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ius Idol’s Strategy to Conquer the Entertainment Industry RAW novel - Chapter (312)
천재 아이돌의 연예계 공략법 312화
팬뿐만 아니라 가수도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로 급하게 준비한 것치고, 오르카의 첫 번째 팬미팅은 큰 사고나 걸리는 지점 없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번 앨범의 또 다른 활동곡이었던 신나는 비트의 수록곡 하나와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데뷔곡인 ‘해방’이 이어졌다.
– 이제 해방의 시간이야.
– 에어리!
“와아아아!”
그렇게 댄스곡들 뒤에는 잠시 쉬어가기 위해 의자 다섯 개를 놓고 앉아 토크 타임을 가졌다.
대기하거나 이동하는 동안 틈틈이 서문결이 코바늘로 직접 뜬 앙증맞은 미니 범고래 인형을 포함한 것들이 추첨을 통해 선택받은 소수의 팬에게 경품으로 주어졌다.
멤버들끼리 간단한 게임도 진행했는데 입담들이 좋아 지켜보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우연히 들린 관객들도 정겨운 목소리로 부르고, 불리는 다섯 명의 독특한 구석이 있는 이름들을 금세 모두 외울 수 있었다.
이후 개인 커버 무대까지 팬 아닌 사람들까지 잘 아는 곡들로 충실하게 꾸리니 질 높은 공연에 자리를 떠나는 이는 드물고.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음악 소리와 듣기 퍽 좋은 노랫소리, 관객들의 솔직한 환호성을 멀리서부터 듣고 공연장에 새로 이끌려오는 사람들만 있어 군중은 규모가 더 늘었다.
후반으로 갈수록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관객들이 자꾸만 더 앞으로 밀려오는 통에, 위험하니 뒤로 가달라고 멤버들이 무대와 무대 사이의 틈마다 직접 이야기해야 했다.
그나마 에어리들은 질서가 잘 지켜지는 편이라 상황이 그 이상으로 심각해져 큰 사고로 번질 염려는 없어 보여 다행이었지만.
스태프들은 혹여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나 않을까 촉각을 날카롭게 곤두세웠다.
– 감사합니다.
그렇게 마지막 커버 무대가 끝났다.
오르카는 여태까지의 무대를 모두 라이브로 소화했는데, 다행히 그간의 쉽지 않은 강행군에도 불구하고 컨디션들이 상당히 괜찮다는 게 느껴졌다.
사실 멤버들의 상쾌한 컨디션은 온라온이 오늘 아침 남몰래 써준 은총 덕분이었다.
많은 사람이 가까운 거리에서 지켜보는 앞에서 공연한다는 사실에 긴장해 잠이라도 설친 건지, 아니면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오느라 쌓인 피로가 하필 오늘 넘쳐 쏟아지는 건지.
아침에 멤버들이 예사롭지 않게 흐느적거리는 꼴을 보고 온라온은 정신 차리게 지압이라도 해줄 테니 손을 내놓으라 했고, 그 틈에 은총을 써 주었다.
서문결을 치료할 때 벌어졌던 고통스러운 일을 벌써 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차피 사용할 것이라면 없는 것처럼 가만히 두지 않고 일찍이 자세히 파악해 두는 편이 좋다는 의견이었다.
한 차례의 집중 투자로 체력 스탯이 이전보다 꽤 높아진 김에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래리의 협조하에 몇 가지 소소한 실험을 더 해보았는데.
타인에게 은총을 사용해도 단순히 쌓인 피로를 해소해 주는 정도라면 저번처럼 체력 스탯이 무지막지하게 깎여나가며 유혈 사태가 벌어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물론 스스로의 몸을 치유할 때처럼 미세한 감소는 아니라 아무 때나 남발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정 필요할 때 그 정도는 써도 괜찮겠다고 판단한 것이다.
덕분에 에너지를 평소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관객들을 몰입하게 한 멤버들은 공연 후반부에 와서도 팔팔했다.
– 벌써 마지막 곡을 들려드릴 시간이 됐네요.
‘벌써?’
