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13)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13화
– 시드 ㅈ소티 안내면 죽는병이라도 걸렸냐고
– 지방 사는 사람 배려 1도 없죠????
– 오늘자 팬미팅 당일공지한 아이돌
– 아ㅋㅋㅋㅋㅋ 덕질하면서 온갖 일 다 겪어봤지만 이런 건 또 처음이네
– 애들 첫 팬미팅 잘 끝낸 거 같아서 좋은데 솔직히 좋아하기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ㅎㅎ..
– 에어리들 뭔일 있음?
┗ 팬미팅 게릴라선착순으로 했대
┗ 헐 미친 왜저래
– 첫 팬미팅을 이딴 식으로 하는 건 싸패 아니냐
– 시드는 이게 왜 잘못인지도 모르고
히히 깜짝 선물처럼 주면 좋아하겠지 히히
이 생각이었을 것 같아서 열받음ㅋㅋㅋ
– 입장료도 따로 안 받은 거 보면 일부러 팬 atm으로 보고 상술부린 것도 아니라 그냥 아무 생각이 없었다는 게… ㄹㅇ 무능임
첫 팬미팅을 놓친 아이돌 팬들의 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한 직원은 전화, 이메일, 팩스, SNS 등 가능한 온갖 방식으로 물밀듯이 쏟아지는 에어리들의 거센 분노에 당혹을 금치 못했다.
물론 기획 단계에서 당일에 공지하면 지방에 거주하는 팬들은 어떻게 하냐는 타당한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시드 소속의 다른 아티스트들 팬미팅도 같은 방식으로 했었는데, 그래도 큰 불만 없이 올 사람은 다 오더라며 계속 진행된 바 있었다.
비교적 상식적인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기획을 알았을 때는 대관 등의 문제로 이미 취소나 변경이 불가한 단계였다.
어쨌거나 이미 엎어진 물.
시드는 벌어진 일을 수습하기 위해 팬미팅 영상들을 위튜브에 풀어주었다.
말 그대로 최소한의 편집만 된 영상 상태로 시드가 얼마나 급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래도 에어리들 눈치를 보고 시기를 억지로 당겼을 뿐, 영상 자체는 원래 공개하기로 계획했던 일이라 화질이나 음질, 촬영 각도 등은 썩 괜찮은 퀄리티였다.
현장에 갔던 팬들이 찍어 올린 여러 직캠 영상도 일찍이 올라와 있기는 했지만.
공식에서 직접 올려주는 것은 아무래도 퀄리티 차이가 있었다.
현장의 열기가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보니 박탈감이 어느 정도 해소되는 동시에 저 자리에 없었다는 게 더 아쉬워지는 모순된 마음과는 별개로.
꽤 성의 있는 피드백에 에어리들도 필터링 없이 험한 말을 쏟아내는 것을 멈췄다.
슬슬 다른 아이돌 팬들도 끼어서 괜히 안 좋은 말을 한마디씩 얹으며 분탕을 치려는 분위기였다.
자고로 아무리 화가 나도 자기 집안 망신살이 바깥으로 뻗치면 좋을 게 없는 법이었다.
에어리들은 그쯤에서 일단 만족하며 새롭게 뜬 팬미팅 영상 떡밥으로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삭삭 덮어버렸다.
– (움짤) 라온이 이 부분 조명때문에 걍 천사같은데
– 오늘도 외친다 요한아 아이돌해줘서 고마워
– (영상) 녹는다ㅠㅠㅠㅠㅠㅠㅠ 이쯤되면 시드는 피아노 치는 온라온 영상 더 올려줄 만하지 않나 레전드 감동
– 아 영상이라도 대범하게 무료로 풀어주는 회사 어때
– (사진) 견성하 이 말랑콩떡강아쥐야
너의 열일하는 눈물샘을 응원해,,,
– (영상) 댄스 발라드 트로트 힙합 동요 만화주제가 CCM송 반야심경랩 장르 안 가리고 다 소화하는 강지우 싱스트리트 출연 소취
근데 저희 지우 라온이 없으면 못 사니까 랑구도 같이 데려가주세요 (기도하는 이모티콘)
┗ 타팬인데요 안 가려도 너무 안 가리는 거 아닌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아 저희 애가 편식을 안 해서요
┗ 편애는 하던데
┗ 당신 에어리지
슬프게도 세상에는 헛짓거리해놓고도 팬들과 끝까지 쓸데없는 기싸움을 벌이며 적절한 피드백도 안 해주는 거지 같은 소속사가 너무 많았다.
