들렸다.
좀 전에 스태프에게 설명 듣기는 했지만, 혹시 모르니 다시 한번 귀를 기울였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도성에 침입한 괴물들을 사냥하실 겁니다.”
여기가 도성이라는 설정인가 보다.
그나저나 사냥이라니, 말이 심하잖아.
실제로 괴물은 특정한 조건을 달성하지 않으면 멤버들을 공격할 수 없는 규칙이지만.
“그리고 낮에 게임 하면서 팀별로 단서 획득하셨죠?”
“네.”
“그걸 참고해서, 곳곳에 숨겨진 보옥도 같이 찾으셔야 합니다.”
“아무리 단서가 있다고는 해도……. 설마 이 넓은 곳을 모두 찾아봐야 하는 건 아니죠?”
“맞습니다.”
PD의 천연덕스러운 긍정에 ‘캐치 미!’ 멤버들이 아우성쳤다.
“장난하나!”
“네가 찾아!”
아무튼 괴물은 괴물대로 잡고, 숨겨진 보옥은 보옥대로 찾으며 추격전을 펼치다가 시간이 다 되면 잡은 괴물의 목과 찾은 보옥에 걸린 점수를 합산해 최종 우승팀을 결정한다는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이게 대체 왜 좀비냐고.’
그리고 조금 뒤.
카메라가 멈추자 언제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냐는 듯이 차분해진 ‘캐치 미!’ 멤버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곳으로 몰려들었다.
우리도 얼른 가서 선배 연예인들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르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어어, 잘 부탁해요.”
“아까 인사 안 했나?”
“저희 밤 촬영부터 합류합니다!”
“다치지 않게 조심하면서 잘해요.”
낮에 이미 여러 아이돌에게 인사를 받아서 그런지, 길게 이어지는 촬영에 지쳐서 그런지, 반응들이 심드렁했다.
그때, ‘캐치 미!’의 고정 멤버 중 한 명인 크로니클의 이기준이 우리 쪽으로 오더니 내 어깨를 턱 짚고 싱글 웃었다.
“아, 형님, 여기 라온이가 혜성이 조카예요. 잘생겼죠?”
“아, 혜성이 조카가 이 친구야?”
묵혜성의 이름이 나오자 그냥저냥 하던 관심이 단번에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
데뷔한 지 20년이 넘은 크로니클은 이쯤 되면 방송국 국장급이랑도 거의 동기간이라 시간이 만들어준 끈끈한 인맥이 장난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