농담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챈 관객들로부터 아쉬워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가을밤의 깜짝 공연이 조금 더 계속되기를 바랐다.
– 저희가 오늘 마지막으로 들려드릴 곡은, 아직 발매되지 않은 미공개 곡입니다.
– 진짜 지금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여러분께 들려드리는 거예요.
미공개 곡이라는 말에 에어리들의 눈이 크게 뜨였다.
‘뭐지?’
‘벌써 컴백하는 건 아닐 텐데.’
피어나는 호기심 속에서 이번에는 온라온이 말을 이어갔다.
– 저랑 결이 형이 작곡하고, 가사는 다섯 명이 다 같이 머리를 맞대면서 붙였어요.
– 여러분 생각하면서요.
‘팬송이다!’
눈치 백 단 에어리들은 마지막 곡이 팬송이라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렸다.
– Airplane, 들려드리겠습니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담담한 강지우의 안내에 멤버들도 따라서 분위기를 잡았다.
온라온은 무대 한구석에 있는 키보드 앞에 앉아 마이크 위치를 조절한 뒤, 매끄러운 건반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몇 시간 동안 야외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을 정도로 충성스러운 관객들의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는 게 느껴졌다.
공연이 끝나면 주위가 혼잡해질 테니 이쯤에서 먼저 돌아갈까 하던 몇몇 관객들도 다시 무대 쪽으로 몸을 돌렸다.
온라온이 묵혜성과 함께 출연한 텐 투 텐에서 보여주었던 솜씨 좋은 피아노 연주를 감명 깊게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 ……하나, 둘.
신호와 함께 온라온이 건반을 짚었다.
다른 반주는 필요 없었다.
강지우의 몽글몽글하고 보드라운 허밍은 두 천재가 곡을 만들며 수도 없이 떠올린, 장난감 같은 경비행기 한 대가 범고래들이 헤엄치는 보랏빛 밤바다 위를 유유히 가로지르는 장면 속으로 청중을 단번에 몰입시켰다.
* * *
미니멀한 반주 위에 멤버 개개인의 음색을 십분 활용해 평소에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Airplane’ 무대는 견성하가 울컥하고 다른 멤버들도 감상적인 얼굴을 하면서 관객들에게도 짙은 여운을 남기고 끝났다.
가사 한 단어라도 놓칠까 봐 귀를 쫑긋 세우고 있던 에어리들에게는 물론이고 아이돌과 팬의 관계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에게도 오르카의 진심이 전해졌다.
‘얘네는 진짜 자기 팬들 좋아하는구나.’
그럴 수밖에 없었다.
작년과 올해 유난히 고초가 많았던 오르카였고, 그러는 동안 생각을 거치지 않고 쏟아지는 악의와 적의 어린 시선을 버틸 수 있게 해 주었던 것은 자기 일도 아닌데 두 팔 벗고 나섰던 에어리였다.
아무 이득도 없는데 자기 편을 들어준 사람에게 깊이 고마워하지 않는다면, 자기 편도 못 알아보는 머저리거나 입은 은혜도 모르는 망나니였다.
어쨌거나 공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제는 오르카의 대표곡이라고도 할 수 있는 ‘Again’이 여태까지의 세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을 알고, 관객들은 앙코르 사인으로 앵콜 대신 어게인을 외쳤다.
마지막이라고 한 곡이 끝난 뒤 온갖 아쉬운 티를 내며 무대를 내려갔던 오르카는 그 뜨거운 부름에 기꺼이 화답했다.
올해 늦여름과 가을을 열정적으로 달군 히트곡 ‘Again’을 방방 뛰며 불렀을 때 주위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였다.
– 그리고 외쳐!
“Again!”
이 시점에 이르러 정확한 응원법을 알든 모르든 ‘Again’의 후렴 정도는 누구나 목청껏 크게 따라부를 수 있었다.
맑은 하늘빛으로 염색했던 머리의 물이 거의 다 빠진 김에 찰랑이는 흑발로 돌아온 온라온은 무대 위에서 자신의 곡을 즐기는 사람들을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호흡은 거칠지 않은데 가슴이 터질 것처럼 뛰었다.