그 이후 무언가 깨달음을 얻기는 얻은 듯, 시드 엔터에서 팬들이 선착순으로 무언가를 구매하거나 획득하게 하는 것은 좀처럼 볼 수 없었다.
이는 오르카뿐만 아니라 시드 소속의 다른 아티스트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었다.
아이돌 팬들에 비하면 확연히 얌전한 성향이라 게릴라 팬미팅 따위를 조용히 인내하던 다른 가수들의 팬들도 두 손 두 발 들고 이 변화를 환영했다.
* * *
10월의 어느 날.
지금 회사가 있는 건물 2층의 사무실이 비었다는 소식을 들은 시드 엔터가 재빨리 그 자리를 차지하며 수년 만에 처음으로 사옥을 확장해 지상으로 나왔다.
그와 함께 우스갯소리로 책상 하나 더 놓을 자리가 없어 못 뽑고 있었다는 인력도 대거 충원될 예정이라는 소식을 들었다.
‘이제 소속 아티스트 수가 직원 수보다 많다는 말은 옛 농담으로 남겠군.’
그러면서 오르카와 다른 아티스트를 담당하는 인력도 전격적으로 분리되었다.
이번 팬 미팅 사건을 포함해 아이돌과 일반 가수의 일 사이에 차이가 무척 크다는 사실을 깨닫고 일찍이 나누기로 한 것이다.
기존 직원들은 대부분 후자 쪽의 일에 훨씬 익숙해 비주얼이나 앨범 컨셉 위주로 손을 대는 주열음 이사 말고도 아이돌 업무에 익숙한 인력이 절실했다.
따라서 연습실이 있는 지하는 오르카와 주열음 이사나 곽상현 등, 우리 그룹을 맡을 인력이 계속 사용하고, 이번에 전체적으로 리모델링된 2층 사무실은 선배 가수들과 그들을 담당할 직원들이 쓸 예정이었다.
“새 사무실 안 보내주고 계속 지하 써서 불만인 사람 없지?”
“네. 오히려 넓은 곳을 저희만 독차지하는 것 같아서 좀 부담스러운데요.”
“맞아요. 익숙한 곳에 계속 있을 수 있어서 좋기는 한데 괜히 선배님들 쫓아내는 기분이라.”
“어차피 다른 가수분들은 회사 시설 잘 안 쓰니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확실히 소속사 선배들을 회사에서 본 적은 거의 없던 것 같다.
연습도 회사 연습실 말고 각자 아는 스튜디오에서 한다는 듯했고, 그래서인지 저번에 캐럴 뮤직비디오 찍을 때나 봤지…….
곰곰이 생각할 때, 스태프가 나를 불렀다.
“라온 씨 개인 컷 촬영 들어갈게요!”
“네!”
여기는 교복 광고 촬영 현장이었다.
교복 광고는 좀 떴다 싶은 아이돌들이 찍는 광고 중 하나라 오르카가 단체로 교복 광고 모델로 섭외되었다는 소식을 곽상현에게 들었을 때는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물론 나는 데뷔도 하기 전부터 혼자서 화장품, 음료수, 햄버거, 요거트, 카페 등 온갖 브랜드의 CF를 따낸 화려한 과거가 있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잘하고 와.”
먼저 촬영을 마치고 온 견성하가 말했다.
“응.”
단체 촬영이 남아 있었기에 스태프가 팔을 뻗어 걸치고 있던 잠바를 벗는 견성하의 이마에 맺힌 땀을 톡톡 닦아주었다.
나도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마지막으로 매무새를 점검하고 뜨거운 조명이 내리쬐는 곳으로 향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요.”
요즘은 교복이라도 무조건 바르고 단정하게 각 맞춘 스타일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신세대의 자유분방한 느낌을 고려해 스타일링하는 게 유행이라고 했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업체에서 나온 사람이 교복 입고 찍은 사진들 잘 봤다고 얘기하던 걸로 봐서, 우리를 모델로 기용할 때 해방 컨셉 포토를 실제로 참고한 모양이었다.
사진작가나 현장 스태프들 모두 친절해 촬영에 어려운 점은 플래시가 터질 때 부시는 눈을 크게 뜨는 것 말고는 크게 없었다.
촬영을 마치고 커다란 모니터로 찍은 사진을 즉석에서 확인하던 사진작가가 중얼거렸다.
“이야, 사기 치는 기분이네…….”
“네?”
“아니. 사람들은 라온 씨나 멤버분들 핏이 나올 거라고 생각하고 이 교복을 살 거 아니에요. 원래 광고들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이렇게까지 좋은 느낌만 살리는 모델은 또 오랜만이라.”
어쩄든 내 사진 잘 나온다는 칭찬 같아서 공손하게 감사합니다, 인사했다.
* * *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의 가을은 명실상부 행사의 계절이라 전국 각지에서 불러주는 곳이 많았다.
행사는 수익 배분 측면에서도 그렇고 여력이 된다면 많이 도는 게 무조건 좋은 일이라 회사는 기본적으로 긍정적으로 보고 우리 컨디션과 스케줄이 되는 대로 들어오는 일을 받고 있었다.
안 그래도 행사 업계에서 열심히 한다는 말이 널리 돈 데다가 이번에 어게인으로 음악방송 1위를 여러 번 했더니 행사 몸값이 불과 몇 달 전에 비해 눈에 띄게 올랐다.
물론 유명하다고 좋은 노래는 아니지만(나는 어게인보다 해방이 음악적으로 더 좋은 노래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널리 아는 노래가 있으니 관객들 호응을 끌어내기가 훨씬 쉬워졌다.
“얘들아, 아픈 곳 진짜 없니?”
“없어요!”
“라온이는?”
“왜 저만 콕 집어 물으세요.”
“왜겠냐.”
젠장.
“야, 지압해 줘.”
지압을 핑계로 은총을 써줄 때마다 몸 상태가 확연히 괜찮아지는 게 체감이 되는지 나 다음으로 체력이 안 좋은 반요한은 상태가 조금만 안 좋다 싶으면 지압해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녀석이 버틸 만하겠다 싶으면 당연히 무시하는데 저러다 한 번 아프겠다 싶을 때는 결국 은총을 써 주었더니.
지압 같은 게 무슨 효과가 있냐며 처음에는 코웃음치던 자식이 지금은 지압의 탈을 쓴 은총을 가장 애용하고 있었다.
물론 반요한이 힘들어할 정도면 내게도 은총을 써야 해 내 체력 스탯은 좀처럼 늘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미치겠네. 서문결 치료해야 하는데.’
정말 이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퀘스트나 레벨 업으로 얻는 스탯 포인트로는 은총으로 소모되는 체력이 감당이 안 돼 나는 눈물을 삼키며 흐느적대는 삭신을 이끌고 헬스장에 억지로 나가야 했다.
그렇게 매일매일 바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캐치 미!’ 촬영 날이 되었다.
아이돌 체육대회 특집에 할로윈 특집도 겸한 이번 ‘캐치 미!’ 촬영 컨셉은 현장에서 전해 들을 수 있었다.
“네? 좀비요?”
……우리 오늘 진짜 죽어라고 뛰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