지금 당장 저 물결 속으로 빠져버려도 좋을 것 같았다.
* * *
공연이 모두 끝나자 커뮤니티나 SNS 등지에 동화의 첫 장을 선명히 간직하고 감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후기가 여럿 올라오기 시작했다.
– (사진) 에어리테일 C1 후기.. 앞에서 3번째 줄 정도에서 봤는데 쉬는 시간 거의 없이 3시간 가까이 한 듯 음향 좋았고 애들 컨디션 좋았고 착장 좋았고 나쁜 건 당일공지+선착순밖에 없었다
– 애들 오늘 너무 예뻤고 팬 아닌 행인분들도 호응 잘해주셔서 신났슴ㅋㅋㅋㅋㅋㅋ
– 해방 파트체인지한거.. 온라온 랩 너무 잘해서 놀랐고 서문결 노래 너무 잘불러서 놀랐고 강지우 춤 잘 춰서 놀랐다…. 포지션 없는 그룹 오르카부심 뿜뿜
– 시드 어떻게 이런 귀한 걸 당일공지를 때리냐
– 우리쥬 솔로무대에서 3단 고음 뽑아낼 때 나도 모르게 기립박수 침… 그래요 명창토끼세요
– 우리가 아는 팬미팅보다는 미니콘서트 같은 느낌이었는데 그래도 좋아씀 ㅠㅠㅠㅠㅠㅠ
– 애들 갠무대 선곡센스 미쳤,,, 특히 라온이 음색 잘 드러나는 곡이라 좋았어
– 이거 어떻게 이대로 보냄..? 앙콘하는 것처럼 앙미팅 해줘.. 안해주면 불지른다ㅠㅠㅠㅠㅠㅠㅠ
┗ 저 혹시 앙콘이 모예요?
┗ 앙코르 콘서트요~ 전에 했던 콘서트 또하는거
– 어떻게 팬미팅에 롤링페이퍼가 없을 수 있어!?!?
아무래도 우리 애들 귀한 눈물 외간 사람 앞에서는 못 보여주고 나중에 팬미팅 또 해서 우는 얼굴은 에어리들만 있는 곳에서 보여주겠다는 뜻인거지 응응 잘 알겠습니다
– 조르고 조르고 졸라서 결국 봤다 5르카 츄츄츄… 누가 영상 올려주겠지
– 애들이 오늘 일찍 끝나서 너무 아쉽고 다음에는 다음날 해 뜰 때까지 하재
저 미친 체력으로 진짜 그럴 것 같아서 무섭네
– 구성이 팬미팅이라기보다 콘서트 같아서 아쉬웠지만(중간에 게임이나 코너 같은 걸 좀 다양하게 꾸려줬으면..) 애들은 오늘도 재밌고 무대는 조았음
시드는 애초에 팬미팅보다는 미니 콘서트를 생각하고 이렇게 기획한 것 같은데 아이돌 팬미팅이 뭔지 좀 더 자료 조사해서 오시길 바랍니다 아시겠나요 봐드리는 건 이번 한번뿐입니다
– 팬송 몽실몽실해서 좋아ㅠㅠㅠㅠㅠㅠ 음원 공개 안 해주나
– 헐 님드라 팬송 위튭!!!
그날 자정, 오르카 위튜브 채널에 ‘Airplane’의 뮤직비디오가 업로드되었다.
부족한 시간과 예산상 일반적인 뮤직비디오라기보다는 아늑한 스튜디오에서 멤버들이 노래하는 모습이 담긴 라이브 클립에 가까운 영상이었다.
– 악 개좋아ㅠㅠㅠㅠㅠㅠㅠ 딱 내 취향..
– 지우가 내가 할 말 대신 다 해줌; 우리 애들이 천재예요
– 시드는 좋은 말할 때 커버무대 영상들도 찍어서 올려줘라
물론 과정이 과정이었던 만큼, 단순히 팬미팅에 가지 못한 아쉬움을 자기들끼리 토로하는 것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보다 직접적으로 시드에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